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 who drives a Benz RAW novel - Chapter (34)
너무 많아서요.
너무 많아서요.
흐음…
영수는 코에 신경을 집중해 밖에서 나고 있는 냄새를 분석했다.
여러 향기가 났는데, 그중 가장 진한 향은 목욕탕 로션과 비슷한 냄새였다.
‘최시안 팀장이 사용하는 향수군.’
“최 팀장님 들어오세요.”
끼이익…
문이 열렸다.
쟁반을 든 최시안 팀장이 놀란 표정으로 서 있었다.
“마침 오실 것 같았습니다. 완성품을 보여주신다고 했었죠?”
“아… 네. 이제 막 화장품의 프로토타입이 모두 완성되었습니다.”
최시안 팀장이 쟁반을 들고 방 안으로 들어왔다.
쟁반 위에는 포장까지 마친 아홉 종류의 화장품이 올려져 있었다.
“음…”
영수는 우선 로션의 포장을 뜯고 뚜껑을 열어봤다.
물론 그렇다고 해봐야 자신은 포장과 화장품케이스야 이상한지 아닌지 정도만 구분할 수 있는 정도고, 내용물인 화장품에 대해서는 전문 지식이 없기 때문에 제대로 알지 못한다.
하지만, 다른 건 몰라도 하나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흐음…
영수는 코를 벌름거리며 로션의 냄새를 맡아봤다.
이번 강화로 유례없이 예민해진 코가 화장품에서 나오는 냄새를 분석했다.
로션 특유의 기름 냄새와 원료가 내는 미약하지만 퀴퀴한 냄새, 그리고 그것들을 숨기며 더 강하게 코를 자극하는 세 가지의 향기.
“으음… 혹시 로션에 향을 내는 원료를 세 가지 이상 섞었습니까?”
“분명, 향료는 두 가지를 섞었는데…”
“두 가지라고요? 마치 레몬같이 시큼한 것의 냄새와 바닐라향 비슷한 것과 꽃향기 같은 냄새가 혼재해 있는데…”
분명 강하게 나고 있는 냄새는 세 가지였다.
“아, 꽃향기는 아마 원재료로 들어간 추출물에서 나는 냄새일 겁니다. 바닐라 향은 부드러운 느낌이라 마치 우유가 들어간 것 같은 느낌을 주게 하고, 레몬향은 비타민C가 들어갔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향을 따로 첨가를 했는데…”
“레몬향을 뺄 수 있나요? 제 생각엔 인위적이고, 향이 잘 섞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바닐라향과 이름 모를 꽃향기는 둘 다 성질이 유해서 조화가 잘 되었다. 하지만 거기에 레몬향의 시큼함이 향기의 조화가 깨졌다.
“다행히 아직 라인을 가동하기 전입니다. 원료를 다 섞지 않고 샘플용만 소량 제조했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빼면 됩니다.”
“다행입니다.”
로션 뚜껑을 닫은 영수는 이번엔 스킨의 뚜껑을 열었다.
“흐음… 이건 첨가된 향료는 조화로운데, 향료보다 알콜 향이 너무 강한데요? 향을 조금 더 늘리는 방향으로…”
영수는 다른 제품들의 향기도 맡아봤다.
화장품에 대한 자세한 것은 몰라도 향기가 좋은지 나쁜지는 확실하게 구분할 수 있었다.
영수가 맡아봐서 문제가 있는 지점은 최시안 팀장에게 말해 고치도록 지시했다.
“다른 건 몰라도, 만향당은 향수를 주력 상품으로 만들어 파는 회사입니다. 그런 만향당의 화장품들의 향기가 좋지 않다면…”
“이상하겠군요. 하아… 분명 계약대로 전해 받은 조합식 그대로 조합했을 뿐인데…”
“특허를 등록할 때 조합식 자체를 비틀었거나, 일부러 다양한 첨가물을 넣어 포획설계를 했거나, 아니면 실제 등록한 것 이외의 노하우는 알려주지 않았겠지요. 그런데… 이상하군요. 분명 여기에도 조향사가 있었을 텐데요?”
