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 who drives a Benz RAW novel - Chapter (140)
드래곤 여러분 파이팅!
드래곤 여러분 파이팅!
“그런데 보잭, 최초에 모집한 500명의 후보생들 중에서는 아직 좋은 소식 들려오는 사람 없습니까?”
“한 달에 한 번씩 시험을 봤고 최종 기사 테스트에 합격해 최종적으로 열 알의 나이트스톤을 복용한 사람은 다섯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실전에 투입하려면 전술이나 기본 소양 교육 등, 한 달은 소요 될 것 같습니다.”
“6개월 동안 백 명 중 한 명 꼴로 합격이네요. 흐음…”
영수가 생각하기에는 매우 낮은 수치였지만, 실제로 기사가 되기 위해서 아카데미에서 최소 3년에서 5년 정도를 보내는 것을 생각하면 6개월에 다섯이라도 합격했다는 것은, 엄청난 합격률이었다.
“그런데 중도 포기하거나 너무 늦어 나이트스톤의 효율이 낮고 기사에 부합하지 않은 탈락자는 얼마나 나왔죠?”
“250명입니다.”
“딱 절반이군요. 처음 계획한 대로 병사로 투입되고 있습니까?”
“네. 안 그래도 그와 관련돼서 보고 드릴 것이…”
“무슨 문제가 있나요?”
“그 부분은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보잭을 대신해 크히모스가 앞으로 나섰다.
“병사들을 관리를 하다 보니, 자주 병사들의 이야기를 듣는 편입니다만… 기존에 있던 병사들이 기사 지망생 출신의 병사들에게 좋지 못한 시선을 보내는 것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왜죠?”
“아무래도 기사 교육을 받으며 고급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그들을 십인장이나 백인장급의 지휘관급 병사로 임명하다 보니 섞이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어…”
“흠… 병사들 입장에서는 낙하산 같은 존재겠군요.”
군대를 다녔던 경험을 생각해보면 병사들은 짬, 즉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오래 군에 있으면 높은 직위로 올라가는 시스템상, 짬 딸리는 병사들이 갑자기 위에서 나타난다면 불만이 많을 수밖에는 없다.
그들이 기사라면 상관이 없겠지만, 기사가 되려다 실패한 사람들이지 않은가?
“낙하산?”
“그런 게 있습니다. 흠, 그 부분은 형평성 부분에서 확실히 문제가 있겠습니다.”
“분명 그 병사들이 다른 일반 병사들보다 실력은 좋은데, 솔직히 저는 대체 뭐가 문제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실력뿐만 아니라, 군사 전술 교육도 다른 병사보다 더 받았는데…”
크히모스의 말에 보잭도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둘은 기사였다.
기사들은 엘리트주의가 당연시 되는 직종이었다.
경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실력이 가장 중요했다.
기사단장만 해도 통상적으로 가장 연장자들 중 실력이 좋은 사람이 맡게 된다.
크히모스는 이례적으로 기사단장이 된 케이스지만, 그는 자신의 덩치에 걸맞는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거기다, 원래 이곳 한국령 출신이기까지 하니 기사들 사이에서는 크게 불만이 생기지 않았다.
하지만 병사들은 다르다.
“크히모스가 생각하는 영지병들은 어떤 역할을 하는 사람들입니까?”
“일반적으로 경계나 경비, 치안을 유지하기도 하고 전투에서는 기사들을 도와 전투적인 역할을…”
“역시, 경계나 경비, 치안 유지가 먼저 떠오르죠?”
“네.”
“병사들의 임무는 전투가 다가 아닙니다. 오히려 무력을 갖춘 행정직이라 볼 수 있죠. 병사들이 민원 접수까지 하는 우리 영지 같으면 더욱.”
미드랜드의 병사들은 지구로 따지면 군인, 소방관, 경찰, 검사, 법원사무직을 짬뽕해 놓은 것 같은 다양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다.
거기다 한국령의 병사들은 민원을 접수하거나 가신들의 일을 돕고 세금을 걷는 것을 대신 하는 등, 부족한 행정부의 일을 돕는 역할까지 한다.
어떻게 보면 그들이야말로 전천후로 공무원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게 아닌가?
“그런 면이 없지는 않죠…”
“그런 병사들을 기사의 논리로 그대로 관리하려고 했더니 문제가 생긴 겁니다.”
“으음…”
영수의 말에 크히모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보잭을 바라봤다.
눈치를 보아하니, 평소 혼자서 모든 것을 관리하기는 힘드니 보잭의 도움을 많이 받는 모양이었다.
영수에게는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떠올랐다.
핵심 키워드는 분업화였다.
우선 집중되어있는 관리자들부터 권한을 나눠야 했다.
크히모스에게는 전쟁과 기사단만 맡게 하고 보잭은 기사들의 육성과 병사들의 훈련만 담당하게 한다.
그리고 여기에 한 명을 더해서 병력을 통솔하는 사람을 따로 두는 것이다.
