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 who drives a Benz RAW novel - Chapter (12)
루왁 커피
루왁 커피
루왁 커피라는 것이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소품종 생산되는 가장 희귀하고 가장 값비싼 커피로 생산량도 소량이라 희소성 또한 높다.
생산법이 특이해서 그랬다.
루왁, 사향고양이라는 녀석들이 커피 열매를 먹으면 소화되지 않은 콩을 배설한다. 그것을 씻고 볶아서 마시는 것이 바로 루왁 커피였다.
신이 내린 커피, 최고의 커피, 가장 비싼 커피 등 많은 수식이 있지만, 결국 생각해보면 고양이 똥이다.
그렇다고 해서 사람들이 안 마실까?
아니다.
일부 자연에서 나오는 상품 중에는 똥에서 추출한 것이 많았다.
그렇다고 해서 상품 가치가 떨어지냐고?
용연향도 루왁 커피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비싸다. 동물의 배설물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리자드맨은 똥이 진주였다. 자연산인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이 사실은 영수에게 희소식이다.
거기다, 이쪽 세계 사람들에게는 보석 취급도 못 받는 알갱이라니 더욱 좋지 않은가?
“저분이 그렇게 똥을 좋아하신다면서?”
“음… 고래 똥을 모으신다더니, 이제는 리자드맨 똥까지 모으신다고 하더라고.”
“크으… 역시 마법사는 대단하군.”
사람들의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니까, 루왁 커피나 용연향처럼…’
설명하고 싶은 것은 많았지만, 영수가 알고 있는 상식이 통하는 것은 오로지 지구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만 해당했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동물의 배설물이 비싸질 수 있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고 한다.
아무리 아름답고 멋있고 효율적이고 맛있다고 해도, 관념상 인간으로서 똥을 어떻게 해보겠다는 생각은 하지 못한다고…
어차피 더럽혀진 이미지 뻔뻔하게 밀고나가기로 했다.
‘이쪽 마법사들한테는 미안하군.’
촤악!
그때 물보라가 튀며 물가에서 리자드맨들이 튀어나왔다.
“어읏! 리, 리자드맨!”
“리자드맨이다!”
“마, 마법사님…”
어민들은 패닉에 빠졌다.
하지만, 리자드맨은 바다와 땅의 경계에서 한 발짝도 더 나오지 않고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촌장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영수를 바라봤다.
“일이 잘못되면 번개가 튈 수 있으니 사람들을 뒤편으로 물려주십시오.”
“마법사님이 잘못되시면…”
“제 몸은 지킬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럼, 담판을 짓고 오겠습니다.”
영수는 그들에게 빌린 도구로 만든 지게를 짊어지고 리자드맨들을 향해 다가갔다. 지게에는 점프 케이블이 달린 자동차 배터리가 실려있었다.
이게 영수의 믿는 구석이다.
지게로 휴대성을 늘렸고 케이블에는 긴 쇠봉을 연결시켜 사정거리를 늘렸다.
거기다 그냥 스파크만 튀어도 번개가 튀니, 영락없이 이쪽 사람들이 말하는 마법사의 모습이었다.
쉬쉬쉬…
리자드맨들은 혀를 낼름거리며 이쪽을 경계하는 눈빛으로 쳐다봤다.
영수가 다가가자 그들 중 센터에 있던 리자드맨이 앞으로 빠져나왔다.
“그쪽이 대표인 족장이요? 말은 잘 전해 들었겠지?”
“쉬릿… 들었소.”
“들었소? 말이 짧은 것 같은데, 내가 가진 힘에 대해서는 듣지 못했나?”
치칫!
콰쾅!
번개가 쳤다.
리자드맨들은 부들부들 떨며 뒤로 주춤주춤 물러났다.
“쉬쉿… 우리는 적대시하고자 하는 마음이 전혀 없습니다. 대화를 하자고 하셔서, 일부러 무기도 들고 오지 않았습니다.”
족장의 날 서 있던 말투가 부드럽게 변했다.
‘보는 것이 믿는 것이라고, 말로 전해 듣는 것과 눈으로 보는 건 와 닿는 것이 다르겠지.’
“그리고 그쪽, 인원이 너무 많은 것 같은데?”
“쉬리릿… 이들은 장로들로, 제가 족장이라고 해도 마을의 모든 것은 이들과 함께 상의합니다.”
