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 who drives a Benz RAW novel - Chapter (25)
억지 발주
억지 발주
이게 뭔지 하나도 짐작 가지 않았다.
하지만 부담스러운 눈길로 바라보기에 우선 받아들었다.
‘설마 이것도 거기서 나온 건 아니겠지?’
손가락으로 잡아보니 구슬은 단단하면서도 말랑말랑했다.
“얌체공 같네…”
“네?”
크히모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아… 마법사들은 터틀 드레이크의 알을 그렇게 부르는군요.”
아니, 그런 거 아니야.
하지만, 마법사니까 역시 다르구나 보고 있는 크히모스에게 이게 뭐냐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런데 어떤 기사에게 하사하실 겁니까?”
크히모스가 눈을 반짝이며 물어왔다.
“이걸요?”
“원래 터틀 드레이크의 알은 나이트스톤으로 한계까지 단련한 기사들의 신체능력을 대폭 향상시켜주기 때문에 대부분 기사들에게… 하지만… 영주님이 실험 때문에 필요하시다면야…”
영수가 마법사라는 것을 떠올린 크히모스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물러났다.
‘보약 같은 거군.’
그렇다면 일단 챙겨간다.
애초에 이번에 여기 온 목적은 가희 먹을 보약을 챙겨가는 거였다. 오자마자 목적 달성이다.
“그런데…”
영수는 안주머니에 터틀 드레이크의 알을 챙겨넣으며 크히모스를 빤히 바라봤다.
“기사라는 분이 가장 앞서서 도망치시더군요. 왜 그러셨습니까?”
조금 전 영수가 왔을 때는 터틀 드레이크가 막 마을을 덮치고 있었다. 그때 분명 봤다.
가장 앞서서 도망치던 것은 기사, 바로 크히모스였다.
영수는 그에 대해 문책할 생각이었다.
“영주부로 가서 종을 울려 영지에 대피령을 내리기 위해서입니다.”
원하던 답은 이런 게 아니었는데, 크히모스는 당당한 태도로 대답했다.
“터틀 드레이크는 기사들만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최상위 몬스터입니다. 영지민의 대피가 최우선이죠. 100년 전에 이곳에 있던 프라시아 후작도 어쩔 수 없던 놈입니다.”
“프라시아 후작이요?”
“검과 호전적인 성격으로 유명한 기사 가문이었습니다. 그래서 프라시아 출신 기사라고 하면 지금도 알아줄 정도지요. 후작에겐 기사가 무려 500명이 넘었는데, 그들 모두가 100년 전에 터틀 드레이크와 싸웠다가…”
“어떻게 되었습니까?”
“다 죽었습니다. 영지민들도 모두 도망가고, 정말 소수만 남았죠. 국왕 전하께서 20년 전에 간트레이그 남작가에 이 땅을 내리기 전까지는 어떤 귀족도 오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여기가 후작가였다고요? 그런데 후작가 치고는 너무 작은 거 아닙니까?”
“현재 남작령은 원래 프라시아 후작의 영주부였던 곳을 고쳐서 사용하는 겁니다. 영주부가 남작령 크기였으니… 후작가는 상상도 못 할 만큼 컸을 겁니다. 하지만, 터틀 드레이크가 다 부숴버렸죠.”
‘그런 걸 지금 내가 한 방에 홈런을 날렸다는 건가…’
슬슬 트럭의 성능이 무서워지는 영수였다.
어쨌든 말을 들어보니 그는 자신이 알고 있는 한에서 할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을 한 것 같았다.
그것을 당연히 그렇다고 알고 있는 상태에서는 문책을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다음번에도 이러면 곤란하다.
“다음에는 똑같은 상황이 발생할 경우, 기사가 먼저 가지 말고 병사를 보내 종을 치십시오. 크히모스님 같은 기사들은 남아서 사람들의 대피를 돕고요.”
“하지만, 기사들이 가장 빨리 갈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남으라는 겁니다. 크히모스님은 그나마 언제든 도망이라도 칠 수 있죠. 일반 영지민들은 아닙니다. 지휘관이 자리를 비우니 병사들이 뒤따라 일제히 도망갔습니다.”
“아… 그렇군요. 앞으로는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런데 터틀 드레이크라는 놈이 그렇게 무서운 놈이었다니…
마침 그 타이밍에 트럭을 끌고 오지 않았다면 이곳에 왔을 때 아무것도 없을 뻔했다.
앞으로 자신이 없을 때 이런 몬스터들이 나왔을 때에 대해 대책이 필요했다.
안 그래도 기사들 무장시키려고 한국에서 가져온 놈들이 있었다.
‘먹히는지 실험해봐야겠어…’
끼이이익…
영주부에 도착한 영수는 입구 앞에서 차를 멈췄다.
이 동네의 마차 사이즈에 맞춰져 있는 정문은 대형 덤프 트럭이 들어가기에는 무리였다.
철컥, 탕!
영수는 차에서 내려 G바겐과 유니목을 내리기 위해 트레일러로 돌아갔다.
끼이이익…
“영주님 오셨습니까?”
그때, 마치 대기라도 하고 있던 것처럼 집사가 정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오랜만이군요. 집사님. 별일 없습니까?”
“있을 뻔하였는데, 영주님께서 처리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아…”
터틀 드레이크의 사체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나 크히모스와 상의하고 왔더니 그새 여기까지 소문이 났나 보다.
