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 who drives a Benz RAW novel - Chapter (128)
돌고 도는 멱살
돌고 도는 멱살
잠시 정적이 있었다.
걱정돼서 와보긴 했지만, 역시나 우리 딸이었다.
‘하긴, 우리 안단테가 어떤 딸인데, 고작 드래곤 로드 따위에게…’
“커, 커…”
영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감상하고 있는 사이, 레이크는 손을 까딱이며 영수에게 살려달라는 신호를 보냈다.
영수는 괜찮겠거니 하는 마음과 딸에게 공격했다는 괴씸함 때문에 그의 신호를 무시했다.
하지만, 레이크는 현재 드래곤의 마법을 이용해 인간으로 변신하고 있었다.
마족은 변신할 때 본신을 가상의 아바타 신체에 욱여넣는 방식을 사용한다. 그래서 변신상태의 몸이 공격당해도, 안에 있는 마족의 신체에는 타격이 적다.
일차적으로 아바타 신체가 공격을 흡수하고, 이차적으로는 마족의 본체가 공격을 견뎌내기 때문이다.
반면, 드래곤의 폴리모프 마법은 완전히 그 종족으로 변신하면서도 드래곤으로서의 강함이 그 종족에 반영되게 한다.
경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갓 태어난 해츨링만 해도 인간으로 변신하면 기사의 능력을 상회하는 몸을 가지고 변신할 수 있다.
1천 살 이후의 성룡, 5천 살이 넘은 에인션트 급 고룡이라면 마나 나이트에 육박하거나 혹은 마나 나이트 이상의 신체를 가진다.
즉, 변신하는 드래곤의 원래 신체 능력이 신체의 성능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거기에 마법이 더해지면, 그 인간 중에서는 엘리트 오브 엘리트.
레이크는 성룡이다.
또한, 일족의 로드로 정식으로 지정을 받았기에 인간으로 변했을 때의 능력은 에인션트 급 고룡이 변신했을 때와 버금가거나 그 이상이다.
전대 로드에게서 모든 드래곤의 마법적 지식들마저 모두 물려받았고.
요약하자면, 마나 나이트 이상 가는 몸에 드래곤급 마법으로 무장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결국 인간의 몸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 어떤 대마법사도 기사, 혹은 마나 나이트라고 하더라도 목줄을 잡혀서 숨을 쉬지 못하면 기절한다.
물론, 좀 더 오래되면 죽기도 하고.
“캑.”
툭…
얼마 안 가 레이크가 그대로 추욱 늘어져 버렸다.
“안단테, 너무 꽉 쥐면 숨을 못 쉬게 돼서…”
영수는 이미 레이크는 늘어진 이후에나 안단테를 말렸다.
아마 레이크가 깨어있었다면,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말이 뭔지 절실하게 깨달았을 것이다.
“응?”
“이미 기절한 것 같네. 안단테, 혼내는 건 아빠가 할 테니 놔주렴. 그런데 다친 곳은 없지?”
“응? 내가 다쳐? 너무 약해서 따끔하지도 않았어.”
“하긴…”
‘이 동네 드래곤들 수준이 거기서 거기지…’
물론 미드랜드 내에서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영수나 안단테 정도일 것이다.
“그런데 안단테 혹시 풀네임이…”
“풀네임이 뭐야? 잘 몰라.”
“그럼 혹시 칼리안단테라는 이름 들어본 적 있어?”
“칼리안단테? 맞다. 그러고 보니 아빠랑 엄마가 어른들 오면 나 부를 때 가끔 그렇게 부르긴 했어.”
“그렇구나…”
‘어려서 애칭으로만 불렸겠구나…’
영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안단테에게 다가가 레이크를 건네받았다.
그의 심장은 아직 뛰고 있었다.
몸이 튼튼한 드래곤이니 조금 있으면 회복할 것이다.
‘하지만 깨어나기 전에… 우리 착한 안단테가 드래곤을 멸족시켰다니… 그건 아니잖아.’
