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 who drives a Benz RAW novel - Chapter (106)
첫 현질
첫 현질
오크와 트롤은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취릿, 옼옼 옼옼?(여어, 일들 잘 되십니까?)
그르륵. 극극그륵. 그륵, 그그극.(아, 얼굴 보니까 돼지가 생각나네. 피자 먹고 싶다. 평소엔 잘 안 먹는데, 거기 올라간 돼지고기는 맛있던데.)
하지만, 사실 둘 다 서로 말은 안 통했다.
“저들은 우리쪽 트롤들입니다. 아니, 전 대륙의 트롤들은 모두 영주님의 부하라고 보시면 될 겁니다. 안심하십시오.”
이사이온이 나서서 이주민들을 안심시켰다.
적이 아니라는 말에 한껏 긴장하고 있던 사람들은 그제야 안심했다.
그런데, 이사이온이 했던 뒷말을 제대로 이해한 사람들은 경악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벌렸다.
전 대륙의 트롤을 부하로 두는 영주라니…
일부 사람들은 수군거렸다.
자신들이 가고 있는 곳은 어쩌면, 사악한 마족이나 흑마법사의 소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셋째 날부터는 더욱 길이 아닌 곳으로 가기 시작했다.
원래대로라면 차가 제대로 갈 수 없는 길이었고, 사람들이나 몬스터만 간신히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작은 소로들만 있었다.
그르륵, 그륵 극(여긴 우리 전문이지)
그때, 트롤들이 앞장서기 시작했다.
콰직! 콰직!
나무가 사라지고.
팡팡팡!
삽이 순식간에 길을 다졌다.
부르릉…
빠른 속도는 아니었지만, 트럭은 막힘 없이 길을 나아갔다.
“협곡이다!”
그러다 협곡을 만나게 되었다.
부스럭…
이사이온이 트럭에서 뭔가를 꺼내 트롤들에게 주자.
그워어어어!
트롤들은 신이 나서 달려들었다.
[정(情) 파이]쿠르릉! 쿠릉! 쿠릉!
협곡마저 부서지고, 길이 넓어져 갔다.
구궁… 구르릉! 쿵!
행렬의 앞쪽, 트롤들이 신나게 길을 만들고 있었다.
너무나도 이런 일이 익숙한 것 같았다.
사람들은 벙쪘다.
하지만, 한국령 사람들이라면 이 모습을 한 번 이상 봤었기에 담담하고 평안했다.
셋째 밤이 되고 몬스터들은 더욱 기승을 부렸다.
그르르르…
하지만, 기승을 부리기만 했지 행렬에 접근조차 해오지 않았다.
트롤 수천이 같이 모여있으니, 몬스터들이 이주민들의 야영지를 트롤이 이주해온 것으로 치부한 것이다.
넷째 날은 더욱 길이 아닌 곳으로 가기 시작했다.
개울도 나왔고, 더 넓은 강도 나왔고 아예 빽빽한 숲이 나오지 않나…
심지어 나중에는 산이 나와 길을 가로막았다.
치익.
트럭이 멈췄다.
“막혔습니다.”
“어떻게 하죠?”
사람들은 마차에서 내려 운전대를 잡고 있는 이사이온에게 다가갔다.
“조금 늦네요. 기다리십시오.”
꿍, 꿍, 꿍…
그때, 산 안에서 뭔가가 들려왔다.
그르르…
트롤들이 삽을 들고 소리가 나는 곳을 향해 달려갔다.
퍽, 퍽, 퍽, 퍽…
갑자기 삽으로 산을 파헤치기 시작하는 트롤들.
아니, 아무리 트롤들이라고 해도 산을 삽으로 파헤칠 생각이라니 아무리 트롤 수천이라고 해도, 그것은 불가능이 아닌가?
드드드…
그때, 트롤들이 부수고 있던 산의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돌들이 쏟아져 내렸다.
“저, 저 저럴 줄 알았다.”
“너무 무식하게들 삽질을 한다 했더니…”
“산이 무너진다!”
사람들은 트롤들을 무식하다고 탓하며 뒤로 물러났다.
그런데,
드등… 쿠르릉! 콰직!
벽이 한 번에 와르르 무너져내리고 사방으로 먼지가 쏟아졌다.
치익! 치익!
아니, 쏟아지던 먼지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빛이 보였고, 안에서 뭔가 특수한 장비로 물 같은 것을 뿌리고 있는 작은 사람들이 보였다.
