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 who drives a Benz RAW novel - Chapter (1)
택배 기사의 하루.
택배 기사의 하루.
계기판의 온도계는 실외 37℃, 실내 32℃.
고온보다 더 힘든 것은 폐 속에 물이 가득 찬 것 같이 숨이 턱턱 막히고 전신에 페딩을 입고 있는 것 같은, 열을 잔뜩 머금고 있는 습도였다.
한여름이다.
굳이 폭염주의보를 내리지 않아도 활동을 자제하게 되는 쪄 죽을 것 같은 날씨의 가장 덥다는 오후 2시.
29세의 택배 기사 한영수에게는 이때가 가장 바쁠 시간이었다.
-저 지금 휴가 중인데요? 그냥 옮겨주세요.
“그럼 제가 GU 편의점에 오래 보관해달라고 말을 해두겠습니다.”
-저기요! 생각해보세요. 생수 박스가 20개인데, 사람이 없어도 집 앞까지 옮겨주셔야죠. 설마 여자인 저보고 그걸 4층까지 옮기라는 거예요?
울컥.
‘생수를 20박스, 실화냐?’
사람인 이상 짜증을 내고 싶지만, 이게 본인의 일이라 꾹 참았다.
내비 옆에 달아둔 단말기에 시선이 갔다.
[13. 런닝9. 빅사이즈 남 츄리닝 남민수] [14. 루팡 특가. 미네랄 특 워터 생수 2L*12 진상연] [15. 루팡 특가. 미네랄 특 워터 생수 2L*12 진상연] [16. 루팡 특가. 미네랄 특 워터 생수 2L*12 진상연]…
개별로 주문 되어있어서 한 사람인지 몰랐다.
혼자서 생수를 20박스를 주문하다니, 말이 되는 건가?
가뜩이나 더워 죽겠는데 화까지 치밀어오르니 위가 쓰렸다.
‘너희는 상도덕도 없냐? 미친 루팡 놈들…’
루팡에서 2리터 12개들이 생수 한 박스를 4천 원에 파는 미친 짓을 저질렀다고 들었다.
개당 배송비 3천 원이라고 하지만, 포함해도 평소보다 싼 가격.
거기다 12개는 실질적으로 6개짜리 두 박스였다.
가뜩이나 택배 기사들이 평소에도 기피하는 물건이 생수다.
요즘 웬만한 사이트는 한 번에 생수를 세 박스 이상 주문하지 못하게 하거나, 생수 회사에서 직영으로 보내주는데…
오늘 트럭 안에는 그놈들이 그득했다.
시작부터 이러니, 결국 오늘도 파스 신세는 면하지 못할 것 같았다.
“알겠습니다. 그럼 사진 찍어서 보내드리겠습니다. 그 뒤로 잃어버려도 제 책임은 아닌 거 아시죠?”
-그걸 누가 가져간다고 그래요? 사진은 안 보내셔도 되니까 그냥 놔두세요. 그리고 제가 개당 배송료 3천 원씩 냈거든요?
이런 사람과는 괜히 말 섞어봐야 낸 돈 이상으로 감정노동을 시켜서 피곤하다.
“네. 그럼, 그렇게 알고 진행하겠습니다.”
-일부러 몇 개 빼먹지 마세요. 우리 집 계단마다 카메라 설치돼있어서 몇 개인지, 누가 훔쳤는지 다 확인할 수 있어요.
아무리 만만한 택배 기사라고 해도, 사람을 도둑으로 모는 것은 너무하지 않아?
“택배 기사가 도둑입니까?”
쾅!
주먹으로 대시보드를 강하게 내리쳤다.
-…
하지만, 이미 전화는 일방적으로 끊겨있었다.
알았다. 그게 아니면 고객이 본사로 컴플레인을 걸었겠지.
여기가 사람들 없는 고물상 옆 골목길이 아니었다면 눈치 보여서 이렇게 소리 지르지도 못했을 거다.
