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 who drives a Benz RAW novel - Chapter (142)
불 다음은 물이지.
불 다음은 물이지.
수르 형과 이야기를 마친 영수는 회의실 안으로 들어가 탄자니아와 에티오파이에서 온 사람들을 만났다.
“『발전소를 짓기로 했다고 들었습니다. 정확한 개수나 가격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오셨는지요.』”
“『일곱 개 정도 생각합니다. 지불은…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탄자니아에서 내야 하는 20퍼센트의 금액은 현금이 아닌 다이아몬드와 금, 가스의 채굴권으로 거래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에티오피아에서는 아홉 개를 지으려고 합니다. 수르 왕자님이 대신 내준다는 70퍼센트와, UN측의 10퍼센트를 포함해 남은 20퍼센트는 금과 탄탈륨, 청광석의 채굴권으로 거래를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두 나라의 사신들은 채굴권을 가지고 딜을 하려고 했다.
아프리카의 많은 나라들은 돈이 없었다. 그러나 많은 자원이 매장되어있는 땅을 가졌다.
그래서 평소에도 사회기반사업이나 대형 공사를 할 때 기업들에 채굴권을 주는 형식으로 거래를 했는데…
여기서 문제가 하나 생겼다.
“『제가 하는 사업에는 블러드 다이아나 아프리카의 눈물을 필요로 하는 사업은 없습니다.』”
영수에게는 채굴권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두 나라의 대표자들이 뜨끔한 표정을 지었다.
“『막상 채굴해서 팔아먹어도 블러드 다이아나, 아프리카의 눈물이라고 하면서 욕을 먹을 뿐이지 않습니까? 필요도 없는 데다가, 괜히 채굴했다가는 욕만 먹을 텐데…』”
“『그, 그것은…』”
두 사람은 영수가 이렇게 대놓고 거절할지는 몰랐다.
하지만 영수의 말도 사실이었다.
아프리카인의 종족 간, 종교 간 갈등과 비극 속에서 채취되어 피가 가득하다는 이름이 붙은 블러드 다이아 그리고 아프리카인의 눈물에 비유되는 채굴 자원들…
아프리카의 나라들은 뭔가를 할 때면 돈이 없어서 자원 채굴권을 주면서, 한편으로는 그들을 비난한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그들이 하는 비난은 옳았다. 대부분이 채취하는 자원을 헐값에 가져가니까.
“『하하. 너무 놀라지 마십시오. 동생이 다른 뜻이 있나봅니다.』”
수르 형은 당황하는 두 나라의 대표를 다독이고는 웃으면서 영수를 바라봤다.
영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 나머지는 제가 지불하겠다는 소리입니다. 대신, UN측이나 두 나라의 이름을 넣어서 마케팅이나 광고에 사용할까 하는데… 가능 하시겠습니까??』”
“『아! 아아… 물론이죠! 감사합니다. UN에도 말하도록 하겠습니다.』”
“『저희도 가능합니다. UN측에는 좋은 말만 해드리겠습니다. 역시, 시원시원하시군요! 두 분이 의형제를 맺으셨다는 말이 있던데, 그 형님에 그 동생이십니다!』”
두 사람은 연신 고개를 숙이며 감사함을 표현했다.
“『고마워하실 필요 없습니다. 원래 기회를 봐서 아프리카로도 진출할 생각이었습니다. 수입을 좀 깎거나 임대, 혹은 수십 년짜리 할부로 진출할 생각이었죠.』”
“『임대나, 할부요?』”
“『혹시… 발전소를 더 짓는 것도 가능하다는 겁니까?』”
영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전 세계의 발전소를 모두 파이어스톤 플랜트로 바꿀 계획이었던 영수이니, 당연히 아프리카 진출에 대한 계획도 있었다.
다만, 아직 다른 나라에서 돈을 받고 판매 중이니 아프리카는 조금 늦게 시작할 생각이었는데, 순서가 조금 바뀐다고 해서 상관은 없었다.
큰돈을 벌려고 하는 게 아니니까 말이다.