“드… 드와프?”
“화화화. 돠들 오셨구려.”
“오랜만입니다.”
이사이온은 드와프들을 향해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그는 창문으로 고개를 내밀고 소리쳤다.
“다들! 마차에 타십시오!”
사람들은 주춤거리며 다시 마차에 탔다.
사람들은 산 아래에 뚫린 동굴, 태어나 평생 처음으로 보는 ‘터널’이라는 곳을 지나 산의 반대쪽으로 빠져나왔다.
반대편부터는 다시 길이 시작되고 있었다.
차는 다시 길을 따라가기 시작했고, 넷째 날 밤이 되었다.
산을 뚫고 도착한 길은 최근 트롤의 대 이동으로 인간의 교류가 없어진 지 오래된 길이었는지 몬스터들이 더욱 기승을 부렸다.
하지만, 전방에 서 있는 이들은 무장한 오크와 재생력 최강의 몬스터인 트롤이었다.
크워어어어!
그루루루루!
어설프게 홀로 달려들던 몬스터들은 오크/트롤 군단에 의해 순삭(순간 삭제).
기사들과 병사들도 나설 필요가 없었다.
그렇게, 없던 길까지 뚫어가면서 하던 행진도, 이제 막바지에 도달했다.
다섯째 날 저녁.
원래대로라면 행렬을 멈추고 쉬었을 테지만, 이사이온은 쉬지 않고 강행군을 했다.
“이제 두 시간 정도만 더 가면 기차역이 있습니다. 지금 이 말 없는 마차도 대단하지만, 기차는… 기차는 정말 대단한 것입니다. 다들 깜짝 놀라지 마십시오.”
술렁…
이사이온은 사람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한 말이었지만, 아직도 놀랄 것이 있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더욱 동요했다.
그래도 이제 두 시간만 되면, 긴 행군이 끝난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뒤늦게 환호성을 터트렸다.
와아아아아!
그런데.
부스스…
지나가던 길옆, 수풀들이 수상하게 움직였다.
이사이온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음? 더 마중 올 팀은 없는 걸로 아는데?”
영수는 나의 영지 어플을 통해 이주민들의 행로를 짬짬이 확인하고 있었다.
참고로, 영주의 반지는 한 번 더 업그레이드했다.
반지의 강화 정도가 3레벨이 되자, 기능이 더 생겨났다.
우선 바뀐 것은, 이렇게 나의 영지 어플을 통해 내비게이션 상의 지도를 불러오는 것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내비에는 원래 차의 움직임이 표시된다.
그런데, 업그레이드를 하자 영수가 타고 있는 차뿐만 아니라 미드랜드에 가져간 차량 전부와 기차가 전부 내비에 표시되고 있었다.
물론, 나의 영지 어플 속에서 확인하는 내비에만 표시되었다.
아마도, 3레벨로 강화해서 그런 것 같았다.
코라도로 백작령은 영수가 아직 가보지 않은 곳이지만, 차들이 갔던 곳이기에 부분부분 환하게 길이 표시되고 있었다.
물론, 길을 제외하고는 모두 어두웠지만.
“그나저나, 갑자기 멈췄네?”
영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기차역은 좀 더 가야 할 텐데…”
사람들을 쉬게 하려고 멈췄을 것이다.
지금 지구가 아침이고 저쪽은 한창 밤일 거니까.
하지만, 약간 의아해지는 것은 평소 이사이온의 성격 탓이었다.
그가 사령관으로 있으니, 그의 성격상 저 정도 거리면 쉬지 않고 바로 갈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영수가 나의 영지 어플을 연 것도 이주민들이 오늘 밤쯤 도착할 것 같아서였다.
어플이 변한 것은 내비가 들어온 것만이 아니었다.
하나 더 있었다.
원래, 나의 영지 버전 2부터는 이곳에서 미드랜드에 지시를 내리는 것이 가능했다.
그런데, 이번에 그 기능이 더 보강되었다.
[즉시 완료]돈을 사용하여 한 번에 주문을 완성시키는 것이었다.
다른 말로는 현질이라 하겠다.
영수는 이번에 신설된 요리부라는 곳을 통해 그것을 시험해보기로 했다.
꾹. 꾹.
-이것도 일이네요. 그쵸?
-그래도, 전장에 나갔다 돌아오는 사람들인데 많이 먹여야지. 그런데 루나는 사령관인 이사이온 경과 사귀고 있지 않았던가?
