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 who drives a Benz RAW novel - Chapter (110)
푸르고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
푸르고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
영수와 두 사람은 사장실 및 사무동에서 나와 화력 발전소의 플랜트 동을 향했다.
플랜트의 입구에서 [방열복 미착용 시 출입금지]라고 되어있는 문을 열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사람 몸통만 한 다양한 파이프들이 세 사람을 맞이해주었다.
화력발전소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는데, 석탄이나 석유 가스를 연소시켜 물을 증기로 만드는 보일러, 그 증기를 이용해 회전하는 터빈, 터빈에서 만들어진 회전력을 이용해 전기를 만드는 발전기로 구성되어 있다.
세 사람이 지금 지나가는 부분은 터빈이 있는 곳이었다.
배관들을 지나쳐 나아가다 보니 파이프가 얼기설기 얽힌 거대하고 긴 둥그런 통이 있었다.
그게 바로 증기 터빈 통이었다.
증기를 작동 유체로 하는 열기관으로 저 통의 끝, 벽 뒤쪽으로는 코일이 달려 있었다.
그곳이 본격적으로 발전기를 돌리는 파트이다.
물론 세 사람은 그 부분을 보지 않고 그대로 지나쳤다.
목적지는 보일러 실이었기 때문이다.
[제4 보일러실]“하필이면 불길하게 4 보일러실이야…”
성삼봉의 투정에 영수는 피식 웃었다.
“순진하네. 그런 건 미신이잖아.”
“나는 이성적인 사람이라 예전에는 미신 같은 것을 믿지 않았어. 하지만 네가 하는 걸 보니… 그런 미신도 그냥 넘기면 안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그보다는 좀 더 과학적인 학문이라고 봐야지. 마법공학이라는 학문.”
“하. 하. 마치 네가 마법사라도 되는 것처럼 말하는구나?”
성삼봉이 어이가 없다는 듯이 물어왔다.
영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고 말하려던 성삼봉은 뒷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뒤따라오던 박 상무도 역시 그렇구나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끄덕.
끼이이익.
보일러실의 문이 열렸다.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것은 순환설계된 보일러의 고온 고압의 증기가 지나가는 배관과 냉각수 재처리 시설, 공기가 들어가는 관 등이 얽혀있는 모습이었다.
고개를 들어 위를 보자, 거대한 굴뚝이 보였다.
“굴뚝이 아직도 있네?”
“네 말대로라면 굴뚝은 필요 없겠지만, 갑자기 설비까지 변경하는 것은 무리니까. 일단 보일러는 네가 주문한 대로 만들었다. 분사장치들도 뗐고, 탈황, 탈질소 장치도 뗐고 오일버너도 뗐고 중앙에 네가 말한 돌을 홀딩할 자리도 마련했고…”
띠릭.
철컹, 쿵, 쿵쿵!
성삼봉이 단추를 누르자 보일러의 잠금장치가 해제되는 소리가 들렸다.
끼이이익…
문을 열고 들어가자 보일러의 안에는 영수가 손에 들고 있는 마나석을 올려놓을 수 있는 자리만 달랑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네 귀탱이에 각종 분사장치나 불을 내뿜는 버너가 있어야 하지만, 그런 것들은 제거했다..
영수가 가스가 아닌 다른 연료, 스스로 불타오르는 돌을 가져온다고 했기 때문이다.
“네가 주문한 대로 만들어뒀다. 가져온 것으로 어떻게 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확실해야 할 거야. 장치를 떼고 메꾸는 데는 얼마 안 들지만, 예전으로 돌아가려면, 비용이 거의 새로운 보일러를 사는 정도로 드니까.”
“나만 믿으라고.”
영수는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들고 있던 마나석을 중앙의 스톤 홀더에 끼웠다.
철컥, 철컥.
“나갑시다.”
설치를 마친 뒤 세 사람은 밖으로 나왔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두 사람에게는 고작 저런 수정 하나가 불을 낼 거라는 사실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조정실로 가죠.”
세 사람은 왔던 곳을 거꾸로 돌아 위층에 마련된 조정실을 향했다.
“오셨습니까?”
실무자들이 세 사람을 반겨주었다.
벽면에 꽉 들어찬 계기판과 모니터들, 그 중 하나의 모니터에는 스톤 홀더에 고정된 마나석만이 덩그랗게 모습을 비추고 있었다.
보일러 내부에 설치된 감시용 카메라였다.
“어떻게 하는 겁니까? 불부터 피우고 바로 준비하나요? 아니면 준비하고 불을 피우나요?”
