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 who drives a Benz RAW novel - Chapter (122)
죽음의 벽
죽음의 벽
톤타의 몸이 물속으로 가라앉았다.
<아파! 물살 너무 아파!>
톤타가 엄살을 부렸다.
물론, 바다 아래에도 마나가 가득하고 폭풍이 불고 있었고 그 성질이 단련된 쇠보다 더 단단하고 날카로우니 아플수는 있다.
하지만, 그가 잠긴 곳은 고작 복부 일부와 뒷다리, 꼬리일 뿐이었다.
꾸우우웃? 뿌우!
톤타의 배 아래에 무언가 있었다.
그것은 거친 물살과 물속에서도 버텨냈다.
톤타의 거대한 몸집에도 지지 않는 거대한.
“고래?”
꾸우웃? 뿌오오.
흉터투성이의 고래였다.
등이 터지고, 지느러미에 상처가 늘어갔다. 하지만, 고래는 아픔을 견뎌내며 헤엄을 치기 시작했다.
콰콰콰콰…
등 위에는 톤타를 업은 상태로, 피를 흘리며 불편한 자세로 헤엄을 치는 고래.
첨벙, 첨벙, 첨벙…
영수는 느낄 수 있었다.
몸속으로 마나가 밀려 들어오는 것을.
이제 위험한 곳은 지났다, 즉 마나의 밀도가 정상으로 돌아왔다는 소리다.
“톤타, 지금이다.”
<네? 설마 떠오르라는 거에요? 하지만, 이곳은,>
“떠올라!”
펄럭!
영수의 명령에 톤타가 거부하지 못하고 날개를 펄럭였다.
<어?>
톤타의 몸이 떠올랐다.
“『사, 살았다!』”
와와와와!
드와프들이 안도의 함성을 질러댔다.
뿌오, 꾸우우우…
고래는 물 위로 지느러미를 올리며 영수를 향해 흔들었다.
마치, 이곳은 위험하니까 다시는 오지 말라고 경고해주는 것 같은 모습.
하지만, 거대한 몸은 상처투성이가 되어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힐링!”
영수는 마법을 사용하며 바다 위로 내려섰다.
그리고 톤타의 상처를 회복시켰을 때처럼 고래의 몸에 손을 얹고 마나를 불어 넣어줘 봤다.
고래의 몸이 빛으로 하얗게 물들기 시작했다.
지금 다친 상처도, 예전에 다쳐 몸을 가득 채우고 있던 수십 개의 X자 모양의 거대한 흉터들도 하나둘 사라져 갔다.
꾸웅? 뿌우!
그런데 치료하고 있던 사이 원래는 검었던 고래의 등 색깔이 변하기 시작했다.
청색에서 하늘색으로, 하늘색에서 다시 밝게 빛나는 백색으로.
뿌우우…
툭툭.
고래가 지느러미로 영수를 건드렸다.
이제는 되었다는 듯이.
“고맙다.”
꾸웅, 뿟!
고래는 그대로 몸을 뒤집더니 배를 드러내며 그대로 물속 깊은 잠수해 들어갔다.
첨벙!
하얗게 포말이 일고.
추화확!
숨구멍에서 뿜어낸 물이 분수처럼 뿜어져 나와 어서 가라는 듯이 영수의 몸을 하늘로 밀어냈다.
지구에서 봤던 고래들에 대한 다큐가 떠올랐다.
다이버들이 내려와서는 안 될 수심까지 들어오면 저렇게 거대한 고래가 조용히 다가와 알려준다고, 또 올라갈 때까지 도와주기도 한다고 한다.
가끔은 범고래로부터 다른 동물들을 도와주고,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해주거나 길 잃은 뱃사공들에게 길을 알려주기도 한다고.
이쪽에서는 도움 준 것 하나 없는 생판 남인데, 위협을 무릅쓰고라도 도와주다니…
마치 엄마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 가. 화이트맘. 고마웠다.”
꾸우웅…
화답하듯, 고래가 울음을 울었다.
그러나 마치 일을 다 끝냈다는 듯이 시크하게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잠수해서 떠났다.
<근데, 영주님은 고래 고기 드셔 보셨습니까? 고래 고기가 지방이 많아서 그렇게 색다르다는데. 맛이 궁금하네요.>
퍽!
영수는 날아올라 톤타의 머리를 후드려쳤다.
<아! 왜요?>
“너는 정말 금수만도 못한 놈이다.”
<아니, 먹겠다는 게 아니라, 고마워서 평생 안 먹겠다고… 하지만 맛은 궁금해서 영주님께서는 드셔 보셨냐고 맛이라도 물어보려고 한 건데…>
“확!”
영수가 다시 손을 들어올리자, 톤타는 입을 굳게 다물었다.
말을 하면, 자신의 손해라는 것을 비로소 깨달은 것이다.
영수는 고개를 저으면서 마법으로 몸을 띄웠다.
