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 who drives a Benz RAW novel - Chapter (18)
향이 좋아요.
향이 좋아요.
밝은 빛이 눈 앞을 가렸다.
낄길길…
빛이 사라지자 눈앞의 배경이 바뀌고 오래된 트럭의 엔진이 힘없이 공회전하는 소리만이 들려왔다.
‘돌아왔다.’
워낙 대단한 경험을 하고 와서 그런지, 거의 1년 내내 봤던 원룸 주차장의 모습이 어색하게만 느껴졌다.
어쩌면, 트럭에 가득한 바다 냄새 때문일지도 몰랐다.
지구로 돌아오기 전, 어촌 마을의 창고에 들러 수확물들을 잔뜩 실어왔다.
짐칸에는 최상급 용연향이 잔뜩 쌓여 있었고 조수석에는 아기 주먹만 한 천연 진주가 아무렇게나 굴러다니고 있었다.
‘용연향은 재료로 두고… 진주는 보석상에서 팔아야해야 하나?’
영수는 진주의 판매처를 알아보기 위해 글로브 박스에서 휴대폰을 꺼내고 전원을 켰다.
우우웅…
전원을 켜자고 3일 동안 밀려있던 메시지가 일시에 날아왔다.
대부분이 전화를 받지 못해 남은 캐치콜 문자였고, 택배 관련 문의 문자 같은 것도 있었다.
계약한 퀵서비스 회사에는 물건을 배달하기 전에 고객들에게 전화나 문자를 주라는 당연한 사항을 계약 조건에 삽입했으니, 그들 잘못은 아닐 거다.
이건 분명, 주문하고 인터넷으로 배송 조회를 한 사람들이 한 전화일 거다. 이세훈이 웹사이트에 있는 번호를 벌써 바꿨을 위인이 아니니까.
‘일 처리 하고는…’
영수는 인상을 찌푸리며 인터넷 앱을 켰다.
익숙한 초록 창에 [천연진주 가격]을 쳐넣고 검색을 누르자 가장 먼저 질문in 페이지가 떴다.
-질문 : 이 진주 얼마쯤인가요?
사진이 첨부되어있었다.
크기 비교를 위해 옆에 모나미펜을 두었는데, 두께의 반의 반도 안되는 정도의 작은 알갱이었다.
-답변 :
진주의 가격 결정은 크기가 클수록, 원구에 가까울수록 가치가 있으며 빛깔도 요인 중 하나입니다.
문의 주신 진주는 일단 모양이 타원이고 너무 작습니다.
시세 0원이고요.^^
같은게 필요하셔서 방문하시면 구해드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소모품 가까운 보석이라 되팔 때는 가격이 거의 없다고 보시면 돼요.
http://diddkpearls.corn
yacn****(초수)
‘실망스럽겠군.’
영수는 다음 질문in을 눌러봤다.
-질문 : 시어머니 환갑입니다. 천연진주 목걸이는 어디서 구할 수 있나요?
-답변1 :
천연진주 찾지 마세요. 진주업자들이 수입하는 모든 것이 양식입니다. 저희같은 수입업자들은 천연 진주 볼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얼마에 사고 얼마에 팔지도 모릅니다.
다이아처럼 국제 표준이 없기 때문에 가격 천차만별이고요.
진주는 천연진주와 양식진주로 나뉩니다. 그리고 양식은 해수진주와 담수진주로 나뉘죠. 여기서 해수진주는 다시 남양진주, 타히티흑진주, 아코야진주로 나뉩니다.
천연 남양진주, 천연 타히티진주, 천연 아코야진주 이따위로 속여 파는 놈들한테 속지 마세요. 천연 아니라 양식입니다.
.
.
.
마지막으로 진주 전문 매장에 가시면, 많은 물건을 볼 수 있지만, 조명에 따라 광택이 다르기 때문에 비전문가는 물론이고 전문가도 제대로 판단이 힘듭니다.
