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 who drives a Benz RAW novel - Chapter (102)
기사들이여 운전을 하라!
기사들이여 운전을 하라!
은근히 압박하던 마나웨이브가, 거센 파도가 되어 코라도로 백작을 덮쳤다.
그의 머릿속은 새하얘졌다.
등 뒤에 있던 병사들은 아얘 움직이지도 못했다.
“백작님.”
“괜찮으십니까?”
좀 더 뒤에서 그를 수행하고 있던 기사들이 다가와 앞을 가로막으며 마나 웨이브를 견뎌냈다.
차르르르…
하지만, 무기를 잡으려고 하면 들어 올린 손이 바르르 떨려와 계속 쇠 부딪치는 소리만 들려왔다.
그래도 앞에서 막아준 탓일까?
이내 신색을 회복한 코라도로 백작이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소리쳤다.
“아, 아니 한 자작님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립니까? 칙사에게 죽고 싶냐니요? 이런 결례가 어딨습니까? 너무하시군요!”
“네가, 지금, 엘프를, 노예로 내놓으라고 했잖아 이 새끼야!”
영수는 더 이상 코라도로에게 기본적인 예의를 지킬 필요조차 느끼지 못했다.
인간 이하, 예의를 갖춰 줄 필요도 없는 놈이다.
“네, 그 뭐… 엘프 노예가 귀하긴 하지만 잘못하면 한 자작의 영지 하나가 날아갈 걸 엘프만, 엘프만 준다면 모든 걸 용서해 준다고 하는데…”
코라도로 백작은 말도 안 되는 변명을 했다.
그는 이해하지 못했다.
영수에게는 영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
한 뼘의 작은 땅이라도 발붙이고 살 정도만 있으면 된다.
중요한 건 사람이다.
특히 내 사람들.
“완전 극혐이구만.”
“그켬?”
“크히모스!”
벌컥!
“예!”
집무실에서 흘러나오는 마나 웨이브의 서슬퍼런 기운에 잔뜩 긴장하며 풀무장으로 대기하고 있던 크히모스가 문을 열고 집무실로 뛰어들어와 헬멧을 벗으며 예를 취했다.
“오늘부터 우리 영지의 기사들은 운전 연수를 받습니다. 람찬이 가르쳐 줄 겁니다. 나가면 당장 시작하십시오.”
“넵!”
운전연수?
처음 듣는 말에 갑작스러운 맥락에서 터진 말이라 코라도로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궁금해했다.
물론, 영수는 코라도로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그리고 연수가 끝나는 대로 영지의 기사 절반과 병사 절반, 오크들을 무장시키고 코라도로 백작령으로 가, 성벽과 영주부를 완전히 부수고 오십시오.”
“넵!”
“네에? 그, 그게 무슨 소립니까? 아니, 한 자작님!”
“또한 국왕에게 특사를 보내 경고하십시오. 불만 있으면 네가 직접와! 라고, 한 마디도 틀리지 말고, 제 감정 그대로 전달해주시기 바랍니다. 특사는…”
“제가 직접 가도록 하겠습니다! 제게 시켜주십시오. 영주님!”
크히모스가 한쪽 무릎을 꿇으며 특사를 자청했다.
그의 등줄기에는 소름이 돋았다.
기분 좋은 소름이었다.
머릿속에서는 강렬한 아드레날린이 강하게 분비되고 있었다.
그 어떤 기사가, 국왕에게 당당하게 ‘불만 있으면 네가 직접 와!’ 라고 할 수 있겠는가?
그게 자신이 되고 싶었다.
국왕에게 소리치고 있는 자신을 상상하니, 더욱 짜릿하다.
이 정도로 모험을 즐기는 성격이, 자신의 내부에 잠재되어있다는 생각은 크히모스도 하지 못했다.
“크히모스가요?”
영수도 놀랐다.
집돌이 크히모스, 그가 변했다.
안주하려던 그가 변화하다니…
바라마지않던 선택이다.
“좋습니다! 크히모스에게 맡기겠습니다! 한마디 더 하십시오. 칙사에게 해코지한다면, 내가 직접 가겠다. 라고.”
“훗. 괜찮습니다. 풀무장을 허락해주십시오. 닭 잡는 데 드래…이크 잡는 칼을 쓸 필요는 없습니다.”
확 하고 올라갔던 크히모스의 텐션이 말실수 한 번 할 뻔하며 확 가라앉았다.
“허락합니다.”
스스로에게 냉정해진 크히모스는 의문이 들었다.