<어? 거긴…>
톤타가 경고성을 보냈지만, 영수는 떠서 위험 지역의 바로 앞까지 날아갔다.
코앞에서 거대한 마나의 소용돌이가 느껴졌다.
가장 외곽인 곳이 이정도일진대, 안으로 들어가면 더 마나의 소용돌이는 더욱 심해질 것이다.
영수는 손을 들어 벽을 향해 뻗어봤다.
프스스스…
거친 마나의 소용돌이는 영수의 손에 닿아, 먼지가 되어 사라져버렸다.
그것이 다였다.
자신의 손은 멀쩡했다.
‘마법 이뮨에 무적은 먹힌다는 건데…’
영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톤타에게 돌아갔다.
“일단 한국령으로 다시 가자.”
<옙!>
펄럭! 펄럭!
톤타는 머리를 영지 방향으로 돌렸다.
넓은 지평선을 향해, 드래곤의 거체가 빠르게 이동해갔다.
‘마나 폭풍의 벽을 건너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한국령으로 돌아와 갈 준비를 끝내고 차에 타고 있지만, 영수의 머릿속에는 계속 벽을 뚫고 넘어갈 생각뿐이었다.
미드랜드에 살고 있는 최고의 생명체인 드래곤, 톤타도 실패했다.
물론 톤타보다 몇 배나 더 크고 강한 안단테도 있지만, 안단테라고 해도 그 마나 폭풍의 벽을 뚫기는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다 만약 가능하다고 해도, 딸을 그렇게 고생시켜가며 일 시킬 생각도 없고.
그리고, 그곳을 멀쩡하게 건너가는 것은 이 미드랜드에서 유일하게 자신만 가능할 거다.
마나의 폭풍이 자신의 몸에 와서는 먼지가 되었고, 상처하나 입히지 못했으니까.
자신은 무적이니까.
문제는, 그곳에서는 마나가 다시 차오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신이 마법을 무한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사용한 만큼 마나가 더 빠르게 차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이 끊긴다면?
오로지 몸속에 있는 마나로만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몸속에는 그다지 많은 마나가 저장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곳까지는 마나의 소모 없이 간다고 해도 벽을 뚫고 가려면 마법을 사용해야 할 텐데… 과연 그곳에서 마법을 사용할 수 있을까?
거기다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면, 아무리 자신이 마법/마나에 대한 이뮨이 있고 무적이라고 해도 순전히 체력만 가지고 그곳을 통과해야 한다.
맨몸으로 바다를 정복할 수 있을까?
‘아니.’
영수는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자신의 체력이 기사들처럼 뛰어나고, 어려서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바다에 살아 수영을 잘한다고 해도 그 해역은 건너갈 수 없을 것이다.
거리가 어느 정도인지 알고.
방법은 역시 하나다.
이곳으로 가져온 차, 영수가 내비를 달고 있는 차는 영수의 몸처럼 이뮨에 무적이 유지된다.
하지만, 차로는 바다를 건널 수 없다. 그럼…
‘배?’
배도 좋다.
하지만, 제일 빠른 쾌속정이라고 해봐야 시속 160km 정도를 넘지 못한다.
거기다 속도에만 치중한 배라서 안에 탄 자신은 몰라도, 같이 갈 드와프들은 지켜주지 못할 거다.
군사용으로 산다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만, 그것을 개인으로 사기는 어려울 것이고…
좀 더 안전한 실내가 보장되는 요트 같은 것이라고 해도, 속도를 내봐야 고작 시속 110km 정도.
속도가 너무 느리다.
톤타를 타고 날다가 매스블링크로 이동했다. 한 번당 약 500미터 정도를 날아갔다. 마법 사용 횟수로 얼추 마나 폭풍의 벽까지 가는 거리를 계산해보면…
못해도 600km 정도는 가야 한다.
그렇다면 요트로 왕복을 생각하면 못해도 12시간 정도는 걸린다는 소리인데…
‘이참에 그냥 전세기 사버릴까?’
영수는 휴대폰으로 내비를 켜고 미션을 확인했다.
<미션 : 남쪽 대륙으로 가는 길에 있는 죽음의 벽 확장 문제를 해결하시오.>
<보상 : 강화 포인트 2, 기억지점 포인트 1>
<미션 : 남쪽 대륙으로 가시오.>
<보상 : 강화 포인트 1, 기억지점 포인트 1>
기차 이후로 미션을 확인 안 했더니, 어느새 지난번 미션은 해결되어 있었다.
대신, 새로운 미션이 생겨나 있었다.
‘죽음의 벽?’
마나 폭풍의 벽을 그렇게 부르나 보다.
매우 살벌한 이름이었다.
영수는 남아있는 포인트들을 확인했다.
미션이 깨지면서 강화 포인트와 기억지점 포인트가 두 개씩 추가되어 있었다.
지난번 아랍에미리트의 호텔 인근에서 사용한 포인트와 평택에서 새로 산 집의 차고에 포인트를 사용해서 3개로 떨어져 있던 기억지점 포인트는 5가 되어 있었다.
