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 who drives a Benz RAW novel - Chapter (113)
아메리카노의 효능
아메리카노의 효능
기차에서 내린 일행은 두툼한 로브를 머리 위에 둘러썼다.
남쪽에 있어 겨울에도 눈을 볼 수 없는 한국령에서 로브까지 쓰니 얼마나 더울까?
하지만, 그들이 입은 로브는 일반인들이 입는 가죽으로 만든 로브와는 달랐다.
특수한 마수의 가죽을 마법과 특별한 약물로 처리, 더위도 추위도 타지 않는 그런 로브였다.
이것은 비단 마다르시아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최상품의 로브였다. 100페이지 이상의 마법사들도 연구비를 몇 달간이나 모아야 살 수 있는.
범상치 않은 장비를 가지고 한국령에 온 네 명의 마법사들.
아니, 네 명이 아니었다.
이어서 C열, E열 칸에서 네 명의 로브를 뒤집어쓴 사내들이 내렸다.
그들은 D열에서 내린 사내들을 향해 돌아서 고갯짓으로 인사를 나누었다.
그들도 마법사였다.
합쳐놓고 보니 총 열두 명의 마법사들이었다.
그들이 도착한 시간은 새벽 4시, 성문은 5시에 열린다.
아롬은 자신의 조에 속한 사람들만 데리고 역사 근처의 가까운 여관으로 갔다.
딸랑.
“어서옵쇼!”
새벽 4시 반, 성문이 열리기 전의 여관은 문이 열리자마자 영지에 들어가려는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었다.
급사가 네 사람에게 다가왔다.
“무엇을 드릴깝쇼? 햄버거? 피자? 치킨? 이번에 나온 핫도그라는 음식은 어떻습니까? 케찹과 설탕의 조합이 일품인데. 핫도그 가격은 개당 5실버요. 한국령에서만 특별히 싸게 먹을 수 있지 말입니다.”
“마실 것은 없소?”
“시원하고 톡톡 쏘는 맛이 일품인 콜라와 톡 쏘는 맛이 일품인 도수 낮은 맥주도 있슴다.”
“따듯한 차는 없소? 아메… 라는 차가 있다고 하던데?”
“아? 아메리카노 말씀하시는 거요? 있긴 한데 쓰기만 하지… 나는 영 맛을 모르겠어서 잘 추천하지 않는데…”
“그것으로 네 잔 주시오.”
“알겠수다. 여기 아메리카노 넷!”
급사는 주문을 받고는 네 사람에게 구석에 있는 자리로 안내해주었다.
조용히 앉아 기다리고 있자 급사가 다시 돌아왔다.
“시키신 차 나왔습니다.”
네 개의 향이 특이한 검은 물, 아메리카노가 마법사들의 앞에 놓였다.
후르륵…
“앗 뜨.”
차가 놓이자마자 먼저 입을 댔던 한 마법사가 화들짝 혀를 떼며 놀라 했다.
“후훗. 뜨거우니 데이지 않게 조심해서 마시구료. 금액은 8실버요.”
급사가 손을 내밀자 파란 머리 사내, 아롬은 품속에 손을 넣어 돈을 꺼냈다.
“남은 건 가지시오.”
그가 꺼낸 것은 샛누렇고 빛이 나는 금화였다.
“오? 금화라니? 이런 고마운 분이 다 있나? 잠시만 기다리시오. 내 남는 돈으로 피자 한 판 가져다 드릴 테니.”
“필요 없… 소.”
아롬이 말하기도 전에, 급사는 빠르게 주방으로 들어갔다.
머쓱함에 어깨를 으쓱인 아롬은 마나를 운용해 손에 찬 기운을 불러일으켜 네 사람의 아메리카노를 살짝 식혔다.
“마시지.”
후르륵…
아롬이 적당히 식혀준 덕에 네 마법사는 빠르게 아메리카노를 마실 수 있었다.
아메리카노를 마신 네 사람은 잠시 눈을 감고 짧은 명상을 했다.
