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 who drives a Benz RAW novel - Chapter (37)
빨개요.
빨개요.
영수는 바로 핸들을 꺾으며 브레이크를 밟았다.
끽!
괴한을 향해 달려가던 차가 부드럽게 90도로 꺾인 상태로 종이 한 장 차이로 완벽하게 제동되었다.
“허윽…”
잔뜩 움츠러든 괴한은 하녀로부터 손을 떼고 몸을 가드했다.
하지만 그는 살아있었다.
죽지 않았다는 안도감이 들자, 괴한의 무릎이 풀리고 말았다.
그가 넘어지지 않으려고 차에 손을 올리는 순간.
‘이걸 노렸다.’
위이잉.
창문이 내려가고,
따닥, 따닥.
파직. 파직.
전기 충격기에서 번개가 날아갔다.
몬스터 로드를 완주한 이후 영수의 전기 충격기 명중률은 거의 99%에 달했다.
완전한 근거리에서라면, 성공률은 100%다.
“끄으으아아아아아아!”
지지지지직!
괴한이 번개에 적중당해 몸을 부르르 떨었다. 하지만,
‘이걸 버텨?’
이쪽으로 오면서 강화되어버린 전기 충격기다.
거대한 몬스터들도 타죽을 정도의 어마어마한 위력을 가지고 있는데 괴한은 그 충격을 버텨냈다.
하지만, 옷 밖으로 튀어나온 손과 노출되어있는 얼굴이 타버리는 것을 보니, 완전히 막아내지는 못하는 것 같았다.
‘옷 때문인가…’
영수는 충격기 연사를 멈췄다.
괴한이 바닥에 풀썩 쓰러졌다.
“괜찮습니까”
“네? 네! 모, 모든 것이 영주님 덕분입니다.”
“많이 놀라셨겠습니다. 가서 기사들과 병사들을 오라고 하시고 바로 가서 오늘은 쉬십시오.”
“가, 감사합니다.”
영수가 하녀를 안심시키는 사이.
바닥에서 꾸물거리던 괴한은 그사이 힘겹게 품속에 손을 넣어 나무로 만든 병을 꺼내더니 이빨로 급하게 뚜껑을 땄다.
꿀꺽, 꿀꺽.
‘음?’
놈이 병 안에 든 액체를 마시자, 타버린 손에서 숯이 떨어져 내리며 새 살이 돋아났다.
마시는 것만으로도 순식간에 새살이 돋아나다니…
“크윽, 위험했어. 번개 계열 마법을 잘 쓴다고는 들어서 옷을 준비하길 잘했지… 안티 일렉트릭 포스가 걸려 있는 로브를 입었는데도 이정도니, 아니면 완전히 타서 죽었을 것이야. 으으… 몸이 회복이 되었으니 지금이라도 도망을 쳐야 하는데 머리가…”
괴한은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영수가 보기에 괴한은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
‘내가 다 듣고 있는데 도망간다는 것을 대놓고 중얼거리다니…’
부아앙!
퍽!
병사들이 횃불을 들고 달려왔다.
괴한은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병사들은 괴한이 입고 있는 옷을 벗기고, 가지고 있는 물건들을 모두 뺏어 바구니에 담았다.
괴한은 군데군데 뼈가 부러지고 전신이 멍으로 뒤덮여 있었다. 하지만 살아있는지 간간이 가슴이 오르락내르락 했다.
힘을 조절해서 옆면으로 살짝 쳤으니 저 정도에서 그친 거다.
정면이었으면 필사였을 거다. 정면으로 들이받혀서 지금까지 살아있던 생명체가 없었으니까.
“영주님 괜찮으십니까? 괴한 따위가 침입했다고 들었습니다. 놈은 어디 있습니까? 감히, 이렇게 이른 시간에 영주부를 침범하다니…”
크히모스가 다급히 달려왔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는 영수에 대한 걱정보다는 짜증이 가득한 것처럼 보였다.
분명, 집에서 잘 쉬고 있는데 갑자기 출근하라고 해서 열이 받은 것 같았다.
“괴한은 제가 제압했습니다. 그런데, 괴한이 영주부에 들어와서 하녀를 다그치고 있더군요. 밤에는 영주부 안을 담당하는 병사나 기사가 없는 겁니까?”
