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 who drives a Benz RAW novel - Chapter (3)
가치가 다르다.
가치가 다르다.
프라시아 영주 간트레이그 남작은 가지치기용 가위를 들고 영주부의 정원을 거닐고 있었다.
타타탁…
그런데 그때 정원의 입구에서 기사 하나가 다급히 달려왔다.
“영주님, 마을 입구 검문소에서 봉연이 올랐습니다.”
“봉연?”
딸칵!
간트레이그는 손에 자신도 모르게 힘을 줬다.
그는 기사에게는 시선도 주지 않고 꽃봉오리가 달린 가지가 잘려나가자 아쉬운 표정으로 떨어져 내리는 잎사귀를 바라봤다.
“네 줄기였습니다.”
“뭐? 그게 확실해?”
간트레이그는 꽃으로부터 시선을 떼고 황당하다는 눈으로 기사를 돌아봤다.
“네.”
“허어… 이런 작은 어촌 마을에 갑자기 왜 마법사가 방문한 것이지?”
“그건 저도 잘…”
“허…”
복잡한 표정의 간트레이그 남작.
온갖 안 좋은 생각들이 그의 머리를 스쳤다.
마법사는 까다로웠다.
귀족인 자신이 명목적인 신분에서는 우위에 있지만, 실질적으로 남작인 자신은 거의 대부분의 마법사와 동등한 존재.
거기다 변덕이 심한 존재이고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는 인종인지라 영지에서 무슨 일을 벌일지 몰랐다.
한가롭게 꽃가지를 치고 있을 시간은 아닌 것 같았다.
“알겠다. 기사단에 외출 채비를 하겠다고 전하라. 내 직접 만나보도록 하겠다.”
‘그나저나, 누구랑 뭘 거래해야 하나…’
영수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다들 트럭을 보고는 수군거리다가 눈이 마주치면 고개를 돌려 피하고는 다른 골목으로 사라졌다.
‘거참…’
확연하게 느껴지는 거리감.
영수는 다시금 내비를 확인했다.
<미션 : 인간을 만나 가진 물건으로 거래하라.>
한동안 내비의 어두운 맵이라도 밝힐 겸, 트럭이 갈 수 있는 길이라면 어디든 돌아다녔지만, 모두 쉬쉬거리면서 트럭을 피한다면 거래를 하는 것은 힘들 것 같았다.
어느새 도착한 영지의 끝.
쏴아아…
“바다인가…”
어린 시절 바닷가에서 살았던 영수에게는 익숙한 내음이었다.
철썩! 쏴아아…
파도가 밀려와 포말이 허공에서 부서졌다. 갈매기들이 날아다니고, 한쪽에서는 어민들이 그물을 손질하고 물고기를 분류하고 있었다.
어린 시절의 향수가 물씬 풍겨왔다.
부드드득…
영수는 트럭으로 갈 수 있는 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시동을 껐다.
바다에는 배가 떠다니고 있었고 거의 발가벗은 남녀가 물속으로 들어가 조개며 물고기며 하는 것들을 끄집어 올리고 있었고 나무로 만든 부두에서는 어민들이 모여 앉아 그물을 엮고 있었다.
어린 시절 보아왔던 풍경과 비슷해서 정겹고 익숙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하나하나 보다 보니 배뿐만 아니라 모든 것들이, 어린 시절 봤던 것들보다 더 옛날에나 썼을 법한 물건들이 잔뜩 굴러다니고 있었다.
‘여기는 원래 이런 곳인가…’
중세시대 컨셉을 완벽히 재현한 현대 서양 덕인들의 마을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들려오는 말이 또렷하게 이해가 갔다.
‘한국어도 아닌 것 같고, 전에 오크라는 초록 인간들이 사용하던 언어도 아닌 것 같은데…’
영수가 상념에 빠져있을 때, 부둣가에 한 대의 나무배가 들어왔다.
“애라이 고래 새끼들이 또 똥을 싸놨어!”
배에서 내린 어부들은 뭍에 오르자마자 잔뜩 성난 듯 불만을 토로했다.
‘고래?’
“이거 보라고 그물도 다 찢어졌잖아!”
어릴 때 간혹 고래들이 사람들이 쳐놓은 그물에 걸려 죽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고래들의 무게가 무겁고 힘이 강하다고 하지만, 합성 섬유로 만든 질긴 그물이나 구리 합금 소재로 만든 양식 어망 같은 것을 뚫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조금 전에 보니 넝쿨을 엮어서 그물을 만드는 것 같았다.
고래가 쉽게 찢는 것도 당연했다.
“에잉, 쓸모도 없는 똥 덩어리 같으니라고.”
철퍽!
사내들은 신경질적으로 그물에서 똥을 뜯어내 모닥불에 던졌다.
똥에 기름기가 있어서인지 불이 더욱 활활 타올랐다.
그러자 열어둔 창문으로 머리가 아찔해질 정도로 생선 썩어가는 냄새가 잔뜩 풍겨왔다.
‘음…’
영수는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그들이 떼어내는 똥을 유심히 지켜봤다. 걸리는 게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맞는 것 같은데…’
딸칵.
영수는 급히 차에서 내렸다.
저게 자신이 생각하는 그 똥이 맞다면 저렇게 태워서는 안 된다.
퍽!
“큭…”
달려가려다가 발에 바위가 채였다.
영수는 인상을 찌푸리며 발을 바위를 돌아봤다.
그것은 이상한 바위였다.
마치 소금이 말라비틀어진 것같이 하얀 부분과 누런 부분, 거무튀튀한 부분이 섞여 있는 이상한 색깔 하며 검은색 조개 같은 것이 이곳저곳에 붙어있는 모습.
“이거…”
영수는 조개껍데기같이 생긴 것을 손으로 건드려봤다.
딱딱하지만 말랑거린다. 이건, 오징어 입이다.
덜그럭.
영수는 차로 달려가 열쇠를 뽑았다.
그리고 어민들 사이로 비집고 들어갔다.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누구…”
그들과는 다른 이질적인 복장 때문인지 어민들은 조심스럽게 경계하면서 한 걸음씩 물러났다.
영수는 슬쩍 웃으며 인사하는 것으로 얼렁뚱땅 넘기며 바닥에 떨어진 나뭇가지에 열쇠고리를 걸고 그대로 열쇠를 불에 달궜다.
“어라? 그러고 보니 저건 또 뭐래? 바퀴가 달린 걸 보니 마찬가?”
“말이 없는데? 마치 마법사가 타고 다닌다는…”
“마법…”
쿠당탕!
어민들은 서둘러 뒤로 물러나며 영수로부터 거리를 벌렸다.
“…”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하지만 영수는 열쇠를 달구는 데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됐어!’
어느 정도 열쇠가 달궈지자 영수는 서둘러 조금 전 발이 걸렸던 바위로 돌아갔다.
치이이…
바위에 열쇠를 가져가자 녹는 소리가 났다.
열쇠를 떼자 열쇠 크기만큼 바위가 녹아 검은색과 카라멜 색 중간의 광택이 나는 액체로 변해버렸다.
“이거…”
이곳의 원주민들에게는 쓸모없는 고래의 똥, 내버려두면 다른 돌들과 구별이 가지 않게 변해서 기분 나쁘다는 쓰레기가…
영수가 사는 세계에서는 같은 무게의 금보다 더 비싸게 거래되는 물건이었다.
“용연향이잖아…”
잭팟이 터져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