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cked Princess Plans for Her Life RAW novel - Chapter (80)
망나니 황녀님의 제멋대로 인생 계획-80화(80/207)
“역시 황녀님의 다른 마수 박제품에 비하면 너무 작지요? 다음엔 꼭 노력해서 더 큰 걸로 잡아 드릴게요!”
하지만 벌벌 떨던 귀족 아이들이 곧바로 뒤돌아 도망치듯이 자리를 떠난 데다, 조슈아가 또 한 번 부담스럽게 의욕을 불태워서 고개를 앞으로 돌릴 수밖에 없었다.
“아냐, 조슈아! 이것두 엄청 멋지니까 다른 건 더 선물 안 해줘도 돼!”
“아니에요! 요즘 듣고 있는 소환사 수업 때, 목표 의식이 있어야 뀽뀽이와 제가 더 발전할 수 있는 거라고 배웠어요! 뀽뀽이와 저를 응원해 주신 황녀님을 위해서라도 전 더 강해질 거예요!”
앗,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더 할 말이 없다…….
“그래……. 그럼 열심히 해.”
“예! 힘내겠습니다!”
조슈아는 뿌듯하게 웃으며 뀽뀽이와 함께 떠났다.
그렇게 내 놀이 방에는 마수 박제품 3호가 생기게 되었다.
과연 이번 회차에는 마수 박제품이 몇 호까지 생기게 될까……?
그 답은 먼 미래에야 알 수 있을 듯했다.
* * *
“이 답답한 녀석아! 네가 이 모양이니까 황궁에 들어온 지 3년이 넘도록 아직도 무시를 당하고 살지!”
조슈아가 준 선물을 수행인들에게 옮기게 한 뒤 원래 목적지인 카루스의 궁으로 갔다.
그런데 내가 도착했을 때, 안에서는 고성이 울리고 있었다.
‘저 사람 또 왔네.’
방 안에서 새어 나온 목소리를 듣고 지금 카루스와 만나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쉽게 알아차렸다.
카루스의 형.
오클란테 가문의 삼형제 중 장남이자 현 오클란테 가주인 바론이 분명했다.
제르카인이 개화한 후로 오클란테 가문에서는 꽤 자주 카루스를 찾아오고 있었다.
특히 바론은 동생인 카루스와 조카인 제르카인을 챙긴다는 명목으로 요즘 자주 입궁했다.
“언제 시들지 몰라 노심초사했던 열매가 기적적으로 개화했으면 너도 좀 달라져야 할 게 아니냐! 기껏 네 힘이 되어줄 수 있는 황자님도 생겼는데 언제까지 이렇게 뒤에서만 숨죽여 살려고?”
“저, 저는 지금도 충분히 잘 지내고 있습니다, 형님.”
“잘 지내고 있기는 무슨!”
“제르카인도 무사히 건강하게 태어났으니 저는 정말 더 바랄 게 없습니다. 폐하께서도 요즘 자주 찾아주시고요.”
아니나 다를까, 바론은 오늘도 카루스를 다그치는 중이었다.
‘제르카인이 언제 죽을지 모른단 소리나 들으면서 시들시들한 상태로 신의 정원에 있을 때는 코빼기 하나도 안 비추더니.’
그런데 이제 와서 저렇게 카루스에게 관심 있는 척하는 이유는 뻔했다.
황자인 제르카인을 앞세워 가문의 영달을 꾀해 보려는 것이다.
아무튼 바론의 고성 때문에 카루스는 우리가 왔다고 고하는 궁인의 목소리를 듣지 못한 듯했다.
마가렛이 문밖에 있는 궁인에게 말했다.
“다시 고해주게.”
“예…….”
“폐하께서 자주 찾아주신 결과가 이거냐? 네가 황궁에 들어오고 3년이 넘도록 단 한 번도 폐하의 침소에 들지 못했다는 소문이 쫙 깔렸던데!”
어이쿠!
급기야 저런 민감한 화제까지 입에 올리다니?
마가렛도 깜짝 놀라 내 귀를 막았다.
아직 어린애라 저런 말을 이해하지는 못할 테지만 일단 교육상 안 좋은 말은 못 듣게 해야겠다 싶었나 보다.
반면 문 앞에 서 있는 카루스 궁의 다른 궁인들은 무심한 반응이었다.
보아하니, 바론이 저런 말을 꺼낸 게 한두 번이 아닌 것 같았다.
‘저 아저씨, 자기가 카루스의 면을 더 상하게 만들고 있단 걸 모르나?’
전에도 설명한 적 있듯이, 로잔티나의 황족들은 여자가 직접 아이를 낳지 않고 신의 정원에서 남녀의 마력을 합해 만든다.
로잔티나가 따르는 태초 신이 번영의 여신이기에 주어진 이점이었다.
그래서 남녀 간의 교합은 그저 쾌락을 위한 것일 뿐, 후사를 위한 필수 사항이 아니었다.
굳이 후계자를 낳기 위해 마음에 들지 않는 이성과 잠자리를 할 필요가 없었기에, 카루스처럼 황제와 아이를 만들었음에도 밤을 함께 보내지 않은 사람도 있을 수 있었다.
“저, 저 같은 게 어떻게 감히 폐하와…….”
카루스의 떨리는 목소리가 방문 밖으로 흘러나왔다.
“형님도 이미 아시잖습니까. 제가 궁에 들어온 건 폐하께서 저희 오클란테 가문을 가엽게 여겨 기회를 주셔서일 뿐이에요. 그러니 애초에 침소 시중 같은 건 들 필요 없다고 입궁 전부터 말씀하셨었고…….”
