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 who drives a Benz RAW novel - Chapter (112)
협상 전에는 조사를 하세요.
협상 전에는 조사를 하세요.
‘이렇게 대놓고 협박할 줄이야…’
램파드 후작은 서늘한 가슴을 쓸어내리며 진중한 눈으로 영수를 바라봤다.
이대로면 협상 시작부터 지고 들어가는 것이다.
“하… 협상 좀 할 줄 아는 친구군.”
램파드 후작은 여유 있는 표정으로 영수를 칭찬하며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평상시 읽어왔던 책들과 어느 왕이 했다, 어느 귀족이 했다던 명언구, 격언구들이 머릿속을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옳지.’
“옛말에 이런 말이 있지. 귀족은 혼자서 귀족이 아니다. 다 같이 귀족인 거다. 자네도 귀족이지 않은가? 귀족이 돼서, 다른 귀족들은 외면하고 혼자서만 잘 살겠다고? 쯧쯧… 그렇다면 정말 생각이 짧은 친구군.”
격언에 이은 도발, 그리고 새어 나오려는 뿌듯한 표정을 숨기며 약간 상대를 무시하는 듯한 오만한 표정을 짓는 것.
램파드는 스스로 다음번 화두를 잘 던졌다고 생각하며 뿌듯해했다.
하지만, 아직 그는 영수가 왜 웃었는지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말은 못 들으셨나 봅니다. 한국령에 오면 한국령 법을 따라라.”
“옛날에 욘테리 남작가라는 곳이 있었지. 그런데 지금은 욘테리 남작가는 사라졌어. 왠지 아는가?”
“그러게 말입니다. 왜일까요? 남의 영지에 와서 기물파손을 했다가 배상금을 내지 못해, 강제 노역행을 하다 사라진게 아닐까요?”
“하? 그런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사라졌겠는가? 그들이 사라진 이유는 다른 게 아니라네. 그들이 미스릴 광산을 발견했기 때문이네. 욘테리 남작가는 사라졌지만, 욘테리 광산은 아직도 남아있어. 무슨 말인지 알겠나?”
“동물은 죽어 가죽을 남기고, 인간은 죽어서 작업한 작업물에 이름을 남기죠. 과연 램파드 후작님은 어떤 작업물에 이름을 남기게 되실지…”
램파드가 이상함을 알아챈 것은 이쯤부터였다.
핀트가 다른 두 사람의 대사.
‘내가, 너무 말을 빙빙 돌렸나?’
물론, 이 또한 잘못 짚었다.
“크흠. 어쨌든, 그 좋은 걸 혼자 독점하고 있으면 다른 이들이 달려들어서 뺏어가려고 한다, 이 말이야. 그렇게 되지 않게 우리들의 영지에도 연결해주고, 기차역이라는 것도 세워주지 않겠나? 내가 몇 명의 귀족들을 대표하고 있는지 아는가? 아무리 자네라고 해도 많은 귀족들을 적으로 돌리고 싶지는 않을 거야.”
램파드는 더 이상 말을 돌리지 않고, 자신이 여기에 온 이유에 대해 똑바로 밝혔다.
“흠… 기물파손은 차치하고, 그 부분에 대해서라면 얼마든지 들어드릴 수 있습니다. 애초에 영지 전역에 거미줄처럼 노선을 깔 생각이었으니까요.”
“그런가?”
램파드 후작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지만, 그는 애써 숨기려고 노력했다.
“실무자를 부를 테니, 어느 영지의 귀족분들을 대표로 하시는지 목록을 넘겨주도록 하십시오. 하메르!”
끼이이익…
잠시 뒤, 문이 열리고 하메르가 집무실로 들어왔다.
“부르셨습니까? 영주님.”
“이 분은 램파드 후작님이십니다. 이분이 귀족들을 대표해서 왔다고 하는데, 자신들에게도 기차역과 기찻길을 설치해달라고 하시는군요. 목록을 받아서 지도에 표시하고, 철도부서에 실측해서 견적을 뽑아달라고 하십시오.”