“발전기를 돌리기 전에 우선 다른 장치들의 시동을 걸어야 합니다.”
“그럼 바로 시동 걸어주세요. 신호 하시면 불을 피우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스탠바이!”
다라라라라락…
딸칵, 딸칵…
실무자들이 자리에 앉아 키보드를 두들기고, 몇 개의 스위치를 켜자.
우우우웅…
육중하고 거대한 기계장치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솨아아아아…
구구구구…
귀를 기울이자 파이프를 따라 흐르는 물과 팬이 돌아가 공급되는 공기의 소리까지 거세게 들려왔다.
“시스템 제어, 안정적입니다. 이제 점화만 하면 됩니다.”
“그럼 바로 불을 켜면 되는 겁니까?”
“네. 그런데… 확실히 저 돌이 최소한 900도 이상의 열을 꾸준히 공급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걱정마십시오. 이미 그 부분은 실험해봤습니다.”
“그렇다면야… 점화해주십시오.”
영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주머니에서 작은 수정이 박힌 단추를 꺼냈다.
“점화합니다.”
딸칵.
단추가 눌리는 소리가 나고, 사람들은 마나석이 고정되어있는 스톤 홀더를 쳐다봤다.
화르륵…
“어?”
“부, 불이다!”
영수의 말은 사실이었다.
모니터에 가득, 불꽃이 들어차 버렸다.
“후훗. 내가 뭐라고 했어? 나만 믿으라고 했잖아.”
영수는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다라라락…
실무자들은 바쁘게 컴퓨터를 두들겨 수치들을 확인했다.
“고압 증기 생성 확인했습니다.”
“내부 온도 930도로 고정되었습니다.”
“증기 투입 합니다.”
“터빈 돌아갑니다.”
“발전기 회전 시작, 전기… 생성됩니다.”
“이럴수가! 이산화탄소도, 물도 안 생깁니다!”
“배기가스도 제로라고?”
“뭐? 사실이야, 허… 믿을 수 없어…”
실무자들은 놀랍다는 듯이 혀를 내둘렀다.
의심의 눈을 보내고 있던 성삼봉과 박 상무도 경악한 표정을 지으며 영수만 바라보고 있었다.
“이걸 어떻게?”
“그러게 말이다. 나도 어려운 도전이었어. 대부분의 마법들이 공격용이라 폭발하는 성질이 있고, 지속적으로 불타오르게 하는 마법이라고는 기껏해야 파이어월 정도인데 퍼지는 성질이 있어서 뭉치려고만 하면 폭발을 하는 바람에…”
영수는 실무자들이 듣지 못하게 바람의 벽을 세우고 마법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그러나, 마법에 대한 설명은 그야말로 다른 세상 이야기라서 두 사람의 귀에는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다.
“…해서 로빈나르가 결국 마계의 마법과 결합해서 이 어려운 일을 성공시켰지. 그리고 바로 기차에 적용을 시켰는데,”
“아니, 그런 건 알고 싶지 않고. 이거, 저 돌 하나로 얼마나 불을 유지할 수 있어? 내가 궁금한 건 그것뿐이다.”
성삼봉이 과감히 영수의 말을 자르자, 박 상무는 전전긍긍한 표정으로 그를 돌아봤다.
하지만, 성삼봉의 얼굴에는 흥분과 기대감이 어려있었다.
‘아주 좋은 일을 하고 계시군요. 도련님…’
“영원히.”
“영원히?”
“거기다 친환경이다.”
“하! 이런 게 더 있다면 전 세계에 있는 발전소가 다 문을 닫을 거야. 수력, 화력, 원자력 할 것 없이 모두다! 태양열에 풍력 발전하는 것도 다 망하게 할 수 있어.”
“그게 바로 내가 너를 사장으로 앉힌 이유다.”
“나보고 에너지 카르텔을 상대하라는 말이지? 회사 내에서 작전 꾸민 것처럼, 그놈들이 우리 방해하려는 거 못하게 하고, 훼방도 놓고 사업을 계속 확장하라고.”
영수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하… 나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야.”
“그래서, 박 상무님을 그대로 모셔 온 거지.”
“아, 예. 하하…”
옆에 있던 박 상무가 어눌한 표정으로 어색하게 웃었다.
“너는 알고 있냐? 이게 위험한 일이라는 것을?”
성삼봉이 정색하며 물어왔다.
