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 who drives a Benz RAW novel - Chapter (35)
튀어나왔습니다.
튀어나왔습니다.
굳어버린 이홍태 사장이 자신의 손을 붙잡는 데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다.
그는 결국 돈 가방을 받아들었다.
정식으로 계약서를 쓰기 위해 그를 데리고 광화문 근처에 있는 로펌을 방문했다.
가는 차에서 사업에 대한 말을 나누고, 계약서를 쓰는 동안도 그와 많은 대화를 나눴다.
특히 그는 앞으로 자신이 양식 진주를 수입해 올 테니 천연진주를 갈아서 화장품에 넣는 것은 삼가달라고 사정했다.
말은 그렇게 하겠다고 했지만, 여의주 사이즈의 진주는 갈 수밖에 없었다.
이홍태 사장이 자신의 사정을 안다면 그 또한 주저 없이 진주를 갈았을 것이다.
이번에 가져온 상대적으로 작은 천연진주들은 그곳에서도 오히려 보기 드문 것들이라고 한다.
리자드맨의 말에 따르면, 진주가 여의주급 사이즈로 크는 데 100년이 걸린다고 하는데, 그런 걸 한 명이 마실 나가듯 주워와도 100개를 그냥 줍는다고 한다.
하루 천 개씩 가져다줘도 천 년 내에 다 못 가져다줄 정도로 진주가 많다고 한다.
그 많고, 큰 진주를 지구에 푼다고 하면 진주의 가치는 유리 조각 정도로 가치로 하락하고 말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 많은 진주를 안 쓰는 것도 이상하니, 화장품에 갈아 넣는 수밖에는 없었다.
계약서에 최종적으로 도장을 찍은 이홍태 사장은 정식으로 만향당의 식구가 되었다.
“근처에 같이 가볼 곳이 있습니다.”
영수는 로펌에서 나와 그를 종로 3가로 데려갔다.
“여긴…”
리모델링이 한창인 건물이었다.
“앞으로 이 사장님이 가게를 차릴 곳입니다. 원래는 옆 블록의 귀금속 거리에서 구하고 싶은데, 돈이 있어도 매물이 없더군요. 우선 매물이 생길 때까지만 여기서 장사 할 생각입니다.”
종로3가역 인근, 종묘와 탑골공원 사이에 있는 도로변의 6층짜리 건물.
귀금속 거리와는 한 블록 정도 옆이라고는 하지만, 이곳은 귀금속을 다루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들어오고 싶은 꿈의 거리였다.
이곳은 진짜 보석과 귀금속을 다루는 곳이다.
하지만 들어오고 싶다고 해서 쉽게 들어올 수 있는 자리도 아니다.
매물도 별로 없지만, 건물의 가격만 해도 무려 198억 원.
영수도 소더비가 알고 있는 아는 인맥을 통해 간신히 구했다.
“계약하자마자 이곳으로 올 줄은…”
이홍태 사장은 잔뜩 긴장한 채로 건물을 올려다봤다.
영수는 웃으면서 그의 어깨를 주물러주었다.
“벌써 놀라시면 어떻게 합니까? 앞으로 이 사장님이 다루실 것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양식이 아니라 천연진주입니다. 단가를 생각해 보십시오. 천만 원짜리 밑으로는 나오지도 않을 텐데요.”
“그건 그렇군요.”
“아, 그리고 소개해드릴 사람이 있습니다. 잠시만요.”
영수는 리모델링 중인 건물로 들어갔다.
그리고 얼마지 않아 귀여운 인상의 호감가는 젊은 사내와 함께 밖으로 나왔다.
“아, 이분이 바로 이홍태 사장님이신가요? 안녕하세요? 정말 만나 뵙고 싶었습니다. 저는 오프라인 매장관리 이사 권동일이라고 해요.”
그는 반가운 표정을 지으며 이홍태 사장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아… 예. 반갑습니다. 이홍태라고 합니다.”
이홍태 사장은 조금 쭈뼛거리며 악수하고는 권동일과 영수를 번갈아가며 바라봤다.
“그런데 직함이 오프라인 매장관리 이사… 시라고요?”
