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 who drives a Benz RAW novel - Chapter (158)
오빠, 나… (최종화)
오빠, 나…
금요일 저녁이었다.
다음날 가족여행을 준비하고 있던 영수는 드와프들에게 맡겨두었던 수제 텐트를 안 가져온 것을 확인하고는 텐트를 가져올 겸, 잠시 집을 빠져나왔다.
꾹, 꾹.
집 근처에 있는 미드랜드용 주차장에 가서 타서 내비를 누르고 있는데.
“아빠, 어디가?”
불쑥 뒷좌석에서 튀어나온 가희.
“엇? 너 언제부터…”
꾹!
깜짝 놀란 영수는 자신도 모르게 내비의 확인 버튼을 누르고 말았다.
팟!
떠어어…
“아까부터 떠북이랑 아빠 차고에서 숨바꼭질하고 있었는데?”
눈앞에 있는데도 기척과 마나가 느껴지지 않았다.
며칠 사이에 가희의 능력이 자신의 기운을 완전히 숨길 수 있을 정도로 진일보한 것이다.
그것도 고작 떠북이와의 숨바꼭질 놀이를 하다가 그런 재능을 발견했다니…
‘역시 내 딸은 천재야…’
“근데 아빠. 여긴 어디야? 공기부터 질이 다른 것 같은데? 요즘 공기 중에 막 늘어나는 기운이 여기는 가득해.”
가희가 하는 말은 마나 밀도였다.
“응 그러니까 여기는 아빠가…”
뭐라고 해야 하나 고민을 하는 찰라.
“우와! 아빠! 어서 와!”
잠에서 깬 안단테가 주차장으로 달려왔다.
‘앗…’
“아… 빠라고?”
고개를 갸웃거린 가희가 팔짱을 끼더니 영수를 빤히 쳐다봤다.
설명을 필요로 하는 모습.
“그러니까, 가희야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면…”
“아빠? 옆에 있는 애는 누구야?”
“그러니까, 안단테 이쪽은 가희인데, 내 딸이야. 그러니까 너희 둘 다 내 딸인데…”
곤란한 표정으로 안단테와 가희를 동시에 바라보는 영수.
호기심 어린 얼굴로 가희와 영수를 동시에 바라보는 안단테.
경악한 표정으로 안단테와 영수를 동시에 바라보는 가희.
“아빠 설마…”
가장 먼저 가희가 입을 열었다.
“두 집 살림?”
“컥…”
어린애의 입에서 나올만한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아침 드라마를 어린이용 EBS 프로그램보다 사랑하는 가희라면 충분히 할 수 있는 말.
“그러니까, 이게 두 집 살림이라기보다는…”
그런데 생각해보면, 설명할 수 있는 것은 그거 하나였다.
지구의 집과 미드랜드의 집을 번갈아 오가면서 가족들과 생활하고 있지 않은가?
‘아, 아니야 이렇게 말리면 안 돼.’
영수는 정신을 가다듬으며 가희를 돌아봤다.
“일단 들어가자. 어떻게 된 일인지, 여기에서 말하기에는 사연이 너무 길구나.”
영수는 가희와 함께 차에서 내렸다.
“영주님 오셨습니까?”
“다과를…”
식당으로 들어간 영수는 시녀장에게 다과를 부탁했다.
영수를 사이에 둔 가희와 안단테는 서로에게 혓바닥을 내밀며 견제를 했다.
달그락.
하지만 차와 먹을 것이 나오자 가희는 여전히 눈빛을 쏘아대는데 안단테는 불안불안해 하며 시선을 먹을 것에 두었다.
“먹을까?”
“설명을 해주셔야겠습니다. 아. 버. 지.”
가희는 팔장을 끼며 영수를 다그쳤다.
반면 안단테는 시녀장이 가져다준 쿠키를 양손으로 입에 넣기 시작했다.
“누가 안 뺏어 먹으니까 천천히 먹으렴. 안단테.”
“진짜 안 뺏어 먹을 거야?”
영수에게 묻던 안단테는 가희를 힐끔 돌아보며 눈치를 살폈다.
가희가 고개를 끄덕이자.
와작. 와작.
그제야 천천히 쿠키를 씹어먹는 안단테.
