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 who drives a Benz RAW novel - Chapter (153)
마나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마나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가희의 어깨가 잘게 떨리고 있었다.
담담한 척은 했지만, 처음으로 자신의 주먹으로 사람을 때려눕힌 이후였다.
항상 어른인 척하지만, 가희는 아직 일곱 살짜리 어린아이가 아닌가?
“가희야. 사실은 많이…”
“응. 실전은 처음이지만, 많이 재밌었어. 격투기가 이렇게 재미있는 스포츠라니…”
흥분과 환희에 의한 몸의 떨림.
“…”
어쩌면 가희는 영수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뛰어난 기사의 재목일지도 모른다. 마음가짐부터 남달랐으니…
우우웅…
그때 영수의 휴대폰이 울렸다.
‘벌써 심문을 끝낸 건가?’
“가희야, 이제 집으로 들어갈까? 이 사람들은 아빠가 맡을게.”
영수는 휴대폰을 확인하기 전에 우선 가희를 집 안으로 데리고 갔다.
회사에 간다고 나갔던 영수와 집에 있는 줄 알았던 가희가 밖에서 들어오자 다희는 깜짝 놀랐다.
“가희야 이 시간에 어디에 갔다 온 거야?”
“요즘 아빠한테 호신술을 배우고 있는데,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있어서 아빠한테 전화해서 물어봤더니, 아빠가 와서 알려줬어. 그치 아빠?”
영수는 태연히 거짓말을 하며 자신을 바라보는 가희를 멍하니 바라보다 다희의 눈빛을 받으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가희가 소질이 있더라고. 몸을 지키고 힘을 조절할 수 있게 되라고 하나 가르쳐 주고 있는 게 있는데…”
“그래도 지금 시간이 몇시니 가희야?”
“내일 주말인데 조금 늦게 자도 되지 않을까?”
“키 빨리 크려면 규칙적으로 자야 한다고 의사 선생님이 말 했어요? 안 했어요?”
“아차, 나 키 커야지! 아빠 그럼 나 들어가서 잘게요!”
가희는 발소리를 내지 않고 빠르게 자신의 방으로 뛰어들어가 버리더니 어느새 이불 속으로 쏘옥 들어가 누워버렸다.
“나갔다 왔으면 세수하고 이빨 닦아야지!”
“히잉… 싫은데…”
가희는 결국 다희의 손에 이끌려 씻고 나서야 다시 침대에 누울 수 있게 되었다.
영수는 자고 있는 가희의 이마에 뽀뽀를 해주고, 다희에게 다시 외출 키스를 하고 집을 빠져나왔다.
집에서 조금 벗어나 차를 세우고는 문자를 확인하려고 휴대폰의 잠금을 해제했는데…
‘어플 알람?’
[나의 영지 어플 – 침입 경보 : 한국 34령]영수는 인상을 찌푸리며 나의 영지 어플을 클릭했다.
한국 34령을 클릭하자 2D화된 영지의 정경이 펼쳐졌다.
평소라면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데, 영지의 앞쪽에 사람들이 표시되고 있었다.
영지 앞에 있는 사람들의 주변에는 붉은 테두리가 처져 있었고 머리 위에는 느낌표가 떠 있었다.
영수가 화면을 터치하자, 화면이 폐쇄회로 화면처럼 실사로 바뀌었다.
바뀐 화면에는 사람들, 무장하고 있는 병사들이 가득 차 있었다.
-정렬! 정렬하라!
-모두 정렬하라! 간격을 벌리고 서 있어!
화면을 돌리자, 병사들의 사이를 말을 타고 달려 다니며 정렬을 시키고 있는 기사들이 보였다.
무장을 보면 필시 아군은 아니었다.
줌아웃에 시점을 이리 저리로 옮겨봐도, 병력의 숫자는 대략적으로 얼마인지조차 확인이 불가능할 정도로 많았다.
‘한국34령이 원래 백작령 아니었던가?’