레어 밖의 하늘은 계속 어두웠다.
마왕이 미드랜드로 침공했다.
게이트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계의 흑마력 때문에 하늘은 계속 어둡기만 했다.
이게 벌써 며칠째인지.
아직 천 살을 넘지 못한 매이런브레이크는 레어 천장의 비행 구멍을 통해서만 하늘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봐도 변하지 않는 어두운 하늘.
“지겨워…”
좀이 쑤시다.
드래곤 나이 501살에서 1,000살까지는 한창 밖으로 나가서 유희도 하고 인간, 엘프, 드와프, 몬스터 같은 다른 생명의 삶을 경험할 시기이다.
비록 아빠가 감시하기 위해 은연중에 따라다니긴 했지만, 그래도 무엇을 하더라도 나무라지 않고 한 생명의 주기가 끝날 때까지는 지켜봐 주셨다.
하지만, 어느날 갑자기 아빠가 난입해 유희를 중단시켰다.
그 뒤로 레어로 소환하시더니 이유도 말해주지 않고 어딘가를 바쁘게 오가셨다.
매이런브레이크는 너무도 좀이 쑤셨다.
가뜩이나 블랙 드래곤이라 조금 음침함을 가지고 있는데, 좀이 쑤시고 하늘까지 어두우니…
“진정한 나의 아이덴티티를 찾으려고 했더니 세상이 나를 방해하는 건가? 큭, 큭, 큭… 무엇이든 나의 흑발 흑안에 잠들어 있는 광기가 각성하는 순간 끝나겠지만. 크윽… 아직 각성은 이르다.”
계속 혼자서 놀다 보니 매이런브레이크의 가장 안 좋은 부분, 가장 어두운 부분이 깨어나기 시작했다.
유희를 하지 못하게 된 데 대한 부작용이다.
매이런브레이크가 한창 혼자서 놀며 흑화하는 사이.
펄럭! 펄럭!
거대한 풍압과 레어를 가득 채우는 거친 날갯소리.
“아빠다!”
매이런브레이크가 고개를 들어 올렸다.
어두움 속에서도 은은하게 빛을 반사하는 광택이 있어 거울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맑고 투명한 순수한 흑(黑)색의 날개.
마디마디 사이, 어느 곳 하나 빠지지 않고 모두 검은, 심지어 눈의 흰자마저 검어진 검은색의 결정체.
매이런브레이브, 비록 블랙 일족에서 가장 나이 많은 에인션트 드래곤은 아니지만, 일족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드래곤이다.
즉, 가장 강한 블랙드래곤이라는 소리이다.
그가 바로 자랑스러운 아빠, 나의 아버지.
자랑스러운 거대한 검은 동체가 레어의 중앙에 내려섰다.
“아빠!”
팟!
“아들아…”
인간으로 변하신 아버지의 손에는 커다란 보자기가 들려있었다.
“아빠, 선물이에요? 어? 그건…”
보자기에 쌓인 내용물을 본 매이런브레이크의 얼굴에 의문이 가득 들어찼다.
보자기에 들어있는 것은 알이었다.
그것도 일족의.
“아빠, 갑자기 웬 알을… 엄마랑은 저 돌보는 동안 사이가 틀어져서 더 이상 해츨링 안 가지시기로 한 거 아니었어요?”
드래곤도 결혼을 한다. 하지만, 결혼생활이 유지되는 것은 아이가 알에서 깨고 해츨링 상태를 유지할 때 까지다.
개인적인 성향이 너무 강한 드래곤들이라, 강제로 아이를 돌봐야 하는 해츨링 상태 이후로는 대부분이 이혼을 한다.
성룡이 되기 전까지는 번갈아가면서 감시해도 되니까.
유일하게 이혼하지 않는 종족은 성격이 온순한 그린 일족들뿐이었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매이런브레이크는 아버지가 알을 가져오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설마… 결혼 깨진 이유가 아빠가 바람을 펴서?”
쿠릉… 쿠쿠쿠쿵!
