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cked Princess Plans for Her Life RAW novel - Chapter (33)
망나니 황녀님의 제멋대로 인생 계획-33화(33/207)
“자, 헬리만. 넌 네 앞쪽에 있는 거 먹어.”
“싫어! 나도 저거 먹을래!”
반면 3황자의 앞에 놓인 건 한눈에 봐도 설탕 양을 조절한 것처럼 보이는 밋밋한 간식들이었다.
그래서인지 그는 내 앞에 있는 현란한 케이크들을 매우 탐욕스러운 눈으로 보고 있었다.
“곤란한데…….”
“오늘은 특별한 날이니까 조금만 주는 게 어때?”
3황자가 비만이 되든 뭐가 되든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그래서 난 기회를 놓치지 않고 내 간식을 기꺼운 마음으로 나눠줬다.
“자, 먹고 싶은 거 골라 가.”
알렉시아도 오늘 같은 날까지 헬리만에게 설탕을 완전히 못 먹게 할 생각은 없었는지 결국 웃으며 수락했다.
그때부터 3황자의 무아지경 먹방쇼가 시작되었다.
아니, 근데 얘……. 누가 뺏어 먹는 것도 아닌데 너무 걸신들린 듯이 먹는 거 아니니?
3황자의 이런 모습을 너무 오랜만에 봐서 그런지 더 게걸스럽게 느껴졌다.
“아델, 너도 먹어. 우리 궁 요리사 실력도 꽤 괜찮아.”
알렉시아는 익숙한 듯 3황자를 내버려 두고 나한테도 간식을 권했다.
“응, 마시써.”
역시 난 단 음식은 별로였지만 정원 한구석에 흐뭇한 얼굴을 한 마가렛이 서 있어서 사실대로 말하지 않았다.
하, 난 내 사람에게만 따뜻한 여자니까…….
그래서 그냥 예의상 맛있다고 칭찬하며 간식을 먹었다.
“참, 얼마 전에 있었던 그 일은 뭐야? 네가 신수 둥지에서 마약 유통범을 잡았다고 그러던데.”
“아, 그거. 그냥 어쩌다 보니까 우연히 그러케 돼써.”
“네 놀이방에 무시무시한 마수 박제품이 두 개나 있다는 거 진짜야?”
“그것도 어쩌다 보니…….”
“마수는 록샨 님이 잡아주셨어?”
“하나는 아빠가 준 거야.”
“나도 보고 싶다! 록샨 님이 잡아주신 마수! 다음에 놀러 가면 보여줄래?”
“그래…….”
“그러고 보니 나 궁금한 게 있었는데 록샨 님은 말이야……. 록샨 님이……. 록샨 님을……. 록샨 님…….”
난 기다렸다는 듯이 속사포 같은 질문들을 줄줄이 쏟아내는 알렉시아를 질린 눈으로 쳐다보았다.
하, 이 자식…….
알고는 있었지만 참 맑고 투명한 놈이로세.
‘우리 아버지 한정이지만.’
알렉시아가 우리 아버지 록샨을 동경하고 있다는 건 황궁 내에 모르는 사람이 없는 사실이었다.
오죽하면 날 별로 안 좋아했던 예전 생들에서도 우리 아버지 때문에 날 상대해 주는 느낌이었을까?
1황자 유클레드 못지않게 날 꺼림칙하게 여기는 듯했던 1회차 생에서조차 각별히 예의를 차려줬을 정도니, 알렉시아가 우리 아버지를 얼마나 좋아했는지 더 이상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물론 가끔씩 ‘어떻게 저런 애가 록샨 님의 딸이지?’ 하는 눈으로 날 보는 시선이 참으로 노골적이긴 했지만 말이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간 지난 후, 알렉시아가 어린애답게 상기된 얼굴로 짝 손뼉을 쳤다.
“와, 진짜 재밌는 다과회였다, 그렇지?”
너나 그렇겠지!
어느새 간식을 모조리 동낸 3황자도 아쉬운지 포크를 잘근거리며 제 누나를 지겹다는 듯 쳐다보고 있었다.
알렉시아, 이 녀석. 그래도 이해한다…….
우리 아버지 덕후가 아닌 사람이 이상한 거지, 암.
난 묘하게 납득하며 괜히 어깨가 으쓱거리는 느낌에 코밑을 손으로 한 번 훑었다.
“어? 저기 유클레드 형님이다!”
바로 그때, 3황자가 갑자기 어딘가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뭐야, 1황자가 또 왔어?
“진짜네. 승마하러 왔나 봐.”
혹시 알렉시아가 부른 건가 의심했지만 그녀의 반응을 보니 그건 아닌 듯했다.
“형님! 유클레드 형님!”
저, 저놈이?
3황자가 벌떡 일어나 1황자를 목놓아 부르기 시작했다.
하여간에, 시키지도 않은 짓을 하는 건 2황자 놈이랑 똑같다.
1황자도 말을 타고 달리다가 3황자의 목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거리가 좀 떨어져 있어서 표정까지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잠시 후 그가 탄 말이 속도를 늦추는 게 느껴졌다.
“다들 여기 모여 있었군. 다과 시간 중이었나?”
1황자가 말을 타고 호수 중앙의 정원으로 연결된 계단 밑까지 다가왔다.
알렉시아의 말처럼 그는 그냥 이 근처에 승마를 나왔다가 우리와 만난 것 같았다.
한순간 1황자와 눈이 마주친 느낌이었다.
그러나 내 맞은편에서 먼저 일어난 3황자 놈 때문에 금방 시선이 끊어졌다.
“나도 말! 유클레드 형님한테 태워달라 그래야지!”
