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 who drives a Benz RAW novel - Chapter (135)
떠북 인 더 트랩
떠북 인 더 트랩
비행장에 도착하자 공항이 시끄러웠다.
“무슨 일이래?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지?”
도준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아랍에미리트의 왕자 수르가 탄 전용기가 이륙 직전 갑자기 폭발, 현재 진화 작업 중, 생사 불명. 원인 파악 중.>
영수의 눈에는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이 보고 있는 TV가 눈에 들어오고 있었다.
“음…”
‘내가 줬던 아티팩트라면, 폭발이 있다고 해도 안전했을 텐데…’
-공항에서 안내해 드립니다. 현재 갑작스러운 비행기의 폭발로 17시 07분에 예정되어있는 인천발 파리행 항공이 정리가 끝날 때 까지 무기한 연착…
계속해서 비행기가 연착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어머, 오빠. 비행기가 폭파되었다고 해요.”
“와… 비행기가 폭파됐다고? 왜… 아니 어떤 비행기가 폭파되었다는 겁니까? 제수씨?”
그건 다희도 몰랐다.
“다들 놀라지 말고 들어. 수르 형이 타고 있던 비행기가 폭파된 것 같다.”
영수는 방송이 나오고 있는 TV를 가리켰다.
사람들이 모두 보고 있는 그 TV에서 생방송으로 화재 현장이 송출되고 있었다.
“예? 진짜요?”
“억? 무슨 소리야? 나간 지 얼마나 되었다고…”
“수르 삼촌한테 무슨 일이 생겼다고요?”
다들 얼굴이 창백해졌다.
수르 형은 그냥 TV로만 보던 얼굴이 아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같은 자리에서 결혼을 축하하고 사진을 찍고 밥도 같이 먹었다.
알고 있던 사람이 타고 있던 비행기에 사고가 생겼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기분이 좋겠는가?
거기다, 영수는 그를 가족으로 여겨 가족석에 모시고 사진도 같이 찍었었다.
결혼사진의 가족사진이 바로 영정사진이 되다니, 그런 비극이 어디 있는가?
“오빠, 어떻게 해요…”
“다희야. 걱정하지는 마. 형님은 무사하실 거야. 아니, 무사하셔.”
영수는 다희와 가희를 안심시키며 TV를 향해 걸어갔다.
TV는 진화 중인 현장을 생중계하고 있었다.
-아, 갑자기 현장이 바쁜데요? 무슨 변화가 있는 모양입니다. 폭발 때문일까요?
줌을 당겼는지, TV의 화면이 조금 더 사건 현장을 향해 다가갔다.
화질은 조금 흐려졌지만, 격렬하게 움직이고 있는 현장의 소방관들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들것을 든 사람들이 현장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아, 설마 수르 씨의 시체를 발견한 것일까요?
불타고 있는 현장 속에서 뭔가가 발견되었다. 하지만, TV에서는 모자이크 처리가 되고 있었다.
비록 화질이 낮아서 그 자체로도 모자이크 역할은 하고 있었지만, 가려버리니 더 안 좋은 것들이 상상 되어 보고 있는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더욱 안 좋은 것들이 떠올랐다.
“어떻게 해요.”
“내가 결혼식 방문 선물로 준 시계가 있어, 형님과 형님 가족은 전부… 폭발 속에서도 안전하실 테니까. 걱정하지마. 나는 잠깐만, 아는 곳에 전화 좀 돌려볼게.”
영수는 품속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어디에 하게?”
도준이가 관심을 가지며 다가왔다.
“형님 비서님께 연락해서 알려드리려고. 새로운 비행기가 필요할 것 같아서.”
“뭐?”
“형님은 살아계셔. 내가 드린 선물이 있어. 너도 받았잖아. 결혼 선물.”
“뭐? 그 넥타이핀이? 저런 폭발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게 한다고?”
영수는 별 일 아니라는 듯이 설렁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허… 야, 야! 어쨌든 일단 전화하지 말아봐. 뭣 때문에 그런지도 모르잖아. 그분 왕족이잖아. 최근에 사우디 왕권도 그렇고, 근처에는 IS도 있고…”
-Hello?