남의 회사 마크를 단 트럭이니까.
“후우… 먹고 살기 힘들구나.”
예전에 하던 일들에서도 여러 부류의 진상들을 만났다. 남의 돈 먹는 게 택배 기사만 힘든 것은 당연히 아니었다.
하지만, 택배 기사가 된 시점에서 가족도 잃었고 몸과 마음이 고된데 털어놓을 사람까지 없는 철저한 개인사업자 신세가 되자 많이 외로웠다.
일 끝나면 맥주 한 잔으로 고된 스트레스라도 날리면 좋으련만, 다음 날을 생각하면 그조차 하지 못하니 이렇게라도 푸는 거다.
딸칵.
우울한 기분을 달랠 겸 라디오를 틀었다.
-…는 미. 친. 거어죠?
마침 오후 2시에 하는 칼투쇼가 카 오디오를 통해 흘러나왔다.
영수는 화를 삭히며 잠시 라디오에 귀를 기울였다.
나이 29세, 여러 인생 굴곡을 겪을 만큼 겪고 인생 내리막차가 되어 가진 돈을 다 털어 대출 끼고 트럭을 사서 택배업을 시작했다.
택배 기사는 벌려면 그만큼 움직여야 하는 데다 이것저것 비용이 많이 나가서 쥐는 것은 적었다.
하지만 쓸 시간이 없어서 돈은 잘 모였다.
운전해야 하니 술도 안 마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미친 듯 뛰어다니고 일요일은 힘들어서 잠만 자…
이제 빚은 다 갚았지만, 이런 삶은 원하던 것과는 다른 삶이다.
대기업을 뛰쳐나와 사업으로 보란 듯이 성공하려고 했건마는…
“그래도 돈이 모이는 게 어디냐…”
뒤늦게 시작하다 보니 남들이 잘 맡지 않으려는 공장 밀집지역의 원룸촌을 맡게 되었다.
건수는 많지만 피 뜨거운 나이의 사람들이 가득 인지라 그만큼 얼굴 붉히는 사람도 많았고 말도 안 되는 컴플레인도 많이 들어왔다.
하지만 가장 참기 힘든 건, 어딜 가나 돈을 내었으니 그만큼의 요구를 하는 것 이상으로 하는 사람들 때문이었다.
택배 기사든, 공장을 다니든, 식당 종업원이든 직장인이든, 모두 자기 위치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
오늘은 내가 고객이지만, 내일은 내가 서비스 제공자가 될 수 있고 그게 나의 가족, 친구, 아는 사람도 될 수도 있는데…
근본적으로 서로 기본 예의는 지켜야 하지 않겠나?
그런 부분만, 자존심 구기지 않게 조금만 조심해주면 정신적으로는 덜 피곤할 텐데…
“먹고 살려고 참는다…”
한영수는 다시 자동차에 시동을 걸었다.
끼리리릭.
아직 오후 2시, 분류작업하고 나온 지는 한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았다.
간 곳보다 가야 하는 집이 더 많이 남은 지금, 여기서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부웅…
버스처럼 떠나는 정기 코스의 마지막 목적지는 5층짜리 주공아파트 단지 내의 3층에 위치한 한 집이었다.
고작 10kg짜리 쌀 포대였다. 하지만 지쳐서인지 20kg짜리 아령 5개들이 묶음보다 더 무거운 것처럼 느껴졌다.
여기서 벌써 힘이 빠져서는 안 된다. 아직 탑차에는 주인을 기다리는 물건들이 야근을 기다리고 있었다.
띵동.
“태극 택배입니다.”
“네. 잠시만요.”
문 앞이 소란스러웠다.
“얘, 그거 먹으면 안 된다니까?”
안에서 아이를 다그치는 소리가 정겹게 느껴졌다.
얼마 전에 양친을 여의고 혼자가 되었다.
큰 거 안 바라고 손주 하나 안아보고 가는 게 소원이라시던 어머니를 생각하니, 요즘은 아이들 목소리만 들어도 어머니가 생각났다.
