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 who drives a Benz RAW novel - Chapter (132)
돈은 벌었으니…
돈은 벌었으니…
지구에 도착한 영수는 바로 다희를 찾아가 만났다.
밥도 같이 먹고 맛있다는 이야기도 하고 가희 일이나 결혼 이야기도 하면서 평소처럼 행동하고 있었는데, 반찬 그릇을 치우던 다희가 고개를 갸웃하며 입을 열었다.
“오빠, 요즘 무슨 일 있어요?”
“응? 일은 무슨…”
“평소랑 다른 것 같아서. 오빠… 회사에 무슨 안 좋은 일 있어요?”
“아니? 회사는… 정말 잘 돼. 돈도 많이 벌리고 아무런 문제도 걱정도…”
영수는 조금 울적한 상태였다.
미드랜드에 갔다 와서 부쩍 할머니가 생각났다.
이렇게 잘살고 있는 것을 보시면 좋아하셨을 텐데 하는 생각도 들고, 살아생전에 효도했어야 하는데 하면서 후회도 되고…
“오늘은 왠지 할머니 할아버지랑… 부모님이 생각나서.”
“아… 미안해요. 오빠.”
“아니야. 다희가 미안할 일이 뭐 있어. 옛날에 돌아가셨어. 두 분도 행복하게 사셨고, 아버지 어머니는 차 사고로 안타깝게 돌아가셨지만…”
“으음…”
“그래도 아들이 잘 되고 있잖아. 돈도 많이 벌고 다희같이 예쁜 여자랑 결혼도 하고, 가희처럼 귀여운 딸도 있는데. 지하에서도 기뻐하실 거야.”
“오빠, 우리 내일은 같이 성묘나 갈래요? 가희도 유치원 안 가는 날이니까.”
“성묘?”
“우리, 결혼하면서 아직 양가 부모님께 인사도 못 드렸잖아요. 이참에 인사도 드리죠.”
울적하던 영수의 입가에 행복한 미소가 맺혔다.
다희처럼 생각이 깊고 자신을 잘 위로해 줄 수 있는 여자와 1주일 뒤면 결혼한다니, 믿어지지가 않았다.
“고마워. 나랑 결혼해줘서.”
다희의 입가에도 미소가 맺혔다.
다음날 아침.
통통통통…
다희는 일찍부터 먹을 것을 준비하느라 분주했다.
주로 가희 간식이었지만 제사상에 쓸 전과 과일, 떡, 황태포 같은 것들도 미리 준비해서 챙겼다.
영수는 밖에 나가 할머니 할아버지가 좋아하는 막걸리와 술을 준비했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나와 세 사람은 차에 올라탔다.
차는 동쪽을 향해 갔다.
영동고속도로 끝에서 동해고속도로를 타고 국도를 타고 계속 갔다.
시간은 거의 네 시간이나 걸렸다.
태백, 울진 사이에 있는 삼척, 노곡항 근처에 있는 노곡리 인근이 예전 영수가 살던 작은 어촌 마을이 있는 곳이었다.
“산에 올라가기 전에 잠시 바다 구경하고 올까? 바닷바람은 추우니까, 나가지는 말고 차로만 보자.”
영수는 차를 끌고 노곡 방파제를 향했다.
쏴아아…
마지막으로 봤던 모습과는 달랐지만, 항구도, 등대도, 바다와 파도도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넓게 트인 바다는 미드랜드에서 보던 바다와는 또 달랐다.
왠지 쓸쓸해 보였다.
그런데 집 안에서 오래 생활했던 가희는 모든 것이 신기했다.
“아빠, 아빠. 아빠는 여기서 살았던 거지?”
“그럼. 어릴 때 여기서 살았지. 근처에 있는 학교도 다녔는데?”
“그럼 맨날 여기서 수영하고 놀고 그랬겠네?”
“그럼, 수영도 참 잘했지. 노곡리의 물개라고 불렀다니까? 아빠가 수영 얼마나 잘하는지 지금 보여줄까?”
“그러지는 마. 밖에 추워. 추운데 물에 들어가면 입 돌아가고 뼈 삭는다고 병원 할머니들이 그랬어.”