“한 명 빼고 나머지는 물에 들어가 있어.”
쉬쉬싯…
시싯…
리자드맨들은 서로 눈을 마주치며 의견을 교류해갔다.
“협상하는 상대방을 놔두고 그쪽끼리만 떠들겠다는 건가?”
“쉬쉿! 아닙니다. 들어들 가시게.”
쉬쉬쉬…
족장은 장로라는 리자드맨들에게 손짓해 물러나게 했다.
하지만 다들 미심쩍은 눈빛을 하며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치직!
쾅!
쉬쉿!
첨벙! 첨벙!
영수가 일부러 번개 스파크가 튀게 하자 리자드맨들은 서둘러 물속으로 물러났다.
“오오. 마법사님이 리자드맨들을 물러나게 하고 있어.”
“크으! 마법사님 멋지십니다!”
뒤쪽에서 보고 있던 어민들 사이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쉬쉿…
혼자 남은 리자드맨 족장은 불안한 듯 사방을 눈으로 훑었다.
이제 협상을 위한 준비는 모두 끝났다.
“우선, 제가 강압적으로 나왔던 것을 사과드리죠.”
“시싯?”
영수의 사과에 족장은 말을 잃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똑바로 눈을 바라봤다.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것을 믿는 편이죠. 많은 리자드맨들이 보이면 불안해할 것 같아 물리라고 한 겁니다. 그리고 솔직히 저도 그쪽 리자드맨들을 못 믿으니 힘을 보여줬죠.”
“…”
“스스로를 위대한 용의 후손이라고 하는 그쪽이라면 제 말을 이해할 정도의 지능을 가졌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설마 무슨 뜻인지 이해가 안 가십니까?”
족장은 고개를 저었다.
“쉬쉿. 아니 놀라서 그랬소. 마법사라는 존재가 그대들이 몬스터라고 부르는 우리 리자드맨들에게 사과를 할 줄이야…”
“저는 여러분을 협상하려고 불렀습니다. 가급적이면 대등한 관계에서 진행하고 싶지만, 종족차와 입장차 등 여러 가지 차이가 있으니 서로가 만족할 수 있을만한 연극을 한 것이죠.”
이렇게 대화는 하고 있지만, 수백 년간을 인간과 리자드맨은 적으로 살아왔다.
서로가 서로에게 하루아침에 경계를 풀지 못할 것은 당연했다.
영수가 무력을 보여주고 다른 리자드맨들을 뒤로 물린 것은 인간들을 안정시키고 리자드맨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쇼맨십이었다.
물론, 협상의 주도권을 쥐려는 의도도 있었고.
“인간을 습격하는 것이 먹을 것이 없어서라고 들었습니다. 그물이 필요하시다고요?”
영수는 바로 본론을 꺼내며 협상을 주도해갔다.
“시시시… 맞습니다. 사실 그물만 있다면 먹을게 부족할 리도 없죠. 그러면 인간이 사는 곳을 습격하러 올 필요도 없고 흉성이 폭발해서 먹을 것을 훔치러 침입하는 동족들도 없을 겁니다. 시싯. 하지만 인간들의 그물은 너무 조잡합니다. 한 달을 못 버티죠.”
그물이 약하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남의 물건을 훔쳐 가놓고 이렇게 당당하게 불평하는 것은 놀랍다.
‘종족특성인가?’
스스로를 용의 후손이니 뭐니 하면서, 선민화 하는 것을 생각하면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영수였다.
“그래서 제가 직접 준비한 그물을 전해줄 생각입니다.”
“쉬쉿! 오오오! 마법사님께서 직접 만드신 그물을 주신다는 겁니까?”
“다른 인간들이 만든 것보다 단단하고, 고래가 끊으려고 해도 잘 끊기지 않죠.”
“쉿! 오래가겠군요! 분명 그렇게만 된다면 저희 부족은 배불리 먹을 수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인간의 마을을 습격하지 않아도…”
“단!”
“쉬릿?”
“조건이 있습니다.”
쉬쉬쉿…
족장은 혀를 낼름거리며 불안한 듯 눈을 굴렸다.
족장이나 이쪽 세계 사람이 생각하기에 영수는 영락없는 마법사였다.
그런 마법사가 내거는 조건이 단순할 리가 있겠는가?