“영주님, 그런데 성벽을 모두 부수기만 하고 정복은 하지 않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그럼, 코라도로 백작의 재산과 영지민들은 어떻게 합니까?”
“좋은 지적입니다. 죄는 코라도로 백작이 지었습니다. 백작의 재산은 뺏어서 영지민들에게 골고루 분배하고, 인근 영지까지 오크들과 기사들이 인도해주십시오. 만일 우리 영지에 정착을 원하는 영지민은 가까운 기차역이 있는 곳으로 데리고 와 한국1령으로 수송하십시오.”
“넵! 명을 받듭니다!”
두 사람의 말을 듣고 있던 코라도로 백작이 발끈했다.
“아니, 내 재산과 영지민들에 대해 두 사람이 대체 뭐라고 상의하고 있는 것이오!”
“그리고 지금 즉시 저자를 감옥으로 끌어내십시오. 독방에 가두고, 죽지 않을 정도의 물과 식량만 주십시오. 절대 ”
“명!”
크히모스가 우렁차게 대답하며 헬멧을 머리에 썼다.
스릉!
그러자 기사들이 칼을 뽑아 들며 그의 앞을 막아섰다.
“사신은 헤치지 않는다. 기사면서 그런 기본적인 것도 모르는 것인가?”
“우리 영주님은 탈권위주의라서, 그딴 것 모르신다!”
크히모스는 기사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허술한!”
기사들이 크히모스의 비어있는 가슴을 노리며 칼을 뻗었다.
채챙!
검이 멈췄다.
“크윽!”
달려드는 크히모스의 몸은 마치 거대한 쇳덩이를 때리는 것 같았다.
크히모스는 허리춤에서 두 자루의 짧은 칼을 꺼내 들었다.
장미칼이었다.
쓱, 쓱!
가벼운 칼질에, 기사들의 검이 잘려나갔고, 크히모스가 뽑아 든 장미칼은 어느새 기사들의 목에 닿아 있었다.
“시, 신검인가?”
“우리 영지에선 이게 기본 장비라… 저항하지 않는다면 목숨을 보장하겠다. 아니면…”
“아니면?”
퍽! 퍽!
“기절시켜서 데려갈 거다.”
크히모스는 이미 뒤통수를 칼자루로 내리쳐 기사들을 기절시키고는 일이 다 끝나고 나서야 중얼거렸다.
영수도, 대모도, 집무실에 있던 한국령 사람들은 모두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전체가 누군가를 닮아 사악해지는 것 같았다.
“억! 살려주십시오. 그게 아닙니다. 제가 칙령을 잘못 읽었습니다. 엘프가 너무 아름다워서 그만 실수를…”
크히모스가 다가가자 코라도로 백작이 바닥에 업죽 엎드리며 칙령서를 영수 쪽으로 돌리며 사정했다.
힐끔 바라보니, 정말 엘프를 노예로 만들라는 말은 없었다.
그렇다면 그의 독단적이고 우발적인 결정이라는 말인데…
“그도 기절시켜서 감옥에 가두십시오.”
“넵!”
크히모스가 서서히 코라도로에게 다가갔다.
“아이고! 한 자작, 아니 칙사를 가두는 법이 어딨습니까? 전쟁에서도 칙사는 살려서 보내는 것이 암묵적인 룰 아닙니까? 아무리 마법사라고 해도! 마법사라고 해도 이러는 법이 어딨습니까?”
“한국령에 오면 한국령 법을 따라야지.”
크히모스가 중얼거렸다.
퍽!
코라도로 백작이 축 늘어졌다.
겁먹은 병사들은 바닥에 무기를 내려놓고 한쪽에 조용히 모여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
“돌아갈 사람은 돌아가고… 어차피 코라도로 백작령에서 병사 하기도 힘들 텐데, 이곳에 정착해서 병사가 될 사람은 마당에 모여있으십시오. 크히모스가 감옥에서 나오면 받아줄 겁니다.”
“가, 감사합니다.”
병사들이 연신 감사의 인사를 보냈지만, 영수는 됐다는 듯이 무심하게 나가보라고 손짓했다.
기절한 기사와 코라도로 백작은 크히모스가 질질 끌고 밖으로 나갔다.
조용해진 집무실.
영수는 대모에게 다가갔다.
“못 볼 꼴을 보여서 죄송합니다.”
영수는 허리숙여 사과했다.
사실, 사과를 하자면 코라도로 백작이 했어야하는 것이다.
“훗. 기분은 나빴지만, 나를 위해 화를 내주는 그대의 멋진 모습을 보고…”
대모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손을 천천히 들어 올려 영수의 얼굴을 가리켰다.