“수르 씨가 살았다고 해도 누가 배후인지 알아내기 전까지는 연락하지 않는 게 좋겠어.”
도준이가 말하는 사이 이미 비서에게 연락이 연결되었다.
“『음… 조금 있다 연락드리겠습니다.』”
-『미스터 한? 지금 이게 사실입니까?』
“『그 문제 관련해서, 조금 있다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영수는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일단 비서와의 전화를 끊었다.
“이게 일반적인 종교 관련 테러인지, 아니면 왕실이나 왕족 관련 쿠테타나, 암살 사건인 건지, 그것도 아니면 네가 요즘 건드리는 전기 에너지 때문은 아닌 건지… 짐작가는 건 없어? 하필이면, 네 결혼식에 방문하는 수르 씨를 노렸다고.”
“음…”
도준이의 말을 듣다 보니, 여러 가지 변수가 떠오르는 영수였다.
결혼식에 방문했던 부틴, 드럼프만 해도 충분히 이런 일을 꾸밀 수 있는 사람이다.
그들이 아니더라, 드럼프가 경고했던 에너지 관련 스테이크홀더(관계자)들도 있고…
“다희야 둘이 잠시만 여기 있어. 여기선 잘 안 들려서 밖에서 전화하고 올게.”
다희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TV와 영수를 동시에 쳐다봤다.
“다녀오세요.”
고개를 끄덕인 영수는 도로 쪽으로 빠르게 나갔다.
‘인비저블.’
마법을 걸어 스스로 투명하게 하고 영수는 그대로 사뿐히 비행장 안으로 뛰어들었다.
한 번에 50미터를 날아서.
툭.
소리는 마치 50센치도 안되는 곳에서 발을 앞으로 내려놓은 것 정도로만 났다.
영수는 빠르게 쭉쭉 달려갔다.
취이익, 취익. 취이이익!
현장에선 화재 진압 작업이 한창이었다.
“빨리 털어내야 합니다. 보조 연료 탱크에 불이 붙으면 이차 폭발로 이어질 겁니다.”
‘그렇게 되면 안 되지.’
영수가 손을 흔들었다.
아이스 마법과 템퍼레쳐 마법을 사용해서 주변 온도를 맞추고 불의 온도 자체를 낮춰버렸다.
“으으…”
“불이 줄어든다!”
“또 다른 폭발 징후일 수도 있어. 빨리 수습해!”
불이 꺼지려고 했지만, 소방관들은 조심스러웠다.
이런 식으로 비정상적으로 불이 꺼지는 것은 본 적이 없겠지.
‘고생들 하시는데, 소방관 관련 아이템도 만들어볼까?’
불이야, 이쪽에서뿐만 아니라 미드랜드에서도 나는 데다가, 일회용으로 스크롤을 만들면 될 거다.
고생이야, 파타피시나 톤타 같은 죄수들을 시키면 되는 거니까.
영수는 소리가 나는 곳을 향해 귀를 기울였다.
“『아빠…』”
“『답답해요…』”
조카들의 목소리와 끙끙거리며 힘을 쓰고 있는 형수님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뿌드득!
영수는 소리가 나는 곳을 향해 잔해를 파해 치며 다가갔다.
빠르게 형수님과 조카들을 구함과 동시에 인비저블과 사일런스 마법을 걸었다.
그리고 잔해 속에서 구출되고 있던 수르 형님도 마법을 걸어 가족들이 있는 곳으로 모셔와 버렸다.
“『형님. 가족들은 다 구출했습니다.』 ”
“『고맙다.』”
이미 폭발 속에서 살아남는 이적을 경험한 탓일까, 수르 형은 크게 놀라지 않고 바로 냉정을 되찾았다.
하지만 수르 형의 눈에는 의문이 떠올랐다.
눈앞에서 소방관들이 지나다니고 있는데, 그들은 자신을 보지 못했다.
“『누구의 소행인지 몰사서 일단 상의부터 하려고 저들에게는 안 보이는 상태로 형님 가족부터 구했습니다.』”
“『잘했다. 역시 내 아우야.』”
수르 형은 차분하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진중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봤다.