가희의 말에 피식하고 미소가 맺혔다.
다희도 못 말린다는 듯이 고개를 저으며 웃고 있었다.
방파제까지 간 영수는 차를 돌려서 다시 작은 어촌 마을로 돌아왔다.
젊은 사람들이 도시로 나가기 시작하면서, 없어진다 없어진다 하더니 없어지지 않고 아직도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학교 앞을 지나가는데.
“아빠, 이 학교는 왜 문을 저렇게 자물쇠로 잠갔어? 토요일에는 원래 그래?”
가희가 자물쇠로 굳게 잠긴 정문을 바라보며 의아한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어왔다.
“예전에는 애들이 있었는데, 아빠가 다닐 때만 해도 두 반이나 있었거든? 근데 지금은 애들이 없어서… 젊은 사람들은 다 도시로 나가서 애들이 없어서 닫은 걸로 알아.”
“으흥… 손님이 없어져서 교장 선생님이 임대료를 못 냈나 보구나?”
“푸웃… 비슷한 거 맞아. 푸풋…”
“웃지 마. 이제 곧 초등학교 1학년 되는 애가 모를 수도 있지. 우씨…”
토라지는 가희의 모습이 귀여워서 더 크게 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다희도 소리는 안 냈지만, 입가의 미소가 진해졌다.
예전에 다녔던 학교가 이렇게 폐교되어있는 것을 보니, 확실히 느낌이 달랐다.
위치는 그대로지만, 변했다는 것을 알려주려는 것 같달까?
부우웅…
산을 향해 차를 달리는데, 할머니 한 분이 지나가셔 속도를 줄였다.
“으음…”
천천히 옆을 스쳐 지나가는데 고개를 돌리신 할머니가 눈을 얇게 뜨고 운전석을 바라보셨다.
“니, 감나무집 덕자 언니네 살던 영수 아니?”
약간 이북 사투리 섞인 구수한 강원도 말투로 아는 채를 해오는 할머니.
영수는 차를 멈췄다.
“맞습니다…”
영수도 지나가면서 어디서 뵌 분 같다고 느꼈었다.
이곳을 떠난 게 거의 20년은 지나간 것 같은데…
처음 뵀을 때도 할머니고 지금도 할머니라 그런지 얼굴에 크게 변한 것은 없는 것 같았다.
“이 마을 막내… 정복자 할머니?”
“어우! 맞구나? 힛 힛. 내 이제 막내 아이다. 밑으로 둘이나 있어야.”
“건강하셔서 다행입니다. 다희야 잠시만, 할머니! 이게 얼마 만입니까?”
영수는 기쁘게 웃으며 운전석에서 내렸다.
도시였다면 뒤에서 따라오던 차가 빵빵거리며 화를 냈을 테지만, 이곳은 시골이다.
다들 바다로, 밭으로 나가 있어서 길거리에는 사람도 없었다.
“야… 근데 이거 비싼 외제 차 아니? 벤친가 뭔가 그거다 이거.”
“하하. 저 도시 가서 돈을 정말 많이 벌었어요. 다 할머니들이 커서 장군 된다고 해주셔서 그렇죠.”
“기렇디. 내 네놈 고추 보고 장군감 된다고 하디 않았니? 힛 힛. 기럼 뒤에 서 있는 처자랑 아는 부인하고 딸?”
“네. 할머니 저희 결혼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영수 씨 부인 홍다희라고 합니다.”
“안녕하시어요? 저는 한가희라고 합니다. 가희라고 불러주세요. 예는 떠북이라고 해요.”
떠어…
가희의 머리 위에 타고 있던 떠북이는 멍청한 눈을 하고 할머니를 바라보며 소리를 냈다.
“힛, 힛. 귀엽구나야? 여, 이거 용돈 해라.”
복자 할머니는 주머니 속에 있던 꾸깃꾸깃한 오천 원짜리를 꺼내 가희의 손에 쥐여주었다.
“이러시지 않으셔도 되는데.”
“감사히 받겠습니다. 올바른 일 할 때만 쓸게요.”
다희는 손사래 쳤지만, 가희가 빠르게 치고 나와 두 손으로 공손히 용돈을 받았다.