“… 솔직히 조금 반했다.”
“네?”
“남편과는 10년 전에 이혼했지만, 내 나이가 걸리는군. 내가 100살만 더 젊었어도 그대에게 대쉬했을 텐데…”
대모는 입술을 혀로 적시며 맛있는 음식 바라보듯이 영수를 바라봤다.
“네? 저… 부인 있는데요? 저 유부남이에요. 애도 둘이나 있고요.”
“괜찮지 않나? 어차피 엘프들은 일부다처나 일처다부나 모두 허용하니까 말이야. 이곳의 기사 보잭만 봐도, 인간들은 일부다처제가 아닌가?”
보잭은 좀 특수하다.
이곳의 인간 들은 귀족들을 제외하고는 다 일부일처제였다.
그래서 엘프들의 결혼 생활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다. 이혼을 한다니, 그것도 처음 듣는 이야기고.
아니, 영수는 정말 관심도 없었다.
“끙…”
노골적인 대모의 입가에는 웃음기가 가득했다.
외모로 보면 나이 구별이 안 되지만, 생각해보면 대모의 나이는 1,200살이 넘는다.
아줌마다.
그것도 완전 산전수전에 마족과의 전쟁까지 겪은 노련한 아줌마.
‘아니지, 할머니인가?’
그녀가 자신을 놀리고 있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피자나… 먹고 가시죠.”
“훗. 귀엽군. 난 짝이 없다. 언제든 용기를 내라고.”
‘다희야 아니야. 나 너밖에 없다.’
영수는 고개를 저으며 이곳에 없는 다희에게 사과를 했다.
“피자! 피자! 피자! 피자!”
퉁! 퉁! 퉁! 퉁!
안단테는 식탁을 두들기며 피자의 이름을 연호했다.
안단테의 입가는 이미 기름기로 번질거리고 있었고 붉은 토마토 페이스트가 입 주변에 잔뜩 묻어있었다.
이미, 한 판을 먹었다는 소리다.
그런데…
“피자! 피자! 피자! 피자!”
대모도 한쪽에 앉아서는 안단테를 따라 피자의 이름을 연호했다.
‘아니, 나이 들면 애가 된다더니…’
1,400살까지 사는 엘프, 그녀의 나이가 1,200살이 넘었으니 거의 할머니의 나이다.
“후우… 바로 구워오겠습니다.”
영수는 한숨을 쉬며 피자를 구우러 갔다.
대모 때문이 아니라, 안단테가 좋아하니까 하는 거였다.
영수는 모든 재료를 사용해서 한 번에 여러 개의 피자를 구워버렸다.
‘스파게티용 페이스트는 또 만들지 뭐.’
토마토는 맛을 보게 하려고 백 박스 가량 가져왔었고, 아직 저녁까지는 시간이 있었다.
피자가 다 구워지자, 영수는 철판을 맨손으로 오븐에서 꺼냈다.
칼로 조각을 나누다가, 뒤에서 보고 있는 시녀장과 시녀들이 영수의 눈에 들어왔다.
“아, 시녀장님과 뒤엣 분들도 드셔 보세요.”
영수는 시녀장과 시녀들이 먹을 수 있게 피자 두 판을 남겨두고 다시 식당으로 들어갔다.
“피자! 피자! 와아! 피자다!”
“피자!”
안단테와 대모는 영수에게 달려들어 따듯한 피자를 뺏어가듯 가져가 버렸다.
맛있게 먹고 있는 안단테를 보면 흐뭇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몇 번 씹지도 않고 바로바로 목으로 넘겨서 불안했다.
물론, 음식이 목에 걸린다거나 하는 게 아니라, 만들어둔 피자가 다 모자란 게 아닐까 해서 말이다.
아직 화덕에는 남은 재료를 모두 사용해 만든 피자가 여덟 개 정도 들어있었다.
“더 가져올까?”
“응! 응!”
안단테가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나…’
영수가 다시 구운 피자를 가지러 주방에 갔을 때, 화덕 앞에 시녀들이 잔뜩 모여있었다.
“음… 다들 추우신가요?”
시녀장이 화들짝 놀라며 돌아섰다.
“영주님, 피자라는 음식은 정말 맛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런 음식을 먹을 수 있게 해주셔서.”
그녀는 허리를 숙여 감사의 인사를 올렸다.
그런데, 그녀를 시작으로 시녀들이 달려들었다.
“피자를 직접 만드셨다면서요?”
“너무, 너무 맛있어요. 어쩜, 그런 맛있는 피자 요리를 해주실 수 있는 거죠?”
