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 who drives a Benz RAW novel - Chapter (149)
슈퍼 유망주
슈퍼 유망주
가희의 스포츠 능력이 만인에게 처음으로 공개된 것은 다름 아닌 점심 쉬는 시간 때였다.
1학년은 4교시 혹은 5교시를 하지만, 예전 초등학교와 다르게 4교시를 해도 무조건 점심 급식을 줬다.
며칠이 지나고, 이제 점점 초등학교의 급식에 적응해가는 1학년들은 교실 인근의 화단이나 스탠드로 나와 따사로운 햇살을 즐기기 시작했다.
초등학교의 점심시간에 운동장을 지배하는 것은 6학년들이었다.
그들은 운동장의 80% 정도를 차지했고, 주로 축구를 했다.
운동장을 굴러다니는 공은 둘 내지는 셋.
애들에게 무슨 기술이 있겠는가?
성나면 뻥뻥 차기 일쑤.
초등학교 6학년 생이 차는 축구공은 맞는다고 해도 위력적이라거나, 위협적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 공에 맞는 사람이 1학년 생이라면 말이 달라졌다.
팡!
퍽!
“으아아아앙!”
스탠드에 앉아 친구랑 다녀온 학원 개수 자랑으로 배틀을 뜨고 있던 1학년 생 남자아이가 공을 맞고 울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모습이 가희의 눈에 들어왔다.
“괜찮아? 뚝. 할머니가 그러는데, 남자는 울면 고추 떨어진댔어.”
가희는 우는 아이를 단 한마디로 뚝 그치게 위로(?)해주고는 화단에 굴러다니는 공을 주워들었다.
“거기 여자애! 공 좀 차 줘라! 안되면 그냥 굴려!”
가희는 공을 들고 스탠드를 내려갔다.
“야, 쟤… 걔 아니야?”
가희가 운동장으로 나오자, 6학년 애들이 술렁거렸다.
“위험하게 아무 데나 차면…”
가희가 공을 허공으로 띄우며 발을 뒤로 뺐다.
“안 되는 거 아닙니까!”
앞으로 나오는 발.
핑!
정확히 발등으로 공의 한가운데를 타격.
쒜에에에에에엑!
공기를 찢어내는 강한 소리와 함께 축구공이 흔들리며 날아갔다.
본능적으로 차올린 강력한 무회전 슛.
공이 너무 빠르게 날아왔다.
하지만 공이 어디로 튈지 몰라 피하지 못하는 고학년.
“으, 으악!”
남학생은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아버렸다.
그런데 그때.
펑!
“터, 터졌어?”
빠르게 날아오던 공은 남학생의 바로 코앞, 허공에서 터져나가 버렸다.
가지고 놀던 공이 오래된 공이었던 탓인지, 아니면 가희가 강하게 차버린 탓인지…
진실이 어떻게 되든, 아이들 사이에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발차기 한 방으로 학교 통을 순한 양으로 바꾸었고, 괴력으로 축구공을 차서 터트렸다.
학생들에게 퍼진 가희에 대한 소문은 살이 보태져서 더 무시무시한 것들뿐이었다.
이 소문이 처음으로 접한 선생님은 방과 후 취미 축구교실의 담당자인 김철인 선생님이었다.
왜냐하면, 가희가 터트린 오래된 공이 김철인 선생님의 개인 소장품이었기 때문이다.
“1학년 여자아이가 발로 차서 터트렸다고? 너 임마, 나 몰래 내가 10년간 고이 모셔둔 사인볼을 훔쳐가서 축구하다 터트려 놓고 그런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는 거야? 헛소리 하지 말고 축구공 구해와! 박성지 선수가 사인해준 공으로!”
물론, 그는 믿을 생각도 안 했다.
1학년, 그것도 여자아이가 공을 무회전 슛을 차다 못해 공을 터트리기까지 했다고?
“아니, 선생님 가지고 나간 건 정말 죄송한데, 진짜라니까요?”
“진짜고 나발이고, 거짓말을 하려면 좀 믿을 수 있는 걸 하라고.”
