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 who drives a Benz RAW novel - Chapter (151)
아빠와 딸의 비밀
아빠와 딸의 비밀
미드랜드에서 일버른 공작을 만나고 온 영수는 오늘은 회사에 나가지 않고 집에서 기다리다가 학교를 마치고 돌아온 가희를 만났다.
“가희야 요즘은 학교에서 뭐 배우니?”
“국어랑 수학이랑 생활체험, 즐거운 생활이랑…”
가희의 입에서는 1학년 교과과정이 줄줄이 쏟아져 나왔다.
“진도 따라가는 데는 문제 없지?”
“응. 한글만 떼면 이해가 가능한 수준이니까. 내가 몇 살에 한글을 뗐다고 생각해? 훗. 병원에서 좋은 대학 나온 의사 오빠들한테 과외받아서 한글 아주 일찍 땠거든? 이 천재에게 어려운 건 없었지요. 아빠.”
가희는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가슴을 쭉 폈다.
사실 다희나 영수나 둘 다 가희의 학업 성취도에 대해서는 별로 걱정을 하지 않았다.
가희가 워낙 영특한 데다가, 예전에 몸이 연약한 탓에 밖에 나가지 못하던 시절 혼자서 많은 공부를 해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으니까.
오늘 영수가 알려고 하는 것은 그 진도가 아니었다.
“그런데 가희야 요즘 학교 끝나고 운동부에 가서 운동 배우고 있지 않아? 요즘은 어떤 운동을 하고 있어?”
“아, 그거…”
가희의 얼굴에 시무룩한 기색이 떠올랐다.
“왜 그러니?”
“그저께는 육상을 했어. 그리고 어제는 역도를 했는데…”
“했는데?”
“너무 시시하더라고.”
“시시하다고?”
가희가 고개를 사정없이 끄덕였다.
“육상은 그냥 뛰는 거래. 대충 뛰었는데 100미터에 9초대가 나왔다고 선생님이 갑자기 올림픽에 나가자고 끈질기게 붙는 것 있지? 너무 부담스러워서 관뒀어.”
“선생님이 끈질기게 붙었다고? 그거 선생님이 잘못 했네. 하기 싫다는데 강요하는 게 어딨어? 이 아빠가 가서 한마디 해야겠구나?”
“괜찮아. 내가 강하게 의사 표현을 한 뒤로는 강요를 안 하더라고. 힛…”
가희의 말에 영수는 또 한 번 마나 웨이브로 선생님을 ‘지리게’ 한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전화가 오지 않았던 것으로 보아 그러 일은 없었나 보다.
‘아니면, 나이 먹고 오줌 쌌다고 하기 그래서 전화를 안 한…’
“역도 선생님은 내가 150키로짜리 드는 걸 보더니 막 밥을 먹자고, 밥을 많이 먹어야 한다고 고기 먹으러 가자고 하는 거야.”
“고기를?”
‘고기 사주는 사람 치고 나쁜 사람은 없는데…’
“막 내가 왜 그래야 하냐니까, 이제부터 나보고 살쪄서 근육을 늘리래. 그러면 근육도 더 커지고 힘이 세져서, 세계 챔피언이 될 수 있다고 하는 거야. 내 나이에 이렇게 강한 건 찾아볼 수 없지만, 세계 최고가 되기에는 체격이 너무 부족하다는 거 있지?”
“체격이 부족하다고?”
“선생님 막 웃기지 않아? 나는 가진 힘의 반의 반도 안 썼는데 나보고 힘이 약하다고 하고, 살이 쩌야지만 강해진다고 하고… 너무 나를 모르는 것 같아서 기분이 너무 상했어. 그래서 역도도 그만두기로 했어. 솔직히, 무거운 거 그냥 들었다 놨다 하는 거잖아? 나는 큰 매력을 못 느끼겠더라고.”
역도 선생님의 욕심이 너무 과했다.
가희는 초등학교 1학년생이다.