이점 참고하시길.
www.jinjuwangguk.co.kr
가격은 불려도 사기는 치지 않는다, 2대째 진주 전문, 진주왕국 이홍태(중수)
-답변2 :
안녕하세요. 진주 전문 디너샵 운영을 앞두고 있습니다.
디자이너가 직접 생산부터 제작부터 맡아서 진행하고 있는데요. 아직 오픈하지 않아 모든 제품이 등록되지는 않았습니다.
http://www.ttmfprperls.corn 방문하시면 [천연 아코야 진주], [천연 타히티 진주] 및 명품 상품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gsrg****(초수)
‘그거 양식이라고 위에…’
답변들이 가관이 아니었다.
첫 번째 답변 말고는 쓸모있는 것들이 없었다.
대부분이 자기매장 홈페이지나 매장 주소/전화번호를 두고 방문을 유도하는 광고성 글뿐이었다.
다른 질문들을 클릭해봐도 다 똑같았다.
단 하나의 답변 말고는 모두 광고 일색에 양식을 천연이라고 사기 쳐서 파는 양아치 같은 곳들뿐이었다.
가야 할 곳이 어디인지는 뻔했다.
딸랑.
“어서 오십시오. 진주왕국입니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사모님께 선물해드릴 진주를 찾으셔서 오셨습니까? 아니면, 어머님께 드릴 진주를 찾으시나요?”
매장으로 들어가자 2:8 가르마를 한 40대 후반의 남성이 진열장 뒤에서 나와 웃으면서 영수를 반겨주었다.
“인터넷에서 이홍태 사장님의 글을 보고 왔습니다. 가격은 불려도 사기는 치지 않으실 것 같아서 말이죠.”
“아, 그거… 하하, 덕분에 나름 동료 업자라는 놈들이 뒤에서 욕을 한 바가지 하고 다니죠. 욕먹을 놈은 그놈들이면서.”
이 사장은 쑥스러운지 머리를 긁적이며 영수를 진열장 앞으로 안내했다.
“혹시, 진주 매입이나 감정도 가능하십니까?”
“죄송합니다. 저희 집은 수입 전문업체기 때문에 매입은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가품인지 봐 드리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럼 이것을 봐주실 수 있나요?”
영수는 주머니에서 리자드맨에게 받아온 진주를 꺼내 유리 진열장 위에 올렸다.
“하하하하…”
이 사장은 진주를 보자마자 크게 웃었다.
그러나 심각한 표정을 한 영수를 보자 웃음을 뚝 그쳤다.
“아아… 이거 웃을 일이 아닐 수도 있겠군요.”
“이 정도면 가격은 어느 정도 할까요?”
“죄송하지만 사장님. 이런 사이즈면 진주는 가품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런 사이즈의 진주는 있을 수가 없습니다. 모조진주나 핵진주라고 부르는 만들어내는 가짜 진주가 아니면 모를까…”
그의 말에 영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진짜 불가능한 사이즈입니까? 이게 천연 진주라고 해도요?”
“천연 진주라… 진주는 자연의 신비라고 하죠. 어쩌면 가능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만일 이게 천연 진주라면 사장님은 로또를 백번은 맞으신 겁니다.”
“로또 백번이라… 세금 떼면 300억 정도는 나오는 겁니까?”
이 사장은 말도 안된다는 뜻으로 말했지만, 영수는 진심으로 가격을 가늠해봤다.
“설마… 사장님, 정말 이게 천연 진주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혹시 모르니까요.”
영수는 담담하게 웃고 있었다.
그의 묘한 자신감에 이 사장은 조금씩 헷갈리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양복 윗주머니에 끼워둔 감정용 안경을 만지작거렸다.
“울퉁불퉁한 바로크 진주라면 모를까… 이렇게 둥그런 형식의 천연 진주 중에서 가장 큰 것도 60캐럿, 12그램을 넘지 못했습니다. 이건 직경만 해도 최소 50미리는 넘으니…”
이 사장은 진열장에서 무게추를 꺼내 영수의 진주 무게를 달아봤다.
“123그램이군요. 615캐럿, 만일 이게 천연이라면 지금껏 없던 최고의 진주가 되겠군요.”