“네. 알겠습니다. 램파드 후작님이라고 하셨습니까?”
“그렇다.”
“…”
잠시 멈칫하던 하메르는 이내 말을 이어갔다.
“기차역과 기찻길을 원하시는 귀족분들의 목록을 알려주시겠습니까?”
“나 중립파의 램파드 후작이야. 우리 중립파 귀족들이 누군지도 모르나?”
“…”
하메르는 침묵했다.
“후우. 협상도 완결되었겠다. 내 넓은 아량으로 작성해주지. 하하. 이거, 소문만 듣고 아주 어려운 자리가 될 줄 알았더니, 의외로 시원시원한 분이시구려. 한 자작.”
램파드 후작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영수를 칭찬했다.
영수는 그저 담담히, 실무가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얼굴로 그를 쳐다봤다.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던 하메르가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런데 램파드 후작님께서는 기찻길과 기차역을 설치하는 조건에 대해서는 다 듣고 오셨겠지요?”
“조건? 그게 뭔 소린가? 이보게 한 자작, 지금 이자가 내게 무슨 조건이 있다고 하는데?”
“그분께 말씀 조심하시죠. 지금 후작님이 이자라고 한 분은 제가 없을 시에 다른 영지에 전쟁을 선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뭐?”
멍한 표정을 짓는 램파드 후작에게 하메르가 다시 설명을 이어갔다.
“모르시는 것 같아서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조건은 간단합니다. 기차역을 통해 내린, 티켓을 소지한 사람들에게는 영지에서 부여하는 성문 입장세를 전혀 받지 않고, 오로지 그들이 영내에서 거래하는 거래 물품의 1할만을 세금으로 걷는다.”
“영지의 근간인 입장세를 받지 말라고?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조건인가?”
램파드 후작의 얼굴에 노기가 어렸다.
비난의 화살을 받게 된 하메르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영수를 쳐다봤다.
“설마… 그것도 조사 안 해보시고 설치해달라고 오신 겁니까?”
영수는 어이가 없었다.
“그런 말이 있었다면, 내가 설치해달라고 했겠는가?”
“하…”
영수는 뭐라고 램파드 후작에게 따끔하게 말해주고 싶었지만, 마땅히 할 말을 찾지 못했다.
이런 경우를 겪어봤어야 말을 하지…
“반대하시면 설치는 없습니다. 다음부터는 협상을 하려면 기본적인 조사 정도는 하고 오십시오. 이렇게 막무가내로 와서 땡깡을 부리지 마시고.”
“뭐? 땡깡?”
램파드 후작을 상대해주는 영수의 얼굴에는 점점 피곤함이 묻어났다.
“조건을 받아들이실 겁니까? 아니면 받아들이지 않으실 겁니까?”
“절대! 절대 그런 조건에는 찬성할 수 없어! 늦게 들어왔다고 해서 차별을 두는 건가? 그렇게 해서는 일버른 공작파만 배를 불리지 않겠는가?”
“일버른 공작님과 그 외 다른 영주님들은 모두 그 조건에 찬성을 했습니다. 늦게 와서 특별 대우를 원하신다니… 더 이상 하실 말씀이 없으시면 협상은 여기서 결렬하는 것으로 하죠.”
“하! 누가 협상을 한데? 입장세를 안 받으면 우리에게 무슨 이득이 있다고.”
“…”
영수는 아무 말 없이 손가락으로 출구를 가리켰다.
“정말 너무하군, 협상이라는 건 이렇게 일방적인 게 아니라고. 상대의 조건을 들고 맞춰봐야 하지 않은가? 혹시 몰라 돈을 가져오긴 했는데, 조건을 좀 맞춰보는 것으로…”
램파드 후작은 궁시렁거리면서도 자리를 떠나지 않으며 미적거렸다.
그때, 옆에서 보고 있던 하메르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램파드 후작을 설득했다.
