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cked Princess Plans for Her Life RAW novel - Chapter (22)
망나니 황녀님의 제멋대로 인생 계획-22화(22/207)
“왜 다 나한테 줘? 넌 안 먹어?”
“난 안 먹어도 돼.”
“이거 네가 좋아하는 거 아니야?”
“응, 그래서 주는 거야. 이거 원래 아무한테나 주는 거 아니다?”
물론 거짓말이었다.
요즘 나는 설탕 지옥에 빠져 있었다.
일전에 들은 2황자의 말처럼 요즘 황궁 안에 나에 대한 껄끄러운 소문이 번지면서 마가렛의 사랑이 과해진 탓이었다.
그래서 이 설탕 폭탄 과자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물론 지난 회차들에서도 마가렛의 애정이 간식에 든 설탕의 양과 비례했던 건 마찬가지였긴 한데, 이번엔 유독 심했다.
‘혹시 뽈뽈거리며 돌아다니다가 2황자 놈을 만나 면전에서 안 좋은 말을 들은 건 이번이 처음이라 그런가?’
내심 아버지가 말려주길 바랐지만 그도 마가렛과 비슷한 심정인지, 오히려 나한테 과자를 밀어주며 많이 먹으란 소리만 했다.
어쨌든, 그래서 사실은 오늘 1황자가 왔을 때 좀 반가웠다.
그는 여전히 어색한 동작으로 앞에 있는 과자를 하나 집어 맛봤다.
난 볼이 납작하게 눌리도록 손에 얼굴을 괸 채 그 모습을 시큰둥하게 감상했다.
녀석, 그래도 황자라고 우아하게도 먹네.
유클레드는 사실 단 과자를 좋아했지만, 황실의 장자라는 자각 때문에 괜히 어른스러운 척하느라 설탕이 없는 과자를 가까이하고 있었다.
음료도 달콤한 것 대신 벌써부터 쓴 홍차를 주로 마신다고 들었다.
그러니 아닌 척해도 내심 오늘 내가 준 간식들이 반가울 거다.
‘물론 이 녀석을 위해 내 간식을 준 건 절대 아니지만.’
난 과자를 음미하듯이 천천히 씹어 먹는 1황자를 보며 잠깐 옛 생각에 빠졌다.
지금 와서는 되게 옛날 일 같지만, 소설로 볼 때 난 이 녀석을 참 좋아했는데.
빙의 1회차 때 내 멘탈을 휘갈기지만 않았으면 계속 마음 한구석에 품고 살았을지도…….
“……맛있네.”
“오, 그렇지?”
그러다 녀석이 작게 내뱉은 말에 ‘드디어 계획대로 낚였구나!’ 싶어 나도 모르게 반색했다.
“이거 다 줄게, 여기 있는 거 전부 다 먹어!”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지.
나는 열정적으로 접시를 1황자 가까이에 밀어줬다.
순간 멈칫하던 그의 얼굴이 금방 차갑게 굳었다.
1황자는 입안에 든 걸 꿀꺽 삼키고 냉담한 어조로 말했다.
“아니, 지금은 그냥 예의상 말했을 뿐, 나는 단 과자를 별로 좋아하지 않…….”
“뭔 소리야, 좋아하잖아?”
뭐여, 이놈이 어디서 사기를 치려고 해?
“사실 좋아하는 거 다 알아. 나한테까지 거짓말 안 해두 돼.”
다섯 살짜리 애 앞에서까지 내숭 떨어봤자 뭐 하니?
그리고 네가 이런 식으로 시치미 떼면 내 과자를 처리해 줄 사람이 없단 말이다!
내 단호한 얼굴을 본 1황자는 당황스러운 듯 두 눈이 약간 흔들렸다.
“거짓말이 아니라…….”
“아우, 그래그래. 그럼 그런 걸루 치고. 이거 남기면 우리 궁정 요리사가 슬퍼할 거야. 자, 그러니까 말할 시간에 이거나 더 먹어.”
“읍!”
더 실랑이하기도 귀찮아서 대충 응수한 뒤 과자를 직접 입에 물려줬다.
