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 who drives a Benz RAW novel - Chapter (30)
일해라 엘벌이
일해라 엘벌이
엘프라니 그건 또 뭔가?
“여, 역시 사악한 마법사라고 생각해서 평화의 상징이자 조화와 균형의 종족인 엘프가 영주님을 처단하러 온 거야!”
이사이온은 자신도 모르게 속마음에 담아두고 있던 말을 터트렸다.
엘프가 뭔지 대충 설명은 됐는데…
“…”
회의실에는 정적이 흘렀다.
워낙에 순수하고 아무것도 몰라라 하는 래제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살짝 고개를 끄덕이는 것 같은 느낌은 기분 탓일까?
“후우…”
영지의 가신들에게도 좋은 이미지 갖는 것은 일단 포기다.
“그래서 엘프가 저를 처단하겠다고 왔다는 겁니까?”
영수는 수문장이라는 병사를 바라보며 차분하게 질문했다.
“그, 그게 아니라 영주님을 찾았습니다.”
“그러니까, 저를 찾는다는 말을 전달하려고 이렇게 달려온 거군요.”
인간과는 다른 종족이 영지의 대표격인 자신을 찾으러 온다? 이례적이지만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고작 그것이 회의를 방해할 정도로, 이렇게 호들갑을 떨 일입니까?”
하지만 이런 호들갑과 사람들의 놀라는 태도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 하지만 엘프가…”
“음… 엘프…”
아름다웠다.
가늘고 길고, 빛을 반사하는 은발과 순백의 피부와 조각 같은 얼굴…
단순히 햇살이 반사되고 있을 뿐인데 엘프의 얼굴에서는 후광이 발사되는 것 같았고 넋을 잃은 사람들은 고요히 숨소리를 죽이고 있어 주변의 공기마저 멈춰있는 것 같았다.
수문장이 뜻 모를 호들갑을 떨며 걸음을 재촉했던 것은 바로 저 엘프를 다시 보고자 함이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끼이익.
영수는 G바겐을 멈춰 세웠다.
“와…”
“허…”
같이 차를 타고 따라온 기사들은 바보 같은 소리를 내며 혀를 내밀고 있는데, 왠지 엘프를 바라보고 있는 영수의 눈은 싸늘했다.
‘남자네…’
중성적인 외모 때문에 구분이 잘 안 가긴 했다.
하지만, 가슴은 아예 없었고 비율상 유난히 손과 발이 긴 것과 작게나마 튀어나와 있는 목울대를 생각하면 확실하다.
‘태국에 확실히 많지…’
성형 미인이나, 사기에 가까운 화장분장술을 너무 많이 본 현대인이라 그럴까?
혹하는 외모지만, 마치 예술 조각품처럼 만들어진 듯한 외모에는 거부감이 들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아니었다.
“예쁘다…”
“아이는 다섯, 아니 여섯…”
“어쩌면, 나도 이제는 한 사람에게 정착할지도…”
남자라고 말하면 늦은 타이밍일까?
기사들은 이미 머릿속으로 엘프와의 결혼하는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는 것 같았다.
그들뿐만 아니었다. 주변에 서 있는 사람들도 남녀에 상관없이 행복한 상상을 하느라 넋을 놓고 있는 것 같았다.
‘중성적인 미모 때문인가?’
“오오! 움직였다!”
엘프가 이쪽을 향해 걸어오자 사람들이 호들갑을 떨기 시작했다.
“그대는 파괴마차의 주인인가?”
‘파괴마차?’
설마, 트럭을 그렇게 부르는 건가?
마법사가 모는 말 없는 마차도 아니고, 파괴마차라니…
“음…”
지금까지 여기서 벌인 일을 돌이켜본 영수는 그 말에 대해 부정할 수가 없었다.
“트럭을 말한다거나, 이런 차를 말하는 거라면 맞는 것 같은데? 그리고… 우선 통성명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그대가 정령이 말해준 페어리 더스트의 주인이군.”
엘프는 자신이 듣고 싶은 말만 들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순전히 마이페이스였다.
“페어리 더스트?”
영수는 고개를 돌려 옆자리를 바라봤다.
