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 who drives a Benz RAW novel - Chapter (22)
불고기 먹고 갈래요?
불고기 먹고 갈래요?
“정말… 그 금액으로 등록하실 겁니까?”
“네.”
딸칵.
영수는 망설임 없이 마우스를 눌러 채용 공고를 등록했다.
호운덕 사장은 망설임 없는 영수의 클릭에 살짝 놀랐다.
지금 올라간 채용 공고는 화장품 업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공고와 비슷했지만, 근무 조건에서 눈에 확 띄는 곳이 있었다.
신규, 정규직, 기본급 3,600만 + 업무인센티브(월 0~300만)
정규직에 월급이 300만, 호운덕 사장이 놀라는 부분은 바로 그곳이었다.
“한 이사님 이건, 대기업 정사원 초봉 수준입니다.”
“그건 대기업 정사원이 많이 받는 게 아니라, 공장 계약직들이 적게 받는 거죠. 사람은 대우를 받아야 그만큼의 활약을 합니다.”
“그렇게 하면 화장품 사업부문에서는 수지타산이…”
“걱정하지 마십시오. 당분간 화장품 사업은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데에만 주력할 겁니다. 최고의 대우, 최고의 상품, 최고의 윤리로 상식을 뛰어넘는다. 그게 우리 회사 비전 아닙니까?”
팔락팔락.
영수는 웃으면서 자신의 책상 위에 올려둔 서류를 허공에 흔들었다.
현재 영수는 비전, 사칙, 조직이다, 뭐다 해서 기업의 운영 기틀을 잡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집에 들어가지 않은 지도 벌써 48시간째, 신체를 강화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작업이다.
하지만, 너무 책상에 오래 앉아있었더니 좀이 쑤시고 점점 피곤해지기는 했다.
‘나중에 가면, 기사들이 먹는다는 나이트 스톤을 구해다 먹어야 하나…’
“그래도…”
여전히 호운덕 사장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그와 의견이 부딪치는 것 같지만, 그는 자신의 역할을 잘 수행하는 중이다.
도전적으로 새로운 창업을 즐기는 사업가(entrepreneur) 스타일인 영수와는 다르게 호운덕 사장은 오랫동안 회사를 관리해온 관리자(manager)스타일 이었다.
스타일은 달랐지만, 회사에는 두 부류의 사람이 모두 필요했다.
거기다 도전적인 자신을 한 번 돌아볼 수 있는 안전장치 같은 역할을 해주어서 뒤를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주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추가로 투자한 200억도 있고, 늦어도 2주면 투자금은 거기서 더 늘어날 겁니다. 뭐, 향수 사업부에서 수익을 늘려서 밸런스를 맞춰도 되고요.”
2주 뒤에 진주의 경매가 열린다.
소더비의 예상 금액은 4억5천만 달러였다.
시작 금액이 2억 달러니, 한 명만 입찰해도 못해도 2천억 이상의 금액을 손에 쥐게 된다.
이 돈만 손에 들어오면 이득이 나지 않아도 돈을 쏟아부으면서 회사의 경쟁역량을 끌어올릴 수 있을 거다.
“하지만… 용연향은 돈이 있어도 구하기가 힘든 물건입니다. 공급 수량이 한정적이라, 향수 사업부만으로는 수지 밸런스를 맞추는 것은 힘들 겁니다.”
“예? 아, 맞다. 제가 말씀을 안 드렸구나.”
드르륵.
영수는 서랍을 열어 두툼한 종이를 호운덕 사장에게 넘겨줬다.
“이게 뭔가요?”
“만향당의 기계는 어제 먼저 완성된 평택 공장 부지로 들어갔죠?”
“네. 직원들이 출근해서 오늘 미세조정을 하고 있으니 내일부터 당장 공장을 돌릴 수 있을 겁니다.”
“내일 중으로 씨콤에서 물건을 들고 공장에 들를 겁니다. 그때 그걸 보여주시면 물건을 인수해줄 거에요.”
“물건이요?”
“용연향 말입니다. 제가 말씀드리지 않은 게 있는데, 용연향은 사지 마세요. 제가 직접 공급해 드릴 겁니다.”
“용연향을… 이사님이 직접 말입니까?”
“그냥 몇백 킬로 정도 있습니다.”
“헉, 몇백이나요?”
호운덕 사장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구해봐야 키로 단위, 작게는 그램 단위로 소량씩 부정기적으로 사들이는 용연향을 몇백 킬로 단위로 가지고 있다니…
‘정확히는 톤 단위고 앞으로도 그쯤 가져올 수 있지만…’
“그, 그렇게 많다면 그냥 팔기만 해도 몇백억! 하! 가공하면 몇천억은 나올 겁니다!”
호운덕 사장은 흥분해서 크게 소리 질렀다.
영수는 별거 아니라는 듯이 어깨를 으쓱였다.