지난번 영주의 반지를 3까지 업그레이드 하면서 포인트를 하나 사용하고, 미션이 완성되면서 2가 추가되어 강화 포인트는 7개가 남아있었다.
‘강화 포인트 중 한 개는 결혼반지 강화용이고, 또 하나는 가희 초등학교 입학 선물로 줄 목걸이 강화용이고, 강화 미션용으로 1개 남겨두면, 4개까지 쓸 수 있는 건가?’
생각하고 있는 강화를 하기에 포인트는 넉넉했다.
“일단, 배를 들고 오든 비행기를 들고 오든 하고 이쪽에서 마나석 들고 가는 것도 생각하면 차체도 업그레이드해야 하니까…”
꾹, 꾹.
영수는 바로 차체를 두 번 강화했다.
그동안 96톤이던 차체 무게가 무려 4배가 늘어 384톤으로 변했다.
앞으로 무거운 더 많은 용량을 아공간 주머니에 실어도 된다는 소리였다.
“남은 두 개는… 마나 용량 때문에 투자하긴 해야 하는데…”
영수는 살짝 멈칫거렸다.
신체 강화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3까지 강화한 이후에 신체적으로나 마법적으로나 자신이 부족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미드랜드에서는 마법에 대한 이뮨이 있고 몸이 물리적으로도 무적이니까.
하지만, 이번에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처음으로 한계를 느꼈다.
강화를 하긴 해야 한다.
문제는 고통.
“눈 딱 감고…”
그 고통은 눈 감는다고 사라지는 수준의 것이 아니었다.
그러니, 영수도 망설이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투자는 필요했다.
마나통이 커질지 아니면 어떤 다른 능력이 개발될지는 모르지만, 영수는 이 또한 몸속의 마나통이 커지지 않을까 하고 예상하고 있었다.
사실, 지난번 아무르파스텔의 주주총회에서 마법을 사용했을 때 마나가 거의 고갈됨을 느꼈던 영수였다.
회의장 하나의 전자기기를 무력화 시키고, 300명도 안 되는 사람들을 잠재우고, 계약을 했는데 뒷목이 뻐근해지면서 마나가 거의 다 고갈되었다.
바로 인천으로 가서 미드랜드로 마나를 충전하러 가야 했을 정도였다.
이번에도 그와 비슷했다.
확실히, 이번 기회에 몸에 좀 더 투자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체를 선택하셨습니다. 강화하시겠습니까? Y/N>
“어쩔 수 없나…”
<Y를 선택하셨습니다.>
툭.
영수의 손에 들려있던 휴대폰이 바닥에 떨어졌다.
“크윽! 끄아아아아!”
영수의 입에서 거품이 나오고 몸이 경직되었다.
그리고는 부들부들 떨려왔다.
시동이 켜져 있었다면, 엑셀을 밟기라도 해서 벽을 뚫고 사고를 치고 다녔을 것이다.
의자에 앉은 채로 발버둥, 발버둥은 상당히 오랜 시간 동안 지속되었다.
“크으으…”
시간이 흐르고, 몸을 진정할 수 있게 된 영수는 팔을 들어 입가의 거품을 닦아냈다.
영수는 어느새 땅바닥에 떨어진 휴대폰을 들어 올렸다.
“후우… 대체 며칠이 지난…”
시간은 고작 5분 지났을 뿐이었다.
하지만 영수가 체감하기로는 고통은 며칠이나 지속되었다.
누군가 망치로 몸을 부쉈다 조립했다 다시 부수고 조립하면서, 살을 찢어 소금을 뿌리는 느낌으로 계속되는 고통이 찾아왔다.
속으로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고민하고 고뇌했는데…
“고작 5분? 허…”
영수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한숨을 쉬었다.
강화는 성공이다.
하지만, 마치 원래 내 몸이 이랬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져서 몸속의 변화는 잘 느껴지지 않았다.
다행히 예전보다 몸속에 저장되는 마나가 늘었다는 느낌은 났다.
하지만, 예전이 9999였다면 지금은 약 3, 4만 정도가 된 느낌이랄까?
‘부족한데…’
<남은 강화 포인트 : 4>
강화 포인트는 아직도 네 개가 남아있었다.
한 개는 미션용, 두 개는 가족용, 일단 쓸 수 있는 것은 하나다.
‘강화를 더 할까?’
시간이 흐르면, 지금의 고통이 자라나 너무 무서워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이번 기회에 이 한 번 질끈 물고…”
영수는 다시 신체 강화에 손을 가져다 데었다.
물론, 눈 감는다고 이 질끈 문다고 고통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대체, 이번에는 어떤 고통이 얼마나 더 오래 갈지, 좀 전의 고통이 적어도 1주일은 지난 것 같았는데 이번 고통은?
무서웠다.
하지만…
<Y를 선택하셨습니다.>
“끄으으으! 컥!”
영수는 미루지 않고 선택을 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