“얘는 안단테야. 이 세계에서 내 가슴으로 낳은 나의 수양딸인데, 일이 어쩌다 이렇게 되었냐면…”
영수는 가희에게 스티커를 받았던 날부터, 네비게이션을 눌러서 미드랜드로 올 수 있게 되었던 시절부터 있었던 이야기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영지를 얻게 된 경유와 지구와 미드랜드를 오가며 돈을 버는 과정, 미드랜드와 마계와의 전투 등 이곳에서 알아야 하는 역사와 마지막으로 안단테와 만나게 된 과정에 대해서 설명해주었다.
“해서, 나를 물어본 안단테는 내가 아빠라고 확신을 하고…”
“…”
이야기하던 도중 고개를 돌리니, 가희는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가희야…”
가희는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안단테에게 다가갔다.
“너는 왜 울어?”
“많이… 힘들었지?”
“나 하나도 안 힘들어. 우리 아빠가 맛있는 것도 먹게 해줬고 재미난 장난감도 가져와 줬고 좋은 침대도 줬고, 아 또 학교도 다닐 수 있게 해줬어! 히…”
안단테는 해맑게 웃으며 가희를 바라봤다.
가희는 그런 안단테를 울면서 꼭 끌어안았다.
“나도 우리 아빠 딸이야. 그러니까 우린 가족이야. 아빠의 딸로서 잘 해보자 우리.”
“아빠 딸?”
안단테가 의문 가득한 눈으로 영수를 바라봤다.
영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둘 다 내 딸이야. 눈에 넣어도 안 아픈…”
“그럼… 우리는 친구? 아니 가족?”
“둘은 자매지간이야.”
영수의 설명에 안단테는 자신을 꽉 끌어안은 가희를 두 손으로 꼭 끌어안았다.
“자매 좋다. 힛…”
“안단테라고 했지? 언니라고 불러. 모르는 게 있으면 많은 걸 알려줄게.”
가희는 눈물을 닦으며 안단테의 머리를 쓸어넘겨 주었다.
“언니? 왜 언니야? 나 나이 많아. 아빠가 나 드래곤 중에서 젤 나이 많댔어. 우쒸…”
안단테는 가희에게서 벗어나며 입술을 삐쭉 내밀고는 고개를 돌려 토라진 척을 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영수의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맺혔다.
한시름 덜게 되었다.
그리고 과연 둘이 어떻게 언니 동생을 하게 될지가 궁금했다.
“가희야. 실제로 나이는 안단테가 위란다. 무려 1,200살이 넘었어.”
영수는 정신연령이 높고 똑똑한 가희가 일방적으로 유리해지지 않게 실제 안단테의 나이를 공개하며 여유롭게 차를 마시기 시작했다.
“안단테, 혹시 애가 어떻게 생기는지 알아?”
“푸웃!”
영수는 순간 차를 뿜어댔다.
안단테가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가희를 쳐다보고 있었다.
“어떻게 생기는지 알아?”
“응. 나는 알지.”
“알려줘!”
“그럼 앞으로 나한테 언니라고 불러.”
“응! 언니!”
“가희 언니 해봐.”
“가희 언니!”
“아이 잘했다! 내 이쁜 동생. 일루와 봐.”
가희는 안단테의 볼을 주물럭거리며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안단테는 반항하나 하지 않고 순종적으로 서서 동그랗게 눈을 뜨고, 매우 존경스러운 표정으로 가희를 바라봤다.
말 한마디에 서열 정리 완료하다니, 가희도 대단했다.
“근데 가희 언니, 아이는 어떻게 생기는 거야?”
“그건 말이지…”
“그런 건 가르쳐 주면 안 돼 가희야!”
영수는 다급히 가희를 바라봤다.
눈빛으로 벌써 그런 걸 알려주면 안 된다고 사정했다.
“나중에 둘이 있을 때 알려줄게.”
“안 되겠다. 가희야 늦었으니까 빨리 집으로 돌아가야겠다.”
“우웅! 아빠 싫어! 가희 언니가 나 애 어떻게 생기는지 알려준다고 했단 말이야!”
“그, 그런 건 알아서 뭐하려고? 안돼! 아직 새벽이니까 안단테는 가서 더 자. 그리고 가희는 집으로 가자. 지금 지구는 밤이란 말이야.”
영수가 휴대폰을 들어 시계를 가리켰다.
“아빠, 나 오늘 동생이 생겨서 너무 좋은 것 같아. 안단테랑 좀만 더 있으면 안 돼?”