“만향당에 나가 있습니다. 아무래도 이쪽은 모양만 바꾸지 VIP 코스메틱의 화장품과 그대로 나가기 때문에…”
아무래도 향수공장도 바쁘다보니 이쪽의 조향사를 가져다 썼나 보다.
“그렇군요. 우선 이것과 제가 말한 대로 바꾼 것으로 샘플을 제게 주십시오. 마침, 향수 샘플도 보러 평택 공장에 방문할 참이니, 그쪽에 있는 분들과 이야기해보고 최종으로 확인해드리겠습니다.”
“조치하겠습니다.”
평택의 향수공장.
“B가 좋습니다.”
“저도 B가 좋습니다.”
“B의 향기가 거슬리지 않습니다. 조화가 더 잘된다고 해야 할까요?”
조향사들이 향기를 맡은 화장품이 묻은 면봉을 밀폐 용기에 집어넣었다.
이로써 아홉 제품의 조사가 완전히 끝났다.
“모두 같은 의견이라는군요.”
“허…”
호운덕 사장은 뭔가에 홀린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이미 최시안 팀장에게 두 번째 만든 샘플이 영수가 개입해서 만들어졌다는 귀띔을 들었다.
하지만 조향사들은 아무런 정보도 없이 아홉 제품군을 무작위로 바꿔가며 블라인드 테스트했고, 그 결과 모두 처음 만든 샘플이 아니라 두 번째 만든 샘플이 더 향이 좋았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는 휴대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했다.
“아, 최 팀장님? 평택입니다. 블라인드 테스트 끝났고요. 감향 결과 모두 두 번째 샘플이 좋다고 나왔습니다. 네. 그대로 가동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최 팀장과의 전화가 끝난 후, 호운덕 사장은 여전히 놀란 눈으로 영수를 바라봤다.
“허, 향기에 대해 조예가 깊으시군요! 혹시, 조향사 자격증도 있으십니까? 아! 그래서 향수회사를 차리시기로 하신 거군요!”
“그건 아니고요.”
‘강화 덕에 코의 감각이 예민해졌습니다.’라고 설명해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예전부터 별명이 개코입니다. 코가 좀 민감한 편입니다.”
“오! 역시, 한 이사님은 대단하십니다.”
호운덕 사장은 부담스럽게 눈을 빛내며 자신을 쳐다봤다.
지난번부터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변했다. 아마, 이쪽에서 찍었다고 했어도 호운덕 사장은 감탄했을 거다.
“한 이사님. 그럼 만향당의 향수에도 조언을 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제가 코가 민감하다고 해서 향수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거나 하진 않기 때문에… 그냥 조금만 맡아보겠습니다. 괘념치 마십시오.”
향기에 대해서는 자신보다는 만향당 사람들이 더 잘 알 거다.
자존심을 상하게 할 수도 있고, 또한 자신의 개입으로 자율성을 해칠 수도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의 코로 향수에 대해 어느 정도까지 구분할 수 있을지, 궁금하기도 한 영수였다.
“샘플을 가져오겠습니다.”
끼이익.
“엇, 사장님 저희가…”
호운덕 사장은 바람처럼 달려서 실험실을 빠져나갔다.
조향사들이 말릴 새도 없었다.
‘너무 과잉충성인데…’
사장이 저러면, 그 밑에 있는 직원들이 얼마나 눈치를 보겠는가.
벌컥!
“다녀왔습니다!”
“사장님, 그런 일은 저희들이…”
“아, 괜찮아요. 제가 좋아서 하는 거니까요.”
그새 다녀온 호운덕은 말리는 직원들에게 괜찮다고 하며 직접 향수 샘플을 분석하기 위한 기구들을 챙겼다.
샘플 수에 맞춰서 스포이드를 하나하나 세팅하는 일까지 직접 하니, 조향사들은 발을 동동 굴릴 따름이었다.
“괜찮습니다. 가서 일들 보세요.”
영수는 웃으면서 조향사들을 안심시켰다.
“아, 그리고 인천 공장에서 파견 나오신 분은 다시 돌아가셔도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한 사장님.”
“넵.”