“후작님, 영주님의 조건을 받아들이시는 것이 좋을 겁니다. 영주님께서는 기차를 이용하는 상인들이 영지 밖에서 거래하는 것은 밀거래로 보고 징계토록 하겠다 선포하셨습니다. 영지 안에서 거래하는 부분에 세금을 먹이는 것으로 충분히 세수 확보가 가능합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전직 세리였던 제가 보증하겠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오히려 후작의 화만 돋울 뿐이었다.
“세리면, 고작 평민 주제에 아까부터 속닥속닥, 기분 거슬리는 말만 하고… 나보고 어쩌라고! 고작 세리 따위가!”
찰싹!
램파드 후작이 하메르의 뺨을 쳤다.
평소라면 더 강하게 때렸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영주 대리라는 말에 살짝 위축이 되긴 했다.
“하메르, 영리해…”
입을 닫고 있던 영수가 미소를 띄우며 입을 열었다.
뺨을 맞은 하메르도 웃으면서 영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더 이상 봐줄 수 없군요. 협상 결렬입니다. 그리고… 중립파라고 했나요? 그분들도 철길에서 영구 제명하도록 하겠습니다.”
“누가 그딴 협박에 겁먹을 줄 아나? 가겠네. 협상은 이쪽에서 거절일세!”
“가셔도 안 잡습니다.”
“흥!”
램파드 후작은 몸을 획 돌려 출구를 향했다.
짝짝!
그때 뒤에서 영수가 박수를 쳤다.
끼이익…
“부르셨습니까!”
문이 열리고 밖에 서 있던 기사들이 들어왔다.
“기사님들께서는 거기 있는 램파드 후작을 체포하십시오.”
“네!”
기사들이 램파드 후작에게 달려들었다.
“뭐, 뭣들 하는 것이냐!”
램파드 후작 또한 기사.
그러나, 그는 맨손이었고 한국령의 기사들은 전신 타이즈에 헬멧으로 풀무장하고 있는 상태였다.
서걱!
“큭! 알겠다. 일단은 항복하지.”
팔뚝에 상처를 입은 램파드 후작은 두 손을 들며 항복했다.
“무릎 꿇어!”
콰직!
두 기사는 뒤에서 발로 차 램파드 후작을 꿇리고, 밧줄로 그를 꽁꽁 묶었다.
굴욕적인 표정의 램파드 후작.
“그런데 한 자작! 계약을 실패했다고 사람을 핍박하는 건가? 그렇게 안 봤는데. 실망이네.”
구속을 당했음에도, 램파드 후작에게는 여유가 있었다.
그는 협상하러 혼자 온 것이 아니다.
기사들도 있으니 문제가 생기면 그들이 분명 자신을 구해주러 올 거다.
“계약 실패 때문에 잡은 것이 아닙니다. 조금 전, 기물파손 하셨죠? 거기다 영주 대리를 폭행. 공무 중인 영주 대리를 치는 것은 영주를 때리는 것과 같습니다. 따라서 죗값을 치러주셔야겠습니다.”
“뭐?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다행히도, 한국령에는 범죄를 저질렀다고 해서 사람을 죽이지 않습니다. 사람을 살해한 경우를 제외하면… 하메르, 알려드려.”
하메르는 웃으면서 램파드 후작에게 다가갔다.
“죗값은 두 가지 방법으로 모두 갚을 수 있는데요. 첫째는 범죄 사실에 대한 손해배상, 즉 보석금이고요. 둘째는 범죄 사실에 대한 손해배상만큼의 강제 노역이 있겠습니다. 어떤 것을 선택하시겠습니까?”
“흥! 고작 얼마면 된다고. 돈으로 하겠다!”
“그렇군요. 우선, 대리석은 최근 드와프들이 직접 갈았습니다. 원가 1골드에 드와프들의 가공비를 포함하면 최종 5골드라고 할 수 있겠네요.”
“큭. 가는 길에 있는 다른 대리석도 더 깨주도록 하지. 그래, 네 뺨은 얼마이냐?”
