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 who drives a Benz RAW novel - Chapter (32)
발 없는 말이 천 리 간다.
발 없는 말이 천 리 간다.
대학에서 행정학 강의를 배울 때, 실습 과제라 했었던 씸씨티의 간략 버전인 것 같았다.
두 손가락으로 화면을 늘리는 기능도 됐고, 다시 좁히는 것도 됐다.
하지만, 확대를 한다고 해서 2D형식이 3D로 바뀐다든가 건물이 세밀하게 표현된다든가 하는 기능은 없는 것 같았다.
영수는 우선 가장 중앙에 있는 [영주부]라고 쓰여있는 것을 클릭했다.
띠릭.
클릭하자 경쾌한 클릭음이 들려왔다.
화면이 바뀌면서 [영주대리], [세금], [상단]이라는 메뉴가 떴다.
띠릭.
-지금까지 없었던 기막힌 조미료에다가 요정들도 없어서 못 구한다는 페어리 더스트면 이걸 얼마에 팔아야 하지? 후추가 한 되에 1골드고, 소금이 한 되에 5실버니까…
상단이라고 쓰여있는 것을 클릭하자 동영상이 뜨고 람찬이 일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혹시?’
“크흠, 람찬 귀족들에게 팔 거니까 봉지 하나당 20골드에 팔아. 안 되면 나중에 가격을 내려도 되니까. 사치품이라고 생각하면 오히려 더 많이 사갈 수도 있어.”
-그래, 아무리 귀족이라고 해도 먹을 거에 그렇게 돈을 많이 쓰지는 않을 거야. 5골드에 팔아야겠다.
혹시나 말이 들리지 않을까 했는데, 안 들리나 보다.
영수는 한동안 지켜보다 화면을 터치해봤다.
하지만 다른 메뉴가 나오지 않았다.
‘영지의 상태를 볼 수 있게 해주는 앱이라는 건가…’
뒤로가기를 눌러 영지 화면으로 나가 다른 것들도 클릭해봤다.
띠익, 띠익, 띠익…
-오크들에게 잡아먹힐 거야…
-기사 모집 공고를 어떻게 써야 하지? 정말 500명을 모은다고 하면 문제가 될 거야. 우선 숫자는 쓰지 말고 모은다고만 쓸까?
-내가, 영지의 모든 것을 관리해야 한다. 내가…
-아, 그 마법사 놈은 대체 경지가 어느 정도야? 정신 감응도 안 걸리고 마나도 못 느끼고…
이곳저곳을 클릭해보자 담당자들이 일하고 있는 모습이 보이고 말하고 있는 것들이 들려왔다.
그중에는 담당자들이 없어서 빈 화면만 나오는 곳도 있었다.
‘이 곳들에 담당자를 임명하면 되겠군.’
다시 메인 화면인 영지 화면으로 나가 [메뉴]를 클릭하자 화면이 어두워지고 [차트], [목표], [여론]이라는 메뉴가 떴다.
띠익.
차트를 클릭하자 영지의 인구, 재정, 군사력, 행복도 등 등의 상태를 나타내는 아이콘과 그 옆에 숫자들이 빼곡히 쓰여있었다.
다양한 상태들이 나와 있어서 스크롤을 상당히 길게 내려야 했다.
영수는 그 중 인구라는 아이콘을 클릭했다.
화면이 시계열 그래프로 바뀌었다.
이번에는 화면을 터치하자 반응이 있었다.
위로 문지르자 시계열 그래프가 일 단위에서 월 단위로, 다시 월에서 년 단위로 바뀌었고 좌로 움직이자 앞쪽을 볼 수도 있었다.
‘지금이 라트 왕국력 521년이라는 건가…’
하단의 시계열 축에는 라트 왕국력 521년 이후로는 더 이상 표시되지 않았다.
지금은 인구가 5만 명 정도밖에는 안 됐지만, 100년 정도 앞으로 가자 인구수가 7, 80만 선에서 왔다 갔다 했다.
예전에 후작령이었다더니, 그때는 영지가 제법 컸나 보다.
뒤로 가기로 나가 다른 차트를 몇 개 훑어본 뒤, 더 뒤로 가 목표 아이콘을 클릭해봤다.
목표에는 저쪽에 가서 가신들에게 명령한 일의 진척도가 퍼센테이지로 표시되고 있었다.
