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 who drives a Benz RAW novel - Chapter (141)
뜨겁다. 아, 아프리카가.
뜨겁다. 아, 아프리카가.
짹짹. 짹.
평택공장의 포인트에 도착하자마자 참새들의 지저귀는 소리가 들려왔다.
‘새들이 늘은 것 같아.’
요즘 들어 아침마다 새들이 환영해주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았다.
실상은 갑자기 하늘이 맑아져서 더 많은 새가 보이고 더 멀리서 소리가 전달돼서 그런 거지만.
‘최근 중국에서도 쥐 때문에 서쪽으로 공장을 옮기기 시작했다는데…’
마침 중국에서도 매립지를 지어달라는 요청을 해왔으니, 이번 기회에 중국에 가서 정부 요원들과 협상해 발전소를 지어야겠다.
화석 연료 사용도 줄이고, 공업지대를 확실히 중국의 서쪽으로 옮긴다면 쥐들도 정리해 주는 것으로 하고.
우우웅…
영수는 기본 좋은 마음으로 리모컨을 눌러 창고의 문을 열었다.
천천히 셔터가 올라가는데…
“하나, 둘, 셋, 넷, 다서, 여서, 일고, 여덟, 둘, 둘, 셋…”
문이 열리자마자, 직원들이 출근 후 제해방지 체조를 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문이 열리자 직원들이 술렁거렸다.
그 움직임을 캐치한, 가장 앞에서 체조를 하고 있던 호운덕 사장이 빠르게 창고 앞으로 달려왔다.
“어? 이사님 언제 출근하셨습니까?”
“출근…”
‘아니라 퇴근인데…’
평소에는 미드랜드에서 일을 마치고 도착하면 7시나 8시 경이다.
그때 오면 회사에서는 9시에 칼출근을 권유하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직원들과 마주칠 일이 없었다.
그런데 오늘은 하필 미드랜드에서의 잔업 때문에 9시 30분 경에 지구에 도착했다.
“으음… 별일 없죠? 별일 없으면…”
‘집에 들렀다가 인천으로 가볼까 하는데’라는 말을 할 새도 없었다.
“아! 이사님 신혼 여행 다녀오시자마자, 바로 걱정돼서 오신 겁니까? 안 그래도 지난번 지시하신 신사업 건 때문에 보고 드릴 것이 있긴 했는데, 그래도 평소보다 일찍 오셨네요.”
“네. 하하…”
대학생이 술 마시다 새벽에 집에 들어왔더니, 어머니가 ‘새벽부터 학교 가는 거야? 쉬엄쉬엄 공부해라.’ 라고 하시며 용돈을 주시길래 신발을 다시 신고 학교로 출발하는 경우가 이런 게 아닐까?
밀린 일이 많았던 탓에, 영수는 호운덕 사장님에게 수많은 검토 자료와 결재 서류를 받아야만 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자신이 직접 나서서 해결해야 할 정도로 복잡한 사건 사고는 없었다는 것이다.
최근 운송업체 중 폐업하려는 회사가 있어 그 회사를 그대로 인수하기로 했고, 영수가 몸을 담그고 있던 분야였기에 미리 잘 지시를 내려두었다.
영수는 일의 진행 상황을 파악하고 결재 서류에 사인하고, 돈을 결제해야 하는 부분에 대한 집행만 해주면 되었기에 생각보다 빠르게 호운덕 사장에게서 해방될 수 있었다.
“일의 진척은 어떻습니까?”
“사장님 말씀대로 트럭도 다 샀고, 집하장과 창고 용지도 샀고, 인터넷에 광고, 업체에 광고, 인원 모집하고 본사 직원 및 상담 직원 뽑고… 전부 다 다 끝났습니다. 이제 오픈 날짜만 정하면 되죠.”
“어려운 일은 없습니까?”
“어려운 일은 다 돈으로 해결했기 때문에 어려울 게 있나요?”
그랬다.
이렇게 막힘없이 사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된 이유는 다름 아닌 ‘돈이 많았기’ 때문이다.
우우웅…
그때 영수의 휴대폰이 울렸다.
[오빠. 점심에는 밥 먹으러 안 와요?]다희로부터의 문자였다.
도도도독…
[평택 공장, 지금 가는 중이야.]“전 그럼 이만, 집에 들러 식사하고, 삼봉이네 회사로 가겠습니다.”
“인천은 안 들리십니까?”
“아직 원료가 떨어지진 않았으니, 원료 들고 와서 내일 들리도록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호운덕 사장과 안녕을 고한 영수는 서둘러 집을 향해 차를 달렸다.
영수의 신혼집은 오성 나들목(IC)과 멀지 않은 오성면 죽리라는 곳에 있는 전원주택이었다.
