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cked Princess Plans for Her Life RAW novel - Chapter (75)
망나니 황녀님의 제멋대로 인생 계획-75화(75/207)
보라색 눈을 가진 차분한 인상의 여자애가 장녀인 클라리사, 페리도트색 눈을 가진 새침한 인상의 여자애가 차녀인 메리엘이었다.
그중 동생 쪽을 보고 살짝 눈을 가느스름하게 떴다.
“안뇽, 언니. 지금 바빠?”
하지만 금방 그런 기색을 지우고 웃으면서 타마린느에게 고개를 돌렸다.
“아니, 왜?”
“어제 우리 궁에 꽃 과자가 들어왔는데, 타마린느 언니랑 같이 먹고 싶어서.”
“나랑?”
“응, 언니 꽃 사탕이랑 꽃 과자 좋아하잖아.”
내 말에 타마린느가 환하게 웃었다.
“일부러 내 생각을 해준 거야? 기뻐라. 그럼 이리 와서 같이 먹자, 아스포델. 마침 우리도 간식을 먹으려던 참이었어.”
난 권유를 거절하지 않고 냉큼 합석했다.
마가렛이 손짓하자 뒤에 있던 수행인들이 궁에서 준비해 온 색색의 과자들을 테이블에 세팅했다.
“와, 예쁘다!”
타마린느의 얼굴이 말랑말랑해졌다.
눈도 반짝반짝 빛났다.
“다 언니 주려고 가져온 거야.”
난 그 모습을 뿌듯하게 바라보았다.
‘처음은 너로 정했다!’
1황녀 타마린느는 다른 이부 남매 중에 가장 접근 난이도가 낮은 아이였다.
2황녀 알렉시아는 늘 서글서글하게 웃는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2황자 루벨리오와 3황자 헬리만은…… 다들 성격을 알 테니 설명을 이하 생략하도록 하겠다.
반면 타마린느는 전에 말했듯이 기본적으로 상냥하고 다정했다.
게다가 휩쓸리기 쉬운 성격이라 특히 쌍둥이인 1황자의 말에 쉽게 좌지우지됐다.
그런데 지금은 마침 1황자가 나한테 우호적이니, 4황자의 원만한 남매 관계를 위해 다음에 꼬실 순서로 1황녀 타마린느가 가장 적합했다.
“와, 이렇게 예쁜 꽃 과자는 정말 처음 보는 것 같아요.”
“1황녀님을 생각하는 3황녀님의 마음이 보이네요. 기쁘시겠어요, 1황녀님.”
새뮤엘 린델과 클라리사 시스나몬은 그래도 정상적인 반응을 보였다.
“세상에, 진짜 너무 예쁘다!”
문제는 시스나몬 가문의 차녀 메리엘이었다.
“1황녀님, 황녀님 앞에 있는 노란색은 제가 먹으면 안 돼요? 그게 제일 마음에 드는데.”
그녀는 지금 모인 아이 중 가장 윗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 1황녀가 손도 대기 전에 가장 먼저 원하는 과자를 고르는 만행을 저질렀다.
게다가 굉장히 당당하게 요구했다.
예전에 카루스와 함께 길에서 마주쳤던 2황자 녀석의 수행인들에게 한 말을 이 아이에게도 해야 할 것 같았다.
‘넌 예법도 안 배우고 궁에 들어왔니?’
메리엘이 꼭 찍어 요구한 노란색 꽃 과자는 딱 하나만 있는 거였다.
게다가 누가 봐도 제일 화려하고 예쁜 꽃이 들어가 있었다.
노란색은 타마린느가 제일 좋아하는 색이기도 했다.
그래서 일부러 타마린느에게 주려고 그녀와 가장 가까운 곳에 놓아뒀다.
그런데 상전인 황녀의 것을 이렇게 노골적으로 탐하며 욕심을 드러내다니.
두말할 필요도 없이, 지금 메리엘의 행동은 매우 무례했다.