클릭은 따로 안 되는 모양이었고, 여기서 진척도가 낮은 것을 확인하면 왜 낮은지는 영지 화면으로 돌아가서 직접 관찰해서 알아내라는 것 같았다.
띠익.
‘1. 우리 영주님은 무서운 마법사야. 예전처럼 세금을 몰래 덜 내면 개구리가 될지도 몰라.’
‘2. 리자드맨은 무섭지만, 그들이 가져다주는 가재는 잡기 힘든 건데 맛있어서 좋군.’
‘3. 유랑민들 중에 과부가 많던데, 이참에 나도 장가갈 수 있을까?’
여론을 클릭하자 영지민들이 했을 법한 말들이 떴다.
‘차례대로 쓰인 숫자는 빈도라는 말인가?’
첫 번째 말은 측근들에게까지 자주 듣던 말이다.
그나마 세 번째, ‘장가갈 수 있을까’라는 말은 희망적인 모습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기본적으로 영지민들의 공통적인 감각은 무서움인 것 같았다.
‘이미지 좋아지라고 무료로 플라스틱 물통이라도 배급해야 하나…’
하지만 해석은 무조건 부정적으로만 할 수는 없었다.
첫 번째 여론은 자신을 무서워하는 거다.
덕분에 법의 강제력을 확보했으니, 질서유지 차원에서 보면 긍정적인 요소이다.
두 번째는 사람들이 몬스터인 리자드맨에게서 이득을 얻는데 조금씩 익숙해져 가는 중이라는 소리다.
리자드맨에게 익숙해지면 사람들이 길 안내를 하는 오크들을 봤을 때 충격이 적다든가 하는 긍정적인 반응을 기대할 수 있었다.
한편 긍정적으로 보이는 세 번째 여론은 부정적인 면으로 해석할 여지가 많았다.
과부에게 장가를 간다는 남자가 많다는 말은 성비에 문제가 있다는 말이다.
거기다, 사람들이 유랑민들을 의식하기 시작했다는 말이니 앞으로 그들이 마을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무상은 아니지만, 돈을 빌려주라고 한 부분 차별을 느낀다든가 말이다.
‘물품도 나눠주고, 축제 같은 것을 벌리고, 리자드맨에게 진주 대신 갑각류 공급을 늘리라고 해야겠어. 거기다 은행을 만들어서 영지민들에게도 유랑민과 같은 한도의 대출을 받을 수 있게 하면…’
어플은 기대 이상으로 쓸만했다.
저쪽에 뭔가를 할 수는 없었지만, 정리가 잘 되어있어서 영지의 상황을 알아보기도 편했고 다음에 갈 때 뭘 해야 하나 하는 것들을 정리하기도 좋았다.
뒤로 가기를 눌러 메인 화면으로 돌아간 영수는 화면을 확대하고 영지의 구석구석을 둘러봤다.
둘러봐도 별다른 것이 없는 것 같아, 완전히 종료하려고 하는데…
“어?”
성 바깥쪽에서 뭔가 지렁이 기어가는 것 같은 모습이 보였다.
영수는 눈에 힘을 집중시켜 시력을 강화했다.
[확장 가능 1], [확장 가능 2], [확장 가능 3], [폐광 1]. [폐광 2], [폐시가지 1], [폐시가지 2], [폐상업지구 1], [폐상업지구 2], [폐농업지구 1], [폐농업지구 2], [폐농업지구 3], [폐유적 1]…너무도 작아서 시력을 강화하지 않으면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고, 노트용 펜으로도 클릭이 힘들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작은 아이콘들은 영수에게 영지의 확장 가능성과 알지 못하던 많은 것들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줬다.
‘하긴, 인구가 7, 80만을 넘던 후작의 영지였으니…’
지금 있는 남작령이 고작 후작가의 내성이었고, 그 안에 5만이 농사 뿐만 아니라 다양한 생활을 하며 살고 있을 정도다.
후작령이면 그 영역은 더 컸을 것이고 80만이나 되는 사람들이 살기 위해서는 농업 말고도 다른 것들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이런 게 있다는 것은 발굴하거나 다시 활용할 수 있다는 말이겠지?’
미션이나 깨보자는 생각으로 강화한 것치고는 많은 것을 얻었다.