부스스…
그때 레어 밖에서 강한 진동이 들려왔다.
아버지의 표정이 굳어졌다.
“길게 설명할 시간이 없다. 당대의 드래곤 로드 매이런브레이브로서 명하노니,”
“응? 아빠가 로드? 갑자기?”
“끊지 말고 들어! 당대의 드래곤 로드 매이런브레이브로서 명하노니, 블랙드래곤 매이런브레이크는 드래곤 일족의 다섯 종족의 알을 자신의 자식처럼 돌봐 300년 뒤 부화시켜 성용이 될 때까지 뒤를 봐주도록 하여라. 또한,”
쿠쿵!
드드드드…
레어의 한쪽 벽이 부서지고 하늘이 드러났다.
<놈을 막아라!>
<뭉처라! 내츄럴발칸이다!>
콰콰콰콰콰콰!
종족이 다른 다섯 드래곤이 혼합해서 브레스를 쏘았다.
내츄럴발칸, 다섯 색깔의 브레스가 빙글빙글돌며 하나가 되어 거대한 자연력의 덩어리가 되어 적을 때린다.
어떤 것도 부술 수 있다고 자신하는 내츄럴발칸에 적중당한 적.
존재 자체가 소멸할 것 같지만, 놈은 버틴다.
물론 모습은 성하지 않았다.
상체가 다 터져나가고 막고 있는 손이 찢어져 뼈가 드러난다.
그러나 내츄럴발칸이 끝나는 순간.
상처가 회복되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아! 드래곤! 네놈들을 모두 죽인다!>>
쾅!
적은 아직 회복되지도 않은 뼈가 앙상한 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두들긴다.
쿠릉!
쾅! 쾅!
쿠쿠쿵!
쾅! 쾅! 쾅!
드드드드드드드…
퍼퍼펑!
마법을 초월한 것 같은, 그래서 더욱 마법같은 진동의 힘이 사방을 부수었다.
심지어 기술을 사용한 적의 몸도 성치 못하다.
<안 돼! 그곳으로 가지 못하게 충격파를 막아!>
허공에 떠 있던 드래곤들이 레어 앞쪽으로 빠르게 내려섰다.
그들은 몸을 던져 충격을 막아낸다.
펑!
하지만, 최소 신체 부위 하나씩이 터져나갔다.
“대체 그 동안 무슨일이…”
“밖은 어른들의 일이니 신경 쓰지 마라. 너는 이 알을 들고 네 어미의 레어로 도망쳐라. 그곳에 모든 준비를 해두었으니, 100년간 밖으로 빠져나오지 마라.”
“아빠, 아니 아버지! 대체,”
“로드에게 내려오는 지식과 마법을 담았으니, 이것을 받아 먹어라.”
팟!
뿌드득!
아버지는 본체로 변하시더니 자신의 가슴 속에 손을 집어넣으셨다.
용혈이 사방으로 튀었다.
가슴 부위에 있는 가장 중요한 기관, 드래곤 하트가 모습을 드러내자.
뚝!
아버지는 그 드래곤 하트를 절반으로 부러트려, 가장 큰 아랫부분을 떼어내 매이런브레이크의 손에 건넸다.
<블랙드래곤 매이런브레이크, 이제부터는 네가 드래곤의 로드다.>
멍한 표정으로 아버지의 반쪽짜리 드래곤 하트를 건네받은 매이런브레이크를 뒤로 하고, 매이런브레이브는 상처를 회복시킨 뒤 몸을 돌렸다.
날기 위해 날개를 활짝 펴는데.
“아버지 대체, 이 상황은 어떻게 된 일입니까? 로드로서 명령합니다! 후대를 위해서라도 이 상황이 어떻게 되어가는 일인지 알고 싶습니다!”
<반쪽짜리 하트를 가지게 된 전직 로드로서 들어줄 필요는 없겠지만… 마지막으로 잘 들어라. 마룡이 드래곤들을 죽였다. 드래곤들은 복수를 나섰고, 마룡을 죽였으나… 마족들은 마룡을 부활시키기 위해 우리 일족의 유일한 해츨링을 납치했다.>
“아니! 해츨링을 건드렸다고요? 으득! 이 마족 놈들!”