현재 가장 적합한 후보로는 오크들을 통솔하고 있는 이사이온.
그는 말도 안 통하는 오크들을 초반의 잡음을 제외하고는 효과적으로 관리했다.
거기다 몬스터들에게 인간과 의사소통할 수 있는 간단한 말이 적힌 팻말을 전해주어 사용하게 만든 사람이다.
거기다, 기사가 되기 전 용병 경험이 풍부해서 병사들과도 서슴없이 지내는 사람이다.
‘이 부분은 내가 한다 쳐도…’
영수가 생각하는 다른 분업은 병사들 직급의 세분화였다.
주로 외부로 나가 전투만 하는 전문 공격 군인직.
전투 군인의 서포트 및 경계와 수비를 맡는 전문 수비 군인직.
영내 순찰을 담당하는 경찰소방직.
세금과 법 집행을 돕는 법세무직.
행정을 보조하는 행정 보조직.
총 다섯 개 정도로 직종을 세분화하여 기존의 병력들을 희망하는 직종으로 나누고, 앞으로 병사가 되는 이들은 애초부터 분류해서 뽑는 것이다.
그리고 기사 훈련에서 탈락하는 병사들을 전문 공격 군인직으로 하여 실력대로 가도록, 장교로 키우는 방향이 머릿속에서 그려졌다.
제법 좋다고 생각되었지만, 영수는 자신이 하는 생각을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다.
“뭔가… 개선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기존에 있던 병사들의 병영 문화가 있을 테니,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방향으로, 그러면서도 지금 하는 업무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어떤 방법으로 해야 할지, 좋은 방법이라도 있습니까?”
질문해오는 크히모스를 향해 영수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날려주며 입을 열었다.
“그건, 두 분이 알아서 생각해보십시오.”
“네?”
“저희 둘이요?”
화들짝 놀라는 두 사람.
“최근 하메르와 아주 대담한 작전을 냈더군요. 기사나 기사 후보생의 모집도 아주 만족스러웠고요. 저는 두 사람이 충분히 스스로 생각해서 답을 내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둘의 얼굴은 복잡하게 변해갔다.
바로 답변을 해왔으면 좋겠지만, 익숙하게 해오던 것을 한 번에 바꾸려는 생각이 고작 몇 초 만에 떠오르겠는가?
“시간을 충분히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아니다 싶으면 제가 개입하면 되니까요. 최종 책임자인 영주로서 업. 무. 가. 과. 중. 한. 두. 분. 께. 만. 이렇게 큰 짐을 짊어지게 할 수는 없죠.”
영수는 강한 억양으로 나름의 힌트를 주었다.
“후우… 다행이다.”
만족스러워 하는 크히모스.
“언제까지 개선안을 내면 됩니까?”
보잭의 신중한 질문에 영수는 싱긋 웃었다.
“하루 드리겠습니다.”
‘너무 많은 시간을 주면 긴장감이 떨어진다고.’
두 사람의 인상이 와락 찌푸려졌다.
철컥.
탕!
영수는 안단테를 침대에 재우고 지구로 돌아가려고 차에 올라탔다.
똑, 똑, 똑.
“아, 레이크 오셨습니까?”
레이크가 마법으로 나타나 창문을 두들겼다.
“음… 드릴 말씀이 있어서…”
“혹시 이번 점령에 베이가 투입된 일 때문에 그러십니까?”
레이크가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철컥.
끼이익…
영수는 차에서 내리며 레이크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제가 없는 동안은 하메르가 이곳을 대표합니다. 제가 인정하고 저의 대리로 임명한 남자입니다. 넓은 아량으로 저의 부탁이라고 생각해주시면 어떨까요?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제가 사례하겠습니다.”
살짝 레이크의 눈이 반짝였다.
그러나 이내 아니라는 듯이 고개를 젓는 레이크.
“우선 보상은 감사히 받겠습니다.”
역시나, 돈을 좋아하는 드래곤들은 돈 준다면 거부한다는 말은 안 한다.
“하지만, 제가 말하려는 것은 대리인의 말을 들은 게 기분이 나빴기 때문이 아닙니다. 그의 말을 무시했다면 영수 님의 청을 무시한 것이라, 영수 님께서 기분이 나쁘셨겠죠. 오히려 저희는 영수님의 기분을 나쁘게 할 의도가 전혀 없습니다.”
“그러시군요. 하지만, 자기 의견을 내실 수 있으니까 처음 계약한 사항이 아니라면 거부하셔도 괜찮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다른 걸 요구하면 부탁이거나, 대가를 드리는 거래일 테니까요.”
“그게 아니라, 아무래도… 우리 드래곤이 직접 인간의 전쟁에 개입하는 건 미드랜드의 중립자라는 종족 입장과 율법이 있기 때문에… 특히 사람을 죽인다든가 하는 것은…”
‘그게 문제였구나?’