지구에서도 영지의 상황을 계속 알 수 있게 된 것은 물론이고, 미션 하나를 손쉽게 완료했다.
덕분에 강화 포인트도 두 개 벌었다.
‘그럼 남은 강화포인트로는 뭘 강화 할까…’
강화하는 것은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아티팩트를 +2로 강화하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도 들고, 이쪽의 물건을 강화하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현재 강화 점수 : 2>
영수의 손이 내비를 향해 갔다.
우우웅!
막, 물품을 누르려고 하는데 휴대폰이 울렸다.
영수는 멈칫했다.
‘아차, 일단 강화는 신중하게 해야 한다.’
충동적으로 강화 포인트를 다 썼다가는 앞으로도 영영 미션을 해결하지 못할 수도 있게 된다.
이번에 나온 강화 미션이 다음에도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 최소한 한 두 개 정도의 여유분은 항상 가지고 있어야 할 것 같았다.
우우웅, 우우웅…
계속 전화가 진동을 울렸다.
실로 좋은 타이밍에 온 전화였다.
하지만, 어플을 만지는 사이 어느새 시간은 12시를 넘어가 있었다. 거기다 모르는 070 인터넷 전화번호.
‘지금 이 시간에 모르는 연락할 사람이…’
설마, 3일간 찾지 말라고 했더니 3일이 지나자마자 회사에서 바로 전화한 건가?
‘그 정도라면 급한 일이라는 건데…’
“여보세요. 한영수입니다.”
영수는 전화를 받았다.
상대방의 인터넷 상태가 좋지 않은지 작은 노이즈가 들려왔다.
-아, 그동안 안녕하셨어요? 정말 오랜만이네요. 아니, 이제 두 번째인가요? 지난번에 한국에서 뵀었죠? 왜 서울 옥션에서 제가 설명해드리고 그랬잖아요.
이내 들려오는 목소리는 여자, 그것도 아는 사람의 목소리였다.
“아…”
‘그 말 많던…’
“조금 지직거리는군요.”
-여기가 뉴욕이라 인터넷이 별로 안 좋아서 그런 것 같아요. 안 그래도 경매 진행 방식과 시간, 언론 공개 수준 등 의뢰자와 최종적으로 상의하고 조율해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 며칠 동안이나 전화를 받지 않으시더라고요. 그래서 지금 막 서울 티켓을 끊고 비행기를 타기 전에 공항 와이파이로 연락드리는 거랍니다.
“한국으로 오신다고요?”
-네. 상의도 해야하고 저희 회사의 VVIP의뢰인이시자 장래의 특별 회원 고객님이 되실 분이니, 회원권도 드릴 겸 해서요. 따로 필요한 것은 없으세요? 뉴욕에서만 가져갈 수 있는 거라든가, 아니면 소더비에 바라는 점이나 요청할 것이 있으시면…
“마침 잘됐네요. 혹시, 물품 하나 감정 의뢰를 맡길 수 있겠습니까?”
-감정이요?
영수는 품속에서 투명한 네모 케이스를 꺼냈다.
딸각.
손에 쥐고 버튼을 누르자 입구로 파란색 둥그런 알약이 튀어나왔다.
“제가 마침, 어디서 생긴 약이 좀 있는데요. 소더비라면 다방면으로 손을 뻗었을 테니, 어떤 건지 감정을 의뢰할까 싶어서요.”
오후 4시, 서울의 한 별다방.
“이게 그겁니다.”
딸칵.
영수는 테이블 위에 파란색 둥그런 알약을 올려놨다.
“이건… 어떤 약이죠?”
‘저쪽 세계에서 가지고 온, 일정 분량 이상 먹으면 평생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힘을 발휘하게 해준다는 나이트스톤이라는 말은 하면 못 믿겠지?’
“보약이라고 들었습니다. 지인에게…”
소더비 경매소의 직원인 윤사라는 품속에서 지퍼백을 꺼내며 살짝 경계하는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봤다.
“마약은… 아닌 거죠?”
“저도 생전 처음 보는 약입니다. 보약인지, 마약인지 모르니, 검사를 해 달라고 의뢰를 맡기는 거죠. 먹어도 되는 놈인지, 어떤 효과가 있는지, 그리고 꼭! 아이가 먹어도 괜찮은지 검사해주십시오.”