“이게 천연인지 정확하게 감정하고 팔려면 어디서 해야 하는지 알고 싶습니다.”
“손님… 진심이십니까?”
“네.”
영수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에 이 사장은 감정용 안경을 꺼내 드디어 진주를 들여다봤다.
“으음…”
작았지만, 그가 가진 감정용 안경은 최대 40배율까지 볼 수 있는 고급품이었다.
“겹겹이 층을 쌓는 것까지는 거의 같고…”
이 사장은 램프 아래에 가져가기도 하고 만져보기도 했다.
심지어 입에 가까이 대고 혀를 뻗어 감촉을 느끼기까지 하는데…
‘음…’
“음… 허어 거참… 어디서 나온 거지? 보이는 것과 텍스쳐, 질감, 빛깔은 진주가 맞긴 한데… 거기다, 이거 정말 특이하군요. 어떻게 진주에서 바다에 와있는 것 같은 진한 향기가 나는 거지?”
이 사장에게는 그것이 어디에서 나왔고, 무슨 냄새인지는 알려주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그럼, 천연 진주가 맞는다는 겁니까?”
“진주는 맞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현미경으로 검사해보고 내부를 엑스선으로 검사해보기 전까지는 모르겠습니다. 제가 아는 사람이 근처에서 감정소를 하고는 있는데…”
“그럼 바로 그곳으로 가죠.”
“허… 하지만, 분명, 이 사이즈는… 하아, 천연이나 양식에서도, 음…”
우우웅.
그때 영수의 휴대폰이 울렸다.
호운덕 사장이 막 보낸 문자였다.
[한 이사님, 또 접니다. 클레라 화장품과의 로열티 협상건으로 계속 연락드려 죄송합니다. 협상을 하다보니, 그쪽에서 원하는 계약금이 제가 운용할 수 있는 돈으로는 한계가 있어서 이렇게 연락을 계속 드릴 수밖에 없었습니다.]영수는 호운덕 사장에게는 거의 모든 사업을 일임해두었다.
화장품 사업 진행도 그가 맡은 일 중 하나였다.
현재 남성/여성용 스킨, 로션, 에센스와 색조 화장, 립스틱, 파운데이션 총 9개 종류를 론칭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다. 그중 다섯 가지 정도는 자체 개발 기술만으로는 불가능했고, 클레라 화장품의 라이센스가 꼭 필요한 부분이었다.
“사장님, 제게 바쁜 일이 생겨서 이만 가봐야해서 그러는데, 감정과 판매를 이홍태 사장님께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수임료는 퍼센테이지로…”
“이게 양식만 돼도 가격이 어마어마할 겁니다. 천연이라면 1퍼센트만 받아도 로또를 맞는 거겠죠. 백방짜리니까요.”
“판매까지 모두 믿고 맡기겠습니다. 양식이면 5, 천연이면 2퍼센트로 하죠. 여기, 제 명함입니다. 만일 모조품으로 판명 나면 연락 주십시오. 감정료를 보내드리겠습니다.”
“이게 정말 진품이라면, 저를 어떻게 믿으시고…”
영수는 씨익 웃었다.
“믿어보겠습니다. 인터넷에서조차 사장님은 양심적이셨으니까요. 거기다, 그거 하나 없어졌다고 해봐야…”
영수는 바로 종로의 카페에서 호운덕 사장을 만나 클레라 화장품에서 요구하는 계약 조건을 검토했다.
“계약 기간을 3년이 아닌 5년으로 늘리고, 지불할 로열티의 일부를 선금으로 받겠다… 크게 무리한 요구는 아니군요.”
“하지만, 예산이 부족합니다. 분명 3년에 9억보다 5년에 12억이 싼 것은 맞지만, 다섯 가지면 60억입니다. 그래서는 새로 라인을 구축하고 설비를 들일 때 돈이 모자라게 됩니다.”
클레라 화장품은 다른 화장품 회사들에 비하면 라이센스 계약에 배타적이지 않은 그룹이었다.
