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cked Princess Plans for Her Life RAW novel - Chapter (46)
망나니 황녀님의 제멋대로 인생 계획-46화(46/207)
[이봐, 인간! 빨리 이것 좀 넘겨줘!]“네가 알아서 봐.”
[난 이걸 만질 수 없다고!]아, 맞다.
아직 나랑 연결이 약해서 영혼체인 상태로 힘을 못 쓰지?
적당히 인형 같은 데 들어가게 할 수도 있었지만…….
아직 거기까지는 내 몸이 안 될 것 같다.
지금도 앤디미온을 눈앞에 불러내는 것만으로도 급격히 피곤해져서 눈이 깜빡깜빡 감기려고 했다.
다섯 살 몸은 진짜 약하구먼.
그냥 지금 당장 침대에 드러누워 자고 싶었지만 앤디미온이 굉장한 기대감에 찬 얼굴로 눈을 빛내고 있어서 하는 수 없이 책을 펼쳐줬다.
“자, 읽어.”
[나 인간들 글씨 못 읽는데? 네가 읽어줘!]“아, 귀찮게.”
[빨리, 빨리!]이 자식, 써먹으려면 글씨부터 가르쳐야겠네?
전에는 성력이랑 같이 봉인해 놓고 엄청 가끔만 꺼내줬지만 이번에는 여기저기 투입해서 요긴하게 써먹을 생각이었는데, 갈 길이 멀었다.
[아, 뭐 해? 빨리 읽어 달라니까!]가뜩이나 피곤한데 옆에서 닦달하는 앤디미온 때문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옛날 옛날에 한 눈의 요정이 살아써요…….”
난 육아는 정말 피곤한 거라고 생각하며 별수 없이 동화책 낭독을 시작했다.
Chapter 15
안녕, 나의 치트키!
나와 루벨리오의 신성 의식에 대한 소식은 로잔티나 전역으로 퍼졌다.
“로잔티나 만세! 데메테아 여신님 만세! 라 벨리카 황제 폐하 만세!”
“데메테아 여신의 가호를 받은 황족 자제분만 해도 벌써 셋이라니.”
“이 모든 게 다 데메테아 여신님의 현신이라 불리는 라 벨리카 황제 폐하의 은덕이에요!”
신성 의식 때 데메테아 여신의 선물을 받는 황족이 아주 드물다는 건 앞서 말한 바 있었다.
요즘에 와서는 특히나 그런 일이 거의 없다시피 했고 말이다.
참고로 지난 세대 때 데메테아 여신의 선물을 받은 건 우리의 어머님인 현 황제 라 벨리카 한 명뿐이었다.
그리고 이번 세대에는 나와 루벨리오, 그리고 2황녀 알렉시아가 거기에 속했다.
데메테아 여신의 선물이 황위의 필수 조건은 아니지만 입장이 유리해지는 건 맞았다.
‘지난 회차에서 4황자 제르카인이 굳이 계승권까지 포기했던 날 숙청하려 한 것도 그런 이유겠지. 그때 데메테아 여신의 선물을 받은 건 알렉시아와 나 둘뿐이었으니까.’
그래서 신성 의식 이후 아버지와 내 앞으로 오는 선물이나 서신의 양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아마 루벨리오 쪽도 마찬가지일 터였다.
게다가 알고 있던 대로 내 생일 때의 마수 사건으로 날 보고 불길하다느니 뭐니 하는 말들은 쏙 들어갔다.
따로 말은 하지 않았지만, 내심 그것에 마음 쓰던 아버지와 마가렛도 한시름 놓은 듯했다.
1황자 유클레드도 내게 축하 편지와 선물을 보냈다.
한동안 바빴는지, 그가 우리 궁에 놀러 온 지도 꽤나 시일이 지나 있었다.
편지에는 조만간 시간을 내서 나한테 들르겠다는 말도 적혀 있었다.