최근 미군 기지 이전으로 미군들을 타겟으로 한 전원주택 매물들이 많이 나왔다.
영수는 그 중 수영장이 딸린 이층집으로 집을 골라 신혼집으로 삼았다.
평택공장으로 가기도 편했고 고속도로로 인천까지 출퇴근하기도 편한 곳이었다.
끼이익!
‘11시 30분, 안 늦었다!’
주차장에 차를 댄 영수는 집안으로 빠르게 뛰어들어갔다.
띠띠띠띠띳, 띠릭.
철컥!
“자기야! 나왔어!”
“오셨어요?”
앞치마를 둘러맨 다희가 국자를 들고 부엌에서 얼굴을 내밀고 영수를 바라봤다.
“가희는?”
“오늘부터 유치원 갔잖아요. 아침에 아빠랑 같이 아침 식사 같이 못 했다고 조금 서운해하는 눈치였어요.”
“미안, 일이 조금 밀려서.”
“괜찮아요. 가희도 남자가 바깥일 하다 보면 그럴 수 있지, 하면서 이해했는걸요?”
다희는 가희가 어른인 척하는 모습을 흉내 내며 베시시 웃었다.
“그럼, 가희는 언제 오지?”
“오늘은 오후 4시에 끝나는 거로 알아요.”
“그럼 우리 점심 먹고서 잠시…”
“먹고서요? 아직… 점심까진 시간이 좀 있는데.”
딸칵.
국자를 내려놓은 다희는 올려둔 가스 불을 껐다.
“…”
꿀꺽.
영수는 마른 침을 삼켰다.
뒤로 묶은 머리의 끈을 툭 하고 푼 다희가 머리를 찰랑거리며 영수를 바라봤다.
“오빠… 배고파요?”
“아니, 난 아직 한창 굶어도 될 나이라서.”
영수와 다희의 눈빛이 허공에서 부딪쳤다.
반짝하고 스파크 같은 것이 튄다고 느끼는 순간, 어디선가 뜨거운 바람이 불어와 방 안을 후끈 달구었다.
-… 해서 수르씨가 업무 관련해서 할 말이 있다고 아랍에미리트로 와줄 수 있냐고 하는데, 시간 언제부터 되냐? 그런데 어제까지 휴가였으면 오늘 복귀하는 거 아니었어?
“크흠, 수르 형님과는 따로 할 말도 있지. 알았다. 비행기 표는 걱정하지 마, 내가 알아서 만나고 올게.”
-호 사장님 이야기 들으니까 아침에 평택에 있었다면서? 발전소로 온다더니 왜 안 와?
“호 사장님께 연락했었냐?”
-호 사장님이 먼저 연락하셨다. 해외에서 매립지 건설 건으로 연락이 왔다는데, 네 전화가 꺼져있었다고.
“음… 잠시 할 일이 있어서 어디 들렀다. 어쨌든 당장에 파이어스톤이 필요한 건 아니지?”
-아직 수량은 있어. 니가 결혼 전에 엄청 가져다줬으니까. 어쨌든, 네가 어딜 가는지는 모르겠지만, 항상 특이한 것들은 어디선가 가져오려고 하는 거니까… 또 그건가 치고, 어쨌든 수르 씨가 찾았다.
“그래. 오늘 내로 수르 형님께 연락 드릴게. 수고해라.”
영수는 전화를 끊고 셔츠의 단추를 마저 잠갔다.
겉옷까지 걸치고 밖으로 나오자, 샤워 타월을 걸치고 머리를 수건으로 감싼 다희가 막 샤워실에서 빠져나오고 있었다.
“다희야. 나 저녁 되기 전에 들어올게.”
“꼭 들어와요. 오늘 점심도 안 먹었는데…”
다희가 다가와 영수의 옷매무새를 정리해 주었다.
넥타이도 가져와서 직접 매어주었고.
‘목덜미가…’
타월로 다 가리고 얼굴과 목덜미만 보이고 있는데, 왜 그렇게 섹시한 건지…
영수는 시계를 확인했다.
오후 3시 45분, 이제 얼마 있으면 가희가 유치원에서 돌아올 시간이다.
“다희야 나 일 처리만 하고 늦지 않게 올게. 나 빼고 저녁 먹지 마.”
“알았어요. 오빠.”
쪽!
영수는 다희와 가볍게 키스하고 배웅을 받으며 밖으로 나왔다.
부웅…
차에 시동을 건 영수는 차를 몰고 전원주택이 모여있는 단지를 빠져나갔다.
영수는 집과 멀지 않은 어느 골목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경비 설비 업체의 딱지와 카메라 등이 엄청 달려 있는 창고가 하나 있었다.
우우웅…
리모콘으로 문을 연 영수는 창고에 차를 댔다.
