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cked Princess Plans for Her Life RAW novel - Chapter (2)
망나니 황녀님의 제멋대로 인생 계획-2화(2/207)
[지금까지 <황녀 아스포델>을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여러분의 애정으로 무사히 이야기를 끝마치게 되었어요.
사실 이 소설은 육아물의 틀을 비틀고 싶어 시작한 소설입니다.
모두가 행복하게 웃으며 끝나는 동화 같은 이야기는 현실에 없으니까요.
아스포델과 다른 등장인물들의 여정은 여기서 끝났지만, 그들의 삶은 여러분의 마음속에 오래오래 기억되기를 바랍니다.
지금까지 <황녀 아스포델>을 애독해 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이게 말인가, 방귀인가.
아니, 누가 팍팍한 현실을 소설에서도 느끼고 싶어 하나요?
애초에 클리셰가 왜 클리셰인데!
육아물 하면 해피엔딩!
로맨스 판타지 하면 해피엔딩!
중간에 아무리 역경이 많아도 결말만큼은 해피엔딩!
이건 장르 판에 거의 약속된 법칙 아니었나요?
더군다나 표지도 이렇게 상큼 발랄한 걸 걸어놓고, 작품 소개랑 키워드 어디에도 피폐물의 ‘피’ 자도 없었는데?
내가 이런 결말을 보려고 매달 캐시를 쏟으며 덕질했나, 억울하고 원통하다!
원래 돌아선 팬이 가장 무섭다고 했던가.
나처럼 배신감을 느낀 사람이 많았는지, 어제의 팬이 오늘의 악플러가 되어 연재 창에 등판하기 시작했다.
그 한 명이 바로 나였다.
-여러분, 이 소설 돈 낭비 시간 낭비니까 절대 읽지 마세요. 용두사망 끝판왕입니다!
-진짜 캐시 아깝다. 요즘 개나 소나 작가를 하니까 이런 게 연재되지.
-결말 궁금하신 분은 스포니까 아래 대댓으로 확인하세요.
아, 내가 왜 그랬을까…….
주량도 똥인 주제에 열 받아서 깡소주를 마신 뒤라 눈에 보이는 게 없었던 걸까?
내가 그 소설에 빙의할 줄 알았다면 절대 안 그랬을 텐데.
-진짜 최악의 소설. 내가 써도 이거보단 낫겠다.
소설의 댓글란에서 나와 같은 심정을 가진 동지들과 작품에 대한 건실한 비판 의견을 열심히 적고 있을 때, 문득 이상한 목소리가 내 머릿속에 울렸다.
-그렇게 자신 있으면 기회를 줄게. 어디 한번 네가 직접 해봐.
“엥?”
어어…….
의문을 느낄 새도 없이 갑자기 눈앞이 흐려지며 의식이 끊어졌다.
그리고 다시 눈을 뜨자…….
“아스포델 황녀님! 다섯 번째 탄신일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헐?”
작가의 저주라도 받았는지, 나는 <황녀 아스포델> 속 여주인공이 되어 있었다.
* * *
당연히 처음에는 진짜 소설 속에 들어갔다고는 추호도 생각하지 못했다.
난 내가 너무 소설에 심취한 나머지 드디어 꿈까지 꾸는 줄 알았다.
하지만 날이 바뀌고 달이 바뀌고, 계절이 바뀌어도 꿈에서 깨어나는 일은 없었다.
사람들은 모두 나를 ‘아스포델’이라 불렀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났을 때쯤에는 나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진짜 이 소설 속 여주인공인 3황녀 아스포델의 몸에 들어와 버렸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래도 현실 부정기를 끝낸 뒤부터는 나름대로 이곳에서 적응하려고 노력했다.
이게 진짜 작가의 저주인지 뭔지는 모르겠으나, 혹시 해피엔딩을 보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게 아닐까?
마지막에 들었던 그 재수 없는 목소리가 그랬잖아.
자신 있으면 기회를 줄 테니 한 번 해보라고.
나로서는 별다른 방법이 없으니 일단 시도해 보는 수밖에 없었다.
그나저나 다섯 살이라. 육아물을 시작하기에 딱 좋은 나이지, 암.
그나마 젖먹이 애기 때부터 시작하지 않는 게 어디냐?
게다가 솔직히, 약간의 설렘의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비록 후반부를 말아먹긴 했어도 <황녀 아스포델>은 질리도록 읽어 내용을 거의 외우고 있을 정도로 가장 좋아하는 소설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내가 주인공이 되어서 직접 그 인생을 살아볼 수 있다니!
뭘 모르면 용감하다고, 그땐 한참 의욕이 넘쳐서 나라면 이 이야기의 행복한 결말을 꼭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에 심취해 있었다.
하지만 육아물 여주인공 역할은 만만치 않았다.
생각해 봐라…….
멀쩡한 성인이 귀엽고 깜찍한 다섯 살 여자애의 몸에 들어갔다고 해서 바로 그 나이처럼 행동할 수 있을지.
게다가 소설에서 아스포델은 살짝 눈치가 없고 발랄한 게 매력인 귀여운 햇살 여주인공이었는데, 여기서부터 장벽이 너무 컸다.
‘내, 내가 햇살이라니……! 햇살이라니!’