“앞으로는 교대나 보충 인원이 없는 상태로 저쪽에서 근무하고 있는 사람을 한쪽에 몰아 쓰지 마십시오.”
“죄송합니다.”
“아니, 죄송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일손이 부족해서 그랬던 거고, 공장 간 연구직원의 교류는 시너지도 생기고 좋은 일이니까요. 다만, 연구직 직원이 부족한 것 같은데 더 고용해주십시오.”
“조치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번 론칭이 끝나면 공장과 분리된 곳에 연구실을 차리는 것도 고려해봐야겠네요. 화장품이나 향수뿐만 아니라, 다방면으로 연구하는…”
론칭이 끝나고 물건을 팔기 시작한다고 해서 돈이 당장에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론칭 이후에는 경매 대금이 들어 올 거다.
그때부터는 본격적으로 연구실을 운영할 생각이다.
리자드맨의 그것뿐만 아니라, 저쪽 세계에만 있는 것들을 가져와서 이곳에서 어떤 식으로 쓰일 수 있는지 연구하는 기관으로 만들 생각이다.
리자드맨의 그것에서 산화를 막는 물질을 추출하게 되면 그것을 추출해서 가공하고 파는 것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도 필요할 거다.
“그런데 한 사장님이 신제품 개발을 의뢰한 대학이 어디였죠?”
“세연대학에서 진행하는 중입니다. 아, 그럼 앞으로는 대학과는 분리해서 독립적으로 연구 개발을 진행하는 겁니까?”
세연대학교는 한국에서는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대학이다.
“아니요. 대학은 대학대로, 연구실은 연구실대로 운영할 생각입니다. 다만 대학 인근에 연구실을 차릴 겁니다. 그럼 현장과 대학의 교류가 늘어나겠죠.”
“이쪽과의 교류가 늘어나면 대학원에서 연구하던 직원들이 다른 곳으로 유출되는 것을 막기도 쉬울 거고, 연구직원들의 재교육이 필요하면 바로바로 대학원에 보내줄 수 있겠군요!”
“네. 그렇습니다.”
실리콘밸리만 해도 스탠퍼드나, 버클리, 산타클라라 대학 등의 명문 대학을 끼고 산학협동을 통해 발전해왔다.
앞으로 세연대학교 뿐만 아니라 다른 학교에도 연구를 맡기고 투자를 늘릴 생각이다.
“그런데… 이 향수 중에서 어떤 것이 만향당에서 자랑하는 주력상품이죠?”
“주력 상품은 여기 있는 오리엔탈 넘버 원입니다. 특히나 오리엔탈 라인은 동양의 전통적인 향수 조합법을 계승 발전시킨 것으로, 어디서든 알아주던 것들이죠. 다른 것은 웨스턴 라인으로…”
만향당의 향수는 총 열 종류였다.
다섯 종류는 예전부터 동양에서 향수를 만들어 오던 방식을 계승했기에 오리엔탈 라인이라 불렀고, 다른 다섯 종류는 개화가 되며 조금씩 서양의 향수를 발전시켜 만들어 웨스턴 라인이라고 불렀다.
“흐음…”
영수는 오리엔탈 No.1을 시작으로 5까지의 오리엔탈 라인 향수의 냄새를 맡아봤다.
오리엔탈 No.1의 냄새는 무겁고 이국적인 느낌이 났으나, 향을 맡자 편안한 느낌이 났고 진하면서도 가장 안정적이었다.
다른 오리엔탈 라인도 이와 비슷했다. 향은 조금씩 달랐지만, 특히나 무겁고 편안한 느낌이 난다는 부분은 거의 동일했다.
문제는 웨스턴 라인의 향수였다.
“음… 확실히 오리엔탈 라인의 향수들이 냄새가 좋군요.”
“감사합니다. 오리엔탈 라인은 만향당의 역사와 전통이 담겨있지요. 용연향이나 사향, 향신료 추출물 등, 동물성 향조를 베이스로 하여, 동양 향기의 정수를 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호운덕 사장은 자부심 넘치는 얼굴로 가슴을 쫙 폈다.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에게 인정받아서인지 입가에는 진한 미소도 어려있었다.