“『그런데 어떻게 된 겁니까? 사곱니까? 아니면 테러?』”
“『놈은 ISIS가 외치는 구호를 외쳤어.』”
“『그럼 놈들이 테러 주의자…』”
“『하지만… 동생 말대로 놈들이라고 단정 지을 수도 없겠지. ISIS를 암살에 이용했을 수도 있고, 블랙박스에 녹음해 일부러 놈들의 소행으로 몰아가려고 할 수도 있으니까.』”
“『다른 가능성도 확실히 있군요.』”
“『나는 미국 러시아, 혹은 한국이나 중국일 가능성도 있다고 봐.』”
“『한국과 중국이요?』”
“『원랜 동생 모르게 결혼 선물로 신혼 여행을 다녀오면 말해주려고 했는데, 내가 동생 결혼식에도 오늘 저녁에 중국에 가는 건… 원자력 수주 취소와 관련해서 한국의 공사 담당자들과 중국 담당자들을 같이 만나기로 해서야.』”
“『저와 관련된…』”
“『우리 아랍에미리트는 탈원전을 하기로 했어. 모두 동생 회사의 발전소로 바꿀 생각을 했지. 주변국에도 소개하기로 했고. 물론 군사 협력 등 국방 문제가 좀 남아있긴 했었는데, 그런 것들도 처리할 겸. 하지만…』”
“『에너지 스테이크홀더들 중 누가 움직인 건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는 거군요.』”
“『그렇지…』”
워낙에 관련자들이 많아서, 범위를 추려내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만일 그들이 수르 형을 노렸다면 결국 그 끝은 자신을 겨냥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몇 명이 되든, 몇 나라가 연관이 있든 다 캐내주마…’
“『그런데 우리 가족이 다 안전할 수 있었던 것이… 동생이 준 선물 때문이었지?』”
“『혹시나 싶어서 호신용으로 드린 건데, 이렇게 바로 쓸 일이 생길 줄은 저도 몰랐습니다.』”
“『고맙다.』”
“『아닙니다. 제 결혼식을 방문하셨다가, 거기다 저와 관련된 일 처리하시다가 그렇게 되었으니… 죄송합니다. 형님.』”
“『동생 덕분에 살았는데, 죄송할 것까지야. 그럼, 지금 상황은 어떻게 정리하지?』”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셔도 괜찮을 겁니다. 제가 드린 악세서리를 가지고 있는 한, 그 어떤 현대식 무기를 사용하더라도 형님과 가족들을 해칠 수는 없을 겁니다.』”
“『하긴, 폭발에서 살아남았으면 말을 다 했지.』”
“『하지만, 지금 당장 한국을 떠나는 것은 위험합니다. 비행장에서 전용기를 터트린 놈들인데, 일반 대중들이 타고 다니는 것은 더욱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거기다, 폭발이 망망대해에서 일어났다면…』”
“『아무리 동생이 준 물건이 있어도, 익사는 면치 못했겠군.』”
영수는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일단, 형님 가족을 안전하게 본국으로 모실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오겠습니다. 그동안… 믿을 수는 없겠지만, 한국 정부에 잠시 몸을 의탁하고 있으십시오. 만일 한국이 관련되어 있다고 해도, 언론이 이렇게 주목하고 있는데, 보이는 앞에서 테러를 저지르지는 못할 겁니다.』”
“『그게 가장 낫겠군.』”
“『먼저 움직이겠습니다.』”
영수는 마법을 풀어 수르 형과 그 가족들의 모습을 다시 보이게 만들었다.
“엇! 다들 여기 있다!”
“살아있어!”
소방대원들이 그들을 향해 몰려들었다.
그 사이 영수는 다시 몸을 돌려 왔던 길을 더듬어갔다.
다희와 가희에게 준 아티팩트가 품고 있는 마나만 따라가면 되었기에, 길을 잃을 리도 없었다.
“어디 갔다 온 거야?”
도준이가 불안한 표정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영수를 반겼다.
“잠시, 수르 형님 일로 알아볼 게 있어서.”
“오빠! 저기 보세요. 모두 무사해요.”
다희가 TV를 가리켰다.
막, 수건을 뒤집어쓰고 구급차에 오르는 수르 형 가족들의 모습이 잡히고 있었다.
“오오!”