“그냥 힐링 포션 하나 사 마시면 될 문제니까, 영지민 할인가에 직원 할인가를 적용해서 5골드 정도면 되겠습니다. 자 그럼 기물파손에 폭행을 포함해서 계산하면…”
램파드 후작의 얼굴에는 승리자의 미소가 맺혔다.
“10골드? 큭, 그렇게 작은 단위의 돈을 가지고 다닐 것 같으냐? 나는 귀족이다. 풀어주면 1플레티넘을 줄 테니, 잔돈은 갖도록 해라.”
그의 말에 하메르는 피식하고 코웃음을 쳤다.
“합쳐서 총, 100 미스릴 되겠습니다.”
“뭐?”
램파드 후작은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미친, 내가 그 정도 계산도 못 하리라 생각하느냐? 10골드 아니냐? 5골드와 5골드를 합치면, 10골드! 나는 귀족이다! 설마, 귀족을 우롱하려는 것이냐?”
“아닙니다. 귀족분이시라 특별 대우해드리는 겁니다. 10골드까지는 평민들에게 해당하는 내용이고요. 한국령에서는 귀족분들에게 특별히 대우를 해드리죠. 보석금을 내실 때 기사에게는 평민의 100배, 귀족분들께는 1,000배의 배율을 적용해 드립니다. 말씀하셨다시피, 귀족이시잖아요. 평민하고 같이 대우해드려서는 안. 되. 겠. 죠?”
“무, 무슨 이런 말도 안 되는…”
“보석으로 하시겠습니까? 아니면 노역으로 하시겠습니까? 돈이 모자라시면… 노역도 괜찮습니다만?”
하메르가 램파드 후작을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램파드 후작을 양옆에서 붙잡고 있던 기사들은 하메르의 미소를 보며 생각했다.
영주 대리를 하다 보면, 영주를 닮아가는 건가… 라고.
중립파를 대표해 협상하러 갔던 램파드 후작은 모종의 사유로 가지고 갔던 협상비만 털리고, 많은 기사들을 잃은 채 자신의 영지로 돌아갔다.
소문이 귀족 사회에 돌았다.
모두가 한 자작이 악독하다고 치를 떨었지만, 이미 영지 앞마당에 기차역을 설치한 귀족들은 그에 대한 평가를 보류했다.
기차가 다니고 난 지 3주가 지났다.
기차역을 설치한 귀족들의 입가에는 웃음꽃이 사라지지 않았다.
그들은 하나둘 일버른 공작의 영지에 모여들었다.
“대단하옵니다. 대공.”
“대공의 선견지명에 감탄을 금치 못하겠습니다.”
“정말 감사하옵니다. 대공. 덕분에 영지가, 망해가던 저희 영지가 예전과는 비교도 안 되게 살아났습니다.”
과정이 어떻든 결과가 제일 중요하다고 했던가?
“크흠… 내가 다 예상을 했었지.”
일버른 공작은 입가에 미소를 띠며 손님들을 맞이했다.
공작에 대한 칭송은 그가 아들로 삼았던 일 왕자의 명성을 같이 높여주었다.
그에 반왕파의 일부가 밑으로 들어가기를 자청했고, 일버른 공작은 그들을 받아들이며 한국령에 기차역을 설치해 줄 것은 요구했다.
당연히, 한국령이 원하는 조건은 모두 받아들인다는 것은 전재로.
그에 2차로 새로운 기찻길과 기차역들이 생겨났다.
이런 일버른 공작의 움직임 때문일까? 위기를 느낀 왕실도 움직였다.
그들은 왕실의 권위를 내세우지 않고, 일버른 공작과 같은 조건으로 기찻길을 내주기를 청했다.
한국령에서는 조건만 허용한다면 기찻길을 깔아주겠다는 방침이었기에 국왕의 청도 거절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라트 왕국에 존재하는 영지 절반 가까이에 기차역이 설치되고 기찻길이 깔리게 되었다.
한 번 협상하려다 실패했던, 램파드 후작을 필두로 한 중립파들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전전긍긍할 뿐.
물류의 교류는 점점 활발해졌다.