이사라면 실세다.
그런데 영수는 물론이고 권동일도 젊었다.
“헤헤. 사실 제 진짜 직함은 오프라인 매장관리 매니저예요. 하지만, 판매자 직급이 낮으면 사장 나오라고 하거든요. 그래서 그냥 이사라고 하기로 했어요. 한 이사님 괜찮죠?”
권동일이 아이처럼 해맑게 웃으면서 이쪽을 쳐다봤다.
“완전히 맡겼으니 마음대로 하셔도 됩니다. 사장님께 이분을 소개해드린 이유는 오프라인 매장에 대해서는 모두 이분께 맡겼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하면, 판매 전문가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럼 혹시, 진주의 판매도 이분이…”
“한 이사님께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이 시대 마지막 남은 양심적인 진주 전문가이시라고요?”
“그건, 그건 뭐 질문in에서나 조금…”
쑥스러운지 이홍태 사장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하지만, 부담스럽거나 싫어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저는 진주 전문가가 아니니까, 사장님이 일손 달리시다고 하시면 돕는 정도만 할 겁니다. 사장님 밑에서 많이 배우고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많은 지도편달 부탁드립니다.”
권동일은 스스로 이홍태 사장의 아랫사람을 자처하며 90도로 허리를 숙였다.
그는 벤츠 딜러였던 사람이다.
사람의 기분이 상하지 않게 하는 화술과 접대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대학에서 배운 적은 없지만, 매장관리와 마케팅에 대해서도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나 귀염상, 웃는상에 동생이 생각나는 그의 동안 얼굴은 향수나 진주 등 여심을 공략해야 하는 물건을 파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하하. 판매를 대리해 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지요. 사실, 오랫동안 진주상을 했지만, 워낙 직언하고 꾸미질 못해서 손님들이 다 달아나더군요. 장사 재주는 꽝인지라… 저도 잘 부탁하겠습니다.”
이홍태 사장은 웃으면서 권동일의 어깨를 두들겨주었다.
결국,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권동일의 기분 맞춰 주기와 미소에 공략당한 것이다.
“제가 더 잘 부탁드립니다. 사실, 진주는 정말 하나도 모릅니다. 형님. 아차, 사적으로 형님으로 모셔도 되겠습니까? 철모르는 동생이라고 생각하시고 편하게 말 놓아주십시오. 형님.”
“하하. 철이 없긴.”
이홍태 사장의 입가에 피식하고 미소가 맺혔다.
한국 남자들은 나이가 들수록 삼촌이나 아저씨 취급을 당한다.
그런데 거의 스무 살 차이가 나는 것처럼 보이는 권동일이 먼저 형님이라고 해주자 기분도 좋아지고 그가 진짜 동생처럼 느껴져서 귀엽게 보였을 것이다.
영수도 지금과 같이, 사석에서 형님이라고 해도 되냐는 말을 들었었다. 물론, 피식 웃으면서 허락했고.
“하, 이거 지금 보니까 자네 정말 판매 잘할 것 같은데? 사람 기분 맞춰주기를 아주 잘하는 것 같아.”
“헤헤. 제가 그 기술 하나로 먹고 살지말입니다. 형님.”
분위기가 어느 정도 풀어지자 두 사람은 일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동생, 아무래도 너무 천연진주만 판매하면 소비자들이 매장에 들어오기 힘들겠지?”
“맞습니다. 금이나 백금, 다이아몬드 같은 저가품도 팔아줘야 하지말입니다.”
“크큭, 금이나 백금이 저가품이라니… 오래 살고 볼 일이군.”
이홍태 사장은 천연진주의 감정과 가공, 가격 설정이나 공급 물량 조절을 담당할 것이고 권동일은 물건의 판매와 직원의 교육, 매장관리, 이벤트나 마케팅 등 오프라인 매장 전반적인 부분을 관리할 것이다.
두 사람의 접점은 천연진주의 판매에 있었고, 어쩌면 이 부분에서 잡음이 생길 수도 있었다.
파는 것에 대해서는 권동일이 전문가지만, 진주를 잘 알고 그동안 진주를 팔아온 경험에서는 이홍태 사장이 우위에 있던 것이다.