-쉿. 비밀이에요. 영주님이 아시면 쫓겨날지도 몰라요.
안타깝게도, 주방에서 피자를 준비하고 있던 루나라는 시녀의 비밀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게 되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쫓아낼 영수도 아니었고.
화면에 뜬 메뉴를 누르자, 피자, 치킨, 스파게티의 모형이 떴다.
꾹꾹…
영수는 피자를 누르고 100판을 눌렀다.
그리고 [주문] 버튼 옆에 있는 [즉시 완료] 버튼을 바라봤다.
주문 버튼 아래에는 <5골드>라고 쓰여있는 반면, 즉시 완료 버튼 아래에는 <50골드>라는 글씨가 쓰여있었다.
‘비싸네…’
그래도 시범삼아.
꾹. 꾹.
<즉시 완료를 사용하시겠습니까? Y/N>
<Y를 선택하셨습니다.>
-어머?
갑자기 주방에 피자가 생겨났다.
시녀들이 놀라며 호들갑을 떨었다.
하지만, 이내 차분해졌다.
-영주님이 하신 건가 보다.
-어머? 어떻게 지지베야. 영주님이 루나랑 이사이온 경하고 그렇고 그런 거 아시게 된 거 아니야?
-어머? 나 어떻게 하지?
시녀들은 피자가 생겨난 것보다, 영수에게 누구랑 누가 사귀는 것을 들킨 것에 더 전전긍긍해 했다.
영수는 그녀들의 프라이버시를 지켜주기 위해 서둘러 뒤로 나왔다.
‘비싸긴 하다. 주문하는 가격의 10배…’
하지만, 즉시 만들어진다는 장점은 있었다.
영수는 이번에는 드와프 메뉴를 누르고 건축을 눌렀다.
그러자 지을 수 있는 건물 목록과 할 수 있는 공사 목록이 떴다.
‘정지작업이 땅 평평하게 하는 거지? 거기에 목초 제거, 거기다 집을…’
정지작업을 메뉴를 누르자, 영지의 지도가 떴다.
<드래그하여 맵을 이동하세요.>
<작업을 원하면 화면을 두 번 탭 하세요.>
3D인데 바닥은 모눈으로 표시되었고, 칸마다 건물이 올려져 있었다.
‘한 칸당 대략 집 하나 들어갈 정도인가…’
영수는 영지를 벗어나 외곽의 개척지라고 쓰여있는 곳까지 지도를 끌고 나갔다.
‘이쯤이 좋겠군.’
영수가 손가락을 가볍게 두드리자.
<원하시는 메뉴를 선택하세요.>
주문과 즉시 완료, 두 개가 떴다.
영수는 당연히 즉시 완료를 클릭했다.
한 칸당 1실버, 그것도 즉시 완료가.
피자를 만드는 것보다는 싼 가격이었다.
‘인건비인가?’
미드랜드에서는 정지작업에 드와프와 트롤들이 투입되었다.
드와프들은 돈이 필요하면 직접 광물을 캐내서 만들어서 쓸 정도니 거의 보수가 필요 없었고, 트롤들은 초코파이를 돈 대신 주고 있어서 그런 것 같았다.
꾹.
<손가락을 데면 정지작업이 진행됩니다.>
<작업을 끝내려면 두 번 탭 하세요.>
‘못해도 1, 2만은 오겠지?’
모자라는 것 보다는 남는 게 낫다.
가족을 대략 4인 기준으로 하면, 필요한 집은 5천 개 가량.
100X50을 기준으로, 길까지 생각해서 넉넉하게 110X60으로.
영수는 손가락을 가져가 화면에 커다란 네모를 그렸다.
그리고 그 사이를 손가락으로 쓰윽 문댔다.
정지작업을 끝낸 영수는 목초 제거 작업을 시작했다.
완벽하게 평평해지고, 나무와 풀이 제거된 대지 위에 영수는 건물 목록에서 [4~5인용 가정집]을 설치했다.
좌르르르륵…
빈 땅에 건물이 마구 생겨났다.
“그럼 이렇게 하고 저녁에 다시 들리면 되겠다.”
작업을 마친 영수는 웃으면서 다시 어플 내 내비게이션을 불러왔다.
“움직이네?”
그 사이 이주민들을 태운 차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런데, 왜 거기로…”
영수가 다시 한 번 고개를 갸웃거렸다.