“『저희 그러면 열 개 정도만 더…』”
“『저희도 그 정도만 더 지을 수 있을까요? 할부라든가, 아니면 임대 형식으로…』
“『원한다면 얼마든지 수량은 맞춰줄 수 있습니다. 물론, 주변국에 전기를 팔아먹는 건 못하게 하겠죠. 주변국으로도 우리가 들어가야 하니까요. 그런데… 두 나라에 그만큼 전기에 대한 수요가 있는 건가요? 저희 측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그렇게까지 많은 전기가 필요하지는 않던 것으로 아는데요?』”
만향당 에너지의 수요분석예측팀에서 아프리카 에너지 동향에 대해 분석한게 떠올랐다.
탄자니아는 현재 전력 수요가 1,200MW 안팎이고, 최대 20년 내로 7,644MW로 늘 거라는 전망이다.
에티오피아는 5,000MW 안팎의 수요와 발전 용량을 가지고 있는데, 수력발전을 중심으로 10년 이내에 2만MW의 발전 용량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는 하는데…
‘나일강 유역, 이집트와의 분쟁 때문에 어려울 거라던가…’
“『그것은 산업개발기구 측에서 발전소를 중심으로 산업단지와 신도시를 조성하도록 지원해줄 계획이기 때문입니다.』”
“『거기다, 식량 농업 기구에서 발전소를 중심으로 담수 시설을 만든다 합니다. 양국의 기아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물이 많이 필요하고,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전기가 많이 필요한데…』”
“『아하, 그래서 전기가…』”
영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두 나라는 기아가 매우 심한 나라라고 알고 있었다.
“『주변에 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식수는 대부분 비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거기다 우리 에티오피아의 경우에는 강이 여러 나라를 거쳐가기 때문에 살짝 분쟁도 있습니다. 특히 이집트와…』”
“『탄자니아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거기다 우기가 있지만, 물을 저장하는 시설이 발달하지 못했기 때문에 농사를 짓는 것은 물론이고, 건기에는 물을 마시는 것도 어렵습니다.』”
결국, 두 나라가 발전소를 짓는 것은 물을 끌어와 기아를 해결하기 위함이라는 소리였다.
“『물만 있으면… 담수 플랜트만 설치하면 기아 문제는 해결되는 겁니까?』”
“『물론, 배수로도 설치해야 하고 여러 가지 문제가 산적해 있긴 하지만…』”
“『최소한, 담수 시설이 설치된 지역만큼은 기아를 많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에는 이것이 최선이라…』”
두 나라의 대표는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여 동병상련의 정을 나누었다.
‘물이라…’
잘 하면 자신이 해결해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영수였다.
한국에 밤이 찾아오자 영수는 미드랜드로 출근을 했다.
미드랜드에 오자마자.
“영주님 오셨습니까? 할 일이 많습니다.”
주차장 앞에서 기다리던 하메르가 빠르게 달려와 영수의 하이재킹(납치)을 시도했다.
“할 일이요?”
“오늘은 최근 점령한 영지에 대한 운영 회의를 해야 합니다. 담당자들을 모아놨으니 그리로 가시죠.”
“일들이 참 많군요.”
“시키신 일이 많으니, 확인해야 하는 일도 많은 거죠.”
하메르는 퉁명스럽게 대꾸하며 영수가 도망치지 못하게 손으로 붙잡고 회의실로 이끌었다.
‘이젠 내가 무섭지도 않나…’
예전에는 자신을 마법사니, 흑마법사니, 마왕이니 하면서 사람을 무서워하던 시절이 있었다.
“옛날이 그립구나. 편했는데…”
“혹시나, 마왕이니 흑마법사니 하면서 영주님을 떠받들고 무서워서 끙끙거리면서 일하던 시기를 그리워하시는 거라면, 그때로 돌아가십시오. 대신 저는 이만 하야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니야. 지금이 좋지. 하하하…”
하메르의 독심술에 영수는 화들짝 놀라며 급하게 수습했다.
어느새 그의 손에 이끌려 들어온 회의실.