마을에서 회의하는 동안 어쩌면 어린 리자드맨이나 암수 한 쌍씩을 내놓으라고 요구해올지도 모른다는 말까지 나왔었다.
하지만, 종족의 미래를 생각해서 누가 희생할지 정해두고 마음 단단히 먹고 온 참이었다.
“쉬리릭… 어떤 조건을 바라시는지요.”
“저는 이 구슬을 원합니다. 다달이, 아주 많이요.”
영수는 작업 바지의 앞주머니에서 아기 주먹만한 진주를 꺼내서 족장에게 보여줬다.
“쉬릿… 그것은…”
“네. 저도 압니다. 하지만 필요합니다.”
“쉬싯… 어쩐지 계속 냄새가 난다 했더니 마법사님이 가지고 있으셨군요. 그것은 저희들이 들고 다니는 스멜 스톤이라는 겁니다. 마나를 품고 있지도 않고, 인간들은 냄새를 맡을 수 없어서 아무 쓸모가 없다고 알고 있는데요.”
“스멜스톤이요?”
‘이거 똥 아니었어?’
“쉬쉿. 네, 심해 조개의 몸속에서 채취한 스멜스톤입니다. 저희 리자드맨들은 다시 와야 하는 곳이 있으면 그 구슬을 두고 갑니다. 스멜 스톤이 몸속의 냄새와 합쳐지면 아무리 떨어져 있어도, 물속에 있어도 냄새를 맡을 수 있기 때문이죠.”
결국 리자드맨이 다시 자기 마을로 가면서 이곳을 찾아오기 위해 두고갔다는 소리였다.
말을 들으니 지구에서의 진주 채취 방식과 똑같았다.
덕분에 아무리 자기 합리화를 해도 찝찝하던 것이 사라져 영수의 마음은 아주 가벼웠다.
입가에 절로 웃음이 맺혔다.
“하하. 저는 이게 리자드맨의 똥인 줄 알았습니다. 이쪽의 촌장님이 스멜스톤이라는 것을 리자드맨의 똥이라고 부르더군요.”
“쉬릿… 아마, 그것은 우리가 구슬을 엉덩이에 넣고 다니기 때문일 겁니다.”
“그 말은…”
뽕.
“쉬릿… 이렇게, 빼다 보면 간혹 힘조절을 못해서 변이 묻어서 나오기도 하죠. 착각할만도 합니다. 하하.”
족장은 눈앞에서 자신이 가지고 다니는 스멜스톤, 진주를 꺼내 보였다.
‘유사 똥… 거기서 거기잖아?’
영수의 이마에 주름이 잡혔다.
급 불어나는 밀물처럼 사라졌던 찝찝함이 다시 밀려왔다.
리자드맨과의 협상은 잡음 없이 진행되었다.
리자드맨들은 자신들의 엉덩이에 넣지 않은 진주를 다달이 가져다주기로 약속했고, 대신 영수는 지구에서 가져온 그물을 건네줬다.
“이곳의 촌장이 인적이 드문 곳에 창고를 짓기로 했습니다. 제게 약속한 스멜스톤은 다달이 거기 가져다 두시면 됩니다.”
“쉬쉿… 만족스러운 그물입니다. 얼마든지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없을 때 그물이 망가졌을 때를 대비해서 창고에는 항상 인간들이 만든 여분의 그물을 두기로 했습니다.”
“쉬릿.. 오오, 이런 고마울 데가.”
“단, 공짜는 없습니다. 만일, 그물을 가져갈 거면 창고에는 조개나 전복, 가재 같은 리자드맨들이 안 먹는 것들을 가득 채워주고 가야 합니다.”
“쉬쉿… 문제없습니다. 요리조리 도망가는 물고기와 다르게 그놈들은 바다에 들어가 주워오기만 하면 되는 거니까요.”
“오늘은 여기까지지만, 저는 이곳에 자주 올 생각입니다. 만일, 제가 없을 때 다시 인간을 건드렸다면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영수는 마지막으로 족장을 위협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협상이란 그렇다. 언제든 만만한 모습을 보이면 물어뜯으려고 한다. 거기다 자신이 직접 상대하는 리자드맨은, 정말로 물어뜯지 않는가?
