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cked Princess Plans for Her Life RAW novel - Chapter (72)
망나니 황녀님의 제멋대로 인생 계획-72화(72/207)
“애 키우는 건 원래 해도 해도 끝이 없는 거야.”
이제 막 태어난 4황자를 어른이 될 때까지 키울 생각을 하자 막막했다.
이번에는 누나 뒤통수를 치지 않는 착하고 참한 남동생으로 키워야 하는데.
아마 앞으로 반년에서 일 년 정도는 실제 나이인 세 살에 걸맞은 정도가 될 때까지 순식간에 쑥쑥 자랄 테니, 특히 지금, 하루하루가 중요한 시기다.
애착 관계를 형성하기에도 지금이 좋은 시기였고, 인성 교육도 어릴 때부터 해두는 게 좋으니 말이다.
그런데 내 말을 들은 유클레드가 입술을 꿈틀거렸다.
그는 꼭 재채기라도 참는 사람처럼 이상한 표정을 지으며 큼큼 헛기침을 했다.
“아, 육아를…… 좀 많이 해봤나 봐?”
아, 이제 다섯 살인 내가 육아 박사인 것처럼 굴어서 표정이 이상했던 거군.
“그러엄, 우리 궁에도 내가 키우는 애 있자나.”
“아, 족제비들?”
다행히 유클레드는 그럭저럭 납득한 눈치였다.
하지만 내가 말한 건 족제비들보다도 앤디미온이었다.
대신전에 다녀온 후로 기고만장해져서는, 요즘 글씨 연습을 시킬 때마다 얼마나 뻗대는지 모른다.
그래도 새로 들인 성령 언니 티타니아 덕분에 어제부터는 앤디미온도 다시 열심히 공부할 의욕이 생긴 것 같아서 다행이었다.
난 눈을 가늘게 좁히고 당시의 상황을 회상했다.
‘자, 인사해. 이 언니 이름은 티타니아야.’
[헉! 드디어 나보다 공식적인 서열이 아래인 부하가 생긴 것이냐!]티타니아를 소개해 주자 앤디미온이 가장 열렬히 반응했다.
그는 우리 집 넷째의 등장이 아주 반가운 모양이었다.
하지만 티타니아는 쉬운 여자가 아니었다.
[응? 이 가물치처럼 생긴 애는 뭐람.] [뭐, 뭐라고! 가물치? 서, 설마 지금 나한테 한 말이냐? 이 새파랗게 어린 것이! 나보다 서열도 낮은 것이……!] [어차피 죽었으면 다 똑같지, 성령이 무슨 나이를 따져? 그리고 난 나보다 아름답지 못한 건 윗사람 취급 안 해.]이런 식으로 둘은 첫 만남에서부터 삐걱거렸다.
거기에 정점을 찍은 건 앤디미온에게 여느 때처럼 글씨 연습을 시켰을 때였다.
‘앤디미온, 오늘은 글씨 연습 좀 열심히 해. 이거 봐. 너 대신전에 다녀온다고 일주일이나 쉬었더니 몇 개 까먹었잖아.’
[그까짓 글씨 좀 몇 개 까먹을 수도 있지! 지금 고작 이딴 일로 이 위대한 앤디미온 님을 무시하는 것이냐!]그때쯤에는 나도 인내심이 간당간당해져서 앤디미온에게 다시 한번 참교육을 해줘야겠다고 벼르고 있었다.
대신전에서 내가 시킨 일을 잘해낸 게 기특해서 그동안 좀 오냐 오냐 해줬더니 너무 우쭐해졌다.
하지만 다행히도 내가 나설 필요는 없었다.
[어머, 몇백 년이나 살아온 성령이면서 글씨를 모른다고?]티타니아의 깔보는 눈빛이 앤디미온에게 그대로 날아가 꽂힌 순간, 그는 엄청난 굴욕감을 맛본 것 같았다.
[모, 모를 수도 있지. 이 몸은 위대하신 데메테아 여신님께 선택받은 영혼으로 오랫동안 백색 심연에서만 살아서…….] [그래도 그렇지, 상형 문자 시대에 태어나서 살았어? 흠, 그런 거면 인정이네. 어쩐지 말투부터 구닥다리 같더니 진짜 고인 물이었구나?]그 시간부로 앤디미온은 각성했다.
그는 광분해서 엄청난 학구열을 불태웠다.
어떻게든 빠른 시일 내에 문맹에서 벗어나 티타니아에게 설욕하고 싶은 눈치였다.
‘우리 애가 달라졌어요!’
나야 잘된 일이라 전에 없이 맹렬한 공부에 들어간 앤디미온을 당연히 말리지 않았다.
“앗! 저기 유클레드 형님이다! 아스포델도 있네.”
그때, 저 앞에서 시건방진 어린애의 목소리가 들렸다.
회상하던 걸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더 건방지게 이쪽을 삿대질하고 있는 통통한 어린애가 보였다.
“루벨리오랑 헬리만이군.”
유클레드의 말대로, 우리와 공교롭게 마주친 건 2황자와 3황자였다.
“로잔티나의 별들께 태양의 축복을.”
우리 네 사람 각각의 뒤에 붙은 수행인들이 마주친 황족들을 향해 인사했다.
2황자와 3황자의 뒤에는 수행인 말고도 그들과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다른 남자애들이 두 명 딸려 있었다.
어린 황족들의 놀이 친구 겸 말 상대로 황성에 들어온 귀족 자제들이었다.
“로잔티나의 별들을 뵙습니다.”
그들도 유클레드와 나에게 인사를 건넸다.
“뷔요른과 세디엄이군. 특히 세디엄 가문의 셋째였나? 오랜만에 입궁한 것 같은데.”
