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 who drives a Benz RAW novel - Chapter (28)
몬스터로드
몬스터로드
네모나고 넓은 전면 창, 그 밖으로 보이는 칼을 뽑아 든 기사들.
“기사가 수백이라니…”
이사이온은 창백한 얼굴로 검 손잡이를 향해 손을 가져갔다.
그가 이렇게 두려워하는 것도 당연했다. 대충 봐도 수백을 넘는 기사들이었으니까.
“놀라실 것 없습니다. 어차피 저들은 이 마법 마차를 침범할 수 없어요. 아까도 성벽 부술 때 보지 않았습니까?”
영수는 차분하게 미소를 지으면서 한 손으로 이사이온의 검을 다시 밀어 넣어 주었다.
그리고 조용히 창문 스위치에 손을 가져갔다.
위이이잉. 텁.
창문이 완전히 밀봉되었다.
‘휴우…’
사실 겉으로는 여유 있는 척하고 있지만, 영수의 가슴도 떨리고 있었다.
눈앞에 기사들만 수백이었다.
인간을 뛰어넘는 움직임을 보이는 그들인데, 만일 창문을 열었던 사이에 그 틈으로 파고 들어왔다면 반응이나 제대로 할 수 있었을까?
하지만, 창문은 다시 완벽히 봉인되었고, 이제는 다시 무적이 되었다.
영수의 자신감은 다시 돌아왔다.
“그쪽이 주문하신 게 10개였죠? 아니, 100개였던가? 아, 발주서에 숫자가 지워져서 몇 개인지를 잘 모르겠네요.”
영수는 후작을 자극했다.
“네에, 이노오옴!”
라이트딜레이 후작은 대로하며 칼을 높이 치켜들며 앞으로 달려 나왔다.
휘익!
깡!
“크으윽!”
라이트딜레이 후작은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칼을 바닥에 떨어트렸다.
그가 트럭을 내리쳤던 칼은 휘어버리고 말았다. 엄청난 반발력이 있었을 텐데, 그것을 참다 보니 손이 저린 것이다.
“이거, 보아하니 10개가 아니라 100개를 주문했다고 화내시는 것 같은데, 다행히 물건이 여기 더 있습니다.”
영수는 운전석 뒤로 손을 뻗어 안전모를 앞으로 꺼냈다.
“그런데 개당 가격이 워낙에 비싸서, 제대로 내실 수나 있을지…”
영수는 라이트딜레이 후작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이, 이익…”
라이트딜레이 후작은 분하다는 듯이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아, 돈 걱정은 하지 마세요. 돈은 제가 알아서 받아갈 겁니다. 그런데, 영지 상태를 보아하니 30개… 아, 영주부까지 포함하면 한 40개 정도? 더 사실 수 있겠네요. 하나, 둘, 셋…”
영수는 라이트딜레이 후작이 볼 수 있게 천천히 숫자를 세며 안전모를 하나씩 앞으로 꺼냈다.
“한 남작! 이러고도 무사히 살아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보는가!”
라이트딜레이 후작은 뒤로 물러나며 기사들에게 손짓했다.
그의 손짓에 기사들이 빠르게 트럭 주변을 에워쌌다.
영수는 여유롭게 그들을 바라봤다.
기사들의 진형이 완성되는 순간.
“어디, 갈 수 없는지 볼까요?”
부아아앙!
트럭이 라이트딜레이 후작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후작님을 지켜라!”
정신을 차린 기사들은 몸을 날리며 라이트딜레이 후작의 앞을 막아섰다.
“이런, 멍청한 놈들! 모두 피해라!”
라이트딜레이 후작은 퇴각 명령을 내리며 빠르게 몸을 날렸다.
뒤늦게 기사들도 트럭의 경로 앞에서 자리를 비켰다.
영수는 그들을 칠 듯 말 듯 아슬아슬하게, 영주부에서 가장 높은 건물을 향해 트럭을 몰았다.
콰콰쾅!
트럭이 건물을 뚫고 들어갔다.
쿠궁, 쿠구궁…
먼지가 흩날렸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라이트딜레이 후작이 올라가 있던 첨탑이 기울기 시작했다.
쿠콰콰콰쾅!
굉음과 함께 탑이 완전히 부서지고 말았다.
꿀꺽.
라이트딜레이 후작은 침을 거칠게 삼켰다.
그는 제발 마차가 잔해에 묻혔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며 먼지 속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부아앙, 부앙 부아아앙!