철컥.
잠시 후, 화장기 하나 없어 수수하고 서글서글한 인상의 젊은 여성이 웃으면서 닫혀있던 문을 열어주었다.
“죄송해요. 선생님. 오래 기다리셨죠? 애가 갑자기… 아! 가희야! 입에 손 넣지 말라고 했어요? 안 했어요? 지지에요. 지지.”
‘애 엄마치곤 젊네…’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성은 고개를 잠시 돌리더니 아이를 다그쳤다.
덕분에 시간도 조금 지체되었고 아직 일거리는 남아 있었지만, 늦어지는 것은 별 상관없었다.
‘크으. 선생님이라니…’
존칭, 선생님이라는 말 한마디에 쌀을 들고 있는 팔뚝에 힘이 절로 들어갔다.
이런 사람만 만나면 얼마나 좋겠는가?
“아, 죄송해요. 선생님. 제가 혼자서 애 보느라 정신이 없어서, 아…”
고개 숙여 인사를 하는데, 무안해지지 않게 영수도 웃으면서 같이 인사했다.
그런데 고개를 든 여성이 영수의 얼굴을 보더니 잠시 멈칫했다.
“아니요. 그럴 수도 있죠.”
영수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면서 아이를 바라봤다.
“…”
아이는 그새 다시 손가락을 입에 넣고는 영수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조금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윙크를 해주자 아이는 쪼르르 여성의 뒤로 달려가더니 치맛자락을 붙잡고 숨어서 고개만 빼꼼 내밀고 자신을 쳐다봤다.
“아이, 제 정신 좀 봐. 쌀은 여기 놔주세요. 그리고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음료수 한 잔…”
“아이고,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말릴 새도 없었다.
덜컥.
냉장고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예의도 바른데 행동력까지 있는 사람이군.’
“가희야 얌전히 기다려. 아저씨 귀찮게 굴면 안 된다?”
“…”
아이는 현관 옆 방문으로 들어가는 듯하더니 고개만 슬쩍 내밀고 영수를 쳐다봤다.
자신을 바라보는 눈망울에는 호기심이 그득했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절로 입가에는 아빠 미소가 맺혔다.
일찍 결혼했다면, 자신에게도 딱 이만한 아이가 있을 텐데…
“가희라고 했지? 이거 봐라?”
영수는 자리에 앉으면서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가 극장의 막이 펼쳐지듯 손바닥을 좌우로 활짝 폈다.
“베에.”
“킥…”
우스꽝스러운 얼굴로 혀를 내밀자 아이가 살짝 웃었다.
다시 얼굴을 가렸다가 이번엔 눈을 크게 뜨며 좌우로 빠르게 굴렸다.
“꺄하하하.”
만족스러웠는지 환하게 웃는 아이.
반응이 좋아서 내친김에 몇 번이나 더했다.
아이만을 위한 작은 공연에 만족스러웠는지 아이의 입가에는 미소와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이 아저찌 봐! 완전 우껴. 히힛!”
아이는 달려가서 여성의 치맛자락을 붙잡았다.
그녀는 얼굴에 고마워하는 미소를 머금고는 다가와 잔에 담긴 포도 주스를 내밀었다.
영수는 괜히 멋쩍은 미소를 짓고는 일어나서 뒷머리를 긁적이며 일어났다.
“포도 주스도 괜찮으시죠?”
“가리는 거 전혀 없습니다. 주시는 것만 해도 감사하죠.”
영수는 괜히 무안함을 떨치기 위해 잔을 받아서 벌컥벌컥 마셨다.
“커흑, 컥. 콜록콜록.”
“꺄하하하!”
의도적으로 한 게 아니라 급하게 마시다 사레가 들린 건데, 그게 또 재미있었나 보다.
아이는 자지러지게 웃음을 흘렸고 그녀의 입가에는 보다 더 짙은 미소가 어렸다.