유클레드는 그들을 본 적이 있는지, 가문 이름을 거론하며 알은척했다.
그러자 그의 입에 언급된 세디엄 가문의 셋째가 기쁜 듯이 눈을 빛내며 고개를 숙였다.
“기억해 주셔서 영광입니다, 1황자 저하.”
지금 내 앞에 있는 두 소년은 유클레드가 말한 대로 각각 뷔요른 가문의 장자와 세디엄 가문의 셋째였다.
뷔요른 가문은 3황자 헬리만의 부친인 2부군의 가문이었고, 세디엄 가문은 2황자 루벨리오의 부친인 3부군의 친척이었다.
원래 어린 황족들의 놀이 상대는 일단 가까운 친족에서 찾는 것이 보편적이었다.
방금 유클레드의 말처럼 2황자 루벨리오의 놀이 상대인 세디엄 가문의 셋째가 입궁한 건 신성 의식 이후 처음이었다.
그 이유는 당연히 루벨리오가 한동안 대인기피증이라도 걸린 듯이 자기 궁에만 처박혀 아무도 만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지금 유클레드는 본의 아니게 루벨리오의 민감한 부분을 지적한 셈이다.
난 온갖 인상을 다 쓰고 있는 2황자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루벨리오 오빠야. 아프다더니 몸은 좀 괜찮아?”
물론 이 녀석이 갑자기 예뻐져서 이러는 건 절대 아니었다.
그냥 대신전에서 더 알아내지 못한 예지에 대해 틈날 때마다 캐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방식으로는 좀 어려울 것 같아서, 일단 방법을 바꿔 이 녀석을 회유해 보기로 했다.
내 상냥한 말투에 1황자 유클레드와 2황자 루벨리오가 동시에 움찔거렸다.
하지만 곧 루벨리오가 꼬리 밟힌 고양이처럼 나한테 하악질하듯이 날카롭게 소리쳤다.
“내가 나한테 말 걸지 말라고 했지?”
오늘도 그의 반응은 참으로 앙칼졌다.
“대신전 좀 같이 다녀왔다고 너랑 내가 친해진 줄 알아? 난 네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
여느 때처럼 루벨리오의 옆에 금붕어 똥처럼 찰싹 붙어 있던 헬리만도 덩달아 의기양양하게 날 향해 외쳤다.
“들었어? 루벨은 네가 세상에서 제일 싫대! 그러니까 루벨한테 집적거리지 마!”
난 꼭 고양이에게 간택받은 집사라도 되는 양 콧대를 높이 세운 헬리만을 보고 떫은 표정을 지었다.
줘도 안 갖는다, 이놈아.
그나저나 하나만 있어도 귀찮은 것들이 1+1로 붙어 있으니 더 성가시군.
다음에는 루벨리오가 헬리만과 따로 떨어져 있을 때 말을 걸어야겠다고 생각하며 크응 콧방귀를 뀌었다.
‘그나저나…… 요즘 내가 좀 많이 봐주고 있는 것 같은데. 계속 참으려니 손이 근지럽네.’
내 딴에는 되도록 평화로운 방법으로 루벨리오를 회유하려 노력 중이었지만 돌아오는 반응이 계속 저딴 식이었으니 언짢은 게 당연했다.
나도 빈정이 좀 상해서 그런지, 어쩌면 저 녀석에게는 매가 빠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요즘 자꾸만 들고 있었다.
그런 마음을 한순간 숨기지 못하고 고개를 삐딱하게 기울인 채 루벨리오를 보며 주먹 쥐었다 폈다 했다.
나를 외면하듯이 고개를 돌리고 있는 루벨리오는 그걸 목격하지 못했다.
하지만 헬리만은 봤는지, 숨을 헉 들이마시면서 한 발짝 뒤로 펄쩍 물러났다.
“루벨리오, 헬리만. 너희 지금 그게 무슨 말투랑 태도야?”
놀랄 만한 일이 생긴 건 바로 그때였다.
내 옆에 있던 유클레드가 갑자기 나선 것이다.
“지난번부터 왜 자꾸 가만히 있는 아스포델한테 시비를 거는 거지? 애가 화도 안 내고 착하다고 너무 예의 없이 구는 거 아니야?”
난 입을 떡 벌리고 유클레드를 올려다봤다.
아, 아니?
살면서 이 녀석이 내 편을 다 들어주는 날이 오다니?
유클레드는 내가 사는 동안 많이 봐 왔던 싸늘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 회차들에서는 늘 나를 향했던 날카로운 시선이 지금은 내 앞에 있는 2황자와 3황자에게 꽂혀 있었다.
물론 1황자 유클레드는 지난번에도 계단에서 떨어지는 나를 감싸준 적이 있었다.
그래도 지금처럼 직접적으로 내 편을 들어 다른 사람들을 적대하는 모습은 처음 봐서 그런가?
굉장히 얼떨떨한 기분이 들어서 유클레드를 좀 멍하니 올려다봤다.
“차, 착하다고? 대체 누가……. 형님은 쟤가 얼마나 포악하게 구는지 못 봐서 그래! 지금도 봐! 주먹을 저렇게 꽉 움켜쥐고……!”
저 고자질쟁이 놈이?
역시 나중에 한 대 때려줘야겠어.
하지만 속으로 무슨 사악한 생각을 하고 있든지 간에, 난 두 주먹에 힘을 풀고 무해한 눈으로 유클레드를 올려다봤다.
“말도 안 되는 변명하지 마. 내가 볼 때마다 아스포델이 너희에게 당하는 입장이었는데. 그리고 헬리만. 난 그때 네가 아스포델한테 발을 건 걸 잊지 않았어.”
“혀, 형님!”
3황자 헬리만이 당황했는지 버벅거렸다.
망나니 황녀님의 제멋대로 인생 계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