“네가 그런 미련한 소리만 하고 있으니 아직도 궁에서의 입지가 이 모양인 게 아니냐! 일단 궁에 들어왔으면 무슨 짓을 해서라도 폐하의 마음을 사로잡을 생각부터 해야지!”
바론은 속이 터지는지 더 크게 소리쳤다.
“폐하께 가장 큰 총애를 받는다는 4부군을 좀 본받으란 말이다! 그동안 옆에서 지켜보면서도 넌 배운 게 없는 거냐?”
앗, 우리 아빠 얘기까지 나왔다.
카루스가 우울하게 중얼거렸다.
“제가 따라 한다고 해서 록샨 님의 발끝에라도 닿을 수 있나요. 형님도 아시면서…….”
“그건! 그래도 패기로……!”
더 웃기고 짠내 나는 건, 카루스의 형도 동생의 말을 차마 부정하지는 못했다는 거였다.
대신에 곧 방 안에서 뭔가를 거칠게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하. 그래, 네가 그럼 그렇지. 됐다, 애초에 기대도 안 했으니! 대신 오늘부터는 내가 널 위해서 특별히 가져온 이 동대륙의 비술을 담은 책으로 틈틈이 공부나 해라!”
“혀, 형님! 도대체 이 망측한 건 뭡니까! 당장 다시 가져가시…….”
“에잇, 시끄럽다! 그건 이제 네 것이니 시간 날 때마다 종이가 닳도록 읽기나 해! 다음에 오면 어디까지 읽었는지 확인할 것이다!”
쿵쿵거리는 발소리가 문 쪽으로 가까워졌다.
“우리 오클란테 가문을 위해서라도 네가 해야 할 일이 뭔지 잘 생각해 보란 말이다!”
잠시 후 문이 벌컥 열렸다.
복도로 나온 건 카루스와 같은 검은 머리에 주홍색 눈을 가진 남자였다.
카루스는 순한 인상에 동안이라 아직도 소년 같은 느낌이 좀 남아 있는데, 형인 바론은 그냥 보통의 30대 청년 같은 느낌이었다.
그는 문밖에 있는 나를 보고 흠칫했다.
“로, 로잔티나의 별께 태양의 축복이 내리기를!”
바론 오클란테는 당황했는지 내게 급히 인사를 건넨 뒤 후다닥 복도를 뛰어갔다.
“5부군님, 3황녀님께서 방문하셨습니다.”
“헉! 어서 안으로 모셔라! 아, 아니! 잠시만! 치울 게 있으니 1분 뒤에……!”
궁인이 다시 고한 소리를 듣고 안에서 카루스가 허둥지둥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멀어지는 바론 오클란테의 뒷모습을 가늘게 뜬 눈으로 쳐다보다가 방으로 들어갔다.
* * *
“어서 오세요, 황녀님. 방금 손님이 다녀간 터라 조금 어수선하네요.”
‘내가 이럴 줄 알았다고!’
카루스를 보자마자 탄식했다.
그에게 오랜만에 보는 몽글몽글한 검은 기운이 달라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저, 그런데 어쩌지요? 제르는 조금 전에 잠들어서 다른 방으로 데려갔는데.”
그런데 사람 눈썹이 어떻게 저렇게 불쌍한 모양으로 축 늘어지지?
오늘따라 풀이 잔뜩 죽은 카루스가 별것도 아닌 이유로 나한테 사과했다.
“모처럼 보러 와주셨는데 죄송해요.”
“아냐, 괜차나. 카루스 아빠 보러 온 거기도 하니까!”
“황녀님……!”
아무래도 조금 전에 매정하게 굴던 형이 다녀가서 그런 것 같았다.
시무룩하던 카루스는 내 사소한 말에 격렬하게 감동했다.
그런 카루스에게 다가가 가슴 부근에 작게 뭉친 사기를 정화해 줬다.
“카루스 아빠 요기 먼지 붙었다. 털어줄게.”
“먼지까지 직접 털어주시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3황녀님!”
제르카인이 태어나면서부터는 정말 세상의 근심 걱정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것처럼 행복 오로라만 사방에 흩뿌리던 카루스였다.
그래서 이런 사기도 한동안 보인 적이 없었는데, 요즘은 바론 오클란테가 카루스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그래도 이 정도 사기는 미약해서 시간이 지나면 자체적으로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혹시 그 전에 제르카인에게 옮겨 갈지도 모르니까.
“5부군님, 황자님이 깨어나셨어요.”
“우우우!”
그때 궁인이 자는 줄 알았던 제르카인을 데려왔다.
“우리 똑똑한 제르가 황녀님이 오신 걸 알았나 봐요!”
카루스가 또 콩깍지성 발언을 했다.
하지만 정말 제르카인은 궁인의 품에 안겨서도 날 보며 방긋방긋 웃고 있었다.
카루스가 궁인에게 제르카인을 받아 품에 안고 얼렀다.
잠깐 잠에서 깼던 것뿐인지, 아기는 금방 또 잠들었다.
“다시 잠들었네.”
“그러게요……. 황녀님, 제르를 다른 방에 눕혀주고 와도 될까요?”
“그래.”
우리는 아기가 깨지 않게 속닥속닥 말했다.
카루스가 조용히 방에서 빠져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궁인이 들어왔다.
다과상을 차리러 온 거였는데, 조금 전에 잠에서 깨어난 제르카인을 카루스에게 데려다주러 왔던 궁인이었다.
“안뇽? 우리 조금 전에도 봤었지?”
“아, 예에. 맞습니다, 3황녀님.”
“응, 이름이 아담이었나?”
난 손에 턱을 괴고 그를 빤히 보다가 아는 척했다.
내가 이름까지 기억하자 궁인은 깜짝 놀라는 것 같았다.
망나니 황녀님의 제멋대로 인생 계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