알렉시아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델, 마침 다과회를 파할 시간이 되었으니 우리도 내려가자.”
내키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1황자를 피할 이유도 없지 싶어서 당당하게 걸음을 뗐다.
1황자도 말에서 내려서고 있었다.
내가 손님이라 그런지, 다들 나한테 먼저 계단을 내려가라고 양보했다.
“황녀님, 제가 안아서 내려드릴게요.”
“내가 걸어서 갈래!”
왠지 저런 코찔찔이 애들 앞에서 마가렛한테 안겨 가기는 좀 자존심이 상했다.
그래서 혼자 계단을 내려갔다.
“비켜!”
건방진 3황자 놈이 경쟁심이라도 느꼈는지, 바로 내 뒤로 따라붙으려 하던 마가렛을 밀치고 두 번째 순서를 차지했다.
퍽!
“앗?!”
그런데 고의인지 실수인지, 계단을 한참 내려가던 중에 3황자 놈의 발이 내 발목을 걷어찼다.
순간 삐끗해 균형을 잃고 기우뚱거리며 몸이 앞으로 붕 떴다.
“아스포델!”
“황녀님!”
앞쪽에 있던 1황자와 날 주시하고 있던 마가렛이 가장 먼저 내 위기를 알아차렸다.
두 눈을 크게 뜬 1황자가 나한테 황급히 달려오는 게 꼭 화면을 느리게 재생한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뭐야…….’
네가 날 그런 표정으로도 볼 수 있는 놈이었던가?
“으윽!”
쿵!
다음 순간, 시야가 어지럽게 반전되며 머리 위에서 신음이 울렸다.
동시에 둔탁한 통증이 느껴졌다.
“황자님! 황녀님!”
갑작스러운 일에 놀라서 그런지 상황을 금방 파악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곧 계단 밑으로 떨어진 내 몸에 누군가 깔려 있다는 걸 깨달았다.
헉, 숨을 들이켜며 고개를 들었다.
“뭐, 뭐야?”
그러자 아래에서 나를 받아낸 채 고통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는 1황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너…… 괜찮아?”
멍청한 놈이 자기나 살필 것이지.
1황자는 식은땀을 흘리면서 내 상태를 확인했다.
기가 막혀서 헛숨을 내뱉었다.
“맙소사, 다들 괜찮은 거야?!”
놀란 2황녀 알렉시아가 계단을 마구 뛰어 내려왔다.
3황자는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얼어붙어 있었다.
난 그를 노려봤다.
분명 저놈이 일부러 발을 건 게 맞는 것 같은데, 설마 이렇게까지 심하게 넘어질 줄은 몰랐는지 많이 당황한 얼굴이었다.
“끼이!”
“끽!”
언젠가부터 계단 위에서 상황을 보고 있던 족제비들도 기겁한 듯 시끄럽게 울어댔다.
다음 순간, 그동안 강제로 금욕하고 있던 족제비들이 하늘을 날았다.
퍼억!
“아악!”
풍덩!
피오와 키노의 발차기에 맞은 3황자가 휘청이다가 옆쪽의 호수로 떨어졌다.
“헬리만!”
“화, 황자님!”
그렇게 다과회의 피해자 한 명이 더 늘어났다.
오후의 아름다운 다과회는 그렇게 개판이 된 채로 끝났다.
* * *
“의원의 말로는 크게 다친 곳은 없다고 하네. 신관을 부르는 것은 일단 오늘 상태를 보고 나서 결정할 생각이야.”
“그렇군요. 저희 아델이 계단에서 떨어지는 걸 잡아주다가 다치다니……. 유클레드, 미안하고 고맙다.”
“아닐세. 지난번에는 아스포델이 우리 유르를 도와줬잖은가.”
현재 우리는 1부군과 1황자의 궁에 와 있었다.
다과회 때의 일로 난 경미한 타박상을 입었지만 문제는 1황자였다.
그는 위에서 떨어지는 날 받아낸 탓에 왼쪽 손목은 골절되고 오른쪽 팔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물론 넘어지면서 입은 타박상은 기본이었다.
족제비들 때문에 호수에 빠진 3황자 헬리만은 2황녀 알렉시아가 데려갔다.
3황자 놈이 엄살을 부려서 그쪽에도 의원이 다녀갔다고 들었는데, 역시 별 이상은 없었다고 한다.
“둘이 잠깐 이야기 나누고 있으렴.”
1황자와 내 분위기가 뭔가 심상치 않아 보였는지, 아버지들이 눈치를 보다가 슬쩍 자리를 비켰다.
“…….”
“…….”
하지만 둘만 남은 뒤에도 침묵은 사라지지 않았다.
결국 아버지들처럼 내 눈치를 살피던 1황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
“나 괜찮아. 아무렇지도 않아. 별로 다치지도 않았고.”
“팔 부러졌다며.”
“음……. 그래도 깔끔하게 부러져서 붙고 나면 오히려 튼튼해질 거라던데.”
차라리 3황자 놈처럼 엄살을 부렸으면 좀 나았을까?
생색 한 번 부리지 않는 1황자의 말이 오히려 내 속을 긁었다.
“왜 쓸데없는 짓을 하고 그래? 그럼 누가 고마워하기라도 할까 봐?”
내가 생각해도 못되고 미운 말이었다.
지금까지 원만히 지내던 사람이어도 이런 상황에서 이런 말을 들으면 정나미가 떨어질 법했다.
“딱히…… 너한테 고맙다는 인사 듣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니야.”
1황자도 기분이 상하긴 했는지, 굳은 얼굴로 날 응시했다.
망나니 황녀님의 제멋대로 인생 계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