백작령이면 인구가 못해도 4, 50만 가량은 살고 있는 거대한 성이다.
그곳의 절반을 수백 줄이 넘는 군세로 성벽의 절반 정도를 두르고 있는 것으로 보아, 적어도 수십만이라는 것 정도만 확인할 수 있을 뿐이었다.
공작들의 세력을 야금야금 갉아먹었기에 현재 라트 왕국 내에서 이 정도로 많은 대군을 한 번에 움직일 수 있는 귀족은 아무도 없었다.
물론 남은 공작들이 세력을 결집한다면 현재로서 총동원 가능한 숫자는 20만에서 30만 사이라고 들었다.
그러나 공작들은 자존심과 지리적 분리 때문에 이렇게까지는 모이지 않을 거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귀족들을 제외하면 이런 일이 가능한 사람이 한 명 남는다.
‘국왕군인가…’
단일 세력으로 거의 40만 가까운 군세를 모을 수 있고, 거기다 공작들의 남은 세력들을 규합시킬 명분도 있었으니까.
라트 왕국의 절반 이상을 먹은 시점부터 언제가 한 번 국왕이 움직일 것이라고는 생각했다.
하지만 그 동안은 신중했는데, 무얼 믿고 이렇게 움직인 걸까?
‘움직이는 순간이 자신의 제삿날이라는 것을 알았을 텐데 말이야…’
어쩌면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받다가 그것이 끊어져서 버티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래도 이렇게 많은 군사들과 기사들을 이끌고 쳐들어왔으니…
“예상 시나리오 내에 있긴 하지만, 항복하는 것이 가장 좋았을 텐데… 참모부는 생각이 없는 건가? 아무리 많은 병력을 동원한다고 해도 우리에게 타격을 주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모를 리가 없는데…”
영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화면에서 나와 영지 주변을 살폈다.
성벽 위를 클릭하자, 병사들과 기사들이 분주하게 전투를 준비하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이쪽은 기사 서른과 한국1령 출신 정예병 300명, 한국34령 현지에서 직접 뽑은 병사들 4,000뿐이었다.
수십만에 맞서 싸우기에는 너무도 적은 숫자.
하지만 그렇다고 적은 숫자도 아니었다.
영수는 펑펑 남아도는 마나석을 적극 활용하는 중이었다.
각 영지에는 수비를 위한 마법 스크롤이나 아티팩트가 종류별로 1천 개씩은 비치되어 있었다.
외부로 나가는 스크롤이나 아티팩트의 활성화는 영수가 직접 했기에 마법의 등급도 상대방의 마나 방어력도 무시하는 무지막지한 마법들이 발사 되었다.
스크롤을 찢거나 아티팩트의 시동어를 외칠 사람만 있다면, 아무리 힘만 숭상하는 멍청한 지휘관이라도 충분히 피해 없이 방어해낼 수 있을 것이다.
‘미리 준비한 필드 매뉴얼에는 광범위 슬립 스크롤부터 사용하는 시나리오가 준비되어 있었지…’
성문 쪽을 둘러보던 영수는 밖으로 나와 영지 내의 자동차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어플에 연동된 내비를 켜고 차의 수량을 파악했다.
그런데….
“음?”
영지를 향해 다가오던 기차가 역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 자리에 그대로 멈춰 있었다.
‘기차가… 멈췄다고?’
기차역이 있는 곳이 아닌 이상, 철마는 달려야 한다.
그래야지만 고도로 정밀하게 계산된 노선도의 스케줄을 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기차를 손가락으로 클릭했다.
화면이 바뀌자, 영수는 줌인을 하고 화면을 이동해 빠르게 기차의 기관실을 비췄다.