가희가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영수를 쳐다봤다.
“안돼?”
안단테도 같은 표정으로 쳐다봤다.
‘윽!’
똘망똘망하고 티 없이 맑은 순수한 표정들.
아빠로서는 이길 수가 없었다.
“그… 그럼 십 분만 더 있다 가자. 가져갈 것도 있으니까… 하지만 절대! 절대 아이 만드는 법은 가르쳐 주면 안 된다. 아빠 귀 밝아 가희야.”
“응! 알았어!”
“언니야, 내가 내 방 구경시켜줄게. 같이 가자.”
가희는 안단테를 따라 방을 구경하러 갔다.
불안한 눈으로 쳐다보던 영수는 그사이 원래 여기에 온 목적, 드와프가 만들어둔 텐트를 가져오기 위해 자리를 비웠다.
탁탁탁탁…
왠지 불안한 마음에 빨리 일을 끝마친 영수는 5분이 되지 않은 시점에서 안단테의 방으로 달려갔다.
벌컥!
“흐응! 진짜? 진짜진짜?”
안단테의 흥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렇다니까?”
가희도 다소 흥분해서는 과장되게 고개를 끄덕였다.
“우와… 우와… 대단해. 어른은 대단해!”
안단테가 고개를 돌려 들어온 영수를 선망하는 눈망울로 쳐다봤다.
“아…”
둘이 말하고 있는 맥락을 보니 이미 늦은 것 같았다.
어디까지 말한 것일까?
“후우, 아빠는 대단해! 딸이 둘이나 있잖아!”
“그건…”
다행히, 안단테가 말하는 맥락을 들어보니, 완전히 다 말한 것은 아닌 것 같았다.
가희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여차하면 얼마든 진실을 말할 것 같은 모습으로.
떠어…
그때, 그새 몸집이 불은 떠북이가 하품하며 가희에게 안겨왔다.
“아, 가희야 그니까 떠북이는…”
“여기에서 온 거북이고, 마나를 먹으면 몸이 커진대요. 동생이 말 해줬어요. 후훗.”
가희는 새로 생긴 동생을 끌어안으며 미소를 보냈다.
영수는 서둘러 가희를 데리고 지구로 돌아왔다.
우웅! 우웅! 우웅! 우웅!
지구에 돌아오자마자, 전화가 왔다는 문자가 계속해서 도착했다.
40분 만에 무려 30통.
다희였다.
“앗… 너 엄마한테 어디 간다고 말 안 하고 나왔니?”
“응.”
“이런…”
벌컥!
영수는 가희를 끌어안고 집을 향해 날아갔다.
마당 앞에서 급히 착지한 영수가 급히 문을 열었다.
“흑…”
다희가 전화기를 붙잡고 울면서 버튼을 누르고 있었다.
우우우웅…
다시 전화가 울렸다.
“다, 다희야…”
“여보, 가희가… 가희! 너 대체 어디 있었던 거야!”
다희가 가희를 향해 격하게 화를 냈다.
“당신은 대체 어디 있었던 거에요!”
“잠시 회사에 갈 일이 있었는데, 가희가 몰래 차에 따라왔더라고. 근데 알다시피 회사에서는 전화를 할 수가…”
영수는 평소 하던 변명을 그대로 했다.
하지만 다희는 평소와는 다르게 화를 가라앉힐 기색이 없었다.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보이기 싫은지, 고개를 돌리며 자신을 흘겨보았다.
“다, 다희야… 미, 미안해…”
“둘이 갑자기 없어져서 제가 얼마나,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요? 오늘 오빠한테 중요한 말을…”
다희가 서럽게 울며 안겨왔다.
“큭…”
그러더니 갑자기 어깨를 들썩이며 웃기 시작했다.
눈물을 흘리다가 갑자기 웃는다니…
덜컥, 겁이 나는 영수였다.
“너… 평소랑 너무 다른 것 같아. 무슨 일… 있었어? 내가 다 잘못했어. 다 말해줘. 문제가 있으면 같이 풀자.”
영수가 차분히 말하자, 다희가 조용히 고개를 들어 올렸다.
“저… 임신했데요. 오빠.”
“문제가…”
임신이란다.
이제 모든 게 이해됐다.
“드디어… 임신했다고요. 오빠.”
“다… 다희야!”
영수는 감정이 격해져 와락 다희를 안으려고 하다가 멈칫했다.