창고에는 영수가 사둔 트럭, SUV, 지프차, 승용차 등 각종 차량이 주차되어 있었다.
이곳은 영수가 집과 가까운 곳에 새로 만든 기억지점 포인트였다.
“리멤버타겟.”
영수는 스크롤을 꺼내 창고를 귀환 마법의 좌표로 지정했다.
그리고 다른 스크롤을 들어 그대로 찢었다.
찌직!
실외, 지난번 왔던 아부다비의 호텔 앞이었다.
“『형님? 저 지난번 호텔 앞입니다. 혹시 호텔 안에 계십니까?』”
-『신혼 여행은 잘 다녀왔는가? 안 그래도 동생과 함께 만날 사람들이 있어서, 그들과 미팅하기 위해 호텔로 왔었지.』
“『어쩐지, 안에서 아티팩트의 기운이 느껴지고 있더라니… 들어가겠습니다.』”
영수는 전화를 하며 호텔 안으로 뚜벅뚜벅 걸어갔다.
“『오, 오셨습니까?』”
지난번 보안요원이 달려와 영수에게 깍듯이 인사했다.
그들뿐만 아니라, 호텔의 직원들이 영수를 알아보고 하나둘 인사했다.
그들에게 안내받아 간 5층의 대형 회의실.
똑똑.
“『수르 왕자님, 한국 왕자님께서 오셨습니다.』”
호텔의 직원은 낯간지러운 표현을 서슴지 않고 쓰며 영수가 왔음을 알렸다.
‘이런 호칭은 부담스럽네…’
수르 형은 왕자인 자신의 동생이면 영수도 왕자라면서 이 호텔의 직원들은 물론 형의 가족들에게도 ‘한국의 왕자’라며 자신을 소개했다.
이번 테러 사건에서 형님의 안전을 챙긴 부분이라든가, 여러 가지 하는 사업 등의 규모와 장래성 등을 따진 왕실에서는 공식적으로 수르 형과의 의형제임을 인정했다.
다만 주목받기 귀찮아, 밖에 발표만 하지 않았다뿐이지 아는 사람들은 다 알았다.
호텔 직원들이 알고 있을 정도이니, 알려고 하면 알 수 있는 정보였고.
끼익.
“『동생 왔는가?』”
수르 형이 직접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형님, 안에 손님들이 있는데요. 조금 있다가 뵐까요?』”
“『아니야. 어차피 이분들은 동생을 만나보려고 오신 분들이야. 미리 양해는 구했어.』”
안에 있던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탄자니아에서 온 탕니카 암하라라고 합니다.』”
“『에티오피아에서 온 아파르 다와라고 합니다.』”
“『한국에서 온, 만향당의 한영수라고 합니다. 저는 잠시 형님과 이야기하고 오겠습니다.』”
영수는 두 사람과 인사를 하고 문을 닫고 수르 형과 복도로 나왔다.
“『개인적으로 산업 개발 기구와 유니세프, 식량 농업 기구 등과 함께 몇 가지 일을 진행하는 중이다. 그 일환으로 두 나라에 발전소를 새로 지어주기로 했지.』”
“『갑자기 기부를요?』”
죽다 살아난 경험 때문에 지금보다 더 베풀고 살겠다는 식으로 돌아선 걸까?
“『물론, 이 일은 테러범에 대한 정보 때문에 UN의 비밀 기구와 접촉하는 과정을 가리기 위함이다. 그런 것도 있지만, 두 번째 삶을 받았으니 이왕 돈을 쓰더라도 좋은 곳에 쓰고 싶은 것도 있고.』”
“『그렇군요… 그럼, 테러범, 아니 암살자들에 대한 정보는 알아내신 겁니까?』”
“『비행기에서 테러를 가한 놈은 겉으로 보기에는 완벽한 ISIS 조직의 놈이었다. 실제 놈들이 언론에 발표한 것도 있고. 워낙에 그놈들을 이용하는 자들이 많으니… 그리고 홍차는…』”
“『러시압니까?』”
“『그쪽에서 사용하는 성분과는 달랐다. 방사능이 아니더구나. 뱀독 특히 코브라의 독과 비슷했다. 인도산 홍차이니 제조 과정에서 우연히 코브라의 독이 들어간 것이 아닐까 하고 추측하게 해서, 죽음에 대한 정보에 혼선을 주려는 것 같다는 분석이다만, 현재 어느 나라가 이런 식으로 공작을 벌이는지 패턴을 분석하는 중이다.』”
“『패턴이라…』”
“『그래서 UN의 비밀 기구에 연락해서, 이와 유사한 독약을 사용하는 정부조직, 혹은 테러집단의 정보를 구하는 중이다.』”
“『누가 되든 제게 알려만 주십시오. 누가 연관되었는지만 알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