‘나이트스톤…’
가희는 가끔씩 이렇게 빠르게 움직였다.
마음만 먹으면 다희는 잡을 수도 없을 것이다.
가정의 평화를 위해 다희에게도 나이트스톤을 먹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영수였다.
“이야. 얘도 참으로 장군감아니? 거북이 너도 귀엽다야.”
복자 할머니는 웃으면서 가희의 등을 쓰다듬어주었다.
“그래… 할머니 할아버지 보러 온 거이?”
“네.”
“그랴. 간만에 왔는디 오래 붙잡지 않을 테니, 어여 올라가 봐. 오랜만에 왔다고 니 할머니랑 할아버지가 영혼이 산 중턱까지 내려와 있겠다.”
“죄송합니다. 이제야 오게 됐네요.”
“힛힛, 나한테 미안할 거 있나 그랴? 할머니 할아버지한테도 미안할 거 없어. 잊지 않은 게 어딘디. 그나저나 니는 우리 웬수처럼 술 먹고 운전하디 말고 그래라. 그 인간 3년 전엔가 술 마시고 논두렁을 달려서는, 엥이… 술 마시고 논두렁은 왜 달리니 왜 달려? 쯧쯧…”
복자 할머니는 혀를 차며, 이미 20년도 전에 돌아가신 부군을 흉봤다.
‘복자 할머니도 알츠하이머구나…’
쓴웃음이 나왔다.
“아차 내 정신 좀 봐라. 아궁지에 올려둔 국 다 쫄았겠다. 어여들 가 그럼.”
복자 할머니는 돌아서서 집을 향해 달려갔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건강하세요. 할머니. 빠빠이!”
가희는 복자 할머니를 향해 손을 흔들어주었다.
다시 차를 탔는데, 어느새인가 다희의 손에는 가희가 받은 용돈이 들려있었다.
“나중에, 통장 만들어서 대학 갈 때 돌려줄게.”
“히잉…”
입술을 삐쭉 내민 가희를 태운 차는 흙길을 따라 산비탈까지 올라갔다.
공터에 차를 세워둔 영수는 준비해온 것들을 들고 차에서 내렸다.
비탈을 따라 올라가니 이 동네 어른들의 무덤이 여러 개 보였다.
기억을 더듬어가며 움직이자, 바닷가가 보이는 어느 비탈길에 네 개의 봉분이 모여있는 무덤이 발견되었다.
[한갑수 여기 잠들다.] [이덕자 여기 잠들다.]“다 왔어.”
위에 있는 두 개의 묘소는 할머니와 할아버지, 그리고 아래 있는 두 묘소는 아버지 어머니의 묘소였다.
할머니 할아버지의 묘소에 비석을 세울 때까지만 해도 돈이 좀 있을 때였다.
하지만, 어머니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는 사업이 망했을 때라 비석도 없었다.
간신히 들어놓은 상조 서비스를 통해 묫자리에 모셨을 뿐…
쪼르르륵…
과일과 떡, 전과 황태포를 올린 영수는 종이컵에 막걸리를 따라 음식 좌우로 놨다.
“자, 인사드릴까?”
영수가 먼저 절하고, 다희도 따라서 절했다.
“증조 할머니, 증조 할아버지 증손녀 한가희 인사드려요.”
그런데 가희는 유치원에서 배운 대로 배꼽을 잡고 공수로 인사를 하고 있었다.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살아있었다면, 할머니 할아버지도 참 귀여워 해주셨을 거다.
“아? 잠깐, 잠깐! 저 다시 할게요. 아빠 엄마 미워! 이게 아니면 말을 해주지…”
바로 눈치챈 가희는 곁눈질로 따라서 절을 하기 시작했다.
엉성하지만, 제대로 두 번을 했다.
‘보셨죠? 아무 걱정 하지 마세요. 저 행복하게 잘살고 있어요.’
마음속으로 할머니 할아버지께 인사를 드린 영수는 뒤이어 어머니 아버지의 묘소로도 갔다.
“할머니 할아버지, 손녀 한가희 인사드립니다. 절 받으세요.”