하지만, 후작의 바람은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다.
“크윽!”
먼지와 건물 부서지는 소음 속에서 트럭의 엔진 돌아가는 굉음이 멀쩡하게 들려왔다.
애초에 잔해에 깔려서 못 나올 정도였다면 성벽에서 걸러져서 영주부에는 도착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자, 이건 좀 전에 부순 건물값입니다.”
위이이잉…
툭.
창문이 열리고 안전모 하나가 라이트딜레이 후작의 눈앞에 떨어져 내렸다.
“그나저나 드려야 하는 물량이 100개면, 돈 받으려면 시간이 좀 걸리겠네요. 다음날 해 질때까지 해야 할 것 같은데… 제가 급하니까 우선 돈부터 받겠습니다.”
뿌드득. 뿌득.
영수는 라이트딜레이 후작을 향해 웃어주면서 핸들을 틀었다.
“한 남작! 잠깐만!”
라이트딜레이 후작이 다급하게 이쪽을 불렀다.
“무슨 용무라도?”
“한 남작! 아무리 당신이 마법사라고 할지라도, 이미 귀족의 세계에 발을 디딘 이상 왕국을 무시하지는 못할 것이다! 이곳은 국왕 전하의 직할령! 이곳을 파괴했다는 것은 국왕 전하를 노리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이 될 수도,”
“아, 그러고 보니 개가 사람을 물면, 목줄을 풀어놓은 개 주인을 패라고 했던가? 어디가 개소리가 들려오는데… 그 개 주인이 누구라고 했지?”
“뭐… 라고? 설마 대놓고 반역을…”
돌려서 말했지만, 네 주인을 치겠다는 말이다.
즉 반역이라도 서슴지 않겠다는 의미였다.
이 세계에서 힘이 없는 자들은 반역을 입에 담고도 무사할 수가 없다.
하지만 힘이 있으면 반역을 입에 달고 살아도 무사할 수 있는 세계였다.
아스레나 공작이과 버스틴 대공만 해도 언제나 호시탐탐 수도를 노리고 있었다. 이런저런 정치와 힘의 균형 때문에 서로를 치지 못할 뿐이지 힘의 균형이 깨지면 언제든지 달려들 작자들이다.
부앙! 부앙! 부앙!
영수는 브레이크를 밟은 채로 액셀을 위협적으로 밟았다.
“그나저나 주인장도 참 고생이네. 개가 미친개라서 그럴 수도 있는데, 그 개 때문에 전 재산을 다 날리게 될 줄이야. 주인은 그 개를 아주 많이 원망하게 될 것 같아. 안 그런가?”
영수는 옆에 앉아있는 이사이온에게 동의를 구하며 웃었다.
“저, 저는…”
이사이온은 대답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애초에 그에게 물어본 것도 아니었다.
“크윽…”
라이트딜레이 후작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았다.
그는 영수의 말을 가볍게 들을 수가 없었다.
이대로 영수가 수도로 가서 똑같은 일을 벌인다면, 당장에 자신에게 떨어질 문책이 문제가 아니었다. 더 큰 적들이 움직일거다.
“할 말 없으면 이만 가보겠습니다.”
마지막 선택지를 주겠다는 소리이다.
“크윽… 한 남작… 그대의 강함은 이제 알겠다. 이제 그만 돌아가 주게, 후우… 내가 잘…”
“뭐라고요? 잘 안 들려요.”
부앙! 부앙!
영수는 액셀을 밟으며 라이트딜레이 후작을 위협했다.
“내가 잘못했네! 잘못 했단 말이네! 앞으로는 절대… 절대! 건드리지 않겠다고 약속하지.”
“건드리셨다니요? 언제 건드리셨습니까? 물건 주문하신 게 무슨 죄라고… 물건 가격이 비싼 게 죄지. 안 그렇습니까?”
씨익.
영수는 만족스럽다는 듯이 미소를 지으며 라이트딜레이 후작을 바라봤다.
“앞으로는… 앞으로는 절대 그대에게 물건을 주문하지 않겠네.”
“설마 평생 제 물건을 안 쓰시겠습니까?”
영수는 라이트딜레이 후작을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상단을 하나 운용하고 있는데 이것저것 팔고 있으니, 잘 봐주시길 바랍니다. 제가 정당한 거래를 좋아하는 사람이거든요. 정당하지 않으면, 정당하게 만드는 거래도 좋아하고요.”
