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 who drives a Benz RAW novel - Chapter (33)
사라진 드래곤 볼
사라진 드래곤 볼
-그런데, 이번에 진시황 시대의 보물로 추정되는 희대의 보주가 발견되었다는 소식은 들으셨나요?
조금 전까지 스타 부부의 이혼 소식을 말하던 여성 MC가 남성MC에게 말을 걸며 자연스럽게 이슈를 바꾸었다.
-보주라고요? 보주라면 동양식인데, 혹시 옥이나 발광석 같은 것이 아닙니까?
-옥이나 야명주라 부르는 발광석들이 대부분이긴 하지만, 이번에는 아닙니다. 이번에 발견된 것은 바로 천연진주라고 합니다.
-아. 천연진주라고요?
MC들의 뒤에 있는 TV 스크린에 진주의 화면이 떴다.
-오… 지금 스크린에 뜬 저게 바로 그 천연진주입니까? 생각보다 큰데요? 하하, 혹시 이번 뉴스도 가짜 뉴스 아닌가요? 제가 부인에게 20년 결혼 기념 선물로 천연진주로 된 목걸이 하나 선물해주려고 하다가, 부도가 날 뻔한 적이 있어서 아는데요. 저것은 확대한 사진이겠죠?
-생각보다 크죠? 그런데 그거 아세요? 저게 진짜 크기라는 사실을 말이죠.
-예에? 저게 진짜 크기라고요?
화면이 바뀌었다.
진주의 뒤에 S사의 스마트폰을 세우고 찍은 사진이었다.
-허억? 진짜? 진짜에요. 저거? 양식 아닙니까? 우와, 세계에서 제일 큰 진주가 제 엄지손톱만 한 크기로 한 천만 달러 이상 가는 거 아세요? 저거 진짜라면 가격이 엄청나겠는데요?
-양식이 아니라 천연이고요. 진짜가 맞습니다. 이번에 저 천연진주가 미국의 가장 유명한 경매업체인 소더비 경매에 나온 진주인데요. 개수가 무려 여덟 개나 된다고 해요.
-후아, 정말입니까? 이거 큰일 났군요. 부인이 저걸 사달라고 하면 어떻게 하죠?
-호호호. 아시다시피 천연진주는 가격이 정해져 있지 않고 저 정도의 크기면 사시고 싶어도 사실 수 없을 거예요. 아쉽게도 소더비에서는 VVIP 등급의 재력을 가진 분들께 초청권을 보내는 형식으로 경매를 진행할 거라고 해요.
-오오, 전 세계의 부자들이 한 자리에 모이겠군요?
-어떤 분이 오시는지는 비밀이고요. 이 진주에는 특별한 전설이 있다고 하는데요. 그것이 뭔지 아시나요?
-혹시, 전설 따위는 믿지 않는 건 아니겠죠?
-호호호. 그건 아니고요. 이 천연진주의 이름과 연관이 있습니다. 이 천연진주의 이름은 여의주에요.
-네? 여의주라고요?
-소더비의 공식 발표에 의하면 이 천연진주의 소유자의 조상님은 스스로를 용의 후손이라고 부르는 사람에게 받았다고 해요. 그 증거로 진주를 감싸고 있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천연 코팅막을 들 수 있죠. 그 천연 코팅막은 지금까지 지구 상에서 발견되지 않았던 물질로, 진주의 부식을 막는 것뿐만 아니라, 어두운 곳에서도 밝게 빛을 내고요. 진하고 신비한 바다 냄새를 간직하고 있다고 하네요.
-지구 상에서 발견되지 않은 물질이라고요?
-네. 거기다가 마음을 안정시키는 효과를 가진 냄새가 계속해서 뿜어져 나온다고 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팅은 전혀 줄어들지 않고요.
-호오… 완전히 비싸겠네요. 거기다가 수량이 여덟 개나 된다니, 이거 잘하면 저도 아는 사람을 통해서 실물을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호호호. 아쉽지만 이번에 나온 물건은 여덟 개가 세트라고 합니다.
-세트라고요?
-네. 이 천연진주의 개수는 여덟 개입니다. 용의 후손이라는 사람이 이것을 넘겨줄 때, 8이라는 숫자는 부자가 될 수 있는 숫자라면서 지금의 주인인 사람의 조상에게 넘겨주었다고 해요.
-부자가 될 수 있는 숫자라고요? 혹시 그 진주를 넘겨 준 사람이 중국에서 넘어온 것 아닙니까? 아무래도 중국에서는 8이라는 숫자를 좋아하니까요.