인사를 마치고, 영수는 묘에 자라난 풀을 정리하며 가희에게 증조할머니 증조할아버지에 대한 이야기와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해주기 시작했다.
“사실, 아빠는 아빠의 엄마 아빠보다는 할머니 할아버지랑 더 오래 살았어. 어릴 때 엄마 아빠는 돈을 번다고 도시로 나가 있었거든…”
지루해하지 않고 들어주는 가희.
“나도 어릴 때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랑 오래 살았어. 병원에 할머니 할아버지 정말 많았다?”
“그랬구나.”
“하지만, 오래 살다 보면 엄마랑 아빠랑 사는 시간이 더 많아지겠지? 그게 식구잖아. 안 그래 아빠?”
병원에서 할머니 할아버지와 오래 살아서인지 가끔 애 늙은이 같은 말을 자주 하는 가희.
이것이 가희가 해주는 위로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음이 따듯해졌다.
그리고, 그렇게 위로해주고 뭔가 쑥스러운 표정을 짓는 가희는 귀엽기 그지없었다.
정리를 마치고, 가져온 것으로 식사를 마친 영수네 식구는 왔던 길을 더듬어 다시 산비탈 아래로 내려갔다.
다시 차를 탄 세 식구는 이제, 다희의 부모님을 뵙기 위해 차를 달렸다.
다희 부모님, 가희의 할머니 할아버지가 있는 묘소는 오는 길에 있는 천안에 있었다.
차에서 내린 세 사람은 커다란 공원식 묘역으로 들어갔다.
이곳에는 다희의 부모님뿐만 아니라, 가희의 부모님이 묻혀 있는 묘소도 있었다.
“같이 할머니 할아버지한테 인사하자.”
“응. 할머니 할아버지 안녕하셨어요? 건강해지곤 처음이죠?”
“처음 뵙겠습니다. 장인어른. 장모님. 절 받으십시오.”
할머니 할아버지로부터 시작해서 마지막은 가희의 어머니 아버지가 묻혀 있는 곳에서 끝냈다.
이때는 가희도 아무 말이 없이 절만 했다.
아마 자신처럼 마음속으로 뭔가를 말했을 것이다.
절도하고 묘소 관리도 하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4시를 넘어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했다.
“다희 부모님은 어땠어?”
“저요? 음… 아버지는 시장에서 장사를 하셨고요. 어머니는 어떻게 보면 예전에 본 오빠랑 비슷한 일을 하셨어요. 재택위탁집배원이라고 해서 반찬값을 번다고 시작하신 건데 꽤 오래 하셨죠…”
다희는 담담하게 부모님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러다 결국 어떻게 가셨는지까지도.
그녀가 성인이 되기 전, 어머니는 장터에 나가신 아버지를 모시고 돌아오시다가 오는 길에 사고를 당해서 돌아가셨다고 한다.
자동차 사고로 부모님이 돌아가신 것은 영수도 마찬가지였고, 가희도 마찬가지였다.
세 사람의 눈시울은 살짝 촉촉해졌다.
그 뒤로는 성인이 된 오빠가 키워줬다고 한다.
친척들은 그때도, 가희를 외면했던 것처럼 모두가 외면했다고, 삶이 버겁고 바쁘니까.
이해는 한다고 한다. 하지만 다희도 사람인지라, 지금은 그냥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산다고 한다.
가희 부모님 이야기는 들었지만, 다희 부모님의 이야기는 만나고 나서 오늘 처음 자세하게 들었다.
서로를 알아감으로써 서로 가족이 되어간다는 것을 느꼈다.
“이제 좀 춥네요.”
다희의 코끝은 빨개져 있었다.
자신이 준 반지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추위 때문에 그런 건 아닐 거다.
“추우면 이리 들어와.”
하지만 영수는 마치 코끝이 빨간 게 추위 때문에 그런 것처럼 너스래를 떨며 다희를 가슴으로 꼭 끌어안아 주었다.
“나도 추워…”
훌쩍.
우느라고 코도 붉고 눈시울도 완전 붉어진 가희는 울먹거리면서 다리 끝에 매달려왔다.