베시시한 미소를 떼며 얼굴에 홍조를 띄고 있는 이사이온.
퍽!
“컥! 여, 영주님…”
“저 엘프 남잡니다.
“네?”
이사이온 뿐만 아니라 다른 기사들도 놀란 얼굴로, 그리고 원망스러운 얼굴로 자신을 쳐다봤다.
‘이런 한심한…’
엘프의 외모에 혹하는 사람이 기사들뿐이었다면 그들을 심하게 문책했을 거다.
하지만, 다른 대중들까지 모두 외모에 혹하는 것을 보면 엘프에게 뭔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영수였다.
“정신들 챙기십시오.”
“죄, 죄송합니다.”
“엘프 엘프 하더니 정말…”
남자라는 것을 알게된 이후 다른 두 기사는 정신세계가 독특해서인지 그럭저럭 엘프의 매력을 버텨냈다.
하지만, 이사이온의 눈길은 계속 엘프를 향해 돌아갔다.
“이사이온…”
영수는 나직이 그의 이름을 불렀다.
“크억!”
찰싹! 찰싹!
이사이온은 정신을 차리기 위해 자신의 뺨을 사정없이 때렸다.
“죄송합니다. 제발 살려주십시오…”
엘프의 매력보다는 마법사에 대한 공포가 더 강하다는 걸까?
‘가끔은 편하고, 가끔은…’
“후우… 다들, 페어리 더스트가 뭔지 아십니까?”
기사들은 서로 눈을 마주치며 눈치를 봤다.
“그건 잘…”
대답은 다른 곳에서 나왔다.
“그것은 우리 엘프의 2차 성징을 위해서 꼭 필요한 물건입니다. 우리 엘프는 2차 성징을 하지 못하면 고작 700세의 젊은 나이에 죽고 맙니다.”
‘2차 성징을 안 해도 700세가 고작 젊다니, 얼마나 살려고…’
영수는 엘프의 말에 전혀 공감이 안 됐다.
그런데 사람들의 반응은 좀 달랐다.
“그런!”
“크윽, 고작 700세에 죽다니…”
마치 자신들의 일인마냥 공감하는 사람들.
100세도 살지 못하는 인간이라면 공감이 아니라 부러워해야 하는 것이 정상 아닌가?
“부디 페어리 더스트를 엘프에게 주십시오.”
“제게는 그런 이름을 가진 물건은 뭔지 알지도 못하고 가지고 있지도 않습니다.”
“정령이 제게 말해주었습니다. 인간들이 페어리 더스트를 음식에 넣어 먹고 있다고요.”
‘음식?’
음식에 넣는 가루라면 두 개뿐이다.
“혹시 페어리 더스트는 붉은색인가? 아니면 약간 투명한 하얀색?”
“투명한 하얀색의 길쭉한 결정 형태의 가루입니다.”
그런 가루라면 MSG다.
2차 성징을 위해서 MSG가 필요하다고?
‘허 참…’
폭식의 권능이라는 이상한 식탐을 권능이랍시고 가지고 있는 리자드맨보다 더 어처구니없는 말이었다.
하지만, 원래 이곳은 자신의 상식이 통하지 않는 곳이었다.
영수는 빠르게 평정심을 회복했다.
“그 가루라면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얼마나 필요하지? 돈은 얼마를 주고 사갈 건가? 인간이 먹어서 몸에 좋을 약 같은 게 있다면 물물교환도 받겠다.”
엘프의 외모가 어쨌든 그들의 종족의 2차 성징이 어쨌든 간에, 거래를 하러 왔다면 환영이다.
‘700년이나 산다니까, 뭔가 좋은 보약 같은 걸 먹겠지?’
“크흠, 크흠…”
힐끔 이쪽을 바라본 엘프가 목청을 가다듬으며 등을 지며 돌아섰다.
‘뭘 하려고…’
“영지에 계신 영주, 귀족, 마법사, 기사, 남자와 여자, 노인과 아이 여러분. 목마른 사슴이 시냇물을 애타게 찾듯이 오늘 이 엘프는 여러분께 도움을 청하고자 이 자리에 섰습니다.”
“음?”
영수는 왠지 이런 비슷한 멘트를 지하철 안에서 들어본 것 같았다.