-용의 후손이라고만 했지, 정확한 정보는 얻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물건은 탄소 측정으로도 연도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하네요. 그 때문에 역사가 최소 진시황대, 혹은 그보다 더 이전 세대가 아닐까 하는 추정을 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더 이전 세대라고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고생대 생물학 전문가이신 영세대학교의 임창규 교수님의 말씀을 들어보시죠.
MC들 뒤에 있는 화면이 켜지며, 스튜디오 화면이 사라지고 책이 많이 쌓인 서재 같은 곳으로 변했다.
-이런 크기의 실제 사이즈를 가진 천연진주가 실존한다면 믿으시겠습니가?
-이건… 불가능한 사이즈군요. 진주는 조개들이 안에 들어온 이물질을 감싸기 시작하면서 생기는 담석 같은 겁니다. 그래서 천연진주의 크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조개 본인의 사이즈를 넘지 못한다는 거지요. 아무리 큰 조개라고 해봐야 그 크기에는 한계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가능할 수도 있다는 겁니까?
-만일 고생대 이전에 살았던 조개가 품고 있었다고 생각한다면 가능할 수도 있는 사이즈입니다. 고생대는 산소의 농도가 지구 역사 중에서도 유례없이 높았던 시대로, 화석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터무니없이 거대한 잠자리나 고사리 같은 것들이 살아가던 시대죠. 하지만, 불가능할 것입니다.
-그게 왜죠?
-고생대는 약 5억4천만 년 전부터 2억5천만 년 전을 일컫는 시기입니다. 만일 그때 생겨난 진주라면 이미 부식되어 없어졌겠지요. 탄산칼슘이 주성분인 진주는 시간이 지나면 색이 바래고 가치를 잃기도 해야하지 않습니까?
-네. 그런데 만일 공기등과 완전히 차단시켜주는 특수한 코팅이 되어있었다면 어떻겠습니까?
-가능은 하겠지만, 정말로 산소의 분자뿐만 아니라, 전자의 이동까지도 차단시켜주고, 스스로도 산화가 되지 않는 그런 물질이 고생대에 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또한, 이후 활발한 지층 활동으로 인해 코팅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벗겨졌을 확률이 크기 때문에…
다시 화면이 바뀌고 스튜디오가 나타났다.
-오… 임창규 교수님의 말씀에 따르면, 혹시 저 진주가 잘하면 고생대의 조개가 품고 있던 진주라는 말입니까?
-네. 어쩌면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하네요. 또한, 임창규 교수님의 말씀에 따르면 특히나 저 코팅 물질 자체에도 주목하고 있는데요. 만일 산소 분자뿐만 아니라, 전자의 이동까지도 완벽하게 차단시켜주는 물질이라면, 그것 또한 진주 이상의 가치를 가진 것이 아닌가 하는…
그때였다.
방송 화면 속으로 PD로 추정되는 사람이 스튜디오로 난입하여 다급하게 뭔가를 여자 MC에게 전달했다.
건네받은 여자 MC가 놀란 표정을 하며 원고를 읽었다.
-이런, 속보입니다. 지금까지 이야기하고 있던 여의주라는 이름의 천연진주 중 한 개를 도난 당하는 사건이…
한국, 일본, 중국.
아시아 세 개국의 가장 시청률 높은 아침 방송에서 동일한 장면이 연출되었다.
‘여의주’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측정불능의 가격을 가진, ‘여덟’ 개의, ‘용의 후손’이 전했다고 하는, ‘진시황 시대’ 혹은 더 이전인 ‘고생대’의 것일지도 모르는 사상 최대 크기의 천연진주.
그중 하나가 마치 시청자들의 눈앞에서 도난당한 것처럼 사라졌다는 속보가 전해졌다.
입과 입을 타고 소문이 불고, 사람들의 관심이 커졌다.