영수가 한 팔로 안아 올리자, 가희는 가슴에 고개를 파묻고 어깨를 들썩거렸다.
“우리 엄마가 재택위탁집배원을 안 했으면…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오빠를 경계해서 음료수도 안 줬을까요?”
“아니. 다희는 줬을 거야.”
“사실 엘레베이터도 없는 집이라 미안하기도 하고, 평소에는 여자 둘만 사는 집이라, 택배 같은 걸 안 시키고 혼자 장 보러 가고는 그랬거든요?”
“혼자 가지 말고, 앞으로는 계속 같이 장 보러 가자.”
“그때, 한동안 좋아지던 가희 건강이 갑자기 안 좋아졌을 때라, 어쩔 수 없이 처음으로 택배를 시켰는데 그때 오빠가 왔어요. 이런… 우연이 있을까요?”
“필연이지. 우연이었다고 치면… 정말 좋은 우연이었고.”
“그때 온 게 영수 오빠라서, 너무 행복해요. 오빠는 너무 착하고 너무 고맙고 너무… 그냥 다 좋아요.”
“너무 잘 생기진 않았고?”
영수는 웃으면서 너스레를 떨었다.
눈이 마주치자, 다희가 부르르 떨며 입을 열었다.
“사랑해요.”
쪽.
“나도.”
쪽.
둘의 닭살 행각을 가희는 우는 척하며 숨죽이고 훔쳐봤고.
떠어…
떠북이는 불만스럽다는 듯이 혀를 차며 소리를 내었다.
“사 사 분기 최종 예상 실적표입니다.”
월요일 아침, 회사에 나가자 총괄팀의 최시안 팀장이 보고서를 내밀었다.
영수는 단계를 다 건너뛰고 마지막 줄의 수익에서 지출을 뺀 순수익, 회사의 잉여 자금이 얼마인지를 확인했다.
[19조 7,643억 2,474만 5,300원]“이게… 답니까?”
하고 있는 사업분야는 다른 대기업들보다 적지만, 후발주자로 시작한 2발(발전소와 발모)사업과 코팅제 사업 등은 원재료 비용이 거의 들지 않은 채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사업이었다.
두 사업을 생각하면, 19조 원이라는 금액도 고작 이정도 금액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아, 외환은 제외한 국내에서 벌어들인 자금만 보여드린 겁니다.”
[국내 4/4분기 최종 예상 실적표]실적표의 상단 제목을 보고 나서야 이해가 갔다.
‘19조라…’
당연한 이야기지만, 급료와 드는 비용 등은 다 제하고도 이정도다.
여름부터 시작해서 고작 반년 만에 이룬 성과.
“잉여 자금이 너무 많습니다. 정재계에도 소문이 자자해서 이사님이 없을 때 이곳저곳, 사업을 하자며 제의 들어오는 곳이 정말 많습니다. 이 돈은…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일단, 직원들 보너스 주고…”
영수는 생각을 정리했다.
돈을 많이 가지고 있으면 뭐하겠는가? 죽을 때 다 끌어안고 갈 것도 아니고.
어차피 돈이 문제가 아니니 재투자해서 직원들을 늘려서 월급 주는 게, 이름도 모르고 투명하지도 않은 자선 단체에 기부하는 것 보다 수백 수천 배 나은 행위다.
그렇다면 과연 어느 사업부터 손을 대야 할까?
“나머지는 투자를 할 생각입니다. 새로운 사업에.”
“새로운 사업이요? 어느 분야로 하실 건지…”
“음…”
새로운 사업을 생각하는데 다희가 떠올랐다.
‘이건… 필연인가?’
장모님께서는 재택위탁집배원이셨고 영수 본인은 택배 지입기사를 하는 개인사업자였다.
우선 아는 것부터.
“우선 운송… 유통업에 손을 대볼까 합니다.”
직간접적으로나마 잘 알고 있는 분야이자, 이 분야가 얼마나 해주는 것도 없는 회사에서 다 가져가는 분야인지 알고 있었다.
‘최소한 이 한국에서만이라도… 이참에 택배랑 물류 부분 싹 다 개선한다.’
지금까지 가진 것만으로도, 실탄은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