150kg짜리를 들었다는 것만으로도 해외토픽감일 텐데, 거기서 더 많은 것을 바라다니…
흥분하는 것은 이해하겠지만, 오히려 그렇게 부담스럽게 해서 가희의 흥미만 잃게 했을 뿐이다.
“그렇구나… 그럼 요즘은…”
“오늘은 학교에서 가는 수영 센터에 갔다 와 봤어. 막 축구부 하는 선생님이, 신나서 선배들한테 소개시켜 준다면서, 계속 운동을 하라고 하는 거 있지?”
“수영은 어땠어?”
“힛. 지난번 여행 가서 아빠에게 배운 수영 실력 제대로 뽐내주고 왔지. 물이 편하긴 편한 것 같아. 그런데 누가 더 빠르다고 경쟁하는 건 별로 재미가 없더라.”
가희의 말에 영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나.”
‘가희는 이미 마나 나이트의 경지에 올랐어. 신체의 빠르기와 강함을 겨누는 곳에서는 적수가 없으니 재미가 없을 수밖에 없지…’
하지만 스포츠에는 단순히 신체의 빠르기와 강함을 겨누는 것 말고도 예술적인 측면을 겨루는 것들도 있었다.
피겨 스케이팅이나, 리듬체조 같은 것들은 피지컬도 중요하지만, 음감과 박자감, 동작들의 예술성이 중요하니까 말이다.
“그럼 아빠가 다른 스포츠 선생님들도 찾아봐 줄게. 혹시 가희가 따로 해보고 싶은 스포츠는 없어?”
“내가 해보고 싶은 것?”
“응.”
“으음…”
가희는 턱을 괴며 골똘히 고민을 하는 듯하더니, 이내 바로 입을 열었다.
“펜싱이나 태권도, 복싱 같은 격투기 종류?”
“아… 가희야. 그게 있지…”
영수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어렸다.
“하지 말라고 하려고? 흥! 언제는 하고 싶어 하는 게 뭐냐고 물어봤으면서!”
가희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아니, 그것들을 배우지 말라는 건 아닌데 아무래도 가희가 다칠 수도 있고, 그게 아니더라도…”
영수는 가희가 너무 강해서 상대하는 사람들이 다칠까 봐 배우지 못하게 하겠다는 말은 차마 하지 못하고, 쩔쩔매며 변명을 했다.
가희는 그런 영수를 지그시 쳐다봤다.
“크흠…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가희가 다칠 거라고 생각하진 않아. 하지만 우리 가희는 너무 강해서 상대방을 다치게 할 수 있어. 그렇게 되면 가희가 정신적으로 괴로워하지 않을까 싶어서… 아빠는 가희를 지켜주려고 그랬단다.”
솔직하게 말을 했더니 가희는 알아들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헤에… 그랬어? 그럼, 아빠 봐서 안 할게. 앞으로는 이런 설명 없이 하지 말라고는 하지 말아요. 막, 괜히 더 하고 싶어지잖아.”
“미안하다. 가희야.”
“미안하긴. 안 그래도 요즘, 나 너무 힘이 세진 것 같긴 해. 평소에도 힘 조절 하기가 힘들다니까? 아빠가 준 보약을 먹어서 그런 거겠지?”
“그 보약은 가희가 건강해지게 하기만 한 거야. 지금처럼 강해진 것은 가희가 천재였기 때문이야. 혹시 가희야, 요즘 몸속에서 뭔가 기운 같은 것이 느껴지지 않니?”
“기운?”
가희의 질문에 영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슬쩍, 마나를 끌어 올렸다.
“아아… 그거?”
가희가 손뼉을 치며 영수를 가리켰다.
“맞아. 이 기운. 혹시… 느껴지니?”
“그건 옛날부터 느꼈어. 그리고 떠북이 몸에서도 느껴지던데, 요즘 보면 떠북이 상태가 이상한 것 같지 않아 아빠? 먹는 것도 많이 먹고…”
“헛…”
영수는 가희의 말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가희를 얕보고 있었다.