[소더비의 뉴욕 본사 인근 창고에서 총격 소리가 들렸다. 당시의 상황에 대해서는…] [중국의 것은 중국의 것이라며 중국 정부의 비밀 요원이 훔쳐 갔고, 거기에는 삼합회가 개입했다고 전해진다. 차이나 타운의…] [부활한 그분이 길을 떠나 동방으로 가셨다. 그리고 그분이 지상을 떠나 하늘로 올라가실 때 남기신 물건이다. 그것은 성물로, 부자들의 것이 아닌 인류 모두의 것이 되어야…] [교황청의 비밀조직 바티칸 크로스 나이트에서 이탈리아 마피아들과 손을 잡고 일을 저질렀다고 한다. 독실한 카톨릭 신자인 이탈리아 마피아 로드리고는…] [그것은 진주가 아니다. 부처 싯다르타의 몸을 화장했을 때 나왔던 사리이다. 사리가 나왔을 때 천상의 용이 내려와 이것은 인세에 있을 수 없는 물건이라며 물고 하늘로 날아갔다고 하는데, 아수라가 창을 쏘아 용이 어딘가로 떨어졌다고 한다. 그 용이 떨어진 장소가 바로…] [이번 사건은 경쟁 경매업체의 소행이라고 본다. 그리고 이미 도난당한 물품은 비밀 경매가 진행되었고, 그 물건은 석유 재벌 중 어떤 이가 자신의 두 번째 부인의 선물을 위해…] [여의주 여덟 개를 모아 소원을 빌면 불로불사 할 수 있다고 한다. 불로초를 찾아오라고 했던 진시황이 장기 집권하게 되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생각해서, 그들의 저항 세력이 먼저 여의주를 찾아 먼 동쪽으로 떠났다고 한다. 그들은…]딸칵. 딸칵.
‘완전 터무니 없는 소문들이군.’
블로그를 둘러보던 영수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노트북을 닫았다.
이제 천연진주의 존재는 전 세계가 다 알게 되었다.
거기다 상상과 소문이 더해져 점점 더 역사적인 가치를 띈 인세에 유일한 희대의 보물이 되어가는 중이다.
얼마나 가치 있는 물건인지, 아직 정체가 알려지지 않았던 물건이 ‘도난’까지 당했다.
물론, 진정한 도난은 아니다.
그렇게 ‘소문’이 났을 뿐이다.
소더비는 물건을 도둑맞았냐는 질문에 침묵을 지켰다.
하지만, 미국 내의 현상금 사냥꾼들을 고용해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다’는 말이 공공연히 떠돌고 있었다.
소문이 아니라, 실제로 몇몇 고용된 현상금 사냥꾼들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중이다.
그동안 든 비용은 3국의 아침 방송 3분을 사는데 든 60억의 금액과 현상금 사냥꾼들을 움직이는데 든 10억 정도의 금액이다.
바이럴 마케팅 조직을 움직일 돈은 필요도 없었다.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이야기를 퍼다 나르고 살을 붙이고 있었다.
스케일이 커지고 있었지만, 그렇게 스케일이 커지는 만큼 천연진주의 가치는 높아질 것이니, 이제 기다리면 된다.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는달까?
‘그런데…’
방송을 보다가 임창규라는 교수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산화를 완전히 막아주는 코팅물질이라…’
헬륨 같은 것을 제외한 거의 모든 물체들은 산화를 한다.
산화를 막을 수 없는 것은 자연법칙이다.
다만, 산화를 늦출 수는 있는데 페인트 같은 것으로 코팅을 하거나, 혹은 더 산화가 빨리 되는 물체를 접지한다든가 하는 것이 그 방법이라 하겠다.
하지만, 그 물체들 또한 산화가 일어나기 때문에 교체하거나 덧칠해주거나 언젠가는 바꿔줘야 한다.
완전히 산화를 막아주는 물체는 있을 수 없다.
그런데, 천연진주를 코팅하고 있는 코팅막이 자기 자신도 산화가 되지 않고 코팅한 것의 산화까지 완전히 막아낸다고 한다니…
물론 코팅을 벗기면 보석의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벗겨서 실험은 하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다음번에는 진주에 묻어있는 것이 아닌 원전을 가져와 분석해 본다면, 산화를 완전히 막아내는 코팅제를 얻을지도 모른다.
“리자드맨들에게 똥도 모으라고 해야 하나…”
천연진주를 코팅하고 있는 물질의 정체는 다름 아닌 리자드맨의 똥이다.
‘외곽에 창고를 마련해서 조용히 받아와야겠어.’
리자드맨의 똥을 모으는 장면을 저쪽 사람들이 본다면 여론의 [사악한 마법사] 앞에 [똥 좋아하는]이라는 수식어 하나가 추가할지도 모른다.
영수는 테이블 위의 휴대폰에서 돌아가고 있는 [나의 영지]어플을 힐끔 바라봤다.
휴대폰 게임처럼 뭔가 조작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일하는 것을 보고 있거나 차트의 변화를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중독성이 있어서 이것저것 누르다 보면 시간이 금세 지나가고 만다.
똑똑똑.
그때 누군가 이사실의 문을 두들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