“정말 감사해요. 엘리베이터도 없는데 무거운 쌀도 옮겨주시고, 아이랑도 놀아주셔서.”
“크흠, 아니요. 배달은 당연히 제가 해야 하는 일인데요. 따님이 참 귀엽네요. 싹싹하고 인상 험악한데도 잘 웃어주고…”
“원래는 낯을 많이 가리거든요. 하지만, 선생님 얼굴이 가희 아빠랑 닮아서 그런가…”
그녀는 입가에 미소를 맺으며 말했지만, 눈으로는 슬픔을 말하고 있었다.
“아찌, 울 고모랑 결혼할래?”
치마 뒤에 숨어있던 가희가 불쑥 튀어나와 말했다.
엄마라고 하지 않고 고모라고?
“얘, 얘 내가 어, 엄마라고 하라고 했지?”
여기에는 뭔가 사정이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캐묻지는 않았다. 사람들은 다들 각자의 사정이 있으니까.
그런데 어쩐지 아이의 엄마치고는 어쩐지 조금 젊어 보이기는 했다. 그리고 괜히 마음 한편으로 안도감도 들고.
‘오빠가 이혼했거나, 죽기라도 한 건가… 이런!’
갑자기 주제넘게 이게 무슨 관심이란 말인가…
속으로 뜨끔한 영수는 얼른 잔을 건네주었다.
“크흠, 잘 마시고 갑니다.”
서둘러 몸을 돌려 밖으로 빠져나가려고 하는데, 아주 작은 손, 작은 힘이 자신을 멈췄다.
아이가 한 손으로 바짓자락을 잡고 있었다.
“아찌, 이거 주웠어. 가져.”
뒷짐 지고 있던 다른 손을 펴서 영수에게 내민 것은 한 장의 스티커였다.
“어머머? 호호호. 가희가 선생님이 진짜 마음에 들었나 봐요. 저도 안 주던 건데.”
“…”
피식하고 나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이 맺혔다.
영수는 허리를 숙여 눈높이를 맞춰 앉으며 두 손을 앞으로 공손하게 모아 조막만 한 아이의 손 앞에 내밀었다.
아이도 두 손을 나란히 모으더니 공손하게 스티커를 건네주었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아이가 영수에게 가까이 달려들었다.
쪽.
“어?”
고모도 놀란 눈으로 가희를 쳐다봤다.
“헤헤.”
아이는 쑥스러운지 도도도도 달려서 다시 치맛자락에 얼굴을 폭 파묻었다.
“가희가 남자 보는 눈이 있으니, 나중에 좋은 남자를 만날 것 같습니다.”
“어머? 호호호. 선생님 너무 외모에 자신감 있는 거 아닌가요?”
“크흑…”
“호호호. 농담한 거예요.”
아이 덕분에 분위기는 다시 화기애애해졌다.
“아차, 선생님 바쁘실 텐데 너무 오래 붙잡았네요.”
“아닙니다.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앞으로도 저희 태극 택배를 자주 이용해 주시면 또 뵐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럼 그때 뵙겠습니다.”
영수는 씨익하고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인사하고 집에서 나왔다.
두 사람은 집 밖까지 나와 손을 흔들며 영수를 배웅했다.
“또 보자. 가희야.”
뒤돌아보며 손을 흔들어 화답했다.
평소라면 이러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부릉…
사거리의 신호등이 적색으로 변하자 영수는 트럭을 멈춰 세웠다.
사이드를 올려 차를 정차시키고 남는 짬을 이용해 추가 저녁 배송 루트와 환불 신청한 품목 등 여러 가지를 계산했다.
단말기를 두들기고 신호등을 힐끔거렸다가, 다시 단말기를 두들기고…
그러는 와중에 조금 전 가희라는 아이에게서 받아둔 스티커가 계속 눈에 밟혔다.
“하아… 내가 왜 마지막에 그런 말을 한 거지?”