귀족을 등에 업은 거대한 상단들뿐만 아니라, 작은 상회들에도 돈이 돌았다.
거기다, 최근에는 혼자서 봇짐을 싸고 상행을 하는 직업이 새로 생겼다.
봇짐장수라는 새로운 상인의 형태를 나오게 한 것은 한국령에서 나오는 솜옷들이었다.
솜옷은 추운 북쪽 지방에 사는 사람들에게 크게 유행했다.
하지만 부피가 커서 상단들도 한 번에 많은 양을 다룰 수가 없었다. 화물칸 대여료가 비싸지는 않았지만, 대여하려는 사람이 많아서 한 번에 예약할 수 있는 칸의 수가 부족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한국령에 혼자 가서 최대한 많은 솜옷을 사 북쪽에 가서 두 배 정도에 팔며 봇짐 장사를 하는 이들이 생겨나며 그들이 봇짐장수가 된 것이다.
상단이 돌고, 사람이 돌고, 돈이 돌다 보니 라트 왕국 전체의 생활 수준은 올라가기 시작했다.
거기다, 기차가 생겨난 뒤 알음알음 사람들의 이주도 잦아졌다.
기본적으로 미드랜드에 있는 나라들은 전쟁이 나지 않는 한, 영지민들의 이주를 막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리 영지의 세금이 높고 영주가 폭정을 일삼아도 이주를 하려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이주 과정에서 다른 영지까지 살아서 도착할 확률이 절반이 안 됐기 때문이고, 이 영지나 저 영지나 비슷하다는 평가 때문이었다.
그런데 기차가 생기고, 여행 도중 사망하는 사람이 사라져갔다.
거기다 영지로 들어오는 외부 영지 방문객들이 늘자, 사람들은 다른 영지에 대한 소식을 많이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평소에 비하면 많아졌다뿐이지 사람들의 이주는 여전히 적었다.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조금씩 진행되는 이주 행렬.
그런데 그 행렬의 대부분은 목적지가 한국령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특히, 새벽 즈음에 한국령에 도착하는 기차는 한국령으로 이주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유명했다.
어디서 왔냐, 가진 기술은 있냐, 가족은 몇이냐 등 등…
서로 이야기꽃을 피우다 보니 아주 혼잡스러운 기차 안.
새로운 환경에 적응한다는 것 때문에 긴장이 되는지 한가히 앉아 밤의 경치를 감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오늘은 왠지 그 시끄러운 분위기에 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유독 많아 보였다.
뿌우! 뿌우!
일반칸인 D열의 맨 끝, 77에서 80좌석에 앉은 사내들이 그랬다.
그들은 그 혼잡한 열차의 구석에 조용히 앉아 창가에 눈을 돌리고 밤의 경치를 감상하고 있었다.
누군가 입을 열기 전까지는.
“마법을 동력으로 가는 것은 확실한데… 안쪽에 미스릴을 사용해 마나의 흐름을 읽지 못하는 것이 아쉽군.”
창밖을 바라보고 있던 파란 머리의 사내가 입을 열었다.
“마법? 마법이 쓰였단 말입니까?”
“그렇네.”
“허어… 우리도 만들어야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마마.”
“쉿. 마마라는 소리를 쓰지 말도록 하게.”
먼저 입을 열었던 파란 머리의 사내는 손가락을 입가에 가져다 데며 옆에 앉은 사내에게 경고했다.
“죄송합니다. 마… 아롬베스르크 님.”
“크흠. 아롬이라 부르게. 어쨌든 영지가 다 와 가는군. 다들 하이드마나포스를 시전하도록 하게.”
“네.”
끝자리에 앉은 이들은 서로를 가려주며 주문을 외웠다.
“하이드마나포스.”
그것은 마나의 기운을 지우는 마법.
끼이이이이이이이……….
기차가 멈춰 섰다.
파란 머리 사내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다른 사내들도 그 뒤를 따랐다.
“그럼 가도록 하지.”
파란머리 사내의 이름은 아롬베스크.
왠지 마법 왕국 마다르시아의 마법왕과 같은 이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