족장은 케이블 끝에 달린 쇳덩이에 눈을 고정한 채로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한발 물러났다.
“쉬쉬쉿… 하하… 저희는 오크들처럼 멍청하지 않습니다. 진작부터 이렇게 말이 통했으면 좋았을 텐데요. 아, 마법사님. 저희가 마을에서 가져온 선물이 있습니다.”
족장은 물가에 있는 리자드맨들에게 손짓을 했다.
뭍으로 나온 리자드맨들은 자신들의 엉덩이 주머니(?)에서 수정 같은 돌을 꺼내 바닥에 곱게 내려놨다.
“쉬릿. 이것은 저희들의 성의입니다.”
“이것은…”
“쉬쉿… 마법사님이 가장 잘 아시듯이, 마나석입니다. 많이 준비하고 싶었지만, 가지고 있는 것이 이것밖에 없어서…”
그들이 준 투명한 수정은 마나석이라는 놈들이었다.
마지막에야 조심스럽게 선물로 바치는 것을 보면 귀한 물건은 맞는 것 같았다.
“그렇군요.”
하지만, 진짜 마법사가 아닌 영수로서는 마나석을 보고도 담담했다.
뭔가 특별한 수정이겠구나, 그리고 또 거기서 나왔구나, 정도?
잠시 마나석에 눈을 두던 영수는 귀를 간지럽히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 어민들이 모여있는 곳을 바라봤다.
“흠… 이제 다들 가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영수는 족장에게 그만 가 줄 것을 요청했다.
이내 족장도 왜인지 알 수 있게 되었다.
저벅, 저벅, 저벅…
어촌의 안쪽에서 상당한 수의 군화발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아, 그리고 이곳의 원래 지배자인 간트레이그 남작과는 말이 되어있지 않은 상황이지만, 잘 말해두겠습니다. 제 말을 무시하지는 못할 테니까요.”
“쉬쉿… 누가 감히 마법사님을 무시하겠습니까? 감사합니다. 마법사님. 그럼 이만…”
풍덩!
족장과 다른 리자드맨들은 서둘러 바다로 뛰어들었다.
휘휘휫!
그들이 바다에 들어가고 얼마지 않아, 병사들이 쏜 화살이 바다를 향해 날아갔다.
물론 화살은 물에 박히지 못하고 둥둥 떠버렸다.
그들이 한 것은 위협사격이었다.
일부러 이 타이밍에 와서 쏜 거다.
물론 자신에게 보여주기 위한 사격이었고.
‘지배자라는 놈들은… 어딜 가나 생색내고 숟가락 얹는 걸 좋아하는군…’
“이런, 다들 도망갔군요. 저는 기사 팔리아 쿠아멘트라고 합니다. 마법사님께서 리자드맨들의 문제를 잘 해결하셨다고 들었는데, 어디 다치신 곳은 없으십니까?”
‘기사라고 했던가?’
쇠갑옷을 입은 기사가 다가와 헬멧을 벗었다.
영수는 매서운 눈매를 하고 친근하게 웃고 있는 그를 쏘아봤다.
“일찍 나오셨군요. 왜, 좀 더 기다리다가, 제가 리자드맨에게 죽고 난 뒤에 오시지 그러셨습니까?”
“네? 아 그것은 마법사님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당신한테 하는 말이 아닙니다. 거기, 병사들 사이에.”
영수는 손을 들어 쇠 작대기로 병사들 사이, 기사들이 무질서하게 뭉쳐있는 곳을 짚었다.
“이제, 그만 나오시죠? 간트레이그 남작님.”
“저, 저는 무슨 말씀인지…”
영수의 얼굴 근육이 꿈틀거렸다.
“저를 시험해보시겠다 이겁니까?”
지지직!
번쩍!
번개가 쳤다.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는, 아래에서 위로 흐르는 번개가.
“마법사님, 갑자기 이렇게 공격을 하신다면!”
스르릉!
기사의 허리춤에서 검이 뽑혔다.
“그만! 칼을 집어넣게 구아멘트경!”
“…”
철컥.
기사의 검이 다시 검집으로 들어갔다.
“무례를 사죄하겠습니다. 마법사님.”
그는 고개를 숙이며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그와 교대하듯이, 간트레이그 남작이 영수의 앞으로 걸어 나왔다.
상당히 초췌한 얼굴을 하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