“아니, 제가 봤어요. 진짜라니까요? 조사하면 다 나오는데 거짓말을 왜 하겠어요? 제가?”
“야 임마! 전성기 때 박성지 선수가 아니라 호날두가 와서 차도 그공을 터트릴 수 없을 거다. 내가 그냥 공만 가져오면 참아주려고 했더니, 안 되겠네. 너 그냥 내일 부모님 모셔올 생각이나 해! 박성지 선수 사인볼 들고 찍어둔 사진 있으니까, 부모님께 직접 받아낸다.”
“아, 진짜라니까요?”
“진짜예요. 선생님. 저희들도 봤어요!”
“머리 위에서 공이 뻥 하고 터졌어요!”
“선생님 명칠이가 구라치는 거 아니라니까요?”
가만히 있던 축구교실의 다른 6학년 아이들이 나서서 답답하다는 듯이 소리쳤다.
“뭐?”
한 명이 그런다면 믿을 수 없겠지만, 동시에 여러 사람이 같은 이야기를 한다면 사람은 그게 거짓이라고 해도 의심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진짜야?”
“진짜예요. 선생님이 나중에 직접 보시라니까요?”
혼란에 빠진 김철인 선생님은 교무실에서 가희의 담임 선생님을 만났다.
그리고 다음날.
“안녕하세요. 선생님. 저는 한가희라고 합니다.”
가희가 치맛자락을 살짝 붙잡으며 김철인 선생님에게 인사했다.
“네가… 가희라고?”
김철인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당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아무리 봐도 가희는 축구공을 터트릴 수 있을 사람이 아니었다.
여자애인 데다가, 아무리 많이 봐줘야 6살 정도나 될까?
1, 2월생 조기 입학이 사라졌는데도 조기 입학으로 입학한 것 같이 작은 아이였다.
“네. 선생님. 제가 가희예요. 무슨 일로 부르셨어요?”
하굣길에 가방을 메고 잠시 운동장에 들른 가희는 순박한 눈망울로 김철인 선생님을 바라보며 물어왔다.
“아니다… 가봐라. 이놈들을 진짜…”
김철인 선생님은 실망한 채로 돌아서서 한쪽에 서 있는 6학년들을 성난 얼굴로 바라봤다.
“진짜예요! 선생님은 속고 있는 거예요. 진짜란 말이라고요. 선생님!”
6학년들은 억울했다.
“니들, 거짓말도 작작해라.”
김철인 선생은 정말 열이 받았다.
아이들이 철이 없어서 개인 소장 축구공을 가지고 갈 수는 있다.
사인이 되어있다고는 하지만, 터졌다고 했을 때도 그러려니 했다.
어차피 지인 중에 박성지 선수를 아는 사람이 있어서 하나 더 받으면 되니까.
하지만 아이들 입장에서는 가져오기 어려운 사인볼 가져오라고 하면서 부모님께 이른다고 했다.
이건 그냥 가장 컨트롤 하기 어렵다는 6학년 남학생들 약점 잡아서 말 잘 듣게 하려는 목적 때문이었다.
“어떻게 그런 거짓말을 할 수 있는 거냐?”
그런데 아이들이 입을 맞춰서 불가능할 것 같은 말을 했다.
혹시나 했다.
그런 아이가 있다면 정말 대단한 거니까.
김철인 선생은 사체과를 나왔다.
만약 아이들이 한 말이 사실이라면, 알고 있는 축구계의 선배들에게 가희를 추천해 주려고 했었다.
“이렇게 작고 여리고 귀여운 아이가 축구공을 차서 터트린단 말이야! 축구공은 터트릴 수도 있어, 하지만 선생님의 믿음은 배신하면 안 되는 거 아니니? 정말…”
모두가 그렇게 말하기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믿었는데, 그 믿음을 배신당했다.
모두가 입을 맞춰서 거짓말을 했다니, 더욱 충격적이었다.
교사생활 14년 만에 아이들에게 믿음을 주어서 이렇게까지 배신을 당해본 적이 있었을까?
