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 who drives a Benz RAW novel - Chapter (146)
모두 다 정글
모두 다 정글
UN 안전보장이사회, 통칭 안보리.
이사회에 소속된 나라들이 국제 평화 및 안전에 관한 협의를 하는 기구로, 국제적 분쟁이 있을 때 UN 회원국들이 모이기 전 미리 만나 평화로운 방법을 모색하고 다른 나라들에 방향성을 제시하기 위해 만남을 가지는게 주요 업무였다.
특히나 상임 이사국은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은 명실 상부히 힘이 강한 다섯 개의 나라로 이루어져 있었다.
UN이 주최하는 회의가 있을 때마다 각 상임 이사국에서는 대표가 파견된다.
주로 UN에 전문적으로 파견되는 대사는 따로 있었고, 다섯 상임 이사국의 정상들이 한 자리에서 만나는 경우는 드물었다.
워낙 국제사회의 민감한 이슈들이 오가는 회담장이다 보니 한 나라의 수장이 다 모이기에는 위험한 요소들이 많았다.
거기다 정상들이 나올 정도로 중차대한 이슈라면 모두 모여봐야 해결이 안 되니, 따로 회담을 갖고 마지막에는 실무자만 보내 확인 작업을 할 뿐이었다.
그런데 각국의 정상이 뉴욕에서 한자리에 모였다.
공식적인 만남이었고 국제사회에서도 상당히 화제가 되었다.
그들은 ‘세계 기아’와 관련된 이슈로 모였다고 간략한 인터뷰를 했고, 자세한 회의 내용은 비밀이었다.
일부 언론은 아프리카에서 들려오는 신비로운 ‘워터스톤’, 기존에 없던 담수 플랜트 관련된 일이 아닐까 하고 추측하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그것은 겉으로 드러난 이슈고 최근 있던 수르 왕자의 테러로 인해 똥줄이 타게 된 각국의 주요 인물들이, 테러에 대한 대책 회의를 하기 위해 모인 것이 아니냐는 전망도 있었다.
“하…”
영수는 UN본부 앞에서 이스트 강을 바라보며 가벼운 한숨을 내쉬었다.
“나 하나 잡겠다고 이렇게 다 모인 거야?”
걱정스러운 말투와는 다르게 영수의 입가에는 미소가 띠어 있었다.
“Sir…”
강을 바라보고 있는데, 무선기기를 귀에 찬 검은 양복 검은 선글라스의 사내가 다가와 신분을 검사했다.
이 사람은 오늘 이곳에 정상들이 모인 이유가 자신 때문인지 모르는 건지, 아니면 알면서도 그러는 건지…
정상들이 모인 탓에 UN 본부 앞은 유난히 경계가 삼엄했다.
그 외로도 삼엄한 게 있었다.
자신을 따라다니는 수많은 시선.
한국에서 비행기에 올라탔을 때부터 느껴지던 시선들로도 모자라서, JFK 공항에 도착한 이후로는 더 많은 시선들이 따라왔다.
사람이 직접적으로 보고 있는 것이 아니다. 각종 기계의 시선들이었다.
CCTV는 물론이고,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들고 있는 휴대폰의 카메라까지도 모두 자신을 감시하는 시선이었다.
처음엔 모르고 넘어갔는데, 영수에게는 남들에게는 들리지 않은 특이한 전자음을 들을 수 있는 초청력 귀가 있었다.
반복되는 패턴이 자신이 가는 곳마다 반복되니, 모르게 한다고 해서 모를 수 있겠는가?
영수는 뉴욕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몇 번이나 블링크 마법과 투명 마법을 써서 시선을 따돌렸다.
그래서 일부러 그들이 준비해준 리무진을 무시하고 택시를 타고 와버렸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시선들이 따라다녔다. 특히나 드론이라든가 헬기 같은 것들이 택시 주변을 서성거렸다.
