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cked Princess Plans for Her Life RAW novel - Chapter (81)
망나니 황녀님의 제멋대로 인생 계획-81화(81/207)
“제 이름을 알고 계셨습니까?”
“고럼! 여기 올 때마다 자주 애기 돌봐주고 있었잖아. 그래서 기억해!”
그렇게 설명한 뒤 일부러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근데 원래 제르 육아 전담 궁인은 다른 사람 아냐?”
“그렇습니다.”
대개 황궁에서 시중을 드는 궁인들의 성별은 주인의 성별을 따라가기에, 카루스의 궁에는 남자 궁인이 많았다.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도 그렇고, 제르카인의 육아 전담 궁인도 남자였다.
“흠, 제르 육아 전담 궁인은 되게 바쁜 거 같아.”
나는 그에게 떡밥을 던졌다.
“볼 때마다 카루스 아빠나 다른 궁인들이 애기랑 놀아주던데.”
찻잔을 내려놓던 궁인이 입매를 약간 꿈틀거리며 답했다.
“예, 평소에 제가 돌봐줄 때가 제일 많지요.”
“그치! 나도 아담 자주 봐써!”
“조금 전에도 방에서 딸랑이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서 들어가 보니 아무도 없더군요. 그저께 저녁에도 아기가 시끄럽게 우는데 전담 궁인이 자리를 비우고 없어서 제가 가서 달래줬었고…….”
“와, 그 정도면 거의 아담이 제르 전담 궁인 아냐?”
말하는 걸 들으니, 역시 이 궁인은 제르카인의 육아 전담 궁인에게 불만이 많았던 것 같았다.
예상대로였다.
그동안 카루스 궁에 올 때마다 티가 났으니까.
아마 내가 어린애라 지금은 속에 든 생각을 더 솔직하게 꺼낼 수 있었겠지.
“그러면 아담이 여기서 일을 제일 많이 하는 거네?”
난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그를 슬쩍 부추겼다.
“카루스 아빠 시중도 들고, 손님 오면 이렇게 일도 하고, 거기다 애기까지 돌보는 거잖아? 대단하다~”
“크흠, 아닙니다.”
나한테 칭찬 비스무리한 말을 들은 궁인이 멋쩍은 듯 헛기침을 했다.
하지만 어쩌나?
내 목적은 칭찬이 아닌데.
“있잖아, 아담처럼 아무것도 안 받고 공짜루 그냥 일하는 거 말이야. 이번에 대신전에 가서 들었는데, 그걸 봉사라고 한대!”
궁인을 향해 해맑게 웃으며 손뼉을 쳤다.
“지난번에 궁인들이 말하는 거 들으니까, 애기 보는 전담 궁인은 그냥 궁인보다 쉬는 날도 더 많고 돈주머니도 다른 사람이 하나 받을 때 두 개 받는다던데. 근데 아담은 일까지 대신 해주는 거 보니까 지인짜~ 착한가 보다.”
“…….”
“제르 전담 궁인은 아담 때문에 엄청 편하겠다! 그치?”
내 말을 들은 궁인의 얼굴이 굳었다.
하지만 여기서 말을 멈출 거면 애초에 시작도 안 했다.
“아까 여기 궁인들도 아담 엄청 착하다구 얘기하는 거 들었는데. 그걸 봉사 말고 또 뭐라고 하더라…… 아! 생각났다!”
나는 눈치 없는 척, 계속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소리를 했다.
“호구! 아담한테 호구라고 어엄청 칭찬하더라구! 그거 되게 착한 사람한테만 하는 말이라며?”
간식이 든 접시를 내려놓던 궁인의 손이 파르르 떨리는 게 보였다.
“하……. 정말, 정말 다른 궁인들이 절 보고 그렇게 말했습니까?”
“응! 이 세상에서 제일가는 호구래써! 다들 아담을 엄청 좋아하나 봐.”
시뻘겋게 달아오른 궁인의 얼굴이 험상궂게 일그러지는 걸 즐겁게 감상했다.
“황녀님! 제가 좀 늦었지요? 아, 다과상이 다 차려졌군요.”
그때 마침 카루스가 돌아왔다.
궁인이 정신을 차린 듯 잡고 있던 접시를 놓고 몸을 바로 세웠다.
“그럼 전 물러가겠습니다.”
“그래, 잘 가~!”
난 돌아서는 궁인에게 인사해 주었다.
방을 나서는 그의 얼굴에는 부정적인 감정이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그걸 보고 나는 뒤에서 몰래 사악한 미소를 입가에 그렸다.
* * *
사실 내 첫 낚시감은 아담이 아니었다.
난 카루스의 궁에 다니는 동안 몇몇 궁인에게 먼저 그물을 펼쳐 뒀다.
방법은 아담에게 그런 것처럼 지나가듯이 말을 흘리는 것이었다.
‘안녕, 벤! 오늘도 빨래하러 가는구나. 날씨가 좋아서 이불도 잘 마르겠다. 응? 이름을 어떻게 아냐고? 다른 궁인들은 카루스 아빠가 열 번 부를 때 한 번만 오는데 벤은 자주 보니까 얼굴을 외워서 알지!’
‘크리스, 오늘은 복도 청소하는 거야? 열심히 하네. 다른 궁인들은 저기서 다 같이 간식 먹고 놀구 있던데.’
‘안뇽, 또 제르 봐주고 있었어? 차라리 그냥 아담이 제르 전담 궁인 하면 될 텐데.’
이런 식으로 그들의 안에 종기처럼 돋아나 있는 불만 스위치를 쿡쿡 찔러줬다.