없었다.
오늘이 처음이었다.
“다들, 부모님 모시고 와!”
그때였다.
“저기, 선생님.”
“응?”
가희가 김철인 선생의 바짓자락을 끌어당겼다.
“저 때문에 오빠들 혼내는 거에요? 어제 공 터진 건 제가 한 게 맞아요.”
“뭐?”
“저희들도 못 믿겠다니까요?”
“가장 쉬운 방법 있잖아요? 다시 한 번 차보면 되는 거잖아요?”
한 아이가 축구공을 들고 와 가희에게 건네주었다.
“음… 또 될지는 잘 모르겠는데…”
가희는 공을 받아 들고 가방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허 참…”
김철인 선생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팔짱을 끼고 가희를 바라봤다.
가희까지 그렇게 나오자, 다들 자신을 놀리는 것 같았다.
정말로 할 수 있다고 하니, 하라고 원 없이 기회를 주고 안 된다면 그때 혼내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통통…
가희가 바닥에 축구공을 내려놨다.
탁탁.
그리고 달려들며.
뻐엉!
강하게 공을 찼다.
“억?”
귀를 찢을 것 같은 강렬한 킥 소리에 축구교실 아이들과 김철인 선생은 동시에 귀를 틀어막았다.
쒜에에에에… 빵!
찌이익!
“보셨죠?”
“우리 말이 맞잖아요!”
그제야 아이들은 의기양양해서 소리를 쳤다.
“허… 이, 이 무슨…”
김철인 선생은 어이없는 광경에 한동안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러다 잠시 후.
“너, 너… 대단한 킥력을 가졌구나!”
“제가 또래보다 조금 강하긴 해요. 힛…”
대단한 일을 해냈지만, 가희는 혀를 내밀며 쑥스럽다는 듯이 뒷머리를 긁적일 뿐이었다.
“축구, 축구를 해보지 않을래? 이정도 킥력이라면 힘 조절과 기술만 좀 배우면 소지연 선수를 뛰어넘는, 대한민국 여자 축구계의 여제가 될 수 있을 거야. 이럴 게 아니지. 내가, 내가 좋은 선생님을 추천해줄게. 선배 중에 한국 여자 축구 국가대표 코치로 있는 형이 있는데…”
잔뜩 흥분한 김철인 선생님은 무릎을 꿇고 가희에게 눈높이를 맞춰주며 소리쳤다.
그러나 가희는 다른 할 말이 있었다.
“예전에 TV로 보긴 했는데, 저는 축구는 별로예요.”
“그, 그런? 너라면 정말 대단한 축구 선수가 될 수 있을 거야. 제발, 제발 축구를 해보지 않으련? 이렇게 부탁한다. 가희야. 축구 선수가 되자!”
김철인 선생님의 사정에 가희는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턱을 괴고 골똘히 생각하는 것처럼 했다.
“그럼… 이런 건 어떠세요?”
“어떤?”
“축구 시합을 해서 제가 지면 저는 축구를 배우는 거고, 제가 이기면 저는 축구를 안 배우고 대신 축구부는 점심시간에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지 않는 거에요.”
“음? 그런 조건으로? 하지만… 축구는 할 줄 아니?”
“예전에 병원에 있을 때 축구 좋아하는 오빠가 있어서 많이 알고 있어요.”
“그럼 혹시… 예전에 따로 축구를 해보기라도 했니?”
“아니요?”
“하… 가희야 축구는 킥력만 가지고 되는 게 아니란다. 개인적으로는 기술도 좋아야 하고 달리기도 좋아야 하고 기본기도 탄탄해야 하는 데다가, 팀원과의 호흡도 맞아야 하고 전략적으로도 숙달돼 있어야 하지.”
“그래도 제가 이길 것 같아서 그러는 거예요. 거기다 제가 매일 점심때마다 운동장에 나와서 축구공 차는 거 막는 것보다 이게 더 깔끔할 것 같고요. 오빠들, 점심시간에 공 차는 거 민폐라고욧!”