TV 앞에 모여있는 사람들도 환호성을 지르며
“다희야. 신혼 여행… 하루만 미룰까 하는데 괜찮을까?”
“당연히 그렇게 해야죠. 가족이잖아요.”
이해를 잘 해주는 다희가 고마웠다.
“고마워. 가까운 호텔을 잡을 테니까, 잠시만 거기서 머무르고 있어. 형님도 안심시켜드려야 하고, 여러모로 준비할 게 있어서…”
영수는 다희와 가희를 공항 근처에 있는 영종도 하얏 호텔에 데려다주었다.
도준이를 보낸 영수는 인천 공장을 향해 차를 달렸다.
화가 났다.
하필 자신의 결혼식 날에, 결혼식에 참석한 형님을 노려?
그것뿐만 아니다.
한국에서 폭탄테러라니… 휴전 국가이지만 IS등의 테러 위험은 없는 안전한 나라라고 생각하고 살았다.
테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뭘까? 그저 혐오와 경계의 감정골만 더 깊어질 뿐인데.
만일, 테러를 가장한 암살 사건이었다면 그것은 더욱 화가 난다.
터질 것 같은 심장.
하지만, 감정대로 하기 전에 가족들을 위해서는 좀 더 준비가 필요했다.
인천 공장에 도착한 영수는 창고로 들어가 타고 있던 차로 바로 미드랜드를 향했다.
반짝!
‘나이트스톤 재고를 싹 털어가야겠어. 다희와 가희도 하나씩 더 먹게 하고, 형님 가족들도 최소 두 알씩 드시라고 하고, 도준이도 먹으라고 해야겠다. 그리고 아직 파악하지 못한 지구의 좌표 때문에 순간이동은 힘들 테니까, 지정된 장소로만 순간이동 할 수 있게 하는 스크롤을 다량으로 만들어서…’
영수는 차에 탄 채로 미드랜드에서 가져가야 할 것들을 빠르게 정리했다.
뿌드드드… 팅, 팅.
그때, 영수의 귀로 무언가 쇠가 무리해서 늘어나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밖이 조금 소란스러워졌다.
“어, 갑자기 저런게…”
“이, 이건 영주님이 타고 다니시는 차량인데…”
‘?’
병사들이 차 주변에 모이기 시작했다.
“영주님! 큰일입니다!”
그중 크히모스는 다급한 표정으로 창문을 향해 달려왔다.
“뭐가… 큰일입니까?”
“저기!”
크히모스가 손가락으로 뒤를 가리켰다.
백미러를 통해 차 뒤 트렁크를 향해 무기를 겨누는 기사와 병사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뭔가 둥그런 방패 같은 것이…
떠어어…
“떠북이?”
철컥.
영수는 급히 차에서 내렸다.
뒷 트렁크는 언제인지 모르게 강제로 열려 있었고, 그 안에는 떠북이가 타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도준이가 돌봐주기로 해서 트렁크에 떠북이를 실었다가, 그대로 왔으니 여기까지 따라온 것도 이해는 간다.
그런데 이해가 안 가는 게 있었다.
“너… 왜 이렇게 갑자기… 커진 거냐?”
커졌다.
그것도, 말 그대로 ‘말만 하게’ 커졌다.
떠어어어! 떠어우우…
떠북이는 뭔가 표정을 지으며 ‘어깨’를 으쓱거리더니 한숨을 푹 쉬었다.
커지니까 표정이 더 잘 보였다.
‘저놈 띠꺼워하고 있어…’
커져버리니까 얄미움도 커져버렸다.
“하아…”
영수가 한숨을 쉬고 있는데, 크히모스가 조심스럽게 품속에서 비비탄 총을 꺼내 들었다.
“영주님, 터틀드레이크입니다. 더 커지기 전에… 퇴치해야 합니다!”
“후우… 확 그럴까요?”
떠북이를 바라보는 영수의 눈이 잠시 반짝였다.
생각 같아선 그렇게 하고 싶은데, 거북이를 바꿔치기하면 가희가 바로 알아차릴 거다.
“그렇다고 이 사이즈로 데려가면, 변한 걸 더 알아차릴 텐데…”
돌아가면 가희에게 뭐라고 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