“…”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띠이, 띠이, 띠이…
영수는 트럭을 후진시켰다.
라이트딜레이 후작은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기사들에게 손짓해 서둘러 자리를 비켜주게 했다.
“아, 그리고 이런 말이 있죠. 작전 걸 때는, 역으로 작전 당할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라. 별명이 모략가였던가? 머리 좋으시다던데, 뭔 말인지 알아들으셨죠?”
영수는 대놓고 그의 별명을 부르며 마지막으로 경고했다.
빵빵!
트럭이 클락션을 울리자 기사들이 갈라지며 길을 내주었다.
부아아아앙…
“빌어먹을 어디서 저런 대마법사가…”
퍽!
뒤에 남겨진 라이트딜레이 후작은 애꿎은 땅을 차며 화를 풀었다.
하지만, 화는 풀리지 않았다.
왕국에 왕권을 위협할 수 있는 새로운 강자가 등장했다.
그리고 하필이면 그 강자를 자극해 등장을 도운 자가 자신이었다.
필시, 국왕에게 문책을 당할 것이다.
조금만 더 조사해보고 일을 벌일 것을 하며 후회해봐야 늦었다.
“후작님 괜찮으십니까?”
각 기사단의 단장들이 달려왔다.
“쓸모없는 것들…”
“…”
기사들은 일제히 입을 다물었다. 그들 스스로도 무기력함을 느꼈던 탓이다.
“가신들을 소집하고 초청마법사인 카퍼필드에게 회의실로 오라고 통보해라.”
“명!”
단장들은 한 사람이면 되는데 모두가 서둘러 현장을 빠져나갔다.
자신들에게 불똥이 튀일까 하는 모습에 라이트딜레이 후작은 인상을 찌푸렸다.
“쯧… 고작 나이트스톤만 먹고 간신히 기사가 된 평기사놈들에게 뭔가를 바라는 것은 무리인가?”
그는 고개를 저으며 회의실을 향했다.
막, 회의실이 있는 건물로 들어서는 순간, 누군가가 어둠 속에서 불쑥 튀어나와 라이트딜레이 후작의 옆에 붙어섰다.
“마법 왕국 마다르시아도 아니고 영지 경영에 참여하는 마법사라니, 그 정도의 아티팩트라면 필시 대마법사일 것이고,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은 이상 누군가 후원했던 정보가 있을 것이다. 대체 놈이 어디서 나타난 건지 가서 조사해오도록 해라.”
“명을 받드나이다…”
어둠에서 나온 이는 다시 어둠으로 사라졌다.
“마다르시아 출신이 밖으로 나와 귀족을 하고 있다면 분명 협약 위반이다! 내 기필코 마법 왕국 놈들에게 따지도록 하겠다.”
라이트딜레이 후작은 차마 영수에게 직접적으로 화는 풀 수 없으니 애꿎은 마다르시아 왕국을 탓했다.
하지만, 그래 봐야 대마법사의 힘 앞에서는 무기력함만 느껴질 뿐이었다.
한국령을 불과 80km 남겨둔 지점의 몬스터 로드에서.
시시시시!
꼭꼭!
뱀과 닭의 머리를 동시에 가진고, 몸은 사자의 그것을 한 몬스터가 길가로 튀어나왔다.
선 높이 2미터, 몸길이는 4미터 정도일까?
“치크라입니다. 부리가 좀 비싼 편이죠.”
조수석에 앉은 이사이온이 심드렁하게 말했다.
“그렇습니까?”
부아아앙!
쾅!
운이 나쁜 치크라라는 몬스터는 그대로 유니목 트럭의 희생자 명부에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
끼이익.
영수는 차를 멈춰 세웠다.
“회수하죠.”
“넵!”
철컥!
이사이온은 조수석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안에서 단추를 누르자 천막이 느슨해졌다.
뒤에 타고 있던 병사들은 바로 튀어나왔다.
처음에는 다들 어리둥절하더니, 이 일도 벌써 몇 번째 반복되다 보니 이제는 천막만 느슨해져도 바로 일이 생겼다는 것을 알고 이렇게 튀어나왔다.
병사들과 이사이온이 몬스터를 손질하는 사이, 영수는 손에 전기 충격기를 들고 사이드미러로 뒤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크르르르…
츠츠츠…
길과 숲 사이의 경계나 나무 뒤편에는 몬스터들이 몸을 숨기고 이쪽을 바라보며 군침을 흘리고 있었다.
