The Wicked Princess Plans for Her Life RAW novel - Chapter (115)
망나니 황녀님의 제멋대로 인생 계획-115화(115/207)
“참! 그보다 말이 나온 김에, 조슈아도 나랑 같이 아침 산책할래?”
나는 허허 웃으며 조슈아의 말을 듣다가, 적당히 화제를 돌렸다.
다행히 조슈아는 내가 던진 미끼를 냉큼 물었다.
“아, 하지만 아시다시피 뀽뀽이는 비행형 신수가 아니라서요.”
“각인한 신수가 아니어도 조슈아가 부탁하면 다들 태워 줄 텐데.”
지금 내가 타고 있는 신수처럼 말이다.
나도 그렇지만, 조슈아도 신수들의 사랑을 받는 특별한 체질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지금도 도도한 길레타가 조슈아에게 먼저 다가가, 꼬리로 그를 툭툭 치며 호감을 보이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조슈아는 오랜만에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저는 높은 곳이 좀 무서워서 안 될 것 같아요…….”
엥, 조슈아한테 고소공포증이 있었어……? 지금까지 몰랐던 사실인데?
소설에서는 거의 완성형인 조슈아가 등장해서 그런 내용은 나오지 않았었고, 내가 직접 겪어본 지난 회차들의 조슈아에게서도 그런 얘기를 들은 적은 없었다.
그때는 내가 이렇게 직접 신수를 타고 날마다 쏘다닌 적이 없어서 그랬나?
음, 그럴 가능성도 있겠네.
하지만 조슈아는 황궁 소속 테이머뿐 아니라 뛰어난 마수 사냥꾼까지 될 인재이니, 이 정도는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섣불리 강요했다가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으니, 억지로 시키지는 않을 것이긴 하다.
“이 나이 먹고 높은 데가 무섭다니……. 황녀님이 보시기에도 꼴사납지요? 역시 저는 아직도 갈 갈이 먼가 봐요.”
“무슨 소리야? 그런 게 나이랑 무슨 상관이라고. 그리고 조슈아는 아직 비행해 본 적도 없잖아. 처음이라 그렇지, 조금씩 적응하면 괜찮아질 거야.”
인재 키우기도 한 걸음부터라고, 그러니까 먼저 조슈아에게 용기를 살살 북돋아 줘야지!
지금까지도 그런 방법으로 조슈아를 여기까지 성장시킨 것이지 않던가?
조슈아는 당당한 테이머가 된 지금도 가끔 예전의 성격을 못 버리고 혼자 땅굴을 파며 쭈글쭈글해질 때가 있었다.
그래서 이렇게 틈틈이 칭찬을 날려 자신감을 키워줘야 했다.
“어쨌든 조슈아는 뭐든 할 수 있어! 지금까지도 마음먹은 건 다 잘했었잖아?”
다른 사람들의 앞에서는 나름대로 멋지고 유능한 젊은 인재로 평가받는 것 같던데, 이상하게 내 앞에서는 종종 약한 모습을 보인단 말이야?
내가 아직 어려서 속마음을 드러내기 편해서 그런가?
하긴, 직장 상사나 동료보다는 이웃집 꼬마한테 솔직해지기 쉽긴 하지.
솔직히 좀 성가실 때도 있긴 한데, 어쨌거나 조슈아를 응원하는 내 마음은 진심이었다!
이번 회차에서는 최종 흑막 모르페우스도 일찍부터 손에 넣고, 지금까지 평화로운 날들만 지속되어서 조슈아가 소설에서 했던 것만큼의 역할을 할 일이 있을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잘살면 좋은 거니까!
예전에는 세계 평화를 위해 조슈아의 발전을 기원했다면, 지금은 좀 더 순수한 마음으로 그의 행복을 응원할 수 있었다.
그런 내 아름다운 마음이 조슈아에게 닿았는지, 그가 감격한 표정을 지었다.
“감사합니다, 3황녀님. 역시 예전부터 저를 가장 믿어주시고 격려해 주시는 분은 3황녀님이세요.”
헤헤, 별말씀을.
그렇게 조슈아는 나와 잠깐 훈훈한 대화를 나누다가, 뀽뀽이에게 밥줄 시간이 지났다는 것을 깨닫고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나도 다시 신수를 타고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제르카인의 신성 의식에 늦지 않게, 시간에 맞춰 돌아가야 했다.
하지만 그 전에 잠깐 들러야 할 곳이 있었다.
“길레타, 우리 서쪽으로 가자!”
-삐잇!
나는 신수와 함께 바람을 타고 푸른 하늘을 가로질렀다.
* * *
“어디 보자, 내가 찾는 게 저쪽에 있으려나?”
잠시 후, 맑은 정기가 고인 숲에 도착해 주변을 살폈다.
나를 여기까지 태워다 준 신수에게 고맙다는 의미로 털을 쓰다듬어준 뒤, 물가에 데려가 목을 축이게 했다.
그러는 동안 나는 푸른 꽃들이 군락을 이룬 곳에 가서 바닥을 샅샅이 훑었다.
유독 청량한 공기가 흐르는 이곳은 황성 후문 근처에 있는 신수 서식지였다.
엄밀히 따지면 황성 결계 밖에 있었지만 거리가 엎어지면 코 닿을 수준으로 가까워, 황성의 신수 소환사와 사육사들도 자주 오가는 곳이었다.
그래서 나도 이렇게 아버지 허락 없이 스리슬쩍 올 수 있었다.
지금 내가 이곳을 찾은 이유는 오늘 신성 의식을 치르는 4황자 제르카인에게 행운의 선물을 주기 위해서였다.