“아, 조, 조심해야 하는 거 아니야?”
“당분간은 조심해야 한데요. 그래서 내일 여행에 대해 오빠한테 상의하고 가희한테도 양해를 구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전화를 받지 않으니까 너무 불안해져서… 미안해요. 오빠.”
“아… 미안해 가희야.”
“감정 조절이 쉽지가 않은 것 같아요. 조금은… 책을 보니임신 후 호르몬 문제라고 하는데… 그래도 미안해요. 오빠..”
뭔가 오늘따라 다희가 감정조절이 안 되는 것 같고 이상하더니, 임신이란다.
임신을 하면 호로몬이 날뛴다고 한다.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을 감정이 끌어 오르기도 한다고…
“오빠, 그리고 이거…”
다희가 책을 내밀었다.
육아 관련 책이었다.
영수는 책을 받아 빠르게 훑어보듯 하며 다 읽어버렸다.
육아에 대한 지식을 얻었다는 것 보다, 지금 이렇게 육아에 대한 책을 읽게 되었다는 것에…
감회가 새롭고 격한 감동이 밀려왔다.
“와아! 축하해 엄마!”
그때 가희가 펄쩍펄쩍 뛰며 다희에게 다가왔다.
“아들이야 딸이야?”
“그건 잘 몰라.”
“히힛, 그래도 어쨌든 나 또 동생 생기는 거지? 아이 좋아. 히히.”
기쁘게 웃고 있던 다희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가희를 바라봤다.
“… 또?”
“헙. 에고 내 정신 좀 봐. 아빠가 저쪽에 딸이 하나 더 있는 거 말하면 안 되는데…”
“가, 가희야!”
“설마… 당신…”
다희가 벙찐 얼굴로 영수를 쳐다봤다.
“두 집 살림?”
“…”
안타깝게도, 팩트라 할 말을 잃은 영수였다.
“다희야. 내가 사실 가희랑 다녀온 곳은…”
영수는 더 이상 얼버무리지도 속이지도 않았다.
처음부터 있었던 일과 최근에 있었던 일까지, 가희도 앉혀놓고 미드랜드에 관련된 일을 모두 가감 없이 말해주었다.
가희야 다녀와서 지금 하는 말이 뭔지 다 이해를 했지만, 다희는 이해가 잘 안 된다는 표정이었다.
“후우… 한 번 가보는 게 가장 빠를 것 같아.”
영수는 집에 있는 차고로 다희를 데리고 갔다.
부릉…
시동을 켠 영수는 주머니에서 내비를 꺼냈다.
“이 내비게이션은 아까 말했던, 가희가 처음 만난 날 주었던 스티커를 붙인 내비게이션이야.”
영수는 차에 내비를 달고 전원이 들어오는 것을 기다렸다.
“이렇게 메뉴를 누르면, 강화와 기억지점이라는 것을 설정할 수 있는데…”
꾹, 꾹, 꾹.
<기억지점 포인트를 사용해 기억지점을 설정하시겠습니까?>
<Y/N>
<Y를 선택하셨습니다.>
<기억지점 설정을 완료하였습니다.>
영수는 집 옆에 있는 주차장을 기억지점으로 등록했다.
“그리고 이제 연결된 경로를 누르면…”
영수는 경로를 눌러 미드랜드에 있는 경로를 클릭했다.
“살짝 반짝거리니까 놀라지 마. 다희야.”
다희가 준비된 듯이 고개를 끄덕이자, 영수는 버튼을 눌렀다.
반짝!
영주부의 주차장에 또 다시 도착했다.
“여기 와봤던 곳이네.”
주차장에 도착하기 무섭게.
“아빠!”
안단테가 달려왔다.
“얘가, 아까 말한 내 딸이야. 미드랜드에 있다는…”
철컥.
영수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안단테 인사드리렴, 아빠 부인… 그러니까 네 엄마란다.”
안단테는 아무런 의심도 없이 다희에게 달려갔다.
“안뇽하세요?”
그리고는 배꼽을 잡고는 공손하게 인사했다.
“안단테, 잠깐 드래곤으로 변해볼까?”
“웅!”
영수의 부탁에 안단테는 망설임 없이 바로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펄럭!
순식간에 안단테가 드래곤으로 변했다.
<우와! 영지 엄청 작아 보여!>
드래곤으로 변했던 안단테는 다시 인간으로 변해서는, 그대로 자유낙하했다.