“이제부터 한국3령에서 한국12령까지 점령 후 조사한 영지 동향과 개선 사항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오자마자 인사도 없이 바로 회의가 시작되었다.
“일단, 이 자료를 봐주시지요.”
“이 자료도 봐주십시오.”
“이 자료도…”
각지의 세리 출신 관리들과 한국1령에서 하메르가 교육시켜 각 지역으로 파견했던 관리들이 영수 앞에 수많은 서류를 쌓기 시작했다.
“이건… 너무 많아서 중구난방 아닙니까?”
영수가 불만을 토하려고 하자,
“우선 3령부터 시작하겠습니다.”
하메르가 깔끔하게 교통정리를 시키며 자료들을 정리해 주었다.
영수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는 한국3령에서 온 보고서부터 읽기 시작했다.
사락, 사락, 사라라라라라…
관리들은 영수가 작업하는 모습을 보며 입을 쩌억 벌렸다.
“빠, 빨라!”
“읽고 넘기기는 하는 건가?”
“저런 속도라니…”
신체를 5강한 영수의 일 처리 하는 속도는 그들이 상상하는 것 이상이었다.
빨라진 몸, 향상된 동체 시력, 거기다 빠른 두뇌 회전까지.
유일하게 담담한 건 이런 영수의 모습에 익숙한 하메르 정도였다.
“제 서명이 필요한 부분은 47군데 정도 있군요. 그런데 그 중 기사단 해체에 관련된 사항이 있던데, 그럴 필요 없습니다. 일단, 한국 1령으로 올려보내세요. 그들에게 충성을 얻어내겠습니다. 그리고…”
서류를 모두 읽은 영수는 회의를 주도해나가기 시작했다.
3령에서 자체적으로 올려보낸 제안서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현재의 현황상 문제가 될 부분에 대해서 지적하거나 그 부분을 캐치하지 못했다고 관리를 교육하고, 이런 식으로 한 시간도 안 돼서 오늘 처리하기로 한 영지의 절반 정도 되는 영지를 커버했다.
사라라라라락.
“음… 죄송하지만, 로빈나르를 불러주세요.”
한국8령에서 올라온 보고서를 읽던 영수가 마법공방의 로빈나르를 소환했다.
“부르셨습니까?”
“제가 로빈나르를 부른 것은, 한국8령에서 나온 보고서 중에서 수자원 관리에 대한 사항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사락, 사락…
관리들은 서류를 넘겨 영수가 말하는 사항에 대해 빠르게 훑어봤다.
“아…”
“이전 영주가 아주 개판을 쳐놨군요.”
“하, 영지의 기본이 자급자족인데 물이 부족해서 작황이 나오지 않는 것을 27년동안이나 방치해놨다니…”
“하… 이렇게까지 무능한 작자가 영주였다니, 아니… 이거 보니까 현 지레스베일 자작 때부터가 아니라 전대 지레스베일 자작 때부터 생겼던 문제인 것 같은데요?”
“원래 호수가 있던 자리를 뱃놀이용 영주 전용 공원으로 만들었다가, 아들이 물에 빠졌다고 기분이 나빠서 호수를 메워버리고… 이런 미친놈이 다 있나!”
한국8령에서 원래 있던 세리 출신들은 담담했지만, 다른 영지의 관리들은 보고서를 읽다가 화를 내며 읽기를 포기하기 일쑤였다.
원래 한국8령이 된 곳은 지레스베일이라는 자작이 다스리고 있던 영지였다.
영수가 그의 영지에서 발견해 낸 문제점은 다름 아닌 수자원 부족이었다.
원래 미드랜드의 영지들은 대부분 영지 내에 강이나 내천이 흐른다.
그게 없다면 인공적으로 저수지나 호수를 파거나, 근처에 있는 내천이나 강의 물을 끌어와야 한다.
그것이 영주의 아주 기본적인 일처리인데, 한국8령을 다스리던 지레스베일은 전혀 관리를 하지 않았을뿐더러, 있던 호수를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메워버리기까지 했다.