젠장, 나랑 상성이 안 맞아도 너무 안 맞잖아.
앞으로의 전개와 대사를 꿰고 있으면 뭐 하나요?
똑같이 따라 할 수가 없는데!
본래의 모습이 삶에 찌든 어른이다 보니, 소설에서 본 아스포델처럼 주변에 자연스러운 귀염뽀짝함을 널리 전파하는 건 애초부터 무리였다.
그래도 안정적인 해피엔딩을 위해 최대한 소설대로 흐름을 따라가려 노력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말해, 내 현실은 소설보다 더한 시궁창이 되었다.
일단 소설의 주요 인물들과 호감도 쌓기에 장렬히 실패한 영향이 컸다.
“넌 늘 가면을 쓰고 있는 느낌이야. 정작 너부터도 진심을 내보이지 않으면서, 그런 가짜 호의로 상대방의 마음을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건가? 그런 헛된 기대는 버려.”
나한테 휘감기는 대신 내 멘탈을 휘갈긴 오라버니의 말에 뼈를 맞아 속이 다 아팠다.
하긴. 내가 생각해도 해맑고 착한 아스포델의 포지션은 나한테 어울리지 않았으니까…….
게다가 소설 전개를 따라간답시고 억지로 친한 척을 해댔으니, 오히려 거기에 호감을 느끼는 사람의 취향을 의심해야 했을 것이다.
그런 이유로, 여주인공의 말이라면 철석같이 믿고 따라야 할 주변 인물들이 비협조적이었다.
물론 요즘은 수동적인 무능 민폐 주인공이 인기를 얻지 못하는 시대라, 아스포델이 버프로 가지고 있는 특수한 힘도 마냥 약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게 여주 무쌍물도 아니고, 나 혼자 모든 걸 다 케어하는 건 어려웠다.
그래서 중간중간 시기적절하게 악역들을 저지하지 못한 탓에, 소설 속 세상에는 예정보다 일찍 파국이 찾아왔다.
내 나이 17살 때, 결국 나는 물 만난 고기처럼 설치는 악역들과 마수들의 침공을 막지 못해 죽었다.
전생에 내가 한참 욕했던 소설의 엔딩은커녕, 그 근처에 가지도 못한 처참한 결말이었다.
죽음을 맞이하며 땅을 치고 후회했다.
‘아,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어쭙잖게 여주인공 흉내 내면서 소설 전개를 따라가느라 괜히 시간 낭비하지 말걸.’
가족물 좀 찍어보겠다고 여기저기 찔러볼 시간에 힘이나 더 키워서 악역들부터 때려잡았으면 이렇게 참혹한 꼴로 죽지는 않았을 텐데.
나한테 한결같이 무심하기만 하던 황제 어머님.
소설에서 아스포델에게 은근히 물렁했던 모습만 생각하고 접근했다가 무서워서 진짜 죽는 줄 알았지.
눈빛만 봐도 오금이 저린다는 게 뭔지 톡톡히 알았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탓에 나더러 가식적이라며 거부감을 표하고 외면하던 언니, 오빠들.
고얀 것들, 내가 소설로 읽을 때 저들을 얼마나 좋아했는데 어떻게 나한테 그렇게 냉담하게 굴 수 있어?
그나마 애정 결핍이었던 남동생은 진입 장벽이 낮아 다른 놈들보다 사이가 괜찮았지만, 소설에 비하면 이도 저도 아닌 어중간한 느낌이었다.
그래서인지 요즘 최종 악역하고 가까이 지내는 듯한 낌새가 좀 있는 것 같았는데, 결국 마수 침공이 먼저 일어나서 녀석의 흑화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다.
거기다 남주인공에게도 그럴듯한 플래그 하나 꽂지 못했으니, 이번 생은 망해도 단단히 망했다고 할 수 있었다.
처음부터 딸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아버님만이 짧은 생애 동안 내 유일한 버팀목이 되어줬다.
하지만 그는 마수의 침공에서 딸내미를 살리겠다고 애쓰다가 소설에서처럼 나보다 이른 죽음을 맞았다.
그래도 그동안 정이 들었다고, 마음이 아프고 슬펐다.
정말 이대로 전부 다 끝인가?
해피엔딩을 맞지 못해도 난 다시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는 걸까?
아니면…… 혹시 이대로 정말 죽는 거야?
결말이 이따위로 났는데 이 세계의 사람들은 이제 어떻게 되는 거지?
파앗!
바로 그때 뿌연 눈앞에 황금색 글씨가 떠올랐다.
-회귀물을 찍을 게 아니고서야 납득되지 않는 개노답 전개.
-진짜 웬만하면 이런 소리 안 하려고 했는데 차라리 작가 교체해서 시즌 2는 회귀물로 써줬으면 좋겠다. 존잼일 것 같은데.
예전에 내가 소설에 썼던 댓글이었다.
머릿속에 또 예전에 들었던 묘한 목소리가 울렸다.
-한 번 더 기회를 주지. 이번에도 실패하면 그땐 진짜 죽는 거야.
* * *
“아스포델 황녀님! 다섯 번째 탄신일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그렇게 나는 첫 스타트 라인으로 다시 돌아왔다.
망나니 황녀님의 제멋대로 인생 계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