기사들의 말에 따르면, 나이트스톤은 신체의 한계를 뛰어넘게 해주기 때문에 신체를 극한까지 단련한 상태에서 먹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첫 약을 시작해서 약이 늘려준 한계까지 도달했을 때 또 하나, 한계에 도달하면 하나…
이런 식으로 25세 이전까지 10개의 약을 나누어 먹는다고 한다.
물론 기사 수련생 입문을 늦게 하기도 하지만, 그렇게 되면 근골이 늦고 성장이 더디다고 한다. 이사이온이 바로 그 케이스로 그는 올해로 34세, 기사 자격을 얻은 것이 29세였다고 한다.
아무리 빨라도 저쪽에서 성인식을 하는 15세 전후로 약을 먹는다고 한다.
하지만, 가희는 아직 일곱 살이다.
먹어도 되는지, 성장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저쪽 약이 이쪽에서도 통할지에 대해서 정밀 분석할 필요가 있었다.
“LA랩에 문의해보겠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샘플이 너무 적기 때문에…”
“지금 가진 것은 한 알 뿐이지만, 다음에 좀 더 가져올 수 있습니다.”
이번에 가져온 나이트스톤은 이사이온이 혹시나 해서 들고 있던 것이었다. 그는 늦은 나이에 기사가 되어 지금까지 나이트스톤을 11개를 먹었다고 한다.
저쪽 세계에서 나이트스톤을 얻으려면 대도시로 나가야 한다.
‘후작령으로 가는 길을 뚫어놨으니, 다음에는 사 놓겠지…’
“아, 그럼 그럼 일단 지금 가진 것으로 진행하겠습니다. 이제, 본론으로 넘어가실까요?”
윤사라는 지퍼백에 들은 약을 가방에서 꺼낸 케이스에 집어넣으며 말했다.
“경매 진행 방식과 시간, 언론 공개 수준에 대해서 상의하자고 하셨죠?”
“네. 우선 마지막으로 한 번에 다 파실 건지, 아니면 액수가 크니 하나씩 따로 파실 건지랑. 경매 진행 방식을 공개경쟁 입찰로 하실 건지, 아니면 최소 가격을 높게 잡고 블라인드 옥션을 채택하실지, 아니면 웹을 통한…”
여전히 그녀의 설명은 길었다.
“한 번에 다 파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그리고 자유 경쟁 옥션으로 하죠.”
당연히 자유 경쟁 옥션이다.
경매에서 가격을 올리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경쟁심리다.
사람들끼리 가격을 경쟁하다 보면 승부욕이 발동돼서 항상 책정된 가치 이상으로 가격이 올라가고는 한다.
물론, 그 승부욕을 발동되게 만들어야 하겠지만.
“아, 네. 그럼 시간과 언론 공개 수준인데요.”
“혹시 그쪽에서 시간을 정해서 발표하고 한 시간 정도 미뤘다가 경매를 진행하는 것도 가능한가요?”
“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소더비의 명성이…”
“만일 그렇게 해서 책정했던 가격보다 더 높은 가격에 팔 수 있다면, 그것으로 명성을 얻는 것 아니겠습니까?”
“흠… 어떻게 되는지, 상황에 따라 다르겠네요. 그 부분은 본사와 좀 더 상의를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럼 상황을 만들어주지.’
“언론 공개 수준에 대해서 말인데요. 소더비에서 활용할 수 있는 언론과 바이럴마케팅 조직이 있죠?”
대형 회사치고 언론을 움직이지 않는 곳이 없다.
공식적으로는 TV나 뉴스, 웹상에 광고를 싣는 정도지만, 안 보이는 곳에서는 가짜 뉴스를 만들어 띄운다거나, 자신들에게 유리한 기획 뉴스, 인터넷 커뮤니티나 블로거를 통한 바이럴마케팅을 진행한다.
“공식적으로 물으신 거라면 아니고요. 비공식적으로 말하자면 그렇습니다.”
윤사라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다행이군.’
“그럼, 언론과 바이럴 마케팅을 이용해서 날짜별로, 이런 뉴스들을 내보낼 수도 있으신지…”
“뉴스들이요?”
우웅, 우웅.
영수는 윤사라의 휴대폰으로 mms문자를 날렸다.
첫 번째 기사를 읽은 윤사라는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두 번째 기사를 읽고는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진짜… 이런 기사를 내자고요?”
“네.”
영수는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