마법왕국 마다르시아에서 파견 나온 두 마법사, 제리와 톰은 자신들의 눈앞에서 벌어진 사실에 놀라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
“허… 엄청난 마법이다. 마나도 느끼지 못했는데 땅이…”
“더, 더 놀라운 것은 갑자기 아무런 재료도 없이, 허공에서 건물이 생겨났다는 거야. 이게, 마법으로 가능 하려면 대체 어느 정도의 경지여야 하는 거지? 1만 페이지?”
“그게 가능한 경지냐? 애초에 고대의 마법서는 1,261페이지 까지만 만들어졌다고 했잖아.”
원래는 마법율령청 소속 라쿠스의 실종을 조사하기 위해서 이곳에 왔었다.
영지와 먼 곳에 마법을 써서 도착한 그들은 걸어서 영지로 잠입을 하려고 했다.
숲을 걷고 있는데 눈앞에서 갑자기.
땅이 평평해졌다.
그 어떠한 소리도, 마나도.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더니 이내, 제자리에 원래 있던 것처럼 집이 생겨났다.
그 뒤 부터였다.
두 사람은 이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이곳의 영주가 마법사라는 소문은 들었다.
라쿠스는 그가 마다르시아파 마법사인지 조사하기 위해 보내졌다.
만일 이곳의 영주 한 남작이 같은 마다르시아파라면 타국에서 귀족들의 영역 싸움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는다는 율령을 어겼으니 소환해서 징계를 하려고.
그런데, 이런 일이 가능한 마법사는 마다르시아에도 없었다.
아니, 마다르시아에서 아무리 높은 경지의 마법사가 태어나도 이런 건 불가능 할 것이다.
마법이 맞는 걸까? 신화에 나오는 신의 이적을 감상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거…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들키게 되는 것이 아닐까?”
제리의 얼굴은 걱정으로 창백해졌다.
일부러 자고 있을 밤을 골라서 온 것인데, 이정도 경지면 밤이라고 해도 발각될 것이다.
“잠깐, 갑자기 마나가 느껴져.”
“엇? 왔나 보다.”
두 사람은 급히 숲 속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
“…하여 기운을 숨기노니… 하이드마나포스.”
스슷…
두 사람이 조금까지 서 있던 자리에, 누군가가 나타났다.
검은 머리, 지구에서 나의 영지 어플을 보다 이상함을 느껴 미드랜드로 와버린 영수였다.
“흠… 이 근처에서 마나가 느껴지던데…”
영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분명 마나의 기운을 느꼈다.
마법사다. 지난번 라쿠스라는 마법사와 느낌이 비슷한.
그런데, 갑자기 그 마나의 기운이 사라졌다.
“마나 기운을 숨긴다라…”
숲 속에 숨어 귀를 기울이고 있던 두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움찔했다.
“음?”
영수가 그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
숨을 막고, 땅에 엎어져 움직임조차 완전히 죽였다.
두 사람의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그때, 한 마리 토끼가 두 사람의 앞을 스쳐 지나갔다.
부스스…
“아, 토낀가? 여하튼… 집은 잘 지어졌으니 됐다.”
영수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영지로 돌아갔다.
시간이 지나고.
“후우… 나보다 더 젊은 것 같던데 경지가…”
“후아… 와, 톰, 느꼈냐? 마나는 느껴졌지만, 너무 자연과 동화가 잘 돼서 하이드마나포스를 사용한 것처럼 느껴지지 않는 경지라니…”
두 사람은 안도의 한숨과 동시에 영수의 실력을 가늠해보고 절망의 한숨을 같이 내쉬었다.
“우리는 구데기야…”
“돌아가야 해. 우리 정도 레벨에서 처리할 수 있는 문제가 애초에 아니었어…”
두 사람이 자괴감에 빠져 떠드는 사이.
그들의 시야에서 사라져 영지를 향해 돌아가고 있던 영수는 기분이 좋은지 입꼬리가 계속해서 올라가 있었다.
걸어가던 영수가 그대로 자리에서 멈춰 섰다.
“마나는 숨겨도 기척은 들켰다는 생각은 못 하는 것 같군…”
두 사람의 위치는 알았지만, 일부러 잡지 않았다.
소문이 나길 바라서.
영수의 마나는 너무 완벽하고 안정적이었다.
몸에서 세어나가는 것 하나 없이 꽉꽉 들어차 있던 마나도 일부 흘러나가게 했다.
낚기 위해서.
‘오는 사람 안 막습니다. 마침, 마법 공방에 사람도 필요하고…’
하지만, 저런 피라미들은 필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