“1200년 전만 해도 저희 엘프들은 페어리와 함께 평화롭게 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마왕이 나타나면서 그때부터 우리 엘프들은 불우한 시절을 보냈습니다. 세계수와 페어리 퀸의 희생으로 소환된 마왕은…”
줄줄이 엘프의 신세 한탄이 이어졌다.
‘이거… 앵벌이 단골 멘트랑 비슷한데?’
마왕이라는 존재가 나타나, 세계를 지키기 위해 세계수와 페어리 퀸이 자신들을 희생하며 봉인을 했다.
그 이후 엘프가 모두 흩어지고 불쌍하게 살아가기 시작했다는 따위의 이야기였다.
“… 그렇게 우리 엘프족은 종족 전체가 자신의 수명 중 절반인 700년이라는 세월을 희생해서 마왕을 봉인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아아, 페어리 퀸이여. 아아 세계수여.”
엘프는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손을 휘저었다.
하지만, 그것은 허망한 몸짓이다.
목소리는 물론 얼굴에 감정이 하나도 실려있지 않았다.
‘그런 싸구려 멘트와 발연기에 누가 공감한다고…’
많이 보지는 않았다고 해도, 현대의 드라마와 영화에 익숙한 영수로서는 엘프는 너무나도 연기를 못했다.
훌쩍.
뒤에서 들려오는 불안한 소리에 영수는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다.
“흐윽… 엘프가…”
“으윽… 세계수와 페어리 퀸의 희생이 없었다면 지금쯤 인간세계는 마왕에게…”
“크음… 엘, 엘프들의 희생은 숭고한 것입니다.”
“…”
기사들이 이 정도니, 다른 사람들은 말로 할 것도 없었다.
흑흑흑.
어엉엉.
누가 죽은 것도 아닌데, 사람들은 마치 자신들의 눈으로 세계수와 페어리 퀸의 희생을 목격한 사람처럼 서럽게 눈물을 흘렸다.
“…”
고개를 돌리자 엘프가 이쪽으로 몸을 돌리고 예의 무표정한 얼굴로 쳐다보고 있었다.
저놈이 뭔가 한 거다.
“대체 어디서 개수작이야?”
영수는 엘프를 향해 눈빛을 쏘아 보냈다.
마왕? 세계수와 페어리 퀸의 희생?
영수는 그런 게 뭔지 모른다.
“도와주시겠습니까?”
끝까지 마이웨이다.
만일 자신이 이쪽 세계의 사람이었다면, 어쩌면 저들처럼 외모에 혹하고 저 말도 안 되는 멘트에 혹해서 넋을 잃고 MSG를 공짜로 퍼줬을지도 모른다.
그걸 생각하니까 더 짜증 났다.
엘프 놈 인생, 너무 쉽게 살려는 게 아닌가?
앵벌이는 최소한 돈을 받고 물건이라도 준다.
“안돼. 공짜로 줄 생각 없어. 돈을 가져오든지, 물건을 가져오든지, 없으면 돌아가.”
“쳇! 역시 마법사라 정신 감응이 통하지 않는 건가…”
“체엣?”
외모, 분위기, 그리고 정신 감응이라는 것으로 공짜로 뭔가를 해보려고 했던 것 같은데, 그것이 실패하자 엘프는 바로 본색을 드러냈다.
‘순 양아치군.’
“엘프 헛수작 부리면 이 파괴마차로 갈아버린다.”
“후우…”
몸을 부르르 떠는 엘프.
“알았다. 하지만, 페어리 더스트가 필요하다는 것은 거짓말이 아니다. 2차 성징을 한 엘프들이 없어서 세계수와 페어리퀸을 부활시키지 못했고, 우리들의 운명이 존망의 기로에 놓인 것도 사실이다.”
“그렇구나. 응, 하지만 너는 처음부터 태도가 글러 먹었어. 돈을 가져와. 너 같은 놈한테는 한 포대에 10골드는 받아야겠어.”
“미안하지만, 우리 엘프들은 인간들이 사용하는 돈이라는 것을 사용하지 않는다. 거기다 아까 말한 몸에 좋은 약 같은 것은 세계수로부터 나오는데, 세계수가 멸한 이후로는…”
“응. 잘 가.”