그러고 나서 녀석은 바로 그다음 날 진짜 나를 찾아왔다.
* * *
“혹시 몰라서 하는 소리인데 오해하지 마. 내가 한동안 널 보러 오지 못한 건 밀린 수업 진도를 따라잡느라 바빠서 그런 거니까. 같은 팔을 두 번이나 다쳐서 후유증이 남을까 봐 아버지가 걱정하셔서 얼마간 아무것도 안 하고 휴식을 좀 취했거든.”
“그래?”
“그러니까 너한테 아부하는 다른 사람들처럼 속 보이게 네가 신의 축복을 받았다고 이제 와서 얼굴도장 찍으러 온 게 절대 아니란 말이야.”
“그래, 과자나 먹어.”
유클레드는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진지한 얼굴로 제 사정을 줄줄 설명했다.
하지만 나는 대충 흘려듣고 녀석에게 레몬 크림이 듬뿍 올라간 파이를 잔뜩 먹여 주었다.
“오빠도 참. 먼저 축하 인사부터 해야지.”
오늘 유클레드는 혼자 온 게 아니라 제 쌍둥이 누이인 1황녀 타마린느도 데리고 왔다.
“아스포델, 이미 서신으로도 보냈지만 신의 축복을 받은 걸 진심으로 축하해.”
“고마워.”
유클레드도 그제야 제 실책을 깨달은 듯 멋쩍은 얼굴을 했다.
“크흠, 그러고 보니 깜빡했군. 신성 의식 때 좋은 결과를 얻은 걸 축하한다, 아스포델.”
얼마 전 친척 집에서 황궁으로 돌아온 1황녀 타마린느는 제 부친과 같은 붉은 머리칼에 녹색 눈을 가진 장미꽃 같은 여자애였다.
이란성 쌍둥이라 유클레드와는 별로 닮지 않았다.
생김새는 화려했지만 겉보기와 달리 황녀, 황자 중 가장 온순하고 얌전한 성격이었다.
“지금까지 데메테아 여신님의 축복을 받은 건 알렉시아밖에 없었는데, 이번에 루벨리오랑 너한테도 좋은 소식이 있다는 걸 듣고 기뻤어.”
그리고 가장 상냥했다.
배시시 웃는 타마린느의 얼굴에는 시기하는 기색이 정말 하나도 없었다.
“참, 그런데 혹시 루벨리오 소식은 들었니? 축하 편지를 보내도 답신 하나 없고, 아예 궁 밖으로 나오지도 않는다고 하던데. 혹시 어디 아픈가? 한 번 방문해 보는 게 좋을 것 같기도 한데…….”
“됐어. 만약 아픈 거면 그 성격에 진작 신관을 불렀을 텐데 그런 소문이 없는 걸 보면 걱정할 필요 없는 거야.”
“그런가?”
“뭐, 진작 사람들을 불러서 시끌벅적하게 자랑할 줄 알았는데 조용한 건 이상하긴 하지만……. 아무튼 그쪽에서 먼저 소식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게 나아.”
유클레드 이 녀석…….
나도 답장 같은 거 안 했는데 허락도 없이 오늘 우리 궁에 쳐들어와 놓고는.
“하긴, 그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하네!”
하지만 1황녀 타마린느는 유클레드의 말에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타마린느의 단점은 팔랑귀라는 점이었다.
그녀는 지금처럼 제 오빠의 말에 잘 휩쓸리는 편이라, 지난 회차들에서도 유클레드를 따라 은근히 나한테 철벽을 치고 호감도를 쉽게 높여주지 않았었다.
“아참, 아스포델. 네가 지난번에 물어본 거 생각해 봤는데.”
“뭘?”
“너 만나기 전에 특별히 누구 다른 사람 만난 적 없냐고 물어봤었잖아.”
아, 그랬지.
“하루 전날인가에 황궁에 온 손님하고 우연히 마주쳤더라고. 그런데 어디가 아픈지 안색이 되게 안 좋았어.”