엉겁결에 나한테 또 단 과자를 받아먹게 된 1황자 놈의 시선이 또 흔들렸다.
다행히 녀석은 과자를 뱉거나 포악하게 성질을 부리지 않았다.
잠깐 굳어 있던 그의 턱이 마침내 천천히 움직였다.
잠시 후, 내가 먹인 과자를 모두 씹어 삼킨 1황자가 답지 않게 약간 어물거리며 말했다.
“네, 네가 그렇게까지 말하니까 먹어주는 거야.”
“하유, 그래.”
“나만 주지 말고 너도 먹어.”
“난 됐다니까.”
1황자의 말을 무시하고 그의 얼굴을 또 유심히 살폈다.
1황자는 내 시선을 받고 움찔하다가 이내 고개를 숙이고 우적우적 과자만 씹어 먹었다.
과자가 정말 입에 맞는지, 왠지 점점 더 손이 빨라지는 것 같았다.
그걸 보니 왠지 가망이 있는 듯해서 난 그에게 넌지시 권유했다.
“있잖아, 앞으로 여기 가끔 간식 먹으러 올래?”
“뭐?”
“올 때마다 내 과자 전부 다 줄게. 그러니까 가끔 와서 과자 먹고 가라.”
너, 내 과자 셔틀이 돼라!
아니지, 이 경우는 내 과자를 주는 거니까 내가 저 녀석의 과자 셔틀이 되어주는 건가?
아무튼 그딴 건 상관없고.
내가 이 녀석하고 자주 얼굴 보기를 바라는 날이 또 올 줄은 몰랐지만 지금은 정말 진심이었다.
내가 마가렛을 좋아하긴 하지만, 솔직히 한계가 오고 있다고.
오죽하면 내 간식을 나눠 먹던 피오랑 키노도 이제 마가렛의 과자에는 손도 안 대려고 할까.
그래서인지 나도 모르게 1황자를 좀 필사적인 눈으로 쳐다봤던 것 같기도 하다.
“와서 귀찮게 나랑 얘기 같은 거 안 해도 돼. 진짜 그냥 와서 과자만 먹고 가.”
너도 좋고, 나도 좋고. 꿩 먹고 알 먹고.
하지만 이런 꼬맹이의 대화 상대가 되어주는 건 사절이었다.
얘랑 내가 딱히 사이좋게 둘러앉아 하하 호호 웃고 떠들 사이도 아니고, 나도 그건 귀찮으니까 말이다.
“너…….”
그런데 어째서일까?
내 말을 들은 1황자의 눈이 갑자기 지금까지와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요동쳤다.
그가 갑자기 조금 전처럼 고개를 푹 숙였다.
“하, 지난번부터 설마 싶긴 했는데, 진짜 그런 거였어……?”
뒤이어 손을 들어 마른세수를 하듯이 얼굴을 쓸어내린 1황자의 입에서 깊이 탄식하는 소리가 내뱉어졌다.
갑자기 녀석에게서 우수에 젖은 분위기가 흘러나왔다.
엥, 뭐야?
이놈이 왜 갑자기 분위기를 잡는 거지?
“난 너한테 평소에 잘해준 것도 없는데…….”
그 이유는 1황자가 혼자 심취해서 중얼거리는 소리를 듣고 알 수 있었다.
“도대체 언제부터 날 그렇게 좋아했던 거지?”
나는 과자를 먹던 손까지 멈추고 1황자를 멍하니 쳐다봤다.
지, 지금 내 귀가 잘못됐나……?
이놈이 지금 무슨 소리를 하고 있다냐?
“이번 네 생일 연회 때도 난 축하는커녕 못된 소리나 했었는데……. 그런데 넌 그때도 몸 던져 나를 구해 줬지.”
아니, 그래. 뭐, 순수한 의도는 아니었지만 어쨌든 구해준 건 사실이니 많이 봐줘서 그건 그렇다고 쳐도.
“지난번에 굳이 나랑 같이 밖에 나가고 싶어 했을 때도 알아봐야 했어. 나랑 단둘이 있고 싶다고 일부러 다른 궁인들을 따돌리지를 않나, 마음대로 내 손을 붙잡고 업어달라고 떼쓰지를 않나.”
