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cked Princess Plans for Her Life RAW novel - Chapter (185)
망나니 황녀님의 제멋대로 인생 계획-185화(185/207)
망나니 황녀님의 제멋대로 인생 계획
“신전에서 온 손님이 너무 말을 생각 없이 막 하는군. 자기가 보는 눈이 없어서 착각한 주제에 뭐가 어쩌고 어째? 지금 누구더러 황자답지 않다고?”
유클레드가 기분이 상한 듯이 싸늘하게 읊조렸다.
“1, 1황자님……. 아니에요! 저는 그런 게 아니라…….”
가짜 성녀 에스텔은 당황해서 어버버거리다가 유클레드의 말에 자신이 한 말실수를 깨달은 듯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에스텔이 노린 1황자비의 자리가 이전 회차 때보다 더 빨리 산새처럼 파닥파닥 날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뒤늦게라도 수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에스텔이 황급히 알렉시아에게 책임을 전가했다.
“저, 전 속은 거예요! 다 당신 때문이야……! 지난번에 봤을 때 분명 당신이 분명 1황자라고 그랬잖아요!”
“내가 언제 그런 말을 했지? 타마린느 언니, 내가 그랬어?”
“아니, 나도 그때 같이 있었는데 알렉시아는 그런 말 한 적 없어. 에스텔 양이 혼자 착각한 거지.”
물론 타마린느는 알렉시아의 편을 들었다.
에스텔은 붉으락푸르락한 얼굴로 이익, 하고 분한 듯이 씨근덕거렸다.
하지만 타마린느가 거짓말을 한 건 아니라 에스텔도 할 말이 없었다.
물론 알렉시아가 일부러 에스텔의 오해를 바로잡지 않고 그녀를 놀리긴 했으나, 자기 입으로 ‘나 1황자야!’ 라고 한 게 아닌 건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다른 방법을 사용해야겠다 싶었는지, 에스텔은 돌연 울먹이면서 두 손에 얼굴을 파묻었다.
“다들, 다들 저를 왜 이렇게 괴롭히시는 거예요……. 저는 그저 황궁 안에 계신 분들을 도와드리고 싶었을 뿐인데…….”
“우리가 도대체 언제 괴롭혔다는 거야?”
갑자기 훌쩍이는 에스텔을 다들 기가 막힌 표정으로 쳐다봤다.
“그보다 2황녀에게 삿된 기운이 달라붙었다니……. 뷔요른 공에 이은 악재구먼.”
그때, 루벨리오의 무사함(?)을 알게 되어 완전히 여유를 되찾은 쿤차가 가볍게 혀를 차며 지나가듯이 알렉시아를 약 올리는 소리를 했다.
“방금 저 신전에서 온 에스텔이라는 소녀가 말하기를, 2황녀가 간악한 것과 접촉했다고 하지 않았던가? 혹시 그게 이번에 아스트리움에 문제를 일으킨 뷔요른 공과 연관이 있는 건 아니겠지? 2황녀는 뷔요른 공의 손녀이니 최근에 따로 만났을 수도 있을 텐데……. 흐음.”
모두 까기 인형인 쿤차가 이번에는 2부군 요네스와 알렉시아의 가문인 뷔요른을 먹잇감으로 삼은 모양이었다.
주변 사람들도 그 말을 듣고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뷔, 뷔요른 공? 2황녀가 더글라스 뷔요른의 손녀라고?”
어째서인지 가짜 성녀 에스텔도 조금 전보다 더욱 당황했다.
쿤차의 말에, 에스텔을 보는 알렉시아의 눈빛이 한결 더 스산해졌다.
알렉시아가 냉랭한 미소를 머금으며 에스텔에게 말했다.
“에스텔 양이 나를 이렇게까지 염려하고 생각해 주다니……. 이것 참 고맙기도 하지.”
물론 에스텔을 지그시 내려다보는 알렉시아의 눈빛에는 전혀 고마움이 담겨 있지 않았다.
“방금 에스텔 양이 한 말이 사실이라면, 덕분에 원인 모를 사악한 힘으로부터 구명받은 셈이니 에스텔 양은 내 은인이나 마찬가지일 테고, 정화를 위해 우리는 앞으로 아주 오랫동안 가까이에 붙어 있어야 하겠네? 그럼 우리는 어쩌면 아주 친밀해질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
눈치가 빠른 알렉시아는 에스텔이 진짜 순수한 마음으로 이런 짓을 벌인 게 아니라는 걸 알아차린 것 같았다.
“에스텔 양이 이렇게 귀엽고 나를 위해 주기까지 하니, 만약 내가 진짜 유클레드 오빠라면 에스텔 양에게 특별한 감정을 품을 수도 있겠는데.”
“뭐? 무슨 헛소리야? 난 얘가 그러거나 말거나 절대 그럴 일 없거든?”
이미 감정이 상해 있던 유클레드는 단호하게 부정했지만, 주변에 있던 다른 사람들은 묘한 의미가 내포된 알렉시아의 말에 문득 의혹이 생긴 모양이었다.
기묘한 시선이 다시 한번 에스텔에게 집중되었다.
에스텔은 그동안 알렉시아의 친절한 모습만 보다가 갑자기 냉탕에 빠진 분위기에 깜짝 놀라서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눈치채지 못한 듯했다.
“그런데 말이야, 에스텔 양.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게 좋지 않겠어?”
“예, 예?”
“날 유클레드 오빠로 착각한 것처럼 나한테 깃든 그 삿된 기운인지 뭔지도 헷갈린 걸 수도 있잖아? 아니면 정말 이대로 24시간 내내 나하고 계속 붙어 있어야겠어? 정말 그걸 원해?”