가희는 영수가 생각하는 것보다 이미 오래전부터 마나 나이트였다.
이미 예전부터 마나를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아빠, 나한테 뭔가 숨기는 거 있지?”
뜨끔.
영수는 속으로 뜨끔했다.
“왜 그렇게 생각하니?”
“그렇잖아. 떠북이의 상태도 갑자기 이상해졌고, 아빠는 매일 밤만 되면 일하러 간다고 나가는데, 가끔 보면 기운이 우리집 근처에 있는 다른 집 주차장에서 끊기거나 나타난다거나 하고 그러거든?”
가희가 그렇게 멀리까지 마나를 느끼고 있을지는 상상도 못했다.
하지만, 괜히 마나나이트의 경지가 아니었다.
“아, 그건… 음…”
할 말이 잘 떠오르지 않았다.
뭐라고 변명하는 것도 그렇지만, 딸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도 좋지 않았다.
“괜찮아. 원래 사람마다 말 못할 비밀이나, 영업비밀 같은 건 하나씩 있는 거 아니야? 아빠가 하는 일이 상당히 큰일이잖아? 그거랑 관련된 거겠지 뭐.”
다행히, 가희가 먼저 나서서 어색한 상황을 덮어주었다.
정말 이럴 때 보면 어린아이를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다 큰 어른을 상대하는 것 같았다.
“나중에 때가 되면 아빠가 알려줄게. 대신 아무래도 아직은 때가 아닌 것 같아.”
“언젠가는 알려준다는 거야? 기대할게 아빠. 히힛.”
“그런데 가희야… 몸을 지킬겸, 격투기를 하나 정도는 배우고 있는 게 나쁘지 않을 것 같아. 대련은 하면 안 되겠지만…”
“격투기? 나 그럼 펜싱 배워도 되는 거야? 아니면, 태권도?”
“일단, 아빠한테 배우는 건 어떻겠니?”
“아빠가? 격투기를 가르쳐 준다고?”
“종합 격투기에 검술이 혼합된 것을 가르쳐줄까 하는데…”
“응! 좋아!”
가희는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하나 약속해야 할 게 있어.”
“뭔데?”
“다른 곳에서는 절대 이 힘을 보이면 안 되고, 다른 사람을 이 힘으로 해치면 안 된다는 거야. 오로지,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만 사용하는 거지. 아빠가 뭔 말 하는지 알겠어?”
“응! 절대! 내가 위험한 상황이 아니면 폭력을 휘두르지 말라는 거잖아. 꼭 그렇게 할 게.”
가희가 영수를 향해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영수는 피식 웃으며 작은 가희의 새끼손가락에 자신의 손가락을 걸고 약속을 했다.
“이건 도장이라는 거야. 복사도 쥐이이이잉.”
가희와의 계약이 끝나자, 영수는 집에 있는 다용도 룸에서 미드랜드에서 일버른 공작에게 직접 배워온 검에 대한 기본기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국에서는 전대미문의 마나 나이트의 엘리트 코스를 밟는 사람이 키워지고 있었다.
라트 왕국의 수도 라트 브라타니아의 왕실.
“뭐? 일버른 공작이… 자신의 영지를 버리고 놈의 밑으로 들어갔다고?”
마법사에게서 받은 쪽지를 읽고 있던 라트 3세가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하아… 어쩌면 대세가 아닐까요?”
국방상서 라이트딜레이 후작은 한숨을 쉬며 이제는 다 내려놓은 표정으로 국왕을 쳐다봤다.
“갈! 그것이 국방상서라는 자의 입에서 나올 말인가?”
“그는… 재앙과 같은 자입니다. 우리가 어쩔 수 있는 자가 아닙니다. 그것을 잘 알지 않습니까? 국왕 전하. 그는 마치 신이 내린 재앙 같은 존재입니다.”
