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cked Princess Plans for Her Life RAW novel - Chapter (29)
망나니 황녀님의 제멋대로 인생 계획-29화(29/207)
쿠르릉!
그 순간 마른하늘에서 날벼락이 치는 것 같은 환청이 들렸다.
“뭐, 뭐라고?”
“무, 무슨…….”
1황자가 엄청나게 충격받은 얼굴을 했다.
2황자도 굉장히 충격받은 얼굴을 했다.
“그러니까 자꾸 귀찮게 찾아오지 마. 너랑 노느니 이제 얘랑 놀 거니까!”
난 아예 쐐기를 박았다.
그러자 1황자가 정신적 충격을 감당하기 어려운 듯이 비틀거렸다.
“너…… 아까도 나 말고 다른 사람이랑 같이 간식을 나눠 먹더니……. 분명 나한테만 과자를 준다고 했으면서 어떻게…….”
“그 과자, 이제 얘한테 줄 거야!”
“나한테 언제든 괜찮으니 놀러 오라고……. 분명 네가 먼저 그랬으면서…….”
“바보야, 그거 내가 취소한댔잖아!”
쿠르르릉!
어디선가 또다시 비구름을 단 천둥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1황자는 한결 창백해진 얼굴로 말까지 더듬으며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나를 쳐다보았다.
“너, 넌…… 어떻게 그렇게 마음이 쉽게 바뀔 수가 있어?”
꼭 ‘어떻게 사랑이 그렇게 쉽게 변하니!’ 같은 유치한 대사였다.
2황자는 그저 이 모든 상황이 기가 막힌 듯,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어버버리기만 했다.
불현듯 1황자의 상처 입은 맹수 같은 거친 눈빛이 2황자 루벨리오에게 날아가 박혔다.
2황자가 맹수의 꼬리를 밟은 초식 동물처럼 몸을 파르르 떨었다.
“유, 유클레드 형님? 왜 절 그런 눈으로 보세요?”
“너, 내가 모르는 사이에 언제 그렇게 아스포델과 가까운 사이가 된 거지?”
“네, 네에에? 아니, 그게 무슨…….”
2황자가 또다시 어버버거리는 동안 1황자는 또 상처 입은 맹수 같은 모습으로 비틀거리며 뒤돌아 고독하게 자리를 떠났다.
“이, 이게 뭐야?”
그 모습을 얼빠진 얼굴로 바라보던 2황자는 꼭 자다가 뺨 맞은 사람처럼 헛숨을 들이켰다.
“지금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이야?”
그는 꽁지에 불붙은 망아지처럼 팔짝 뛰며 나를 돌아봤다.
“너, 너, 너 때문에 유클레드 형님이 날 저렇게 싸늘한 눈으로! 그리고 아까 그 말은 또 뭐야? 네, 네가 나를, 나를 조, 조, 좋아한……!”
“에휴, 피곤하게 깊이 생각하지 말어.”
나도 마침 목적을 이룬 참이었기에 잡고 있던 2황자의 옷자락을 냉큼 놨다.
에구, 피곤해. 마가렛이 신수 둥지에 있으니까 일단 다시 돌아가야지.
그래도 도움을 받은 건 사실이기에 떠나기 전 인사 정도는 해주었다.
“그래, 루벨리오야. 만나서 반가웠고, 또 보진 말자.”
“뭐야, 어디 가! 이러고 그냥 간다고? 야, 야……! 너 다시 이리 안 와?”
뒤에서 2황자가 날 필사적으로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흘려들었다.
오늘도 참 파란만장한 하루다.
Chapter 10
귀여운 작은 신수를 건드리면 주옥 되는 거야
그 후로 한동안은 1황자가 내 앞에 코빼기도 보이지 않아서 속이 다 시원했다.
‘진작 이랬어야 하는 건데.’
나도 모르게 마음이 좀 약해져 있던 건지, 그동안 1황자에게 생각보다 매몰차게 대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 난 달라질 거다.
이 망할 피폐 육아물 세상에서 강하고 냉정한 한 마리의 우아한 암사자 같은 황녀가 될 거라고.
가뜩이나 할 일도 많아서 머리 빠개지는데, 쓸데없는 감정 소모이나 하고 있을 시간은 없단 말이다.
“있잖아, 조슈아.”
“예, 황녀님.”
우선 지금 당장의 최우선순위는 이 미래 테이머 친구를 자신감 뿜뿜하게 각성시키는 것이었다.
“혹시 누가 괴롭히면 있잖아, 주먹을 이렇게 말아 쥐고 요기 있지? 요 배 부분을 치거나 콧잔등을 때려 버리는 거야.”
현재 나는 조슈아에게 호신술을 가르치고 있었다.
“아니면 팔꿈치를 이렇게 들어서 이렇게……. 다리랑 발을 쓰는 방법두 있는데, 그건 말이야…….”
내가 계속 신수 둥지에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조슈아의 일거수일투족을 직접 확인할 수는 없었다.
그를 괴롭히는 사람들이 언제 어디서, 어느 수준으로 행동할지도 모르겠고.
“망설이지 말고 세게! 빠르게!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쏜다! 알겠지?”
그래서 일단은 조슈아의 자신감도 북돋아줄 겸,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몸을 지킬 수 있도록 호신술을 열심히 사사해 주고 있었다.
“화, 황족분들께서는 이렇게 어린 나이부터 호신술을 배우시나 보군요. 역시 황녀님이십니다.”
“아냐, 조슈아한테 알려주려고 배워 온 거야.”
“앗, 정말인가요? 황녀님……!”
조슈아가 나한테 감동 먹은 얼굴을 했다.
이 쉬운 남자.
하지만 쉬운 남자라 마음에 든다!
1회차 때는 애가 다 자랐을 때 접근해서 그런지 아주 철벽을 치더니만.