“어머!”
다희가 놀라며 달려왔다.
하지만 안단테가 땅에 닿기 전에 영수가 먼저 달려가 손으로 붙잡아 버렸다.
“히히. 오랜만에 드래곤으로 변하니까 쑥스러워 아빠.”
안단테는 부끄럽다는 듯이 영수의 앞섶을 해치며 안으로 파고들었다.
“와아… 안단테 너 대단하구나.”
안단테가 드래곤으로 변하는 모습을 처음 본 안단테가 동경의 눈빛으로 쳐다보자, 안단테는 당당하게 가슴을 펴며 엣헴하며 콧대를 세웠다.
“다희야… 봤지?”
Seeing is believing, 보는 것이 믿음이다라는 말이 있었다.
물론, 다희가 믿어주지 않을 것 같아서 보여주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이렇게 직접 보면 말로 이해시키는 것보다는 빠르니까.
“네… 봤어요. 오빠.”
고개를 끄덕이던 다희가 성큼성큼 영수에게 다가왔다.
아니, 영수가 아닌 영수가 안고 있던 안단테에게였다.
“오빠 말이 맞네요. 제게 딸이 하나 더 있었어요.”
“맞아. 정말 예쁘지 않아?”
“예쁘네요. 너무 사랑스럽고요.”
모두 이해한 다희는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안단테를 바라봤다.
“안녕? 내가 아빠의 부인… 그러니까 내가 엄마란다.”
“힛. 엄마! 엄마도 예뻐, 사랑스럽고.”
안단테의 말에 다희는 웃으면서 안단테의 머리를 쓸어주었다.
순간, 빠르게 다희가 안단테의 상태를 눈으로 훑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너무 방치한 채로 육아하는 거 아니에요? 많이 안 씻는 것 같아요. 손톱 밑에 때도 있고… 머리 땋은 상태도 조금 이상한데요? 이러면 머릿결 다 상한다고요.”
“그, 안단테 씻기는 건 시녀들 손을 빌리기는 하는데…”
“그러면 안 되죠. 오빠가 직접 했어야죠. 여기는 지구가 아니라 위생관념이 조금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오빠는 지구인이잖아요? 더 깔끔하게 애를 씻겨주고 그랬어야지. 이래서, 아빠한테만 애를 맡겨두면 안 된다고 하는 거구나…”
다희는 조심스럽게 영수의 손에서 안단테를 빼앗아 안아 들었다.
“엄마랑 같이 세수 한 번 하고 올까?”
“응!”
세수를 하자고 간 다희는 안단테를 방으로 데려가 목욕을 시켜주었다.
평소에 목욕하는 걸 거부하고 잘 하지 않던 안단테는 얌전하게 다희의 손에서 깔끔하게 씻겨졌다.
“힛… 엄마가 씻겨주니까 너무 기분 좋다.”
기분 좋아해 하는 안단테.
“언젠가는 안단테도 혼자서 할 수 있어야 해요. 가희 언니도 요즘은 초등학교 1학년이 됐다고 혼자서 씻고 하는 걸요?”
“우와. 언니는 혼자서도 씻어?”
“엣헴!”
가희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때마침.
“괍좌기 근데 왜 변화신 거지?”
“그건 나도 모르지. 가서 물어보는 수밖에.”
“그래도 아주 잠깐이었던 것으로 보아, 큰 문제는 아닌 것 같은데…”
갑자기 안단테가 드래곤으로 변해서였을까?
드와프의 대표와 엘프의 대표인 두 대모가 영주부를 방문했다.
“영주님, 드와프와 엘프의 대표가 뵙기를 청합니다.”
“다들 아침 식사 전일 텐데, 식당에서 만나겠다고 말해주세요.”
“네. 영주님…”
시녀가 물러갔다.
“아, 다희야. 씻는 것도 끝났고 식사도 같이할 겸, 가서 드와프랑 엘프들도 한 번 만나볼래?”
“엘프랑 드와프요?”
“내가 가끔 가져다주는 맛있는 과일은 엘프들이 가져다주는 거고, 우리 결혼 예물 할 때 가져왔던 액세서리는 모두 드와프들의 도움을 받아서 만든 거야.”
“아! 그런 고마운 분들이… 만나 뵙고 고맙다고 인사드리고 싶어요. 오빠.”