‘3황녀님, 눈치가 너무 없으신 것 아닌가요? 유클레드 님과 타마린느 님을 자꾸 귀찮게 하지 마세요.’
갑자기 옛 기억이 떠올라서 나는 눈썹을 꿈틀거렸다.
하늘색 머리와 녹색 눈을 가진 앳된 여자아이 위에 좀 더 성숙해진 여인의 얼굴이 덧대졌다.
어른이 된 메리엘 시스나몬이 날 비웃으며 말했다.
‘두 분이 황녀님을 얼마나 싫어하는지, 이제는 아실 때도 되었잖아요? 이건 3황녀님이 너무 가여워서 드리는 말씀이에요. 거지도 아니고, 애정은 그렇게 구걸하는 게 아니랍니다.’
그때 내가 15살이었던가?
메리엘은 쌍둥이들보다 한 살이 어리니 그때 18살이었겠군.
사실을 말하자면, 1회차 빙의 때 메리엘 시스나몬과 난 악연이었다.
메리엘은 유클레드와 타마린느 쌍둥이를 따르는 귀족 자제 중 한 명이었다.
특히 타마린느 옆에 붙어서 나에 대한 험담을 늘어놓는 게 취미였다.
아마 이유는 유클레드 때문이었을 것으로 추측했다.
메리엘은 유클레드를 열성적으로 좋아했는데, 그래서 유클레드가 좋아하는 걸 같이 좋아하고 싫어하는 걸 같이 싫어했다.
더 말하기도 입 아프지만, 그 빙의 1회차 삶에서 유클레드가 질색하는 것에는 나도 포함되어 있었다.
메리엘은 그것을 귀신같이 눈치채고 사랑하는 유클레드를 위해 같이 나를 적대시하기 시작했다.
꼭 그것이 제 사랑의 증명이라도 되는 것처럼.
<황녀 아스포델> 소설에서는 특별한 존재감도 없었으면서 어찌나 거슬리게 굴던지, 가끔은 소설의 공식 악역인 루벨리오보다 메리엘이 더 짜증 난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다만 유클레드는 메리엘에게 관심이 없어 그녀에게 옆을 허용해 주지 않았기에, 메리엘은 대신 그의 쌍둥이 누이인 타마린느에게 붙어 내 흉을 보며 나와 거리를 두게끔 종용했다.
‘게다가 타마린느의 성격이 우유부단한 걸 알고, 만만하게 여겨서 곧잘 무시했었지.’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메리엘! 황녀님께 무례하게 굴지 마.”
메리엘의 언니인 클라리사가 황급히 동생을 말렸다.
새뮤엘 린델도 눈살을 찌푸렸다.
“난 황녀님한테 물어봤는데 왜 언니가 뭐라고 그래?”
하지만 메리엘은 뻔뻔했다.
보아하니 지금까지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던 듯했다.
“그래. 난 괜찮으니까 메리엘이 먹어.”
이런 식으로 타마린느가 양보해 준 적도 한두 번이 아닌 듯하고 말이다.
약간 아쉬운 눈으로 꽃 과자를 내려다본 타마린느가 이내 웃으며 메리엘에게 접시를 밀어줬다.
메리엘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노란색 꽃 과자를 가져갔다.
“나도! 나도 노란색 먹고 싶은데!!”
난 그 모습을 고깝게 보다가 불쑥 입을 열어 외쳤다.
그 순간 메리엘이 눈매를 움칫거렸다.
당연한 말이지만, 황족에 대한 예의를 밥 말아 먹은 메리엘은 나한테 자신의 과자를 양보하지 않았다.
그녀는 귀찮은 듯이 테이블 위에 있던 과자 중 아무거나 대충 집어 나한테 건넸다.
“황녀님은 이 분홍색 드세요.”
“노란색!”
“자요, 이것도 예쁘잖아요?”
“노란색!!”
“아니, 일단 보기나 하고 말씀을…….”
“노오라안색!!!”