원래 게으른 생활을 하던 카루스 궁의 궁인들은 요즘 과도한 업무량에 전에 없는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물론 이 과도한 업무량이란 어디까지나 그들의 이전 생활과 비교했을 때를 말하는 거였다.
당연히 다른 궁의 궁인들은 카루스 궁의 궁인들보다 스무 배는 더 열심히 일했다.
하지만 뻔뻔한 카루스의 궁인들은 내가 밑밥을 까느라 던진 말대로, 정말 자기들이 요즘 엄청나게 많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자고로 이런 사람들이 자기가 남보다 일을 많이 하는 건 절대 못 참는 법이지.’
난 그냥 그런 마음을 살짝만 자극해 준 것뿐이었다.
그래 봤자 그 나물에 그 밥인 주제에, 카루스의 궁인들은 나날이 서로를 향한 불만을 키워갔다.
그리고 며칠 뒤, 4황자 제르카인의 육아 전담 궁인을 누군가가 밀고했단 소문이 내 귀에 들어왔다.
* * *
“서궁의 궁인들을 총괄하는 그렉 맥밀런입니다.”
다음 날 오전 내가 카루스 궁에 찾아갔을 때는 이미 궁인들을 총괄하는 부서에서 나온 사람이 도착한 상태였다.
“제5부군님 소속 궁인들이 모두 직무 유기로 고발되어 오늘 아침 감사관으로 보내졌습니다.”
“예? 저, 전부 다요?”
“예,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말입니다.”
어쩐지 카루스 궁이 횅하더니, 궁인들이 하나도 없어서 그런 거였다.
카루스는 얼이 빠져 보였다.
당연했다.
소속된 궁인 한둘도 아니고 모두가 직무 유기로 고발된 건 사상 초유의 사태였다.
나는 족제비들에게 어제 이야기를 들어 이미 정황을 자세히 알고 있었다.
내가 바람을 불어넣었던 궁인 중 하나인 아담이 첫 시발점이었다.
그는 제르카인의 육아 전담 궁인이 제 역할을 하고 있지 않다며 그의 행태를 총괄 부서에 낱낱이 고발했다.
자신과 업무량은 비슷하면서 혜택은 훨씬 많이 받는 게 얄미워서 더는 참을 수 없었던 듯하다.
그래봤자 아담도 평소에 성실한 생활을 한 건 아니었다.
전담 궁인 대신 제르카인을 자주 돌봐준 양 굴었지만 그것도 어쩌다 한 번이었다.
게다가 그나마도 사용하는 방이 육아 전담 궁인의 방과 가장 가까워서 다른 궁인들에 비해 제르카인의 우는 소리를 못 견딘 것뿐이었다.
어쨌든 그렇게 한 명이 시작하니 그 뒤로는 줄줄이였다.
제르카인의 육아 전담 궁인도 억울함을 호소하며, 평소에 태만하던 건 다른 궁인이라고 지목한 것이다.
그때부터 서로 ‘난 열심히 일했다, 매일 게으름 피우고 놀기만 한 건 쟤다!’ 하면서 상대방에게 잘못을 떠넘기느라 바빴다.
그런 연유로, 결국 카루스 궁의 궁인들 모두가 서로를 사이좋게 고발한 우스꽝스러운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다.
“하여 조사를 진행하는 동안 5부군님과 4황자님의 시중을 들 새로운 궁인들을 데려왔습니다.”
누가 들어도 기가 찰 만한 일이었으나, 서궁의 총괄 궁인인 그렉 맥밀런은 표정 변화 하나 없이 사무적인 태도로 카루스에게 정중하게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손이 빠른 아이들이니, 바로 적응해 일할 수 있을 겁니다. 혹시 생활하시는 데 다른 불편한 점이 있다면 언제든 말씀해 주십시오.”
그를 따라온 궁인들이 거의 혼이 빠져나간 듯한 카루스에게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
“5부군님, 제국의 달을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앞으로 성심성의껏 일하겠습니다.”
“아, 예, 예……! 저,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당황한 카루스가 궁인들에게 굽신거렸다.
그 모습을 보며 마가렛이 작게 탄성을 내뱉었다.
“어머나, 5부군님 소속의 궁인들이 정말 전부 바뀌었네요.”
“그러게. 바빠 보이니까 우린 그냥 가자, 마가렛!”
나도 내 눈으로 직접 상황을 확인한 뒤 만족스럽게 돌아섰다.
‘좋아, 쓸모없는 것들을 전부 치워 버리니 속이 다 시원하군.’
게다가 지금 보니 새로 온 궁인들은 위에서 신경 써 뽑은 티가 났다.
일단은 임시인 듯 말했지만, 조사를 받으러 간 궁인들이 다시 카루스의 궁으로 돌아올 일은 없을 것이다.
감사관 사람들이 바보도 아니고, 서로 책임 미루기밖에 할 줄 모르는 게으른 것들을 계속 황궁에 남겨둘 리가 없지.
비슷한 인간들끼리 서로 싸우다가 다 같이 잘려 버리게 만들었더니 내가 귀찮게 손을 더 쓸 필요도 없어서 편했다.
‘이걸로 제르카인의 육아 환경도 좀 더 좋아지겠지!’
크, 남동생을 위해 이렇게 길가의 돌멩이 하나도 뽑아주는 이 섬세함.
역시 난 사람이 너무 착하니까.
그렇게 자화자찬하며 개운한 기분으로 룰루랄라 우리 궁으로 돌아갔다.
망나니 황녀님의 제멋대로 인생 계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