그가 자신할 만도 했다. 확실히 향기의 조화가 어느 것 하나 눈살을 찌푸리는 것이 없었으니.
“하지만, 웨스턴 라인의 향수는… 이대로 시판하기 어렵겠군요.”
“예?”
“우선, 웨스턴 넘버 원부터 말씀드리자면, 꽃향기 계열인 것 같은데, 너무 다양하게 섞였습니다. 향은 짙지만, 이 향도 저 향도 아니고 너무 많은 향료가 가미되어 독하기만 하고 일부 향은 머리를 아프게 하더군요.”
“아… 확실히 웨스턴 넘버 원은 플로럴 계열로 인기 있는 꽃 향기들만 조합해서…”
“인기 있다고 해서 너무 다 때려 박은 느낌입니다. 오리엔탈에서 느껴지던 조화로운 모습이 없네요.”
“음… 조화라…”
“특히나, 저기 진열장 윗 서랍 네 번째에 있는 꽃 향과, 그 아래칸 열 번째 있는 꽃향기가 그 조화를 망치는 것 같습니다.”
“네?”
호운덕 사장은 멍한 표정으로 뒤를 돌아봤다.
영수가 지적한 것들은 웨스턴 No.1에 들어간 재료가 맞았다.
진열장 서랍장에서 영수가 지적한 향료들을 확인한 조향사들도 벙찐 표정을 하며 영수를 쳐다봤다.
“또, 웨스턴 넘버 투는 은은하게, 과일 같은 향이 나는군요. 주요 성분이 수박이나 메론 같은…”
“네. 맞습니다. 넘버 투는 프루티 계열로…”
“여기도 다 때려 박으셨더군요. 레몬이나 자두 같은 시큼한 냄새나 시큼하면서도 달달한 냄새가 나는데, 차라리 수박이나 메론 같은 냄새만 났다면 좋았을 텐데.”
“헛… 맞습니다. 레몬껍질과 과육, 자두에서도 향료를 추출하여…”
“다음으로…”
웨스턴 라인 계열 향수는 영수의 혹독한 비난을 받았다.
알고 있는 재료 같은 경우 딱딱 맞추고, 모르는 재료들도 연구실에 있는 것들 중에서 같은 냄새가 나는 것들을 바로바로 찾아냈다.
그것도 유리관 안에 밀봉되어있는 것들을 말이다.
“어쨌든, 웨스턴 라인에는 문제가 있는 것 같으니 이번에는 오리엔탈 라인만 먼저 출시하고 웨스턴 라인 계열은 조금 더 생각해 봅시다. 조향사님들도 힘을 내주시고요.”
향수를 내려놓고 호운덕 사장과 직원들을 바라보자 모두 놀란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허, 정말이야. 냄새가 확실히 더 좋아.”
“분명 웨스턴 라인의 조합은 잘 알려진 콤비내이션이라고…”
“전에 것들도 나쁘지는 않아요. 하지만, 이게 훨씬 좋다고요. 허…”
특히나, 영수의 말대로 조합을 해서 향을 맡아보고 있던 조향사들은 더욱이 놀란 눈이었다.
‘아차…’
“하, 한이사님 대체 코가 얼마나 예민하시길레…”
호운덕 사장이 더듬 거리며 말했다.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이건 코가 예민한 수준이 아니었다.
간단하게 조언 정도만 하려고 했는데, 하다 보니 너무 열심히 했다.
“아, 이건 그냥 개인 의견입니다. 현장 분들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고요. 그냥 한 번 생각만 해보십시오. 전 이만…”
영수는 얼버무리며 슬쩍 연구실을 빠져나갔다.
영수의 뒷모습을 보며 호운덕 사장은 속으로 생각했다.
만일 이사만 아니었으면 수십억 연봉을 줘서라도 연구실에 취직시키겠다고.
그리고 다른 조향사들은 생각했다.
‘이거, 짤리는 거 아닌가.’ 하고.
딸랑!
“어서오십…”
진주왕국의 이홍태 사장은 가게로 들어오는 사람을 보며 멈칫했다.