“두 사람이 죽게 내버려두진 않을 거다. 최소한 총, 폭탄, 독, 칼에 맞아서는 죽지 않게 해주지. 다른 방법으로 죽으면 어쩔 수 없지만… 복수는 제대로 해 줄 거고.”
“그게 뭐야. 하…”
성삼봉이 이죽거리며 웃음을 흘렸다.
두근, 두근, 두근…
흥분했는지 강렬하게 뛰는 그의 쿵쾅거리는 심장 소리가 영수의 귀를 간지럽혔다.
‘네게는 작전 쓰는 머리도 있고, 박 상무라는 경험 많은 원군도 있고, 거기다 무엇보다… 너는 불가능할 것 같은 일에 도전하는 것을 즐기지.’
이번 일은 위험하다.
하지만, 위험한 만큼 그는 진가를 발휘할 것이다.
호운덕 사장님이 전형적으로 관리에 특화된 경영자(Manager)라면 성삼봉은 모험적 사업가(Entrepreneur).
거기다 그가 놓칠만한 부분을 보완해줄 박 상무라는 존재가 있었다.
둘이서 했던 일은 자신이 생각하기에는 가장 완벽한 도박, 계획적인 카드 카운팅에 가까웠다.
그들이었다면 시간만 조금 더 걸렸지, 자신의 도움이 없어도 아무르파스텔을 내부에서부터 무너트리는 데 성공했을 것이다.
“후우… 침착하지. 단계를 생각해보자. 일단 우리나라가 문제야. 국내의 에너지 카르텔을 깨는 것부터 생각해봐야겠지? 박 상무님!”
“우리나라의 발전량 구성비는 화력 다음으로 원자력, 수력이 차지합니다. 원자력 발전을 담당하는 한국원자력수력발전 주식회사를 필두로 공급사들은 대부분이 대한전력공사의 자회사입니다. 화력발전은 저희 같은 개별 회사가 대한전력에 공급하지요.”
“그 말은 즉, 결국 발전소를 통제하는 것은 대한전력이라 이거군요.”
“대한전력공사는 국가에서 운영하는 공사, 결국 정부 고위 관료들의 말을 따릅니다.”
“그렇다면 정부부터 공략해 나가야 한다는 말이군요.”
두 사람의 말을 듣고 있던 영수가 손을 들며 끼어들었다.
“내가 운영하는 헤어랜드 알지? 최근 국내 판매를 막아놨으니까, 그것을 정부와 딜할 수 있는 수단으로 사용해도 돼.”
“우리에게 유리한 소스 하나. 이것만으로 가능하겠습니까 박 상무님?”
“부족합니다. 화력, 수력, 태양력, 원자력, 풍력은 대한전력의 산하로 완벽히 통제받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상 발전소를 짓는 기술을 가진 기업들이나 연료를 대는 기업들 같은 이권단체들이 적극적으로 개입해 있습니다.”
“친환경 에너지로 대대적인 광고를 해서 국민들의 여론을 이용하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여전히 부족합니다.”
“거기다 지역난방 공급까지 합치면 어떻죠?”
“여전히 부족합니다. 그렇게 했다간 난방 공급 업체들까지 적으로 돌릴 테니까요. 하지만, 부족하다고 했지 불가능하다고는 안 했습니다. 지역난방으로 전환하는 공사 비용 일체를 우리가 덴다면, 적어도 사람들은 우리 편으로 돌릴 수 있을 겁니다. 다만 초반에 적자는 고려하셔야 합니다.”
“이거, 도전할 맛이 나는군요. 우선 정보부터 수집합니다. 이권단체간의 야합, 단합 증거를 수집하고 정치인들이 얼마를 받아먹고 있는지 털어봐야겠어요.”
“바로 기자와 탐정들을 고용하겠습니다.”
성삼봉이 혀를 내밀어 입술을 축였다.
그가 사람들에게 보여주던 악동 같은 모습 또한 그의 일부였다.
승부욕이 가득한 악동.
그런 그를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보좌하는 아빠 같으면서 삼촌 같은 영혼의 파트너 박 상무.
‘안 그래도 지역난방까지 고려해서 일부러 화력발전을 생각했는데, 말을 안 해줘도 둘이서 잘하는군.’
마력을 화력으로, 또 그것으로 발전기를 돌리는 것은 우발적으로 생각해낸 거다.
처음 증기 기관차에 넣는 석탄을 마력으로 대처하려다가 발전기에 생각이 미쳤고, 그러다가 마력을 화력이 아닌 전기로 바로 공급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생각해냈다.