올해 초에만 해도 그들은 중소기업을 상대로 같은 기술을 3년에 9억의 계약금과 수익금의 5~10% 사이로 로열티를 받는 계약을 했다.
호운덕 사장도 그 정보를 참고했고, 3년으로 계약해서 그사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5년짜리 계약을 하면 애초 계획보다 15억을 더 써야 한다.
“제가 회사에 15억을 더 투자하겠습니다. 일단 계약하는 것으로 하죠.”
많이 썼다지만 통장의 잔고는 아직도 84억이나 남아있었다. 아직 15억 정도는 쉽게 투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방법 말고 다른 방법도 있을 겁니다. 최근 화장품 업계는 중국 수출이 줄어들었다는데, 대기업이 아니라 그들에게 납품하는 중소기업이라면…”
“수익이 줄어서 경영난이 온 회사의 기술을 사거나, 아니. 아예 회사 자체를 인수하거나 것도 괜찮겠군요.”
“하지만, 그렇게 하려면 자금이…”
“음…”
호운덕 사장의 말대로 그러기에는 자금이 부족했다.
만향당이야 다 망한 상태로 50억에 매물로 나왔지만, 자신들만의 특허 기술을 가지고 있는 중소기업은 망하기 전이 아니라면 절대 그 가격에 나올 리가 없었다.
지난번 만향당을 살 때 영수가 줬던 100억 정도는 거의 기본 금액이었다.
영수에게는 용연향도 있고, 진주도 꽤 높은 가격에 거래될 것이 확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당장에 쓸 돈이 부족하네…’
영수는 답답함을 느끼며 앞에 내려놓은 커피를 들이켰다.
우우웅…
그때 영수의 휴대폰으로 모르는 전화번호로 전화가 왔다.
“잠시, 전화 좀 받겠습니다. 예. 한영수입니다. 전화하신 분은 누구신가요?”
-조금 전에 진주왕국 사장 이홍태입니다. 혹시 서울이시면 삼청동 서울옥션으로 와주실 수 있겠습니까?
“아하, 감정 결과는 좋았나요? 그런데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시죠?”
-서울 옥션에 경매 물품을 등록하러 왔는데, 규모가 너무 커서 서울옥션에서 소더비로 넘어갔습니다.
“아, 소더비요? 가격이 상당히 비싼가 보네요.”
좋은 소식에 영수의 안색이 환해졌다.
소더비는 지구에서 가장 오래되고 값비싼 물품들의 거래되는 경매 회사였다. 이곳에서 거래된다는 것은 그곳의 진주는 이곳에서도 확실히 천연 진주라는 소리이다.
그리고 그만큼 비싸다는 소리였다.
-네, 지금 그것 때문에 전화 드렸습니다. 소더비에서는 천억 원 이상의 물품은 원주인이 첫날 동석하지 않으면 대리인을 세울 수 없다고 해서요.
“…”
영수는 상상을 초월하는 진주의 가격에 완전히 얼굴이 굳어버리고 말았다.
‘리자드맨들에게 1주일쯤 다시 들를 테니 창고에 100개를 맞춰놓으라고 했는데…’
-여보세요? 한 영수 사장님 들리십니까?
“… 잠시 뒤 뵙겠습니다.”
영수는 심각한 표정으로 전화를 끊었다.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호운덕 사장이 걱정된다는 듯이 안부를 물어왔다.
“호 사장님.”
영수는 침착한 표정으로 호운덕 사장을 불렀다.
“네. 대체 무슨 일이신지…”
영수는 대답하는 대신 천천히 손을 움직여 클라라 화장품의 라이센스 계약 조건이 프린트되어있는 서류를 잡아 자신의 얼굴 높이로 들어 올렸다.
찌이익! 찌익! 찍!
서류는 시원하게 찢어지며 종이 비가 되어 바닥에 내렸다.
“돈 걱정 하지 마시고, 인수할만한 중소기업으로 알아봐 주십시오.”
호운덕 사장의 눈에 들어오는 종이 비 사이로 드러난 영수의 얼굴에는 볼 우물이 깊게 패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