정확히 자신을 보지는 못하지만, 주머니에 넣고 있는 휴대폰의 신호를 감지하는 것 같았다.
자신을 따라다니기 위해 지구가 가진 모든 첨단 첩보 기술은 다 들어간 느낌이었다.
영수는 아공간에 휴대폰을 집어 넣어버리고, 택시에서 내린 뒤 그들의 시선을 완전히 따돌려버렸다.
그러다 보니, 지금 시각은 뉴욕 시간으로 오후 2시.
원래 오늘 약속 시각은 뉴욕 시간으로 오후 1시였다.
“『여권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방문 목적이 뭡니까?』”
“『음… 관광일까요?』”
영수는 일부러 아리송하게 대답했다.
탁탁탁탁…
그때, 건물 안에서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다.
“왜 이고세 이쓰신 검미까? 계소 여기 이스면 우리가 퇴근 하수가 어서요. 저 시논입니다. 가조기 보고 싰슴미다. 제바알 드러가시죠.”
동양계 할리우드 배우가 한국인 연기 하는 듯한 어색한 한국말.
그리고 왠지 가족적인 대사로 호소한다.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영수의 정보를 조합해서, 준비한 대사일까?
“크큭.”
영수는 비릿한 미소를 띠며 멍하게 쳐다보는 보안요원의 손에서 여권을 돌려받았다.
“『제게 지금 막 용건이 생겼네요.』”
영수는 그들의 안내를 받아 UN본부로 들어갔다.
보안대를 통과하려고 하는데.
“『죄송하지만, 현재 입고 있는 옷 외로는 모든 물품을 반입할 수 없습니다. 혁대와 악세서리 지갑 여권 같은 것도 모두 맡겨주시지요.』”
보안대의 직원이 가진 걸 모두 내놓지 않으면 통과할 수 없다는 말을 해왔다.
뒤를 돌아 양복입은 사내들을 바라보자.
“『정상들의 안전을 위해서입니다. 결혼반지도 포함이니, 이곳에 놔두시면 돌아가실 때 고스란히 돌려드리겠습니다.』”
“『그럼, 내 안전은?』”
“…”
“큭…”
영수는 명백한 비웃음을 날리며, 가지고 있는 모든 것들을 아공간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혁대는 물론, 휴대폰, 여권, 지갑 등은 합쳐놓으면 아공간 주머니보다 컸다.
그러나 모두 들어갔고, 아공간 주머니의 크기는 변하지 않았다.
그 모습에 사람들의 동공이 확대되고 모두 놀란 표정이 되었지만, 영수는 담담하게 주머니를 바구니에 올리며 검색대를 통과했다.
“『이제 됐습니까?』”
“『확인하였습니다…』”
영수는 양복 입은 사람들을 따라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딱!
문이 닫히는 순간 영수가 손가락을 튕기자.
“『엇? 바구니에 있던 주머니가 사라졌어!』”
“『뭐? 어디 간 거야? 찾아!』”
“『조사할 수 있는 시간은 그렇게 길지 않다고! 대체 관리를 어떻게 하는 거야?』”
“『이 안에 설마?』”
“『움직이지 마! 범인은 안에 있다!』”
1층 보안대에서는 바구니에 있던 주머니가 없어졌다며 난리가 났다.
그 사이 엘리베이터는 지상층으로 가는 듯하더니, 어느새 멈춰 섰다.
“『아직입니다.』”
위이잉… 철컹!
엘리베이터 위에서 기계음이 들리더니, 엘리베이터가 잠시 앞뒤로 움직였다.
그 뒤로는 내려간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하더니 1층보다 더 밑으로, 밑으로…
아주 깊숙이 엘리베이터가 내려갔다.
띵!
문이 열리고, 무장 경비원들이 가득한 복도를 지나 더 안쪽으로 들어갔다.
퓌쉬이익…
자동으로 문이 열리고, 영수는 검은 양복을 입은 사람들에 의해 안으로 살짝 떠밀렸다.