알렉시아가 은근한 목소리로 에스텔을 압박했다.
“뭐, 나야 나쁘진 않긴 한데. 에스텔 양이 정 원하면 아예 황궁에 머무는 동안 2황녀궁의 빈방을 빌려줄 테니까, 아무 데도 가지 말고 나하고만 같이 있는 것도 괜찮겠지.”
물론 알렉시아가 1황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이상, 그것은 절대로 에스텔이 원하는 방향이 아니었다.
“그, 그러고 보니 지금 저와 붙어 있는 동안 2황녀님 안에 있는 사악한 기운이 충분히 정화된 것 같기도 하고…….”
“제대로 본 거 맞아? 성녀라면서 뭐 이렇게 말이 오락가락해?”
유클레드가 에스텔의 줏대 없는 태도를 보고 빈정거렸다.
“에스텔 양, 확실히 말해주게. 정화가 된 건가, 안 된 건가?”
“그게…….”
테드릭도 에스텔에게 대답을 독촉하고, 곳곳에서 의구심 어린 시선들이 날아왔다.
에스텔은 당황해서 더욱이 말을 쉽게 잇지 못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머리를 붙잡고 휘청거렸다.
“아아, 무리했더니 갑자기 현기증이…….”
조금 전에 그랬던 것처럼 에스텔이 쓰러졌다.
물론 이번에는 알렉시아가 아니라 뒤에 있는 궁인에게 몸을 날렸다.
이번에도 몹시 가냘픈 모습이었으나, 당연히 사람들의 반응은 아까보다 뜨뜻미지근했다.
테드릭이 미간을 찌푸리며 상황을 정리하려고 했다.
“일단 에스텔 양을 위스테리아 궁으로 옮기고 황궁 의원, 아니, 마리벨 신관이나 모르페우스 신관을…….”
“우리 궁이 제일 가까우니까 일단 거기로 옮기는 게 어때요?”
그때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던 내가 끼어들었다.
다들 내 말이 의외인지 휘둥그렇게 뜬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특히 아까부터 에스텔을 몹시도 탐탁지 않은 눈으로 쳐다보던 유클레드는 깜짝 놀라 나를 말렸다.
“뭐? 너희 궁에? 뭐 하러 그래? 보니까 저 성녀인지 나발인지 하는 애는 별로 아프지도 않은 것 같은데, 그냥 위스테리아 궁으로 데려가라고 해.”
나는 기절한 척 눈을 감은 에스텔이 유클레드의 냉소적인 말에 주먹을 파르르 떠는 걸 목격했다.
“괜찮아, 어차피 곧 모르페우스 신관님이 정기 진료 차원에서 우리 궁에 들르실 시간이거든. 위스테리아 궁은 멀기도 하니까, 신관님이 두 번 오갈 필요 없이 겸사겸사 같이 봐달라고 하는 편이 낫잖아.”
물론 모르페우스는 아까 내가 외출하기 전에 이미 우리 아버지를 보고 떠난 뒤였다.
하지만 입술에 침도 바르지 않고 천연덕스럽게 거짓말했다.
“그래, 그렇게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아스포델이 생각이 깊구나.”
테드릭은 괜찮은 의견이라고 생각했는지, 궁인들에게 에스텔을 업게 했다.
“아스포델, 나도 같이 가도 돼? 아까 레예스랑 같이 어마마마하고 출궁했다고 들어서 무슨 일인지 궁금했는데.”
“지금은 좀 그렇고, 이따가 내가 오빠 궁에 놀러 갈게. 그건 그때 얘기하자.”
유클레드는 마지 못한 얼굴로 내 말에 수긍했다.
평소라면 좀 더 우겼을 텐데, 우리 아버지 때문에 요즘 내가 심란한 거라고 생각해서 그냥 순순히 물러난 것 같았다.
그렇게 가짜 성녀 에스텔은 우리 궁으로 옮겨졌다.
[아이야, 내 말대로 가짜 성녀를 처리하려고 데려왔구나. 잘하였다!]나는 여전히 눈을 꼭 감고 의식이 없는 척하고 있는 에스텔을 가만히 내려다봤다.
마가렛을 포함한 궁인들은 갑작스러운 손님에 바삐 움직이느라 잠깐 자리를 비우고 없었다.
그때 데메테아 해파리가 열린 문 안으로 하늘하늘 내게 다가왔다. 족제비들과 앤디미온도 함께였다.
[아구구, 삭신이야. 꼬마 주인 손바닥 크기만 한 게 왜 이렇게 무거워?] [무려 신의 영혼을 담은 그릇인데 당연한 것 아니겠느냐? 잠시나마 여신님의 애마로 간택받은 걸 영광으로 여겨라!]보아하니 데메테아 혼자 내 방에서 여기까지 이동해 오는 게 어려워서 족제비들의 등을 타고 옮겨진 것 같았다.
그런데 그 순간, 갑자기 조용히 누워 있던 가짜 성녀의 몸이 크게 움찔거렸다.
“으, 으음…….”
방에 있는 생물체들의 시선이 닿자, 에스텔이 자연스럽게 잠결에 몸을 뒤척이는 척하며 작게 신음했다.
[아이야, 곧 사람들이 올 테니 시간이 없다. 어서 실행하거라!]데메테아 해파리가 여전히 온화하고 자애로우나, 어딘가 거부하기 어려운 부추기는 듯한 어투로 나를 재촉했다.
나는 조금 전보다 몸이 굳은 것처럼 보이는 에스텔을 보며 손을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