신수 서식지에서만 자라는 푸른 클로비스 꽃은 소유자에게 하루 동안 예상치 못한 행운을 가져다주는 신비로운 식물이었다.
어제저녁에 봤을 때, 제르카인은 오늘 있을 신성 의식 때문에 상당히 긴장하는 눈치였다.
모든 황족이 일곱 살쯤에 해치우는 신성 의식인데, 신탁이 내려오지 않아 혼자만 일 년 동안 질질 끌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휴, 난 정말 좋은 누나야.”
그래서 내가 이렇게 아침 일찍부터 직접 몸을 움직여 여기까지 온 것이지!
나처럼 착하고 상냥한 누나를 두다니, 제르카인의 복이었다.
하지만 내가 어화둥둥 키워 온 귀여운 녀석이 내 선물을 보고 눈을 초롱초롱하게 빛내며 기뻐할 걸 생각하면 나도 기운이 샘솟는 것 같았다.
‘이런 게 바로 가장의 마음인가?’
나는 혼자 자부심과 뿌듯함을 느끼며 코 밑을 손가락으로 쓱쓱 문질렀다.
‘그나저나, 모처럼 대신전에서 황궁에 당당하게 올 수 있는 일이 생겼으니, 모르페우스가 이 기회를 놓칠 리 없을 텐데.’
속이 시꺼먼 흑막 신관을 떠올리자 저절로 혀를 쯧쯧 차게 되었다.
오늘 신성 의식의 참관을 위해 대신전에서 모르페우스가 파견을 나온다는 쪽에 2황자 루벨리오가 애지중지 기른 머리카락을 걸 수도 있었다.
‘모르페우스보다는 레예스나 오랜만에 황궁에 왔으면 좋겠는데. 벌써 못 본 지 일 년이 넘었지?’
나는 벌써 한참이나 만나지 못한 소년을 떠올리며 미간을 구기다가,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 잡생각을 떨쳐버렸다.
그런 뒤 푸른 꽃 군락을 훑는 손과 눈을 더 빠르게 움직였다.
“앗, 이건가?! 에이……. 아니구나. 헉, 그럼 이 꽃인가?! 이익, 아니잖아? 쳇, 잘못 봤네.”
클로비스 꽃은 꽃잎 전체가 하나의 깃털 모양이라, 언뜻 보면 신수가 떨어뜨린 진짜 털과 헷갈릴 수 있었다.
-먀앙?
그렇게 내가 몇 번 허탕을 치면서 열심히 꽃밭을 뒤지고 있을 때, 갑자기 내 발목 쪽에 물렁한 감촉이 와 닿는 게 느껴졌다.
보나 마나 서식지에 사는 야생 신수일 게 뻔했다.
그래서 쳐다보지도 않고 말했다.
“얘들아, 미안한데 지금은 바빠서 못 놀아줘.”
-먕!
“지금은 바쁘다니까? 다음에 놀아줄 테니까 저리 가 있자.”
-먀아, 먕!
“저기, 얘들아……? 내 말이 들리지 않나요……?”
하지만 내 발에 끈질기게 달라붙는 생물체의 숫자는 오히려 점점 더 불어나기만 했다.
만약 다른 사람이 이렇게 나를 귀찮게 방해했다면 가만히 두지 않았을 게 분명하지만…….
원래 나는 예전부터 자그마한 생물체에게 상냥한 여자였다!
밑에서 느껴지는 은근한 압박감에 하는 수 없이 시선을 움직였다.
-미야앙!
“어으헉!”
그리고 내게 날아온 신수들의 강력한 공격에 가슴을 움켜잡고 말았다.
이런 말은 좀 그렇지만, 현재 이 서식지에 남은 신수들은 특별한 능력이 없어서 소환사들에게 선택받지 못한 아이들이었다.
다만…….
-먀망? 먕!
“으윽! 너무 귀여워서 심장이 아파……!”
귀여움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이들은 가장 흉악한 살상 무기를 지닌 신수들로 1위를 기록했을 게 분명했다!
어느새 내게 모여든 조그만 신수들은 전체적인 생김새가 꼭 슬라임처럼 동글동글했다.
하지만 고양이의 것 같은 뾰족한 분홍색 귀는 시종일관 쫑긋거리고 있었고, 등에는 자라다 만 듯한 날개 같은 게 아주 작게 돋아나 있었다.
그런 귀여운 것들이 열 마리 정도 옹기종기 모여 나를 올려다보고 있으니 심장에 아주 해로웠다.
“크흡, 할 수 없지. 오늘은 내가 진짜 바쁘지만 말이야, 너희가 클로비스 꽃을 나랑 같이 찾아주면 조금은 놀아줄게.”
-므양? 먀?
“너희, 클로비스 꽃이 뭔지 알지? 꼭 파란색 깃털같이 생긴 꽃이야. 너희들 날개에 있는 깃털하고 생긴 건 비슷한데, 색깔만 달라! 자, 한번 봐봐. 다들 확인했어?”
-먀앙?
“내가 오늘 그걸 하나 찾아서 들고 가야 하거든? 그러니까 지금부터 으쌰으쌰 힘을 합쳐서 같이 찾는 거야, 알았지?”
왠지 애들이 먕먕거리면서 고개만 갸웃거리는 게, 내 말을 제대로 알아듣기는 한 건지 긴가민가했다.
원래 길들여진 신수와 달리 야생의 신수들은 사람과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편이었다.
“자, 너희는 저쪽으로 가! 비슷한 걸 찾으면 날 부르거나 이쪽으로 물고 와.”
미적거리던 신수들이 드디어 나한테서 떨어져 내가 손짓한 곳으로 움직였다.
“휴, 이제는 집중할 수 있겠군.”
망나니 황녀님의 제멋대로 인생 계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