가장 먼저 눈을 뜬 것은 아롬이었다.
“흐음… 확실히 명성대로군.”
“신기한 영지입니다. 머리를 개운하게 하고 마력 집중도를 높여주는 음료를 이렇게 싼 가격에 여관에서 아무렇게나 판매하다니 말입니다.”
아롬과 다른 마법사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다 한낱 급사에 불과한 이도, 타지인들에 대해 경계하지 않다. 내가 신분이 어떤지도 모르면서 말이야.”
“이 정도로 자유롭다니… 어쩌면 우리 마다르시아보다 더 자유롭다고 할 수 있을 정도가 아닌가 싶습니다.”
“아니. 그건 아니다.”
마법사의 말을 듣던 아롬이 정색하며 부정했다.
“우리 마다르시아의 마법사들에 비하면 자유롭지 못하다고 할 수 있겠지. 하지만, 일반 백성들만은 충분히 마다르시아보다 더 자유롭다고 해야 할 것이다.”
“네. 맞습니다. 아롬님.”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마법사들은 뜨끔하며 맞장구 쳐주다가 슬쩍 화두를 돌렸다.
“아무래도 이곳의 영주가 마법사이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래서 마다르시아의 분위기를 따라 하려고 하는 것이죠.”
“맞습니다. 분명 마다르시아를 동경하는 자가 분명합니다.”
“그가 어떤 학파의 마법사인지는 모르겠으나, 미드랜드의 여러 학파들은 사실상, 모두 마다르시아 학파에서 분화된 것이 아닙니까? 그 또한 마다르시아를 동경하고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세 사람의 말에 아롬의 굳어있던 표정이 살짝 풀렸다.
“크흠… 그나저나 이곳의 영주가 새벽에서 아침 사이에 영지에 없다는 것은 확인된 사실이겠지?”
“정보 길드에서 무려 20미스릴을 주고 산 정보입니다.”
“기억해라, 이동 시간까지 고려해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은 고작,”
“피자 나왔습니다!”
“…”
아롬의 말은 피자를 들고 온 급사에 의해 중간에서 끊어지고 말았다.
“어우, 아메리카노를 벌써 드셨어요? 다들 은근히 뜨거운 거 잘 드시는군요? 그럼 이것도 잘 드시겠네요. 따듯할 때 드십쇼. 모든 음식은 따듯할 때 먹어야 맛 있다고 울 어머니가 그러시더군요.”
“후우… 음식은 필요 없지만, 정성은 참 고맙군.”
“아, 다들 외지인이시구만? 피자를 앞에 두고도 이성을 잃지 않으시다니. 한 번 드셔보십시오. 한 번 맛을 보면 잊지 못한다니까? 나만 해도, 여기서 벌어서 두시 두끼 모두 피자로 식사하느라 번 돈을 다 까먹지 뭐유? 하하하하.”
급사는 피자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더니 호탕한 웃음을 지으며 다시 돌아갔다.
“후우… 어쨌든 활동 할 수 있는 시간은 1시간 20분이다. 그 점을 꼭 기억하라.”
“알겠습니다.”
세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아메리카노를 급히 마시려다가 혀를 데였던 마법사가 슬쩍 손을 들며 아롬을 바라봤다.
“그런데 이건… 어떻게 할까요? 가져다줬는데 먹지 않는 것도 좀 이상할 것 같습니다.”
“쯧, 쓸데없는 것을 가져다줘서는… 나는 입맛이 없다. 아직 시간이 남아있으니 그대들이 먹도록 하라.”
“알겠습니다.”
아롬의 허락이 있자, 사내는 바로 피자 한 조각을 들어 올렸다.
연결된 치즈가 주욱 늘어지며 딸려오자, 치즈와 빵 사이에 있던 식재료들이 움직이며 김과 섞여 냄새가 확 하고 퍼져나갔다.