번개, 혹은 전기에 관한 마법도 있었고 로빈나르와 함께 다시 개발에 착수한다면 얼마지 않아 충분히 가능하게 될 일이었다.
하지만, 환경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난방에 대한 생각에도 이르렀다.
아무리 전기료를 떨어트려 공급한다고 해도, 사람들이 가스나 기름보일러를 버리고 바로 전기보일러로 바꾸지는 않을 것이다.
교체하는데 비용도 생각해야 하지만, 우리나라의 전기가 ‘누진요금’이라는 시장을 왜곡하는 제도를 들여놨다는 것을 생각하면 사람들은 아무래도 전기보일러에 거부감이 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누진요금까지 폐지되고 나서야, 바꿔 달겠지.’
그래서 생각한 것이 지역난방이었다.
마나석을 이용한 화력발전은 오염물질이 하나도 나오지 않는다.
사람들이 많이 사는 아파트 단지 내에 짓는다고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얘기.
영수는 가희와 다희가 맑은 공기를 마시며 생활할 수 있게 하려면, 사람들에게 돈을 줘가면서까지 지역난방을 설치하게 할 의사가 있었다.
“일단 연내 목표를 한국에 있는 발전소의 대체와 새로 지어지는 모든 아파트 단지에 전기와 지역난방을 공급할 수 있는 플랜트를 하나씩 건설하는 것으로 할까요?”
“한 이사님이 가져다주는 돌만 있다면 발전소의 운영비용이 크게 들지 않으니까, 무한히 생산해서 단가를 낮춰 불러버리면 됩니다. 아무리 친환경이라 해도 정부에서 플랜트 건설을 허락해주지 않을 수 있는데, 그렇다면 한국을 버리고 외국에서 명성을 쌓아서 역수입으로 오는 방법도 있습니다.”
영수는 아공간 주머니에 손을 넣어 무언가를 꺼내 들고 두 사람에게 다가갔다.
벨트에 차는 회중시계처럼 생긴 액세서리였다.
안에는 압축된 혼합 마석이 들어있었다.
영수가 가희와 다희에게 준 선물보다는 덜하지만, 아까 말한 총, 칼, 폭탄 정도는 막아줄 수 있는 마법이 담겨있는 물건이었다.
“적자는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래뵈도 잘 나가는 사업체 두 개를 거느린 대형 오너니까요. 이 일을 두 분에게 맡기면 잘 될 것 같아서 안심이 들었습니다. 그럼 우선 둘에게 이 선물을 드리죠.”
“갑자기 웬 시계야?”
딸칵.
성삼봉은 받자마자 회중시계를 열어봤다.
하지만 그 안에는 푸르고 검은 크리스털이 반반, 합쳐져 있는 돌만 들어있을 뿐이었다.
“시계도 아니잖아?”
“내가 말했잖아? 죽지 않게 해준다고. 그걸 들고 다니면 될 거다. 죽고 싶지 않으면 꼭 들고 다니고… 박 상무님도 들고 다니십시오. 이 녀석보다는, 박 상무님이 해외도 더 자주 돌아다니실 것 같으니까요.”
딸칵.
“이것도 혹시 저 무한 열원 같은…”
케이스를 열어본 박 상무가 주변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어보자 영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둘 다 살짝 꺼림칙한 표정으로 회중시계처럼 생긴 액세서리를 받아들더니, 이내 주머니에 챙겨 넣었다.
그래도 굳어있던 표정이 살짝 풀리는 것을 보면, 선물은 마음에 들었나 보다.
“아차 그리고 이건 보약인데, 다들 일 열심히 해야 하니까. 하나씩 드시죠?”
딸칵.
영수는 주머니에서 약통을 꺼내 그들의 손에 파란색, 동그란 알약을 하나씩 올려주었다.
나이트스톤이었다.
“대체 이건…”
“혹시 독약이나 마법의 약으로 한 달에 한 번씩 먹지 않으면 우리의 목숨이 사라진다거나…”
“하… 제가 굳이 그런 것에 의존할 필요가 있는 사람으로 보입니까?”
두 사람은 동시에 고개를 저었다.
잠시 고민하던 두 사람은 눈을 딱 감고 약을 그냥 입속으로 털어 넣었다.
“하여간 마약이거나, 이거 먹고 아파지기만 해봐…”
성삼봉은 끝까지 궁시렁거렸다.
그는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좀 전의 약이 두 사람이 아프지도 못하고 일만 하게 만드는 마법의 약이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