“나도! 볼래!”
“나는 먹을래!”
“그래, 다 같이 식당으로 가자.”
영수는 가족들을 모두 데리고 식당으로 갔다.
최근 드래곤의 기운을 차단하는 법을 배운 안단테는 안전모가 필요 없었지만, 남들한테 나설 때의 습관이 있어서인지, 식당에 도착하자마자 벽에 걸려 있던 안전모를 머리에 썼다.
“안단테, 이런 거 쓰면 머리 다 망가져.”
“이거 아빠가 준 건데, 이걸 쓰면 드래곤의 기운이 뿜어져 나오지 않아서 드와프 아저씨들이 편안해 한데.”
“아빠가? 음… 오빠 정말 안전모 말고 다른 방법은 없었어요?”
“아, 그건… 요즘은 기운을 갈무리하는 방법을 배워서 원래 안 써도 되긴 하는 데…”
영수가 다희에게 쩔쩔매고 있던 찰라.
“영주님 식솨 화셨습니꽈?”
“식사에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과일은 너무 물려서.”
“우리 레드 엘프들은 요리 실력이 최악입니다. 언제쯤 제대로 된 요리사가 나올지…”
드와프의 대표로는 기계 장인인 호세뉴가 왔고, 엘프의 대표로는 역시 두 대모가 왔다.
“아까 안단테가 변한 것 때문에 온 거지? 우리 가족들에게 안단테의 모습을 모두 보여주고 정식으로 소개시켜주고 싶어서 그랬어.”
“그러셨군요.”
“그런데…”
“가족… 이라고요?”
영수는 조심스럽게 가족들을 바라보는 그들에게 다희와 가희를 소개시켜주었다.
“내 가족들이야. 여기는 우리 부인, 그리고 여기는 내 다른 딸 가희.”
“안녕하세요. 오빠에게는 오늘 처음 들었어요. 부인인 홍다희라고 해요.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안녕하세요! 한가희라고 합니다! 특기는 검술이에요!”
다희는 조신하게, 가희는 씩씩하게 자기소개를 마쳤다.
그런데 그때, 그린 엘프 대모의 정령들이 갑자기 소환되었다.
“엇, 갑자기 왜 나온 거야? 너무 멋대로잖아, 아무리 정령이라고 해도…”
그린 엘프의 대모가 살짝 당황하는데, 허공을 유영하던 정령들이 그대로 멈칫했다.
“음? 얘들이 왜 오늘따라 말이 없지…”
하지만 그것도 잠시. 수다쟁이인 바람의 정령 비엔토가 더 이상 못 참겠다는 듯이 두 엘프 대모에게 날아가 귀에다 뭔가를 속삭였다.
멈칫!
멈칫!
말을 듣던 두 엘프 대모는 숨이라도 멎은 듯이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그리고 그들이 듣고 있던 말을 본의 아니게 들을 수 있었던 영수도 그대로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비엔토… 그게 사실이야?”
비엔토에게 묻자, 그는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다희와 가희의 주변을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다른 정령들도 비엔토를 따라 두 사람의 주변을 빙글빙글 돌았다.
“우와, 신기하다.”
“나두, 나두 같이 놀래. 나두!”
가희와 안단테는 정령들의 화려한 움직임에 마음을 빼앗겨 넋을 잃고 정령들을 바라봤다.
“오빠…”
근데, 다희는 뭔가를 들은 듯한 표정으로 영수를 쳐다봤다.
그녀도 믿기지 않아 했지만, 영수도 믿을 수가 없었다.
‘지난번 만난 창조신님이 했던 말도 생각해보면…’
분명 창조신은 마지막으로 자신에게 ‘내 안의 어둠으로 낳았지만, 가장 밝았던 아이’라는 말을 해왔었다.
비엔토에게 들은 말 이후로 영수는 그 말의 의미가 무엇을 뜻하는지, 이제는 확실하게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로빈나르가 왜 자신을 그렇게 따르는지도.
두 엘프의 대모가 앞으로 성큼성큼 나왔다.
다희의 앞에 선 그녀들은 한쪽 무릎을 꿇으며 고개마저 숙였다.
그리고 동시에 외쳤다.
“그린 엘프의 대모 엘리로하나힐데가…”
“레드 엘프의 대모 마리아하니올리가…”
“세계수님과 페어리 퀸의 환생체에 인사 올립니다.” X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