꼬르륵…
냄새를 맡은 다른 마법사들의 뱃속에도 배고프다는 신호가 왔다.
“다들 내 눈치 보지 말라. 일 시키느라 식사도 못 하게 하는 사람이라는 말은 듣기 싫군.”
“그럼, 저희들도 먹겠습니다.”
다른 두 사람도 피자를 향해 손을 가져갔다.
눈치껏, 다른 이들이 먹는 모습을 곁눈질 한 세 사람은 뒤집어서 빵이 많은 쪽부터 먹기 시작했다.
“우물… 그냥 좀 딱딱한 빵, 별로 급사가 말 한 정도로 맛있는 것 같지는 않은데… 음… 음? 아니!”
피자의 테두리 부분을 먹고, 치즈가 덥혀있는 부분으로 오고 나자 마법사들이 눈이 변했다.
쩝, 쩝, 쩝…
허겁지겁 피자를 집어삼키는 마법사들.
꿀꺽…
그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자, 아롬의 위장도 슬슬 동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말한 것이 있기에 참았다.
자신은 체통을 지켜야 하는 위치니까.
“후아…”
“이거…”
“맛있습니다. 진짜…”
여덟 조각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두 사람은 세 조각을 먹었고, 한 사람은 두 조각을 먹었다.
“쩝… 아직 살짝 배가 고픈 것 같은데, 시간은 좀 더 남은 것 같고…”
“음… 아롬님 이왕 이렇게 된 것 식사를 해결할까 하는데… 피자라는 것을 하나 더 시켜도 되겠습니까?”
“흠… 그대들이 먹고 싶으면 시키면 되는 것이지. 내 눈치 보지 말라.”
“감사합니다. 급사! 이곳으로 오게.”
마법사가 급사를 부르자, 아롬은 은근히 기대했다.
피자는 여덟 조각이나 되었다.
생각보다 양이 많아 보이는데, 다들 두 조각 정도만 먹고 지쳤을 때 자신도 한두 조각 먹을 수 있지 않을까?
“부르셨습니까?”
“피자를 하나 더 주도록 하게.”
“하하하. 거 보십시오. 맛있죠?”
“그대가 장담할 만하더군.”
“하하하. 기다리십시오. 아, 근데 이번에는 몇 조각으로 잘라 드릴까요?”
“여섯 조각이면 되겠군. 우리 셋 만 먹으면 되니까 말이야.”
아롬의 인상이 와락 구겨졌다.
로브를 쓰고 있지 않았다면, 모두가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
“여섯 조각이요? 알겠습니다. 40실버 되겠습니다.”
마법사는 급사에게 골드를 꺼내 건네주었다.
다시 피자가 나오고, 세 사람은 걸신들린 사람처럼 허겁지겁 먹었다.
다 먹고 나서 또 시킬까 아롬의 눈치를 보다가, 표정이 좋지 않는 것을 보고 포기해버린 마법사들.
결국, 아롬은 끝까지 피자를 먹지 못하고 영지로 잠입해 들어갔다.
우우우웅…
한국에서 처리해야 할 일을 마무리하고 있던 영수의 휴대폰이 울렸다.
휴대폰의 액정을 확인한 영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음?”
[나의 영지 Ver.3] – <마법사 침입 알람>상단의 대기 화면에 있는 처음 보는 문구.
영수는 서둘러 나의 영지 어플을 켰다.
[º
내비게이션]
내비게이션 메뉴의 글자 앞에 붉은 점이 표시되어 있었다.
꾹.
영수는 내비게이션 메뉴를 눌러 지도를 확인했다.
넓게 펼쳐진 지도에는 기차와 밖에 나가서 작업 중인 차들이 표시되고 있었다.
기차와 차들의 색은 짙은 회색.
그런데 한국령이 있는 쪽에 처음 보는 붉은색 표시가 있었다.
영수가 맵을 확대하자, 붉은색 표시가 마침 영지의 하나뿐인 문을 통과하고 있었다.