메리엘이 계속 말을 이었으나, 그러거나 말거나 난 그녀의 말을 가차 없이 마구 잘라먹으면서 쩌렁쩌렁하게 소리쳤다.
“나도 노란색 먹을 거야!”
말이 안 통하면 이기기 어렵다는 걸 지난 삶들에서 배웠지!
특히 메리엘 시스나몬처럼 어릴 때부터 오냐오냐 키워져서 사회화가 덜 된 애들한테는 똑같이 해주는 게 최고였다.
물론 내가 메리엘보다 신분이 낮다면 시도조차 못 해볼 일이었으나, 난 그녀보다 윗사람이었다.
예상대로 메리엘은 이렇게 자기 앞에서 억지를 쓰면서 바락바락 소리치는 애는 처음 보는 것 같았다.
잠깐 할 말을 잃은 듯이 나를 쳐다보던 메리엘이 울컥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노란색은 하나밖에 없는데 그만 우기세요! 이건 내 거……!”
“메리엘, 그거 아스포델한테 주자.”
그때 타마린느가 끼어들었다.
“네? 하지만!”
메리엘이 말도 안 된다는 듯이 반박하려 했으나, 타마린느가 그녀를 타이르는 게 먼저였다.
“아스포델이 제일 어린 동생이잖아. 꽃 과자는 원래 아스포델이 가져온 거기도 하고. 그러니까 아스포델한테 노란색 주자.”
거기에 이어 메리엘의 언니인 클라리사까지 더는 못 보겠다는 듯이 나섰다.
“메리엘, 고집부리지 마. 빨리 3황녀님한테 노란색 드려.”
“그래, 다른 것도 다 예쁜데, 뭐.”
분란을 싫어하는 새뮤엘까지 한마디 거들었다.
메리엘은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듯이 입을 뻐끔거렸다.
모두가 자신에게 양보를 강요하는 이 상황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모양이었다.
난 몰래 코웃음을 치며 메리엘이 나한테 강제로 떠넘기려고 했던 분홍색 꽃 과자를 그녀에게 들이밀었다.
“분홍색도 예쁘다며? 네가 이거 먹으면 되겠네.”
메리엘이 또 울컥한 듯이 입을 벌렸다.
하지만 모두가 쳐다보는 상황에서 더 버티기는 어려웠는지, 결국 파들거리는 손으로 나한테 노란색 꽃 과자를 넘겨줬다.
그러고는 어지간히 열불이 난 듯, 내가 준 것 말고 다른 과자를 가져가서 기분 나쁜 티를 실컷 내며 와작와작 씹어 먹었다.
난 그걸 보고 승자의 미소를 지은 뒤 타마린느에게 유유히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 나서 능청스럽게 말했다.
“어! 몰랐는데 보라색도 있었네. 난 보라색을 더 좋아하는데. 타마린느 언니, 나 이거 언니 거랑 바꿔두 돼?”
그 순간 메리엘이 눈을 부릅뜬 채 번쩍 고개를 들었다.
타마린느는 내 말을 듣고 당황한 듯이 긴 속눈썹을 팔랑이며 눈을 몇 번 깜빡였다.
하지만 곧 어린 이부 동생의 단순한 변덕이라고 생각했는지, 타마린느가 웃으며 나한테 보라색 꽃 과자가 든 접시를 건네줬다.
“그래, 아스포델. 네가 보라색 먹어.”
“고마워, 언니! 대신 이건 언니가 먹어!”
난 히히 웃으며 타마린느와 바꾼 보라색 꽃 과자를 보란 듯이 흠냠냠 맛있게 먹었다.
“하.”
메리엘이 기가 막힌 눈으로 날 쳐다봤다.
하지만 내가 알 바냐?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그런데 어린 메리엘은 내 생각보다 훨씬 더 예의를 모르는 어린애였나 보다.
‘헐? 지금 나한테 따지려고?’
망나니 황녀님의 제멋대로 인생 계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