“한 사장님 아니십니까? 어서 오십시오.”
“강녕하셨습니까? 그런데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경매 대리 일을 잘 진행하고 있으실 줄 알았더니, 선취 수수료를 모두 다시 돌려보내셨더군요.”
“경매 대리라니요. 쑥스럽군요. 저야 연락처 알려드리고 메일이나 보내는 수준이죠. 대부분의 일이 제 손을 떠나고 한 사장님이 진행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거기다 도난이라니… 그냥 대리인 일은 없던 일로 치면 안 되겠습니까?”
“아닙니다. 정직하게 장사 하셨으니 드리기로 한 수수료나 감정 금액은 챙겨드려야지요.”
영수는 웃으면서 이홍태 사장에게 다가가 손에 들고 있던 가방을 진열장 위에 올렸다.
가방에는 그가 돌려보낸 5억가량의 수수료가 현금으로 들어있었다.
“제가 한 일이 얼마나 된다고 그러십니까? 양식 진주 파는 사람으로서 세상에서 가장 큰 천연진주를 실물로 볼 수 있었다는 것만 해도 영광이었습니다. 아무 일도 안 하고 그런 큰 금액은… 받을 수 없습니다.”
이홍태 사장은 극구 손사래 치며 부정했다.
그의 정직한 태도에 영수의 입가에는 미소가 맺혔다.
착수금만 거의 5억이다. 팔리고 나면 10배가 넘는 50억이 들어올 기회였다. 그런 기회를 마다하다니 이런 사람을 또 어디서 구할까?
“그럼 이렇게 하는 건 어떻습니까?”
“무슨 말씀을 하셔도 저는 거부할 겁니다.”
“앞으로 제가 진주 관련된 사업을 좀 할까 하는데요. 진주도 팔고, 화장품에도 좀 넣을까 해서…”
“아, 그럼 공급… 계약을 맺자는 말씀이십니까?”
이홍태 사장이 솔깃한 표정으로 돌아봤다.
“아니요. 사실 공급은 제가 할 겁니다. 진주를 가공해서 파는 것을 사장님께 맡기고 싶어서요.”
“제게… 판매를 맡긴다고요?”
“제가, 진주가 너무 많아서요.”
영수는 품속에서 가죽 주머니를 꺼내 진열대 위에 올렸다.
이홍태 사장이 까보니, 그 안에는 12mm에서 15mm 정도 되는 크기의 진주들이 가득했다.
그는 안경을 꺼내 핀셋으로 잡고 진주를 확인했다.
“확실히 진주네요. 많긴 하지만… 아무래도 양식 진주 중에도 이런 것들은 많기 때문에…”
“그거 다 천연진주입니다.”
“네?”
이홍태 사장은 흠칫 놀랐다.
하지만, 그 때문에 진주를 들고 있던 핀셋에 너무 강한 힘을 주고 말았다.
파직!
진주가 깨져 가루가 튀었다.
“헛! 죄, 죄송합니다.”
이홍태 사장은 화들짝 놀라 호들갑을 떨었다.
“괜찮습니다. 깨지는 건 신경 쓰지 마세요.”
영수는 별일 아니라는 듯이 피식 웃으며 이홍태 사장을 안심시켜주었다.
“하, 하지만 천연진주는…”
깨 먹은 것은 15mm짜리였다.
양식 진주라면 어디 거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아무리 비싸 봐야 원가 몇 만 원 안짝이다. 하지만 천연진주의 가격은 그 수십, 수백 배가 그냥 넘어간다.
“안 그래도 천연진주가 너무 많아서요. 아무래도 가격 조절을 위해서 이런 건 그냥 화장품에 갈아서 넣으려고 했거든요.”
“처, 천연진주를 화장품에요?”
영수가 웃으면서 품에 손을 넣었다.
또 진주가 담긴 가죽 주머니가 나왔다.
모두 천연진주였다.
그것도, 아이 주먹만 한 왕진주는 모두 빼고 가져온 것들이었다.
“제가 진주 주얼리 쪽은 잘 몰라서 그러는데, 같이 하실 거죠?”
영수는 웃으면서 손을 내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