그런 것을 권동일이 자존심 싸움하지 않고 먼저 숙이고 들어가며 잘 넘겼다.
“형님 요즘은 백세 시대입니다. 형님은 아직 젊으시지 말입니다.”
“하긴, 내가 사실 동안이긴 하지. 내가 내일이면 마흔인데 아직도 삼십 대 중반으로 본다니까?”
“…”
‘그러고 보니 계약할 때 주민번호 앞이 7로…’
당연히 40대일 줄 알았는데, 아직 30대 끝에 걸쳐있다니…
이홍태 사장은 엄청난 노안이었다.
“… 하하… 형님, 30대 초반이라고 해도 믿을 것 같습니다.”
“에이, 그건 오버지.”
“하하하하. 그랬나요?”
살짝 어색한 분위기가 조성되긴 했지만, 두 사람은 죽이 잘 맞았다.
“앞으로, 종로 매장은 두 분께 모든 것을 맡기겠습니다. 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이제 백화점이나 그 외 유통 경로만 알아보면 되겠군.’
인천 공장에서 유통팀과 함께 한창 회의를 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탕!
“후우… 뚫기가 쉽지 않군.”
차에서 내린 영수는 한숨을 푹 쉬었다.
오프라인 매장 외의 유통경로를 찾는 것은 오래 걸릴 것 같았다.
만향당이 예전부터 장사하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인터넷이나 해외, 소수 매장을 통해서만 판매되었다.
생산력은 중소기업 이상이지만, 인지도가 하나도 없다 보니, 시장에서는 이제 막 새로 생긴 회사 취급을 했다.
아무리 돈을 많이 주고 입점하겠다고 하고, 행사를 자주 열고 수익금 배분을 이롭게 하겠다고 해줘도 백화점은커녕 일반 펜시점에서 조차 받아주지 않았다.
유통 사원들은 스카우트 되기 전부터 자신들이 알고 있던 루트를 통해 샘플이 만들어지는 족족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상품을 홍보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성과를 낸 사람은 없었다.
‘이슈거리가 필요해…’
마케팅팀에서는 만향당의 역사를 살린 기업 이미지 광고를 준비 중이다.
거기다 론칭 기념행사에 연예인들이나 유명인사, 기자들을 초대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협찬을 위해서도 공을 들이고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인지도가 빈약한 탓에 행사 참가비를 세게 부르고 협찬 자체도 잘 안 하려는 실정이었다.
‘론칭 행사장에서 티켓을 나눠줘서 당첨자에게 천연진주 반지라도 줘야겠군.’
마침, 최근 벌어진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진주인 ‘여의주’ 중 하나가 도난당했다는 기사들 때문에 사람들의 진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때였다.
시가 1억 이상의 천연진주 반지를 경품으로 걸면, 확실히 론칭 행사장에서 큰 이슈를 끌 수 있을 것이다.
가공을 위해 들어가는 귀금속과 가공류를 제외하면, 원가가 전혀 들지 않으니 이쪽에서 크게 손해 보는 것도 없고.
토톡…
영수는 휴대폰을 꺼내 마케팅 팀장에게 이벤트로 방문자에게 1억 원 이상의 천연진주 반지를 경품으로 걸라고 메시지를 썼다.
아니, 내친김에 론칭 이후에도 달마다 품질 보증서의 시리얼 넘버를 추첨해서 천연진주 반지를 준다고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써둔 글의 전송 버튼을 막 누르려던 영수는 그대로 멈칫했다.
‘그러고 보니, 다들 퇴근했겠군…’
창업하기 전에는 영수도 회사 생활을 했었다. 퇴근하고 나서 일 관련 메일이나 메시지가 오면 일과 사생활을 구분해 달라고 얼마나 짜증을 냈던가?
하지만 예전에 섬유 관련 사업을 할 때만 해도 여유가 없어 일과 사생활의 구분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지금은?
‘내일 보내지 뭐.’
지금은 오후 일곱 시가 넘었다.