“죄송합니다. 영주님이 영주부에는 잘 계시지 않기 때문에 밤에는 영주부의 입구만 지키도록 경비 병력을 줄여놓았습니다. 지금부터라도 늘리도록 하겠습니다.”
“병사보다는 기사를 늘리십시오. 아, 그러고 보니 아직 기사 고용을 하나도 안 하셨죠? 그동안 지켜보니 지원자들이 보낸 편지는 읽으셨던데요.”
“지켜… 보셨다고요?”
크히모스가 흠칫 놀란 표정으로 영수를 바라봤다.
그러다가 ‘역시 마법사…’ 라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의 영지] 앱을 통해서 그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는 대충 파악하고 있는 영수였다.“우선 다 모아놓고 경쟁을 붙여서, 실력을 제대로 평가를 한 뒤에 뽑으려고 했습니다.”
“그 방법도 좋지만, 지금 당장은 사람이 부족하니 인성이나 사고를 친 전적이 있는지 정도만 보고 바로 고용하십시오.”
“알겠습니다.”
“최소 외부에 한 명, 내부에 한 명으로 1일 3교대로 꾸준한 근무가 가능하도록 하십시오.”
“조치하겠습니다.”
영수가 크히모스에게 지시를 내리는 사이 병사들이 괴한이 들고 있던 소지품이 담긴 바구니를 가져왔다.
“크히모스 님은 아십니까? 이 옷 번개를 막아내더군요.”
“아하, 마법 아이템인가 보군요.”
설명을 들은 크히모스가 로브에서 시선을 떨어트리지 않는 것을 보니 비싼 물건인가보다.
지금 입고 있는 최고급 방검복은 전기도 차단하고 검까지 막아내는 물건이라 자신에게는 로브가 별 쓸모가 없었다.
‘가지고 있다가 연말 즈음 성과가 가장 좋은 기사에게 줘야겠군.’
일단 킵이다.
“그런데, 아까 저 사람이 뭔가를 마시니까 번개로 지져진 살이 모두 회복되더군요.”
“아, 그건 여기 이 힐링포션 때문이 아닐까요?”
“힐링포션이요? 그게 뭐죠?”
크히모스는 소지품 중에서 예의 나무로 된 병을 꺼내 들었다.
“나무로 된 병인 것을 보니 용병길드에서 살 수 있는 흔한 힐링포션인 것 같습니다. 누구나 살 수 있으니… 정체를 숨기기 위함이겠군요. 그런데… 포션은 마법사이신 영주님이 더 잘 아시는 것 아닙니까?”
“마법사는 다 전문 분야라는 것이 다르죠. 아무래도 제 전공은… 어쨌든, 그 힐링포션이라는 것은 대체 무엇이라는 거지요?”
영수는 슬쩍 자신의 전문 분야를 얼버무렸지만, 크히모스는 그러려니 하고 알아듣는 척을 했다.
“아, 역시 전공이 따로 있군요. 이 힐링포션은 다친 부위를 순식간에 고쳐주는 포션입니다. 만드는 방법은 의외로 쉬워서 트롤의 피에 술을 넣고 가열해서 몬스터 독소만 빼내면…”
“트롤이 뭐죠?”
“피처럼 붉은 피부를 가진 오크보다 더 큰 몬스터로… 빠르고 강력한 데다가, 상처가 나도 재생하기 때문에 기사가 아니면 잡기 어려운 몬스터입니다. 거기다 인간을 가장 많이 죽이는 몬스터 1위에 랭크하고 있죠.”
“그렇게 위험한 놈입니까?”
“사실 공격만 안 하면 건드리지 않는 놈인데, 피가 귀하다 보니 보이는 족족 용병들이나 모험가들이 서넛만 있어도 어떻게든 잡아보려고 시도하기 때문에…”
영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인간들이라면 당연한 반응이다.
“병당 가격은 얼마 정도입니까?”
“어디서 만드느냐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인데, 용병길드에서 만드는 것은 5골드 정도 하고, 모험가 길드가 6골드, 마법 상점에서 사는 건 10골드 정도 합니다.”