“하아… 신이 내린…”
발끈했던 국왕의 의지가 시무룩하게 꺾이려는데…
“라이트딜레이 후작 각하! 그것은 신성 모독입니다!”
메시지를 전달했던 왕실 마법사가 흥분하며 소리쳤다.
현재 국왕의 집무실 내에는 국왕의 건강을 관리하는 신관도 있었다.
그 신관이 가만히 있는데, 왜 마법사가 흥분하는 것일까?
“그런 식으로 신을 모독하지 마십시오! 신께서는 그런 결정을 내리지 않으셨습니다!”
“죄송합니다. 파트리스 대사… 제 말이 헛나왔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라이트딜레이 후작이 쩔쩔매며 마법사에게 사과를 했다.
“미안하네. 파트리스. 내 후작을 대신해 사과하도록 하지. 라이트딜레이, 이 무슨 무례란 말인가?”
“죄송합니다. 전하…”
두 사람의 사과에도 마법사의 표정은 풀리지 않았다.
“더 이상 실수는 용납하지 못하겠네. 라이트딜레이 후작. 현시점을 기점으로 자네를 국방상서에서 해임하도록 하겠네.”
국왕의 입에서 라이트딜레이 후작의 국방상서 해임 명령이 나올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라이트딜레이 후작가는 라트 왕국의 탄생을 도운 기사의 가문이었다. 왕국과 역사도 함께했고 국방상서로서, 왕실을 지키는 마지막 벽으로서, 수백 년을 충실하게 개처럼 일했었다.
“흠… 제 화가 조금 누그러지느 것 같습니다.”
그런데 고작 통신을 전달해주던 마법사가 기분나빠한다고 그런 그를 해임하다니…
“…”
라이트딜레이 후작은 말없이 떨리는 손을 들어 올렸다.
그는 손에 끼워져 있는 두 개의 반지 중 하나를 벗어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국방상서임을 나타내주며 그의 권리를 증명해주던 반지이자, 후작이 되고 난 이후 한 번도 떼어놓지 않았던 반지이기도 했다.
그는 이제는 정말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말았다.
“파트리스 대사. 죄송합니다. 부디 용서해주시길… 전하, 강녕하시길 바랍니다. 더 이상 자격이 없는 저는 이곳에서 나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영광이 함께하시길…”
라이트딜레이 후작은 힘없이 어깨를 추욱 늘어트리며 응접실을 빠져나갔다.
쓸쓸한 퇴장이었다.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국왕의 얼굴에는 착잡한 표정이 떠올랐다.
“쯧… 가장 가깝다는 국방상서부터 저러니, 기사들과 병사들의 사기도 저러는 것 아닙니까? 이래서야 어찌… 작전을 시작하겠습니까?”
마법사가 혀를 차며 가까이 다가왔다.
“그 말은… 작전을 시작한다는 건가?”
“네. 이제 시작입니다.”
“드디어!”
종일 울상이던 국왕의 얼굴에 비로소 미소가 맺혔다.
영수가 막 평택 공장 주차장에서 미드랜드에 가려고 했을 때였다.
우우우웅…
갑자기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저장된 번호를 확인하니 드럼프의 번호였다.
“『오랜만이군요. 데드라인은 아직 남았는데, 그 사이에 범인을 찾으신 겁니까?』”
-『저는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그들은 일루미나티 내부 신흥 소모임인 ‘선택받은 자’라는 모임으로 유대인, 일본인들이 주축이 되고… 허, 허억? 백악관 내부에까지? 으 으악!』
-『피하십시오. 각하!』
퓻! 퓻!
-치지짓…
이상한 전파음이 들리고, 더 이상 전화가 들려오지 않았다.
영수는 휴대폰을 품속에 집어넣으며 차에서 내렸다.
“플라이.”
붕 떠오르는 몸.
“매스 블링크, 매스 블링크, 매스…”
영수의 몸이 공간을 접어가며 빠르게 나아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