마지막에 한 말이 걸렸다.
정해둔 상투적인 멘트는 ‘저희 태극 택배를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였다.
그런데 가희의 집에서는 ‘앞으로도 저희 태극 택배를 자주 이용해 주시면 또 뵐 수 있을 것 같네요.’라고 했다.
“또 뵐 수 있을 것 같네요. 라니…”
이건 완전 작업 멘트가 아닌가?
“물론, 오빠 애를 맡고 있다고 해도, 와주면 고맙지만…”
혼잣말을 중얼거리다가 문뜩 정신이 들었다.
“배불렀냐? 뭔 소리 하는 거냐 대체…”
영수는 생각하다 어이가 없어 자신을 다그쳤다.
두 사람의 단란하고 화목한 분위기 때문이었을 까?
괜히 목에 들어간 생선 가시처럼 신경이 쓰였다.
애초에 독신이고 싶었던 적도 없고, 한 번 갔다 올 뻔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여러 일을 겪고 나서, 가정을 꾸린다는 것이 능력 이상의 욕심이라는 것을 알고 포기한 지 꽤 오래되었다.
그러나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나서 혼자가 되자, 가끔 쓸쓸해질 때가 있었다.
잠시 두 사람을 만나 가족이 뭔지, 그 향수에 취할 수 있게 되어서 그랬을까?
그래, 어쩌면 그것 때문일지도 모른다.
“쩝…”
씁쓸하게 입맛을 다시는데, 스티커를 보자 피식하고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맺혔다.
“그래도, 가희 고것이 남자 보는 눈은 있단 말이야.”
영수는 웃으면서 스티커를 떼서 내비게이션 밑에 붙였다.
그런데, 갑자기 내비 화면이 먹통이 되어버렸다.
“어? 이 고물 진짜…”
내비는 중고로 구매했다.
터치가 조금 밀리는 것 같지만, 나름 쓸 만은 했는데…
아무리 중고라고 해도 스티커 하나를 붙였다고 이렇게 될 리가 없지 않은가?
당황스러운 마음에 영수는 손으로 내비를 툭, 툭 두들기며 화면 이곳저곳을 꾹꾹 눌러봤다.
<새로운 목적지가 생성되었습니다. 확인하시겠습니까? Y/N>
<Y를 선택하셨습니다.>
“뭐야 갑자기…”
갑자기 화면에 글씨가 떴는데 화면을 누르다 보니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확인도 안 하고 Y를 누르고 말았다.
혹시나 초기화 버튼을 누른 게 아닌가 당황해하는데…
빵빵!
그새 신호가 바뀌었는지 뒤 차가 클락션을 눌러댔다.
끼릭.
“갑니다. 가요.”
영수는 사이드를 내리고 기아를 넣으며 투덜거리면서 브레이크 페달을 살짝 떼며 고개를 들었다.
번쩍!
쾅!
“엇!”
뭔가 부딪치는 소리에 다급히 브레이크를 밟았다.
끼이익!
고개를 들 수 없었다.
뭔가를 받고 말았다.
차에 전해지는 충격은 그리 크지 않은 거 보니, 차를 받은 건 아닌 것 같다.
“아…”
충격이 온 것도 아닌데 목 뒤가 뻐근하게 느껴졌다.
사거리 신호등 앞에 서 있었다. 차가 아니고 가벼운 뭔가를 쳤다면 사람 말고 누가 있겠나.
아무리 속도도 안 냈다고 하지만, 1톤 트럭의 중량감이고 소리를 들으니 제법 강하게 친 것 같은데…
…
주변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취, 취익… 족장이 당했다!”
“취익! 가, 강하다! 도망을…”
“취, 취췻! 차라리 잘 죽었다. 족장 너무 나쁜 놈이다!”
귀에 거슬리는 소리와 당했다, 도망을 가야 한다, 잘 죽었다는 등…
이상한 대화 내용에 영수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어 핸들 위로 고개를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