간혹 도전하듯 달려드는 놈들은 이 지역의 패자 정도 되는 강한 놈들이었고, 그보다 약한 놈들은 누구 하나 달려들지 않았다.
갈 때 올 때, 이 짓을 두 번이나 반복하니 놈들도 이곳을 새로운 강자의 영역임을 인정한 것이다.
물론, 부산물을 처리하는 기사들과 병사들을 노리는 몬스터들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영수는 전기충격기로 번개를 날려서 놈들을 지져 죽이거나 잡는 것을 도왔다.
‘영역을 인정하면 길을 건드리지 않는다는 건데…’
영수는 내비를 클릭해 미션을 확인했다.
<미션 : 몬스터 로드를 확보하시오.>
<보상 : 강화 포인트 2, 기억지점 포인트 2.>
이제 영지는 80km 정도 남았지만, 아직 미션은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이대로 한 번 더 왕복해야 할까?’
벌써 이곳에 온 지도 거의 이틀이 지나가고 있었다.
다시 라이트딜레이 후작의 영지에 방문했다가 오면 아무리 빨리 가도 여기서만 4일을 보내야 한다.
3일간 자리를 비운다고 했는데, 그래서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탕!
“정리 끝났습니다.”
병사들을 태운 이사이온이 다시 조수석에 올라탔다.
“수고했습니다.”
영수는 시동을 걸며 사이드미러를 통해 길가에 던져진 치크라의 사체를 향해 달려드는 몬스터들을 관찰했다.
아까부터 사체의 남은 것을 처리할 때는 일부러 길 중앙과 길가 두 군데에 사체를 나눠놨다.
몬스터들은 길의 중앙에 있는 것은 무시하며 길가에 놓인 사체에만 달려들었다.
물론, 길 안쪽의 사체에 팔이나 꼬리 같은 것을 뻗는 놈들도 있었지만, 닿지 않으면 넘어오지 않고 바로 포기했다.
‘확실히 영역을 인정받고 있어.’
하지만, 이래서는 진정한 몬스터 로드 확보가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 몬스터들은 다시 이곳을 자신들의 영역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내가 없어도 무력정찰을 계속 보내야 한다는 소리다. 하지만, 영지에 그 정도 병력은 없지…’
끼릭.
영수는 다시 액셀을 밟았다.
가다 보면 방법이 생길 거다.
이것도 안 된다면 다음번에 다시 왔을 때 또 같은 미션을 깨야만 할 거다. 그럼 골치 아플 거다.
취췻!
취잇!
약 5km정도 갔을 때, 앞쪽에서 코 킁킁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푸스스슥…
숲 속에서 초록색 피부를 가진 인간들, 오크들이 길가로 불쑥불쑥 튀어나왔다.
“취익! 위대한 전사님 돌아오셨습니까!”
끼이익.
영수는 차를 멈춰 세웠다.
이들이다.
미션을 깰 방법이라는 것이.
“먹을 것만 책임져 주면 저를 따른다고 했던가요?”
“취췻! 네! 시키시는 것은 다 하도록 하겠습니다.”
“혹시, 생선이나 인간이 먹는 빵 같은 것도 먹습니까?”
“취릿, 다 먹습니다. 오크, 잡식입니다. 생선, 이만한 거 두 마리면 됩니다.”
오크는 자신의 팔뚝을 가리키며 말했다.
“부족원이 총 몇 명 있죠?”
“취췻, 천구백입니다.”
영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루에 오크 팔뚝만 한 생선이 약 4천 마리 정도는 필요하다고? 많아 보이지만 낚시를 해서 잡는 것도 아니고 그물로 4천 마리는 금방 잡는다.
혹시나 공급물량이 딸릴 때를 대비해 지구에 가서 현대식 그물과 어부의 배에 달 모터를 가져올 생각이다.
그럼 하루에 배 두 세대만 띄워도 그 정도는 충분히 공급할 수 있을 거다.
“알겠습니다. 그럼 앞으로 먹을 것을 줄 테니, 앞으로 오크들이 이 길의 처음과 끝을 주기적으로 순찰하고, 이 길 위를 다니는 인간들을 다른 몬스터로부터 지켜줄 수 있겠습니까?”
“취췻! 뭐든 하겠습니다!”
“취릭! 맡겨만 주십시오!”
오크들이 무릎을 꿇었다.
<‘미션 : 몬스터 로드를 확보하시오.’를 완료하였습니다.>
<보상 및 미션 확인은 메뉴를 확인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