“요리하는 남자라니, 아아… 가슴 떨려… 영주님 너무 멋있어요. 피자를 만들 줄 아는 남자라니, 아아…”
요새는 지구에서 요섹남이라고 해서, 요리하는 남자가 대세라는데 이곳에서도 요리하는 남자는 인기가 있는가 보다.
… 라고 말하고 싶지만, 솔직히 인기는 영수가 아니라 영수가 만든 피자에 있었다.
피자 하나는 8조각인데, 시녀들의 수는 스물은 되어 보였다.
주방 담당 말고도 입소문을 듣고 달려온 시녀들까지 있는 모양이었다.
‘돈을 받는다고는 하지만, 일 해주는 분들인데… 다들 좋아하는 것 같고, 이참에 모두에게 고마움을 표현해볼까?’
“음… 시녀장님 피자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보셨죠?”
“네. 봤습니다. 똑똑히 봤습니다.”
시녀장이 고개를 격하게 끄덕였다.
“혹시 제가 재료를 드리면,”
“감사합니다. 지금 당장 만들겠습니다. 뭣들 하나? 아까 말한 밀가루 반죽부터 시작하자고.”
“네!”
시녀들은 바로 반죽 만들기에 돌입했다.
‘그렇게… 맛있나?’
혹시나, 토마토나 다른 재료가 지구에서 가져온 것이라 그럴까?
‘아니… 지금까지 자연 식재료는 그런 증상이 나타난 적이 없었다.’
그렇다면, 맛 때문이라는 건데…
생각해보면 이곳의 음식들은 간이 심심하고 담백한, 한국에서 한때 유행하던 웰빙의 맛이었다.
‘어쩌면 맛소금 때문일지도…’
“…”
영수는 말없이 주머니에서 재료를 꺼냈다.
그런데 재료가 끊임없이 나왔다.
주방을 거의 가득 채울 정도로.
“영주님, 이 정도 까지는…”
“죄송하지만, 재료가 되는 데까지 넉넉하게 만들어주십시오. 영주부에서 일하시는 분들과 기사, 병사들… 고용인들에게 모두 2인당 한 판씩 돌리겠습니다.”
“네! 저희들에게 맡겨만 주십시오!”
시녀장이 씩씩하게 대답했다.
피자는 대성공이었다.
아니, 열풍이라는 말이 맞았을 것이다.
대모는 저녁에 스파게티까지 먹어버리고 간식으로 설탕 토마토까지 먹고 나서야 돌아갔다.
갈 때는 배가 빵빵해질 대로 빵빵해져 나가서, 영주부를 나서는 순간 영수의 애를 밴 게 아닌가 하는 소문이 돌았을 정도였다.
지구로 가 어플로 확인하자, 그녀는 돌아가자마자 엘프들을 재촉했다.
생명의 축복을 최대한 써서 토마토를 만들어내라고.
입소문을 아주 호소력 있게 내는 데다가, 그녀가 그린 엘프의 왕 격인 대모이다 보니 광풍이 돌았고 토마토들이 빠르게 붉게 물들어갔다.
엘프들의 정령과 로빗들이 열심히 움직이며 영외 미개척지의 개간도 평소보다 빠르게 이루어졌다.
피자 하나가 불러온 만족스러운 움직임이었다.
다음날 한국에 갔다가 온 영수가 차에서 내리는데, 그린 엘프의 대모가 레드 엘프의 대모와 함께 다가왔다.
“레드 엘프의 대모님 아니십니까? 오랜만이군요. 혹시, 필요하신 거라도 있습니까?”
“피자.”
“네?”
“우리 그린 엘프와 레드 엘프, 로빗은 피자를 원한다.”
“예?”
황당함의 연속이었다.
레드 엘프의 대모가 얼굴을 더욱 붉히며 허공을 향해 주먹을 뻗었다.
“피자가 없으면 일도 없다. 피자가 아니면 스파게티를 달라!”
쩌렁쩌렁한 목청.
“피자가 아니면 스파게티를 달라!”
그린 엘프의 대모도 그녀를 따라 허공으로 주먹을 뻗었다.
두 대모가 큰 소리로 외치고 바로.
<피자가 아니면 스파게티를 달라!>
밖에서도 소리가 터져 나왔다.
모두 호소력 있는 목소리…
엘프들이었다.
“우리는 피자를 원한다. 아니면 스파게티라도 원한다! 주지 않는다면 일을 하지 않겠다!”
“않겠다!”
<않겠다!>
역사가 새로 쓰이고 있었다.
영수가 서 있는 이곳은 어느새, 역사상 최초의 파업 현장이 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