“지난번 돌아갔던 두 마리의 치어가… 대어를 물어온건가?”
“이사님, 요즘 낚시하십니까?”
옆에 있던 호운덕 사장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아, 낚시 좋아하죠. 후훗.”
“오? 민물로 하십니까? 아니면 바다낚시? 민물도 괜찮지만, 저는 바다로 자주 나갑니다. 가끔은 연차를 쓰고 태평양으로 나가는데, 참치 이마안한 걸 잡았는데 손맛이 아주…”
호운덕 사장은 커다랗게 손을 벌리며 입에 침을 물었다.
회의 도중 이야기가 낚시로 빠졌지만, 괜찮았다.
일은 마무리 단계였으니까.
최근 만향당 그린 에너지에서는 나주시의 골칫거리를 해결해주기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나주시에는 생활폐기물을 연료로 사용하는 열병합발전소가 있었다.
연료비도 절감하고 광주 등 지자체에서 발생하는 폐기물들도 처리하고, 난방과 발전까지 하려는 지역난방 공사의 큰 그림으로 올해 막 완공되었다.
하지만, 완공 전부터 시작된 우리 자식들에게는 좋은 공기를 마시게 하고 싶다는 주민들의 반대와 여러 환경 단체들의 반발로, 발전소는 시험가동 이후 한 번도 가동되지 않았다.
이 부분을 가스가 전혀 배출되지 않는 플랜트라고 대대적으로 광고하며 만향당 그린 에너지가 파고들었다.
주민들은 적극적으로 환영했다.
하지만, 지자체들에서는 난색을 표했다.
생활폐기물을 연료로 하는 열병합발전소는 한편으로는 늘어나는 폐기물들을 처리하는 효과도 있었던 것이다.
지자체에서는 자신들의 쓰레기 문제를 처리해주지 못하면 발전소도 지을 수 없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물론, 영수가 그 말을 듣고는 오늘 막 깔끔하게 문제를 해결했다.
매립지가 될 부동산을 사고, 좀 전에 영수가 부지 전체에 아공간 주머니에 걸린 마법을 걸어버리고 왔다.
그래서 이제 남은 작업은 서류 작업뿐이었다.
“그나저나, 그 쓰레기 처리 홀이라는 곳에 얼마나 많은 양의 쓰레기를 버릴 수 있다고 써야 합니까?”
“무한합니다.”
“하지만, 지자체 측에서 정확한 용량을 써달라고 해서…”
“대략 9,999조 리터라고 쓰십시오.”
말도 안 되는 용량이다.
스스슥…
호운덕 사장은 망설임 없이 적어넣었다. 영수에 대한 강렬한 믿음이 있으니까.
하지만, 써놓은 것을 보면 상대는 믿지 않을 것이다.
‘행동으로 보여주면 되겠지…’
대충 이곳의 일 처리는 완료되었다.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네. 고생하셨습니다.”
영수는 호운덕 사장에게 인사하고 밖으로 나가, 창고이자 자신의 비밀 주차장인 포인트로 갔다.
꾹, 꾹꾹.
반짝!
어느새 한국령에 도착.
영수는 눈을 감고 집중했다.
‘흠… 이 느낌은…’
지난번 ‘하이드마나포스’라는 마법을 스스로 걸고 있는 사람들에게서 느껴지던 어색한 마나의 기운이 걸려왔다.
“열둘이라…”
기운을 숨겼다는 것은 구리다는 말, 첩자 혹은 간첩질을 하겠다고 광고를 한 셈이다.
영수는 자신이 정했던 영지의 법을 더듬었다.
영지의 정보를 훔쳐가기 위해 대놓고 들어오는 사람은 통과, 영지의 정보를 훔쳐가기 위해 숨어서 들어오는 사람은 발각 시 10년 이상의 징역이었다.
“잡아다, 여관에 취직시켜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나 만들라고 할까?”
어딘가로 몸을 움직이는 영수의 입가에는 악당 같은 미소가 맺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