“그린 드래곤인 베이가 가지 않았나요? 그린 일족은 브레스가 특이해서 브레스만으로는 사람이 죽지 않죠. 오히려 치료를 해주고, 숲이 자라나게 하니까요. 저도 직접 해봐서 잘 아는데…”
“알고 있습니다. 영수님께서 한때 그린 드래곤의 브레스를 쓰셨기 때문에… 저도 그래서 일부러 일족 중 그린 드래곤인 베이를 보냈지요.”
“맞습니다. 덕분에 전쟁에서 죽는 사람은 하나도 없을 겁니다. 원래대로라면 많은 피해가 발생했을 전투에서 오히려 평화롭게 싸움을 잘 중재했으니, 그야말로 중재자라는 종족의 이름에 딱 걸맞는 게 아니겠습니까?”
영수는 궤변을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레이크는 궤변을 궤변이라 부르지 못했다.
괜히 말했다가는 톤타처럼 될까(맞을까) 봐.
그래서인지 그의 얼굴은 벙어리 냉가슴 앓는 듯이 끙끙 앓는 표정이었다.
“그… 그게 그… 그건 그렇습니다만… 아, 그러니까 우리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역사에 개입하는 것은…”
더듬거리는 레이크.
영수는 이참에 더 큰 궤변으로 몰아치기로 했다.
“제가 듣기로는, 많은 귀족가나 왕가가 드래곤이 유희를 해서 만들어졌다는 소리가 있었습니다만… 사실인가요?‘
“물론 그건 사실입니다만…”
“그럼, 유희를 한다고 생각하십시오. 유희 좋아하시지 않습니까? 특히 이제 막 900세인 드래곤들은 유희를 일부러 많이 해야 한다면서요?”
“하지만, 드래곤이 본체로 유희를 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그건 유희가 아니죠.”
“유희라는 게, 유희하기 전에 어떤 생명체로서 설정을 잡아서 정한 기간 동안 다른 삶으로 사는 것이죠?”
“맞습니다.”
“그럼 이런 설정은 어떻습니까? 인간인데 드래곤으로 변신할 줄도 아는 대단한 마법사라는 설정이죠. 드래곤이라서 드래곤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인간이 드래곤으로 변할 줄 안다는 설정. 이런 설정으로 유희를 한다고 생각하시면, 괜찮은 것 아니겠습니까?”
레이크는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영수는 그의 얼굴을 대놓고 빤히 쳐다보며 동의를 종용했다.
레이크의 얼굴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에라 모르겠다. 싸워서 내가 이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종족의 안녕을 위해서는…”
‘누가 누굴 이긴다고요?’
영수는 피식 웃었다.
“그, 그냥 그렇게 하겠습니다! 너희들도 다들 들어라. 이제부터 나는 드래곤 로드로 변할 수 있는 마법사 레이크라는 설정으로 유희를 할 거야. 뭐? 아 몰라, 그냥 유희야 이제부터 너희들도 다 유희야. 드래곤으로 변할 줄 아는 마법사라는 설정으로 유희하라고! 유희 싫어?”
레이크는 항복 선언을 하며 마법을 사용해 다른 드래곤들에게 의견을 전달했다.
영수를 의식했는지, 다음부터는 말을 하지 않고 텔레파시메시지 마법을 사용했는데…
-로드, 그런 게 어딨습니까? 드래곤의 율법에 반하는 거 아닙니까?
-유희라니까? 율법에 반하는 거 아니야. 그리고 내가 로든데, 로드의 말을 안 따를 거니? 네가 로드냐?
-에이, 쫄았네.
-쫄았어.
-아 어쩌라고? 그럼 너희들이 영수라는 사람을 이기던가!
영수는 그들이 하는 말이 다 들렸다.
직접적으로 마법을 쓴 대상이 아니라 그런지 마치, 주파수 잘 안 맞는 라디오처럼 지직거리긴 했지만.
하지만, 영수는 안 들리는 척, 모르는 척해주기로 했다.
“저는 이만, 다녀오겠습니다.”
“아, 예… 그럼…”
-드래곤 로드가 돼서, 그냥 힘없어서 항의하지 못했다고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자존심 세우는 겁니까? 우리도 이제 다 컸다고요. 100살만 더 먹으면 성룡이란 말입니다. 변명이 로드치고는 너무 심하네요.
-100년 뒤면 종족 회의를 통해 로드부터 갈아치워야겠습니다. 실망이네요.
차에 올라탄 영수는 가루가 되도록 까이는 레이크를 보며, 살짝 가슴이 아팠다.
“레이크.”
“네?”
자신의 부름에 고개를 돌려 바라보는 레이크에게 영수는 힘내라며 주먹을 불끈 쥐고 외쳤다.
“파이팅.”
번쩍!
잠시 뒤 영수의 차가 사라졌다.
그리고 혼자 남은 레이크는…
-그래. 영수 님 말씀대로… 싸워야겠다. 로드로서 명한다. 너희들… 다 뒷산 터널 앞으로 따라와라.
모든 드래곤들에게는 소집령이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