키리릭, 부앙!
영수는 시동을 걸고 후진 기어를 넣었다.
“잠깐! 그게 없으면 우리 엘프는 멸족한다!”
“그렇구나. 그럼, 멸족하기 전에 돈 벌어와. 이런 식으로 사람들한테 돈 뜯어내면 파괴마차와 입맞춤을 하게 될 거다. 뭔 말인지 알겠지?”
영수는 으르렁거리면서 천천히 차를 후진시켰다.
“파괴마차 부럽다. 입맞춤도 받고…”
이사이온은 아직도 정신을 못차렸다.
“이사이온!”
“네, 넵!”
“엘프는 정신 감응이라는 능력으로 그대들의 이성을 흐리고 있다. 정신 똑바로 차려라. 한 번만 더 흐트러진 모습을 보인다면…”
영수는 말없이 이사이온을 위아래로 쳐다봤다.
몸을 부르르 떠는 이사이온.
“앞으로는 그런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영수의 협박에 이사이온은 긴장하며 정신을 차린 듯했다.
“다시, 돌아가자!”
부우웅, 끼익!
뒤로 차를 빼던 영수는 급히 차를 멈춰 세웠다.
엘프가 달려와 몸으로 차의 앞을 막았던 탓이다.
“잠깐! 인간 영주여, 이야기를 하자.”
“정당한 가치를 가져와라. 아니면 한 톨도 줄 수 없다.”
부아앙!
“거래! 거래를 하자! 단, 물건이 아니라 내 몸을 써서! 그대가 원하는 일이 있다면 해주도록 하겠다!”
끼익!
영수는 차를 멈춰 세웠다.
“즉… 노동력을 제공하겠다?”
“그, 그렇다!”
왠지 엘프는 얼굴을 붉히며 살짝 더듬었다.
“그쪽이 잘할 수 있는 특기가 뭐지?”
“화살을 잘 쏘고, 정령과 대화를 할 수 있어서…”
영수는 고개를 저었다.
무력이야 오크만 있어도 충분했고, 부족하면 안전모든 뭐든 가져다가 무장을 시켜주면 된다.
“그렇다면 식물… 가령 이 영지의 식물들에게 축복을 내려준다거나, 성장을 도와 1년에 두 번 농사가 가능하도록 해주겠다.”
“호오? 계속해봐.”
“식물의 정령들과 대지의 어머니인 세계수의 가호를 받아 태어난 엘프에게는 식물의 성장을 돕고 대지를 축복하여 비옥하게 만드는 능력이 있다. 거기다가 토양이 맞지 않아 이곳에서 자라지 못하는 식물이라고 해도, 엘프의 능력이 있다면 자라나게 만들 수 있다.”
이건 좀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안 그래도 이곳에서 방직업을 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게 있었다.
그것은 바로 목화를 키우는 것이었다.
영수는 글로브 박스를 열어 안에 들어있는 1kg짜리 목화 종자 봉투를 꺼냈다.
위이잉…
“만일 이걸 키워온다면, 그때부터 거래를 생각해 보겠어.”
툭.
영수는 엘프를 향해 목화씨를 던졌다.
“이거, 지금부터 키워도 되는 건가?”
“급하다고 했으니, 마음대로 하던지.”
영수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엘프가 두 손을 맞잡았다.
“대지의 어머니이자 세계수의 자손이 땅의 힘을 빌리고자 합니다…”
엘프가 서서 뭔가를 중얼거리기 시작하자.
쏴아아…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목화를 향해 물이 내렸다.
엘프의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히더니, 손끝에 초록색 유형화된 기운이 모였다.
“자라나라!”
엘프가 소리지르며 손끝으로 목화씨를 가리키자 초록색 기운이 날아갔다.
드드득…
영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초록색 기운에 적중된 목화씨가 발아해 뿌리를 내렸고, 초록색 잎이 나오며 가지가 길어지더니 순식간에 목화 꽃을 피워냈다.
“후아!”
어느새 땀에 젖은 엘프는 자신감 넘치는 표정을 지으며 영수를 돌아봤다.
“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