영수는 뒤를 돌아 자신을 떠민 사람의 얼굴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두고 보죠.』”
하지만, 사내는 빈손의 영수는 무섭지 않다는 듯이 입술을 비틀며 웃었다.
“『이제 그만 들어오시지. 자네가 괜히 사람들 따돌린다고 시간을 쓰는 바람에 일정 여러 개가 뒤틀렸다네.』”
“『우리는 각국의 수장으로서, 우리의 스케줄이 얼마나 타이트한지 아는가? 거기다 그 스케줄 하나하나마다 돈이 얼마나 드는지…』”
영수가 들어오자마자, 각국의 정상들이 늦었다며 비난을 쏟아냈다.
일일이 대꾸하지 않고 그냥 구석에 있는 자리에 앉은 영수는 웃으면서 다섯 사람의 얼굴을 눈에 담았다.
중앙에 앉은 드럼프, 좌로는 쎄레싸 마이 영국 총리와 에마엘 마카롱 프랑스 대통령 우로는 지진핑 중국 주석, 부틴 러시아 대통령이 앉아 있었다.
“『그대가 만드는 건 너무 무지막지해. 하지만, 그러면서도 우리에게 혜택을 주는 것은 없었어.』”
지진핑 주석이 말했다.
“『에너지만으로도 이 세계가 수십 년간 지켜온 평화와 균형을 무너트릴 정도였는데, 이번에는 수자원이라니요?』”
영국 마이 총리도 말했다.
“『아프리카는 유럽에 악감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랜 식민 통치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그들은 우리 유럽인들이 아프리카의 자원을 갈취해가고 그들을 갈라놓았다고 생각하죠.』”
프랑스 마카롱 대통령도 말했다.
“『그들을 컨트롤 할 수 있던 것이 식량과 약이었지. 그런데 그대가 망쳤다. 물을 무상으로 공급했어. 그들은 자원을 가져가는 기업들을 쫓아내고, 자신들이 자원을 직접 캐려고 하고 있다. 나는 아국의 기업들의 이득이 감소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야. 그렇다면 전 세계에 위협이 될 거야.』”
부틴 대통령도 말했다.
“『세계의 균형이 그쪽 때문에 위험해지고 있어. 이렇게 된다면, 미국으로 이민을 온다고 해도 받아주기 어려워져. 물론, 그것은 영국도 같을 거야. 귀족 작위가 있다고 해서 넘어갈 일이 아니지. 이건.』”
마지막으로 드럼프까지.
그리고 그 말을 듣는 동안 영수는…
귀를 파고 있었다.
“Blah, blah, blah.(블라, 블라, 블라 ; 어쩌구 저쩌구.)”
영수는 귀를 파는 반대쪽 손으로 입 모양을 흉내 냈다.
“『뭐라고?』”
드럼프가 발끈했다.
“나한텐 그렇게 들린다고.”
영수가 씨익 웃으며 말하자, 그들은 알아듣지 못하고 갸웃거리다가 귓가로 들려오는 통역의 말을 듣고 아차 했다.
“『영어와 중국어는 할 줄 안다고 들었으니, 프랑스어와 러시아어만 번역해주면 되는 건가?』”
영수가 고개를 끄덕이자 드럼프가 주변에 있는 수행원에게 손짓했다.
이내 영수에게 인이어가 전달되었다.
인이어를 착용하는데, 드럼프가 영수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요즘 중국에 나타난 슈퍼 쥐가, 그쪽 작품이라는 소리가 있소.』”
지진핑 주석 들으라는 말이다.
안그래도 그 말에 지진핑 주석이 발끈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것이 사실이란 말이오?』”
끄덕.
쿵!
지진핑 주석이 책상을 두들기며 영수를 손가락질했다.