<칼리안 단테… 후우… 어쨌든 마룡 때문에 우리는 이렇게 전쟁을,>
딱!
‘후우… 거기까지. 레이크가 왜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는지 알겠으니까 이제 일어나 보시죠.’
머릿속으로 이상한 목소리가 들려오고, 갑자기 아버지의 모습이 흐릿해졌다.
“음? 아버지. 모습이 흐려지십니다. 아버지! 아버지! 아빠! 가지마!”
매이런브레이크는 아버지의 흐려지는 잔영을 잡기 위해 손을 뻗었다.
덥석!
“엇…”
매이런브레이크는 붙잡은 것을 강하게 끌어당겼다.
딸려오지 않았으나, 계속해서 잡아당기자 자신 쪽으로 딸려왔다.
눈물 때문에 앞이 흐릿한 가운데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손끝.
잡힌 것은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는 흑발의 남자였다.
“아빠?”
“아닙니다. 아빠라고 해도, 다짜고짜 그렇게 강하게 목줄을 틀어쥐면 보통 인간이나 드래곤이었다면 죽었을 겁니다.”
“이 목소리는…”
매이런브레이크, 레이크는 멀쩡한 손으로 눈을 비며 눈물을 닦아냈다.
인간 한영수가 목줄을 잡힌 채로, 자신의 앞에까지 와서 서 있었다.
“이 무슨…”
“잠시 마법을 걸어서, 칼리안단테라는 이름이 어디서 나온 건지 알아봤었습니다.”
“칼리안단테! 일족의 원수! 컥!”
달려나가려던 레이크는 혀를 내밀며 그대로 멈춰 섰다.
이번엔 영수가 레이크의 목을 붙잡은 것이다.
“우선, 서로 목을 붙잡은 손을 풀고 대화로 풀어나가지 않겠습니까?”
영수는 손에 조금 더 힘을 주며 레이크를 바라봤다.
괴로운 표정의 레이크가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커헉, 컥! 컥! 크윽… 말이라니 대체 무슨 말을 하겠다고…”
“오해를 하시는 것 같아서 그렇습니다.”
“무슨? 당신의 딸이 칼리안단테가 아니라고?”
“아닙니다. 안단테의 풀네임이 맞습니다. 물론, 안단테는 아직도 어릴 때 애칭인 안단테가 자신의 이름인지 알고 있는 상황이고요.”
“맞구나! 일족의 원수!”
레이크는 이를 드러내며 허공을 향해, 정확히는 안단테의 기운이 느껴지는 방향을 가리키며 으르렁거렸다.
“하지만, 당신이 말하는 마룡은 안단테가 아닙니다. 마룡의 이름은 헬스타이고, 안단테는 그때 당시 마룡이 죽고 납치당했다는 해츨링이죠.”
“무슨?”
“아버님이 뭐라고 하셨습니까? 마룡을 부활시키기 위해 우리 일족의 유일한 해츨링을 납치했다. 다음에.”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기억합니다. 칼리안단테… 후우… 어쨌든 마룡 때문에,”
“거기서 스톱.”
“무슨…”
“중간에 해츨링을 납치했다는 말 때문에 분노하셔서, 아버지 말씀을 끊었었죠?”
“음… 그렇습니다.”
“원래 아버지가 말씀하시려던 말은, 마룡을 부활시키기 위해 유일한 해츨링을 납치했다. 칼리안단테라는 이름을 가진 레드 일족의 51살밖에 안 된 어린 해츨링을,”
“고작 오십… 일을 건드려? 어떤 미친놈이…”
으드득!
상황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레이크는 이를 갈았다.
“지금처럼 분노하니, 아버지는 그 부분을 건너뛰고 마룡 때문에 싸우게 되었다는 사정으로 넘어간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