신관들을 따라온 바스티온 가문의 첫째 공자를 말하는 건가 보네.
그런데 이 1황자 녀석아, 그걸 이제 와서 말해주는 건 너무 뒷북이잖아?
이미 지난번 위스테리아 궁에 가서 직접 확인한 바가 있기에 앞에 있는 우유를 마시며 시큰둥하게 반응했다.
“그런데 희한한 게, 웬 동물들이 들러붙어서 그 손님을 막 공격하고 있는 거 있지? 조그만 것들이 어찌나 흉포한지, 다른 수행인들도 속수무책이더라고.”
엥, 그렇게 난폭한 동물이 황궁에 있다니 그건 진짜 희한하네.
심지어 황궁의 귀한 손님을 공격하기까지 해?
그런 위험한 동물을 그냥 놔두다니, 도대체 관리를 어떻게 하는…….
“마침 지나가다가 불쌍해서 비틀거리는 걸 내가 잡아줬는데 도망가는 꼴을 언뜻 보니 족제비인 것 같았…….”
“푸읍!”
“앗!”
하지만 이어서 귀에 들어온 유클레드의 말에 나도 모르게 입에 머금고 있던 우유를 그의 얼굴에 뿜고 말았다.
* * *
‘피오와 키노, 이 녀석들이…….’
유클레드와 타마린느가 떠난 뒤, 나는 아까 들은 말을 되새기며 츳츳 혀를 찼다.
피오와 키노는 유클레드가 우리 궁에 올 때마다 어디론가 놀러 가는지 자리를 비웠었다.
지난번 다과회 때는 경황이 없어 나중에 나타난 족제비들을 유클레드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듯했고 말이다.
그래서 그는 그 흉포한 족제비들이 우리 궁 애들이라는 걸 모르는 모양이었다.
‘바스티온 첫째 공자한테 들러붙은 사기를 보고 쫓아주려고 한 건가?’
왠지 그게 맞을 것 같았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성령들의 눈에 그토록 지독한 사기가 보이지 않을 리 없었으니까.
하지만 사기를 쫓아내는 데 접촉이 가장 효율적이라도 그렇지, 다른 사람들이 다 보는 앞에서 그렇게 사람을 북어처럼 막 두드려 패면 어떡해?
“아델, 바쁘니?”
“아뇨!”
그렇게 내가 고개를 설레설레 젓고 있을 때, 아버지가 나를 찾아왔다,
“아무래도 조만간 대신전에 한 번 들러야 할 것 같구나.”
그는 나를 앞에 앉혀두고 말했다.
“이번에 치른 신성 의식 때문에 간단히 확인할 게 있어서인데, 아빠도 같이 갈 테니 아델은 아무것도 신경 쓸 것 없단다.”
대신전에 직접 가려는 이유는 분명 이번에 각성한 신성력을 정확히 측정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젠장, 대신관에 가면 또 모르페우스 신관하고 마주칠 텐데.’
“그리고 혹시 몸이 안 좋거나 하면 바로 말해야 한다. 알았지?”
“네, 아빠!”
아버지는 성력 각성 이후 내 몸에 이상이 없는지 꾸준히 확인했다.
나도 괜찮다고 하고, 몇 번이나 왔던 신관도 이상이 없다고 하는데 아버지는 여전히 걱정스러운 모양이었다.
하긴, 이전에도 아버지는 혹시나 너무 어린 나이에 큰 힘을 받아내 몸이 상하는 건 아닌가, 또 내가 데메테아의 축복을 받았다는 이유로 원치도 않는 정쟁에 휘말리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에서 늘 자유롭지 못했다.
그걸 알기에 나는 일단 성력을 사용할 줄 모르는 척했다.
내 상태를 봐주러 왔던 신관들이 이것저것 질문했지만 무조건 ‘몰라요’로 일관했다.
망나니 황녀님의 제멋대로 인생 계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