어버버, 어버버.
난 너무 황당해서 입만 뻐끔거릴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날 위해서 내가 남들 몰래 좋아하고 있던 과자까지 알아내 먹으라고 주고…….”
저, 저기요?
이보세요?
“거기에 더해 나랑 친해지고 싶어서 이렇게까지 간절하게 놀러 오라고 몇 번이나 사정을 하다니…….”
야, 야. 너 지금 그거 완전 착각이시거든요?
그것도 엄청난 대착각이거든요?
“난 네가 그렇게 날 좋아하는 줄도 모르고.”
하지만 1황자는 이미 도취 상태에 빠져 얼이 빠진 내 얼굴을 보지도 못하는 것 같았다.
잠시 후, 가까스로 진정한 듯한 1황자가 다시 고개를 들고 날 보며 말했다.
“그래……. 수업을 받느라 많이 바쁘긴 하지만 가끔은 시간 내서 오도록 하지.”
그의 얼굴은 언제 착각에 심취해 생쇼를 했냐는 양 본래의 어른스러운 척하는 낯으로 돌아가 있었다.
“네 말처럼 같이 과자를 먹으면서 대화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너랑 얘기하는 거, 그렇게 귀찮진 않으니까 걱정할 필요 없어.”
그런데 금발 사이로 언뜻 드러난 녀석의 귀가 약간 붉었다.
나는 넋이 빠져서 1황자를 멀거니 쳐다봤다.
‘이, 이 자식. 지금 쑥스러워하는 거야?’
냉기가 뚝뚝 떨어지게 생긴 주제에 부끄러운 일이 생길 때마다 남몰래 귀를 붉히는 건 1황자의 공식 설정이었다.
그런데 1회차 빙의 때 내가 온갖 귀여운 척, 친한 척을 다 하며 공략해도 꿈쩍도 안 했던 놈이 지금 혼자 착각해서 이러는 꼴을 보니 어이가 없었다.
‘아니, 내가 뭘 했다고 이래? 과자 먹고 가라는 말이 그렇게 수줍어할 일인가? 야, 너 그렇게 쉬운 놈 아니었잖아? 아니면 너한테 과자를 먹이려는 내 절박함이 그리도 진실해 보이더냐? 예전에도 사람의 진실성이 어쩌구 하면서 겁나 집요하게 따지더니.’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1황자는 수줍게 내 앞으로 크림 덩어리 과자를 밀어줬다.
“자, 그러니까 이 과자는 너도 같이 먹어.”
나는 하도 기가 막혀서 뭐라 말도 하지 못하고 어버버거리다가, 결국 1황자 놈의 오해를 풀지 못한 채 그를 떠나보내야만 했다.
* * *
“허참.”
난 벌써 열 번도 넘게 기가 찬 헛웃음을 내뱉었다.
1황자 유클레드가 우리 궁에 다녀간 이후로 난 계속 이런 상태였다.
아무리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어이가 없었다.
과자 접시를 나한테 밀어주며 수줍게 웃던 1황자 놈의 그 말랑한 얼굴이 자꾸 눈앞에 어른거렸다.
‘허……. 안 어울리게 진짜.’
물론 이번 생에 들어 갑자기 나한테 호의적으로 다가온 사람은 1황자만이 아니었다.
얼마 전 라 벨리카 어머니도 갑자기 나한테 마수 선물을 줬었지.
하지만 둘은 결정적인 차이가 있었다.
‘그나마 어머님은 이전 회차들에서도 나한테 한결같이 무심했을지언정 1황자 놈처럼 날 볼 때마다 질색한 적은 없었다고.’
반면 1황자는 내가 가식적이라며 경멸까지 했었단 말이다.
‘그러니 내가 지금 어이가 있겠냐, 없겠냐?’
그래도 둘 다 똑같이 나한테 거리를 두던 사람들인데 내가 좀 편파적인 것 같다고?
씨, 뭐 어때. 난 원래 여자한테 더 관대해!
망나니 황녀님의 제멋대로 인생 계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