-『이거 이거… 갑자기 불의 돌이 완전히 활동을 멈춰버렸어.』
-『불의 돌도 멈췄나? 이거 통신용 수정구도 완전 먹통이군.』
-『마나석은 바꿔봤어? 예비용으로 말이야.』
-『마나석만 바꿔봤겠는가? 불의 돌 여분을 다 바꿔 껴봤네.』
-『허허 이게 무슨 일일꼬…』
기관사와 부기관사로 추정되는 두 드와프가 갑자기 멈춰버린 기차 때문에 땀을 뻘뻘 흘리며 여러 가지 것들을 체크하기 시작했다.
찌익!
심지어 스크롤까지 찢었지만, 모든 것이 먹통이었다.
-『잠깐만. 이거 지금 보니까 안티 마나필드라도 펼쳐져 있는 거 아냐?』
-『안티 마나필드라고? 1,200년 전에 마왕 잡느라 사용하다가 실전된 거 아니었어? 지금 와서야 누가 사용할 수 있다고?』
‘안티 마나필드?’
생소한 말에 영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들의 대화 내용을 통해 유추해 보니, 현재 영지 주변 일정 범위 안에서는 마나를 사용할 수 없다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그 말은 영지의 5,000명 정도밖에는 되지 않는 병력으로 마법의 도움도 없이 수십만의 병력을 막아내야 한다는 소리였다.
“이런…”
‘그렇게 되면 모든 마도구와 아티팩트가 활동을 할 수 없다. 우리 군사들이 사용할 수 있는 힘이 줄고… 피를 봐야 한다는 소리… 마나석과 흑마석에 저장된 마나까지 멈추는 것으로 보아, 어쩌면 나라고 해도 저 영지 안에서 마나를 움직이는 것은 불가능 할지도…’
자신이 직접 도와주러 간다고 해도 마나가 너무 많아서 사용하지 못했던 마나 대륙과는 또 다른 의미로 마법을 사용하게 될 수 없을 확률도 다분했다.
자신만 해도 당황스러울 정도인데, 수십만 대군을 앞두고 있는 우리 기사들과 병사들 과연 어떤 심정일까?
“항복하라! 이곳 주변에는 광범위한 범위에 마나를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안티 마나 필드가 걸려있다. 네놈들이 자랑하는 아티팩트가 더 이상 활약할 수 없게 되었을 걸? 후훗. 앞도적인 힘과 숫자를 보아라! 이제는 우리들의 승리이다! 물량 앞에 굴복하라! 지금 당장 항복하라!”
성문 앞에서는 왕국군의 사자가 달려 나와 항복을 권유하고 있었다.
그 사이, 성문 위에는 기사들이 모여 긴장된 표정으로 스크롤을 찢고 있었다.
찌익!
“이것도 먹통…”
“크윽, 안티 마나 필드라니, 허를 찔렸군.”
“들어와야 하는 기차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거기다 통신용 수정구와 비상용으로 챙겨두었던 영지 귀환용 스크롤도 먹통이라고 합니다.”
“후우… 하는 수 없겠군. 그래도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다행이요?”
“우리에게는 뛰어난 방어구와 신검이 있지 않은가?”
기사들은 헬멧을 착용하며 그들이 신검이라 부르는 정글도의 칼집을 아예 바닥에 내려놨다. 그리고는 칼의 손잡이를 붕대로 손에 완전히 감아버렸다.
결사 항전을 의미하는 것이다.
“아티팩트들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 아쉽군요. 최소한 이것만 사용할 수 있어도…”
자그락.
한 기사가 품속에서 아티팩트, 비비탄 총을 꺼내 들었다.
“그것 또한 아티팩트가 아닌가? 아무도 흉내 내지 못하는 영주님께서 직접 만드신 아티팩트…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리 영주님이 직접 만드신 아티팩트라고 하더라도 쓸모가 없는 것 같군.”
“크윽… 분합니다.”
촤르륵…
기사는 손에 쥔 비비탄 총을 허공을 향해 휘두르며 성문 아래를 내려다봤다.