“돈이나 원료 걱정은 상식적인 기업에서나 하는 겁니다. 상식을 뛰어넘는다. 우리 회사 비전 아닙니까?”
가볍게 말했지만, 그 속에서는 정제된 뜨거운 열정이 느껴졌다.
호운덕의 가슴에도 그 뜨거운 열정이 전염 되었나보다.
“상식을 뛰어넘어 보겠습니다!”
호운덕은 다짐하듯 회사 비전을 크게 소리쳐 외쳤다.
다음날, 가동이 시작된 평택 공장에는 ‘상식을 뛰어넘는다.’ 라는 비전이 일필휘지로 쓰인 붓글씨 액자가 크게 걸렸다고 한다.
헤드헌터들과의 미팅, 최종 면접, 연봉협상, 채용, 교육과 인수인계, 라인 가동 확인…
밤을 새워가며 일한 영수의 노력 덕분에 공장을 인수한 지 5일 만에 드디어 공장이 돌아갈 준비가 끝났다.
남은 일은 직원들이 회의해서 상품을 담는 디자인과 포장 등을 결정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기계를 조정해서 라인을 가동시키는 일이었다.
거기에 자신이 도울 일은 하나도 없었다.
자신이 없어도 일이 잘 돌아가게 밤새워가면서 규칙과 가이드라인, 비전을 만들었고 비싼 돈을 들여가며 관리자들을 고용했으니 이제 그들을 믿고 퇴근했다.
4일 밤낮으로, 탕비실에서 샤워하고 그때그때 호 사장님이 사다 주는 옷을 입어가며 잠도 안자고 일했다.
피곤해진 영수는 대리 기사를 불러 집까지 가는 동안 조수석에서 잠시 잠을 청했다.
집을 떠나온 지는 4일 만에 자는 잠이었다.
“사장님. 다 왔습니다.”
눈을 감았다고 생각하고 다시 눈을 뜨니 주공아파트 주차장이었다.
“후우… 고생하셨습니다.”
영수는 비몽사몽 한 상태로 대리 기사님께 돈을 드렸다.
5만 원짜리를 한 장을 꺼낸 건지 두 장을 꺼낸 건지 가물가물했지만, 두 장이라도 크게 상관은 없었다.
1층 통로로 들어오자 배달 덕에 익숙한 곳인데도 마치 내 집이 아닌 것처럼 어색했다.
비몽사몽한 탓일까? 아니면 4일 만이라 그런 걸까?
“후우…”
계단을 올라가는데 괜히 한숨이 나왔다.
몸은 힘은 들었지만, 원하던 일을 했다.
그래서 뿌듯할 줄 알았는데…
뭔가 가슴 한구석이 텅 빈 듯이 공허했다.
자신은 분명 원하던 것을 하고 있다.
‘돈이 많아지고 하고 싶은 사업 사람도 돈도 눈치 안 보고 원 없이 하면 행복할지 알았는데…’
막 2층을 지나 3층을 향해 오르는데, 어디선가 달달하고 고소한 익숙하며 맛있는 냄새가 나며 코를 간지럽혔다.
‘불고기인가…’
꾸르륵…
배 속의 위장이 격하게 움직이자 공허함은 어느새 허기로 바뀌었고 비몽사몽 하던 정신이 바짝 깼다.
“청승이냐…”
영수는 고개를 저어 찝찝함을 털어버리고 성큼성큼 계단을 올랐다.
‘집에 가면 뭐라도 먹을 게 있겠지…’
하지만 3층에 발을 디디는 순간 아차했다.
집에 먹을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기억한 것이다.
‘먹고 올 걸 그랬나…’
전엔 TV라도 틀고 시끌벅적하게 혼자 밥을 먹었지만, 몇 달 전부터는 늦더라도 24시간 하는 식당을 찾아가 밥을 먹었다.
혼자서는 먹을 수 있겠지만, 집에서 혼자 밥 먹는 것은 왠지 스스로 너무 슬프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돌아 내려가려던 영수는 이왕 3층까지 다 온 거 입고 있는 양복만 편한 옷으로 갈아입기로 하고 통로 쪽을 향해 돌아섰다.
띵동. 띵동.
그런데, 자신의 집 앞에 누군가 서서 초인종을 누르고 있었다.
‘헛…’
가희 고모였다.
그녀의 손에는 바닥이 깊은 접시가 들려있었고, 접시에는 간장 빛깔 고기들이 잔뜩 담겨있었다.
자신의 뱃속을 요동치게 만든 냄새의 근원지는 바로 그곳이었다.
“안에 안 계신가…”
“크흠, 크흠… 아, 안녕하세요?”
“아… 지, 지금 들어오세요?”
그녀는 당황해하며 말을 더듬었다.
수줍은듯한 그녀의 볼이 붉게 물들어갔다.