어쨌든 그동안 별문제 없다는 소리기에 안심이 되었다.
“필요하신 것은 없으신지요?”
하나 있었는데, 영주부의 정문이 너무 작아서 트럭을 넣기 힘들다는 거였다.
하지만 그 부분은 자신이 해결하려고 하는 중이었다.
“아, 맞다. 람찬은 상행에서 돌아왔습니까?”
“네. 마침 오늘 간트레이그 자작령에서 돌아왔습니다.”
“제가 찾는다고 전해주십시오. 아! 그리고 지금부터 영주부 정문 근처에 있지 말라고 하십시오. 경비하고 있는 병사들도요.”
“조치하겠습니다.”
집사는 고개를 숙이고 돌아섰다.
집사를 보낸 뒤 영수는 내리던 G바겐과 유니목을 마저 트레일러에서 내렸다.
다 내리고 나서 보니 유니목과 G바겐의 왼쪽에는 흠집이 잔뜩 나 있었다.
한국에서 가져왔을 때는 흠집 하나 없는 새 차였다. 트레일러에 싣는 가운데 자신이 실수한 것도 없었고.
‘왼쪽이면 분명 드리프트 했을 때…’
하나 걸리는 게 있다면 터틀 드레이크를 쳤을 때 왼쪽 측면으로 부딪쳤다는 것이다.
트레일러에는 아무런 흠집도 나 있지 않았다.
‘내비를 단 차량만 완전한 무적이 되고, 그냥 들고 온 건 조금 강해지는 정도라는 건가?’
터틀 드레이크의 등껍질은 배와는 다르게 기사가 쓰는 칼도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다. 그런 것과 부딪친 것치고는 양호한 편일 거다.
‘일단, 받아보면 알겠지. 무적인지 아닌지는…’
안 그래도 그 부분을 실험해볼 생각이었다.
영수가 집사에게 정문에 있는 사람들을 물려달라는 것도 그 때문이었다.
영수는 유니목 트럭에 올라타 시동을 걸었다.
부릉…
“후우…”
이 세계에 와서 내비를 달지 않은 차를 운전해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런 차로 벽을 박는 것도.
“간닷!”
부아아앙!
유니목 트럭이 정문 옆의 벽을 향해 달렸다.
콰쾅!
벽에 트럭이 닿는 순간 속도가 줄며 몸이 앞으로 튕겨 나가려고 했다. 내비를 달고 있었을 때와는 확실히 달랐다.
끼이익!
영수는 브레이크를 밟아 차를 세우고 사이드미러로 먼지가 날리는 벽을 바라봤다.
“파괴력은 거의 동일하네…”
하지만, 줄인 적도 없는 속도가 줄고 떨어져 내리는 벽돌이 부딪친 유리 부분에 작은 흠집이 조금 난 것을 보면…
‘역시 완전한 무적은 아니야.’
“으어…”
“음?”
영수는 앞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사이드미러에서 시선을 떼고 고개를 돌렸다.
“여, 영주님 부르셨습니까…”
트럭이 멈춘 곳과 불과 10센치미터 정도 떨어진 자리에 죽다 살아났다는 표정으로 람찬이 서 있었다.
아니, 그는 실제로도 죽을 뻔했다.
“헛… 괜찮으십니까?”
“저, 저는 살아있습니다. 하하… 살짝 지린 것 같긴 하지만, 영주님과 저만의 비밀로 하지요.”
람찬은 특유의 넉살로 생존신고를 해왔다.
거의 죽음의 문턱 앞까지 갔다 온 사람 치고는 대단한 넉살이다.
‘간이 크다고 해야 할지…’
하긴, 그 때문에 그에게 한국에서 가져온 물건들을 마음것 팔아오라고 시킨 거였다.
“안에 있을지 몰랐습니다. 집사님께 분명 정문의 사람들을 물러나 달라고 말했는데…”
“집사님 잘못이 아닙니다. 영주님이 찾으신다는 말에 제가 급하게 달려오느라 뒷말을 듣지 못해서… 아차, 그런데 지금 이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영주님 큰일 났습니다!”
람찬이 갑작스럽게 호들갑을 떨었다.
“큰일이요?”
“이번에 간트레이그 자작령에 갔다가 국방상서 라이트딜레이 후작을 만났습니다.”
“그렇습니까?”
영수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대꾸했다.
이곳에 오는 목적은 돈을 벌거나 가희에게 줄 보약을 찾기 위함이지, 왕이니 귀족이니 하는 권력 구조에 대해서는 관심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분이, 아로네 왕국과의 전쟁을 위해 한 달 내로 투구 1만 개를 공급하라고 합니다.”
“하? 택도 없는 소리군요.”
영수는 코웃음을 쳤다.
간트레이그 자작에게 안전모를 준 것은 그가 외부로부터 자신의 영지를 지켜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말고 다른 이들에게는 안전모를 줄 생각이 없다.
자신의 영지를 지키는 병사들과 기사들에게만 전해줄 생각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전모를 가져간 이들이 칼자루를 이쪽으로 돌렸을 때 대응하지 못할 것이다.
국방상서고 후작이고, 택도 없는 소리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국왕전하께 상소하여 영지의 계승 거래를 무효로 돌려놓겠다고 합니다!”
영수의 인상이 찌푸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