“『그것 때문에 우리가 얼마나 힘든지 알아! 이 인민의 적!』”
“『그 부분은 조건만 맞으면 처리해 드리죠.』”
“『조건은 무슨! 우리 대 중국이 하지 못한 일을 고작 네놈이 할 수 있을 것 같으냐? 됐다. 우리가 해결한다!』”
지진핑은 고집을 부렸다.
“『이보시오. 지 주석. 우리 미국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그 쥐들을 죽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사막에 떨어트려 놓고 굶겨 죽이는 것이었소. 우리가 무기나, 약품이 없었겠소?』”
드럼프의 말에 지진핑 주석이 움찔거렸다.
“『무슨 조건이냐?』”
누그러진 말투.
“『다른 건 없습니다. 그저 지금 중국 동해안을 따라 있는 공장들을 서쪽으로 옮기고, 굴뚝에서 나오는 공장의 오염물질을 높은 환경 기준으로 처분하고 실제로도 공기를 맑게 해주시면 됩니다.』”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돈이 얼마나 들어가는지 아나? 거기다, 우리가 왜 그쪽의 말을 들어야 하지?』”
“『당근을 던지자면, 뭐… 발전소를 다른 나라보다 더 싸게, 아프리카에 공급하는 원가 정도로 해서 공급할 수 있다는 건데, 위험한 원자력 안 해도 되고 화력발전으로 공기 오염되지 않아서 좋고…』”
“『채찍은?』”
“『흐음… 솔직히 저는 아무것도 안 해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그냥 이대로 두면 중국이 지금까지 쌓은 문명과 과학기술이, 인적자원을 제외하고 다시 원시 시대로 돌아갈 텐데… 그쪽은 그래도 괜찮겠습니까?』”
“…”
지진핑 주석은 말을 멈추었다.
“『좀 더 생각해보시고요. 어쨌든… 이것 때문에 부른 것 같지는 않고… 왜 불렀습니까? 누가 뒤에 있습니까? 그리고 우리 브라더 수르에게 테러 가한 나라 어딥니까? 아니면, 어느 나라에 속한 단체가 브라더 수르에게 테러를 가했습니까? 알려주신다면, 죽이지는 않겠습니다.』”
영수의 눈에서 불이 켜졌다.
화르륵!
진짜로 불덩이가 나타난 것이다.
흠칫!
철컥! 철컥!
경호원들은 주머니에서 총을 꺼냈다.
화르르륵!
그러자 불이 더 커져 지하 회의실을 가득 덮었다.
“익!”
누군가 찔끔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뜨겁지 않았고 스프링클러조차 켜지지 않았다.
“『아, 사람을 죽이는 불꽃은 아니었습니다. 통역기와 통신용 마이크를 제외하고 전자제품을 모두 무력화시키느라고요.』”
영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멈춰!』”
경호원들이 영수의 얼굴을 향해 권총을 겨누며, 벽을 두들겼다.
딱딱!
쿵! 쿵! 쿵! 콰직!
자동문이 멈추자, 바깥에서는 문을 부수고 안으로 들어왔다.
권총이 아니라 소총을 든, 방탄복장으로 무장한 소위 말하는 특수부대 복장을 한 사람들이 잔뜩이었다.
“『괜찮으십니까?』”
“『수장들을 모셔라!』”
요원들이 달려드는데.
후읍.
영수가 작게 숨을 들이켰다.
흥!
콧구멍으로 빠져나오는 녹색의 그린 드래곤 브레스.
후르륵…
콧김 한방이 사방을 덮쳤다.
그러자…
드드득…
만들어낸 모든 물건들은 사라졌다.
컴퓨터도, 통신기기도, 의자도 테이블도, 총도, 문도, 벽도 심지어 입고 있던 옷까지.
지하에는 어느새 숲이 생겼다.
그 숲에는 아담과 이브들이 넘쳐나기 시작했다.
졸지에 영수를 제외한 사람들이 모두 알몸이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