영수는 삐쭉삐쭉 어색한 걸음으로 그녀의 앞에 섰다.
“아, 네 지금 일이 끝나서…”
“식사는… 하셨나요?”
그녀의 얼굴을 보자 자신도 모르게 멍해졌다.
‘립그로스를 바른 건가?’
그녀의 입술이 약간 분홍색을 띠며 반들반들 거리고 있었다.
입술이 앙증맞게 오물오물 움직였다.
“아… 식사 하셨구나…”
잠시 멍하니 있던 영수는 강아지처럼 처진 그녀의 눈썹을 보고 정신을 차렸다.
“네? 그게 아니라 잠시 제가 생각을… 밥 아직 안 먹었습니다!”
“아, 그러시구나.”
그녀의 얼굴이 환해졌다.
“불고기를 해놨는데 고기가 싸서 너무 많이 샀더니 둘이 먹기에는 양이 너무 많아서… 혹시 괜찮으시다면…”
꿀꺽.
“저는…”
우우웅.
그때 왼손에 차고 있던 스마트워치가 울렸다.
[입금자 Royal ambergris님께서 …]슬쩍 보니 은행에서 온 입금 문자였다.
‘잔금을 치룬건가…’
우우우웅… 우우우웅…
그런데 바로 이어 전화가 왔다는 표시가 떴다. 호운덕 사장의 전화였다.
‘이 분이 눈치 없이 왜 이 타이밍에 전화를…’
“전화 받으셔도 돼요.”
그녀가 웃으면서 손짓했다. 하지만 정말 받기 싫었다.
“절, 대, 급한 거 아닙니다. 안 받아도…”
“저는 시간 괜찮아요. 가희가 낮잠을 자고 있거든요.”
“그럼 죄송합니다…”
영수는 조심스럽게 인사하며 전화를 받았다.
-한 이사님! 긴급 회의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오늘 뉴스에서 영국 왕실에서 이 세계에서 구할 수 없을 것 같은 최고급 용연향을 구했다는 기사를 냈더군요. 그리고 얼마지 않아 업계에 더 로얄 펜할리곤스 비기닝이라는 최고급 향수의 론칭 날짜가 다음 주로 찍혔다는 소문이 돕니다. 어떻게 하죠? 저희도 론칭 날짜를 앞당겨야 할 것 같은데, 아직 화장품 라인 조정도 못 했고 유통처도 정해지지 않았는데…
목소리는 다급했다.
안 그래도 세계에서 최고 품질의 용연향으로 기사 내고, 그걸 이용해서 향수를 론칭하겠다고 발표하고 할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
다만, 그 시기가 좀 빨랐을 뿐이다.
호운덕 사장이 급할만도 했다. 실제 급한 일이고.
“음… 모두 위임합니다. 크흠. 저도 감사합니다. 그럼 앞으로도 계속 힘내십시오. 파이팅.”
-네?
영수는 호운덕 사장이 뭐라고 하기 전에 급히 전화를 끊어버렸다.
“급한… 일이라도 생기신 거 아닌가요?”
급한 일이다. 하지만, 그녀가 먼저 준 기회를 고작 돈 몇 푼 때문에 쫓아버리고 싶지 않았다.
“아닙니다. 아는 분이 택배 잘 받았다고 전화한 거라서요. 아, 그리고 마침 배고팠는데 정말 고맙습니다. 오늘 커피 말고 한 끼도 못 먹었어요.”
‘사람들도 다 고용했고 가이드라인도 내렸으니, 가 없어도 잘 할 거야… 아마도…’
“어머, 그렇게 굶고 다니시면 몸 상해요.”
영수는 다가가 걱정해주는 그녀의 손에서 불고기 접시를 받아들었다.
살짝 손이 스쳤다.
움찔하자 그녀도 움찔했다.
그녀는 어색하게 미소를 지었다. 아마 거울을 안 봐도 자신의 얼굴에도 비슷한 미소가 어려있었을 것이다.
왠지 쑥스러웠다.
그러나 그 짧은 순간 짜릿한 감각이 영수의 비몽사몽 하던 뇌를 완전히 일깨웠다.
“저는 이만…”
“그런데…”
영수는 뜸을 들이며 그녀의 몸을 다시 돌려세웠다.
“죄송한데, 제가 집에 식기랑 밥이 없어서 그런데… 밥 한 그릇만 빌릴 수 있을까요?”
“예?”
“집에서 혼자 먹는 게 너무 힘들어서, 식기랑 밥솥을 치웠거든요.”
“아…”
그녀는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무슨 용기가 생긴 것일까?
“그럼 저희 집에서 같이 식사하실래요? 어맛…”
그녀가 다급히 말했다.
그런데 말해놓고는 부끄러운지, 황급하게 입을 가리는데…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그래도 됩니까?”
영수의 입가에 진한 미소가 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