사내 규정에 교대 근무나 당직, 일부 영업팀의 접대를 제외하고는 일곱 시에는 모두 퇴근해야 한다고 못을 박아두었다.
공장이야 원래 교대조가 있으니 24시간 돌아가도 된다.
하지만, 그 외의 사람들의 교류가 필요한 일들의 상대방도 대부분 아침에서 낮 사이에 일한다.
물론 교류해야 하는 쪽에서 야근하는 회사들도 있긴 하지만, 이쪽에서 부탁해야 하는 일이 대부분인데 야근 중에 연락을 하면 기분 좋을 리가 없었다.
지금은 일할 시간이 지난 거다.
자신부터 받아들여야, 다른 직원들에게도 강요할 수 있게 된다.
영수는 써두었던 메시지를 복사해서 메모장에 붙여넣었다.
‘아니다. 그냥 내일 가서 행사 때 쓰라고 전해주면 알아서 하겠지.’
영수는 메모장에 붙여넣은 메시지를 저장하지 않고 삭제했다.
다들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니 이벤트에 쓰라고 진주 반지만 가져다줘도 알아서 할 거다.
자신은 간혹 추가로 예산을 집행해주거나 마케팅에 쓸 소스를 물어다 주는 정도로 끝내는 게 좋다.
아직은 자율적인 회사 운영을 어색해하지만, 이번 론칭이라는 큰 산을 넘으면 회사는 자신이 없어도 잘 돌아갈 거다.
그것이 자신이 추구하는 길이다.
영수는 머릿속에서 일 생각을 완전히 지워버렸다.
현재 시각은 7시 20분, 그러고 보니 지난번 다희씨네 집에서 이때쯤 식사를 했었다.
꼬르륵…
지난번 먹었던 불고기를 생각했더니 배가 고팠다.
‘가희에게 줄 게 있었지…’
영수는 서둘러 계단을 올랐다.
3층에 오르자 신경을 집중하지 않아도 어디선가 맛있는 냄새가 세어 나왔다.
“오늘은 떡갈비인가…”
군침이 돌았지만, 오늘도 밥을 얻어먹기는 조금 염치가 없었다.
하지만, 식사 시간이 지나기 전에 줘야만 하는 것이 있었다.
띵동.
영수는 설레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조심스럽게 305호의 벨을 눌렀다.
철컥.
“어머? 영수 씨!”
조심스럽게 문을 연 그녀가 자신을 보고서 반가워하며 문을 활짝 열었다.
맛있는 냄새가 확 하고 코를 자극했다.
“식사는 하셨어요?”
“식사는… 아, 그게 아니고 오늘은 가희에게 꼭 주고 싶은 것이 있어서 왔습니다.”
“가희에게요?”
“와! 영수 아찌다!”
도도도도…
열린 문틈으로 자신의 얼굴을 본 가희가 앙증맞은 걸음으로 달려왔다.
그대로 점프해서 매미처럼 허리를 껴안는 가희.
“어머, 얘는…”
다희 씨가 곤란해 했지만, 영수의 입가에는 흐뭇한 미소가 맺혔다.
“히히. 아찌 같이 밥 먹자. 고모가 아찌 올 수도 있다고 반찬 많이 했어.”
순간 다희씨의 얼굴이 빨개졌다.
영수는 자신도 모르게 입 가득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아차, 내가 온 건 그게 아니고…”
영수는 가희가 떨어지지 않게 붙잡아주며 주머니에서 빨간 구슬을 꺼냈다.
“이거 뭐예요?”
“응, 이건…”
터틀 드레이크의 알이란다.
기사들에게 물어보니 생으로 먹어도 되고 구워 먹어도 되고 기사가 아니라 누가 어떻게 먹든 먹으면 몸이 좋아진단다.
나이트 스톤과는 다르게 근량은 그대로 두고 근력만 강화된다고 하니, 먹는다고 우락부락해지지도 않을 거란다.
라고 말해줄 수는 없었다.
“몸에 좋은…”
어떤 생물의 알이라고 해야 할까 잠시 멈칫하는 사이.
투특.
갑자기 껍질 한 귀퉁이가 부서져 내리며 머리가 뽈록 튀어나왔다.
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