평소라면 비비탄 총을 들고 이렇게 허술하게 움직이지 않았을 텐데, 든든하던 무기가 이제는 아쉬움을 가져다 주는 무기로 변해버렸다.
이제는 헬멧을 착용해서 밖으로 티가 나지 않아서 그렇지 현재 한국령의 기사들은 표정들이 모두 하나같이 어두웠다.
상황이 좋은 흐름으로 흘러가지 않았다.
거기다 한국1령의 초창기 기사 멤버들이라면 모르겠어도, 이곳 한국34령에 파견된 기사들은 대부분 한국2령이 생긴 뒤 온 기사들이었다.
그래서 이들은 대부분 영주가 단순한 ‘마법사’인줄로만 알고 있었다.
물론, 마법사도 대단한 것이긴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오히려 영주가 마법사이기 때문에 사기가 떨어졌다.
그들이 ‘드래곤’이라든가 ‘마왕’이라든가 하는 정체가 있다는 소문만에 조금만 귀를 기울였어도, 이렇게 불안하지는 않았을 텐데…
“그런데 사실 영주님께서 주신 방어구와 이 신검도 어쩌면 아티팩트였던 것은 아닐까요?”
“설마…”
한 기사의 발언에 다른 기사들도 술렁거렸다.
성벽과 성문을 끼고 있다고는 하지만, 적의 기사 전력만 해도 영지를 지키는 기사와 병사들의 숫자를 합한 것보다 더 많은데…
그런 이들을 상대로 정말 아무것도 없이 예전 무기로 싸워야 한다고? 역부족인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절망적이었다.
그러나 기사들은 절대 항복할 생각도 영주를 배신할 생각도 하지 않았다.
기사로서 영주에게 충성하고 우리 영지의 약자들을 돌보겠다는 서약을 했기 때문이다.
“항복해라! 우리가 원하는 것은 오로지 국왕전하를 거스른 반역도이자 온 국토를 유린하고 마족과 계약하여 미드랜드의 기운을 흐트러트리는 사악하고 최악인 마법사 한 자작의 목숨이다! 항복한다면 네놈들의 비루한 목숨만은 살려주마!”
때마침 밖에서 또 다시 항복을 권하는 사자의 외침이 들려왔다.
말이 항복을 권하는 사자지, 실제로는 영지 병사들의 사기를 떨어트리고 화를 돋우어 성문을 열고 나오도록 유도하는 역할이었다.
“크윽! 감히 네놈이 영주님을 모독하다니! 에라이 치사한 놈들아! 거기 꼼짝말고 있어라! 내가 마나만 사용할 수 있게 되면 비비탄총 아티팩트를 사용해서, 네놈의 대갈통을 박살을 내줄 테니까!”
참고 참던 한국34령의 기사 호세 페르단데스는 성벽 위로 다리를 올리며 소리쳤다.
“푸하하핫. 반역자의 졸개답구나. 그간 너희들이 자랑하던 아티팩트와 마법 도구들을 사용할 수 없게 되니, 무력함을 느끼나 보지?”
“아오, 마나만 움직였어도 확 쏴버리는 건데…”
열이 머리끝까지 뻗친 페르난데스는 성문 아래를 향해 비비탄 총을 겨누었다.
철컥.
장전후, 안전 그리고 방아쇠를.
딸칵.
퐁!
“응?”
콰쾅!
으아아악!
성문 앞, 항복을 권하던 사자의 주변이 거대한 바위라도 떨어진 양 움푹 파이며 사방으로 파편이 튀었다.
그리고도 한동안 흙먼지가 흩날렸다.
“어?”
“이거…”
한국령의 기사들은 모두 고개를 돌려 총알을 발사한 페르난데스를 바라봤다.
“쏘오… 쏴지네요?”
“쏘오… 쏠까요?”
누군가의 말에 모두가 자신도 모르게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철컥.
반격의 실마리가 장전되었고 기사들의 입가에는 웃음 한 줄기가 장전되었다.
“발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