가희는 6학년 아이들을 보며 엄한 표정을 지었다.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6학년들과 김철인 선생.
“너 팀은 어떻게 짜려고? 6학년 애들이 그런 말을 듣고 좋아할 것 같지는 않은데, 4학년이나 5학년 애들하고 팀을 짤 거니?”
“네? 팀을 왜 짜죠? 저는 혼자 할 건데요?”
“그럼, 1대 1 축구를 하자고?”
“아니요? 저 혼자랑 선생님 포함해서 11명이 팀을 짜세요. 그래야 말이 안 나오죠.”
“하…”
김철인 선생은 할 말을 잃었다.
어이가 없었다.
아무리 국가대표급 선수라고 해도 성인 한 명에 초등학교 6학년생 10명을 끼고 있는 팀을 상대로 혼자서 뭘 할 수 있지는 않다.
적어도 한 명 정도는 도와주는 사람이라도 있어야지.
“너 정말이니?”
“선생님, 저 축구 하게 만들 거라고 하셨죠? 그럼 절 이겨보세요.”
가희는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으며 팔짱을 끼고 김철인 선생과 고학년들을 도발했다.
삐삐익!
말도 안 되는 경기가 시작되었다.
전후반 10분씩.
김철인 선생은 심판을 맡았고 6학년 11명과 가희 혼자서 하는 이색 축구 대결이 시작되었다.
그러다가 전반이 끝나자마자 교체가 있었다.
6학년 10명과 김철인 선생이 낀 11명 VS 가희 혼자.
삑! 삑! 삐익!
최종 스코어 8 : 0.
가희 승리.
“헉, 헉, 헉… 이건 말 도 안돼.”
“이제, 앞으로 점심 시간에 공 차면 안 돼요. 아셨죠? 아이들이 다친다고요. 히힛.”
가희는 숨조차 헐떡거리지 않았다.
11 : 1의 축구 경기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방과 후 취미 축구교실의 학생들뿐만이 아니었다.
가희네 초등학교에 있던 체육 특기반 선생님들 모두가 난리가 났다.
그들은 가희에게 달려들어 설득했다.
“음… 저는 아직은 더 많은 경험을 하고 싶어서요.”
“그래, 그러니까 일단 이 스포츠 들이 어떤지 경험만 해보는 것은 어떻겠니? 경험만, 경험만 말이다.”
“스포츠 선수로서 지금부터 준비하는 거야. 잘만 하면 3년 후에 열리는 올림픽에 나갈 수 있을 거야. 최저 연령 기록도 깨고, 최소 연령으로 금메달 따는 것에 도전도 하고 말이야.”
“너라면 어떤 스포츠를 해도 금메달 따는 게 가능할 거야. 너는 정말 천재란다. 가희야.”
“흐응…”
아무리 어른스러운 말을 한다고는 하지만, 결국 가희도 어린애였다.
선생님들이 달라붙어 설득하고 스포츠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다 보니, 과연 그 스포츠가 어떤 것인지 경험은 해보고 싶어졌다.
“그럼, 해볼까요? 히힛.”
“오오!”
긍정적인 답변을 이끌어낸 선생님들은 담임 선생님을 통해 가희네 집에 전화를 했다.
부모님께 좋은 답변이 돌아왔다.
-하지만, 절대 펜싱은 안 됩니다! 그리고 태권도, 유도, 복싱 같은 격투기류… 상대방을 상하게 할 수 있는 스포츠는 하면 안 됩니다! 그럼 절대 안 돼요!
하지만, 가희의 아버님은 펜싱이나 태권도 유도 같은 사람이 상할 수 있는 스포츠는 절대 하면 안 된다고 했다.
“아쉽구나. 가희야. 아버지가 펜싱은 반대하네…”
펜싱 담당 선생님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아버님의 방침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하고 수긍했다.
하지만, 이 대화를 듣고 있던 한 명은 그 방침에 수긍하지 못했다.
바로 가희.
“격투기…”
하지 말라는 말 때문일까?
괜히 오기가 생기는 가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