“자, 그러니까 날 따라 해봐. 주먹을 이렇게…….”
“이, 이렇게요?”
조슈아는 몸치답게 엉성하게 팔다리를 하느작거리며 시키는 대로 날 따라 했다.
그는 내심 자신이 이런 걸 실제로 쓸 일이 있겠냐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내가 알려준 호신술을 써먹을 기회는 생각보다 일찍 찾아왔다.
* * *
‘으, 뭐야……. 나 가위눌린 건가?’
그날은 밤에 멀쩡히 잠을 자다가 어느 순간부터 몸이 무거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가위라도 눌린 줄 알고 끙끙거리면서 몸을 움직이려 노력했다.
하지만 가위가 괜히 가위겠는가.
아무리 용을 써도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어려웠다.
“꿍!”
“꾸웅!”
“꺙!”
사방에서 꿍꿍깡깡거리는 소리가 메아리처럼 울렸다.
뭐야, 요즘 귀신은 저렇게 이상하게 우나?
“끼아아앙!”
그러다 나는 퍼뜩 이게 신수들의 울음소리라는 걸 깨달았다.
“헉?”
그 순간, 눈을 번쩍 떴다.
그러자 내 주변에 포진한 번뜩이는 눈동자들이……!
“으악! 뭐, 뭐야!”
화들짝 놀라서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언제 가위에 눌렸냐는 듯 몸이 쉽게 움직였다.
내 몸 위에 올라와 있던 새끼 신수들이 내가 눈을 뜬 것을 보고 물러났기 때문이다.
피오와 키노도 끼긱거리며 울고 있었다.
신수들과 같이 날 깨우려고 한 건지, 아니면 신수들에게서 날 지켜주려고 하다가 실패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두 족제비도 하얀 솜뭉치들 사이에 껴서 시끄러운 울음에 한 몫 보태는 중이었다.
“신수들? 너희가 여긴 어쩐 일이야?”
더군다나 이런 야심한 시간에 말이다.
“끼야아앙!”
신수들이 무언가를 호소하듯이 하모니를 이루며 또 울어댔다.
그중 몇 마리는 내 잠옷을 입에 물고 잡아당겼다.
“뭐? 같이 어딜 가자는 거야?”
“꺙!”
“잠깐……. 설마 조슈아한테 무슨 일 생겼어?”
“낑! 끼잉!”
문득 미심쩍은 마음이 들어 물었더니, 신수들이 열렬히 반응했다.
아무래도 심상치 않은 일인 듯 싶어서 서둘러 방을 나섰다.
복도는 아주 조용했다.
가끔 순찰을 도는 기사들도 있었지만, 신수들이 이끄는 대로 움직이자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궁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다행히 신수들의 침입을 눈치챈 사람도 없는 것 같았다.
신수는 적의나 살의는커녕 신성한 기운을 가진데다가 몸집도 작은 녀석들이니, 눈에 띄지 않고 여기까지 들어오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을 거다.
작은 기척도 귀신같이 알아차리는 아버지도 지금은 궁에 없었다.
이 야심한 시각에 어디를 갔냐고?
음, 그러니까 어머니 궁에, 으큼……. 자세한 건 묻지 마라.
거 한창때인 젊은 부부가 밤에 좀 만나서 달도 보고 별도 보고, 다른 것도 하고……. 그럴 수도 있지!
아무튼 그래서 난 무사히 신수 둥지가 있는 곳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위험에 처한 조슈아를 발견했다.
* * *
‘오메, 저게 무슨 상황이여?’
“지, 지금이라도 그만두세요.”
조슈아가 있는 곳은 창고로 보이는 장소였다.
문은 안쪽에서 꽉 잠긴 상태라 난 작은 틈으로만 안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그런데 그는 밧줄에 사지가 칭칭 묶여 있었다!
“지금이라도 전부 원래대로 돌려놓고 절 풀어주시면 이번 일은 그냥 눈 감아드릴…….”
“닥쳐! 일단 지금 상황만 모면하려고 꺼낸 빈말인 걸 누가 모를 줄 알고?”
“저, 전 진심이에요!”
“닥치라고 했지? 입에 재갈까지 물려주랴?”
그런 조슈아를 옆에 두고 구석에서 무언가를 뒤지던 남자가 갑자기 성질이 난 듯이 버럭 소리쳤다.
“젠장, 아무한테도 안 들키고 끝낼 수 있었는데!”
창고 한쪽에 은은하게 불이 밝혀진 등불이 있어서 그런지, 조슈아와 또 다른 남자의 모습도 어렴풋하게나마 보였다.
“네가 이 꼴이 된 건 다 네 탓이야! 그러게, 누가 이 야심한 시각에 창고에 기어 나오래? 그냥 얌전히 잠이나 처잘 것이지. 할 짓이 그렇게 없어? 어?”
초조한 얼굴로 창고를 뒤지고 있는 건 평소에 조슈아를 집중적으로 괴롭히던 바로 그 악덕 고참 사육사였다.
“그, 그게 무슨 소리예요? 창고 문에서 소리가 난다고 고쳐 놓으라고 한 건 선배잖아요.”
“뭣?! 그걸 이 시간까지……. 썅! 누가 아직도 못 끝내고 있을 줄 알았나! 이 느림보 새끼! 답 없는 새끼! 저주받은 똥손 새끼!”
악덕 고참 사육사가 또다시 분개해 악담을 퍼부었다.
“젠장, 되는 일이 없는……. 아! 찾았다!”
그러다 그가 마침내 무언가를 발견한 듯 더 급하게 손을 움직였다.
창고 구석 선반에 깊숙이 숨겨놓은 물건이 그의 손에 딸려 나왔다.
망나니 황녀님의 제멋대로 인생 계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