“다들 이 부분을 어떻게 처리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십니까?”
“드와프들과 트롤들도 많은데, 가까운 곳에 있는 강에서부터 공사를 해서 물을 끌어다 쓰는 것으로 하죠?”
“그게 합당할 것 같습니다.”
“안되면 오크들도 있습니다. 최근 오크들이 트롤들의 간식에 관심을 가진다는 소문이 있던데…”
관리들은 대부분 공사를 하자는 쪽으로 기울었다.
하지만, 영수는 입을 다물고 다른 말이 나오도록 계속 듣고만 있었다.
모두가 의견을 말하고 조용해졌을 무렵, 로빈나르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를 부르신 것을 생각하면… 마, 아니 영주님께서는 이 부분에 마법적인 자문이 필요하셔서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맞습니다.”
로빈나르의 말에 영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마법으로 불도 만든다. 그런데 사 원소 마법 중 하나라는 물을 만드는 마법은 없을까?
“어떻습니까? 가능하겠습니까?”
“마나석만 충분하다면 가능합니다.”
영수는 개인 마나석 광산이 아니라, 대륙을 가지고 있다. 즉, 로빈나르의 말은 즉시 가능하다는 소리.
“그럼 전 이만…”
로빈나르는 그대로 인사를 하며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바로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위해 물러나려는 것이다.
영수는 제 8영지의 물 문제를 해결하면서 나온 부산물로 아프리카의 물 문제도 해결할 생각이었다.
“영주님, 똥폼 잡지 마시고 다음 안건으로 넘어가 주시죠.”
‘영주대리 이거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니오?’
영수는 하메르가 일을 그만둔다고 할까 봐, 차마 밖으로 말을 내뱉지 못했다.
‘그냥 마법으로 확…’
하지만, 그렇게 했다가는 하메르의 자율성이 떨어질 것이다.
영수는 한숨을 쉬며 아프리카 관련 일 처리는 다음으로 미뤘다.
지금은 눈앞의 일에 집중해야 할 차례였다.
“아우… 눈 아프다…”
뚜두둑!
영수는 눈 주변을 주무르면서 허리를 펴고 스트레칭을 했다.
최근 하메르의 성장과 더불어 일거리가 늘어나서, 머릿속으로 그리는 이상적인 양쪽 세계 생활이 잘 안 되고 있었다.
신혼여행으로 길게 자리를 비워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하메르가 변화는 했는데 미드랜드의 관리 시스템은 아직 자리를 잡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것도 있었다.
이번에 잘 일을 처리해두면, 지금 해둔 일 처리가 FM(필드 매뉴얼)이 된다.
다음에는 자신이 없어도 수월하게 잘 된다는 소리.
“그래도 이제 하메르에게서는 해방이다. 지금부터는 안단테와 놀아주면서 부녀간의 단란한 오후를…”
탁탁탁탁…
영수의 귓가에 단란한 오후를 파괴하려는 불길한, 빠른 발걸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도망쳐야…’
“영주님!”
“하메르에게 다 들었습니다. 일이 끝나셨다면서요? 이제 저희들과…”
크히모스와 보잭이 달려오고 있었다.
도망치려고 했으나 이미 늦었다.
발견되고 만 것이다.
“영주님!”
“찾았습니다! 방법을 찾았습니다!”
“그래요. 그래요. 흥분하지 말고, 말씀하세요.”
영수는 흥분하는 두 사람을 진정시키며 기억을 더듬었다.
그러고 보니, 두 사람에게는 병사들의 병영 문화 개선을 어떻게 할지 방법을 찾아오라고 했었다.
‘하루 만에 찾으라고 했었지…’
과거의 자신에게 말을 건넬 수만 있다면 ‘안 돼! 이틀 뒤로 해!’ 라고 외치고 싶은 영수였다.
“그래서, 방법이 뭡니까?”
영수는 분명 그들이 병사들의 분업을 말할 줄 알았다.
그런데.
“모두다! 기사로 만들면 됩니다!”
“예?”
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의외의 대답에 영수는 혼란에 빠져버리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