“비싼 편이군요.”
“하지만, 먹는 즉시 모든 상처가 낫고 잘려나간 부분도 붙일 수 있기 때문에 여벌의 목숨을 하나 더 들고 다니는 꼴입니다. 저희 같은 기사들이나 고급용병, 모험가들에게는 필수인 물품이죠.”
“크히모스도 가지고 있습니까?”
“저도 근무할 때 하나, 집에 하나 해서 두 개씩은 가지고 있습니다.”
‘마법의 빨간약 같은 거군…’
군대에서 외상에는 빨간약, 내상에는 아스피린이라는데 여기서는 외상에는 힐링포션인 것 같았다.
영수는 바구니에 있는 힐링 포션들을 챙겼다.
괴한이 가지고 있던 힐링 포션은 3병이었다.
마시기만 해도 상처가 낫는다니, 지구에 가져가서 일단 분석해봐야 할 것 같았다.
만일 저쪽에서도 이곳과 효능이 같다면…
‘트롤의 피를 직접 구하는 것도 생각해봐야겠어.’
간혹 시간날 때마다 유니목을 끌고 가서 기사들과 함께 직접 잡을 수도 있지만, 그 전에 오크와 한 번 만나서 이야기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다음에 오면 오크에게 물어봐야겠군, 아무래도 같은 몬스터니까 트롤을 잘 알고 있겠지…’
“그런데, 장비나 소지품 중에 이렇게 힐링 포션까지 있는 것을 보면… 전문적인 정보 조직이나 암살자 조직의 놈인 것 같습니다.”
크히모스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영수가 생각하기에 이 세상에 자신을 노릴 사람이 둘 정도 있었다.
리라이트 백작과 라이트딜레이 후작.
물론, 라이트딜레이 후작 뒤에 있는 국왕이 움직였을 수도 있는데… 과연 라이트딜레이 후작이 국왕에게 사실대로 말이나 했을까?
“괴한은 제가 올 때까지 가둬두고, 죽지 않게 치료해서 정보를 알아보십시오. 할 수 있다면, 그에게 사주한 이가 누군지도 알아봐 주시고요.”
‘다음에 오면…’
영주부의 정리를 마친 영수는 바닷가의 기억지점으로 달려갔다.
창고 근처 바다에서 대기하고 있는 리자드맨을 만난 영수는, 그들에게 앞으로 그것을 모으도록 지시했다.
“시싯… 그것… 을 모으라고요?”
“크흠. 나중에 드럼통이라는 것을 줄 테니 거기에 가득 채워주십시오. 대신 그물을 몇 개 더 가져다주겠습니다.”
“쉬릿. 문제는… 될 게 없는데…”
리자드맨은 인상을 와락 찌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부탁을 하고 있는 영수의 표정도 그리 좋지는 않았다.
‘이건, 사향고양이가 커피체리를 먹어서 만드는 루왁 커피같이 고부가가치의…’
영수는 그것을 루왁커피 같은 거라고 최면을 걸었지만, 본격 ‘사악한 똥 모으는 마법사’의 길을 걷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은 지울 수가 없었다.
“크흠, 그런데 혹시 리자드맨들은 터틀 드레이크에 대해서 잘 아십니까?”
“시싯… 터틀 드레이크, 우리와 같은 용의 후손입니다. 친척이었고 원래는 친했습니다. 하지만 300년 전부터인가? 이성을 잃고 리자드맨도 공격했다고 합니다. 그 뒤로 완전히 바다의 폭군이 되어서, 으으…”
예전에는 친했다고 하지만, 지금은 같은 몬스터에게도 폭군이라는 소리를 듣는데…
떠북이를 가희가 키우는 것이 올바른 일일까?
“시시시… 그래도 요즘은 안 보입니다. 그러고 보니 그 큰놈이 어딜 간 걸까요?”
“마을에 와서 소란을 부리기에 죽였습니다.”
“쉬리릿… 역시, 무섭… 아, 아니 잘하셨습니다. 시릿, 올드원은 우리의 친척이 그렇게 이성을 잃고 자기의사와 상관없이 이상하게 행동하는 것 슬퍼했습니다. 친구가 오히려 고마워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성을 잃고서 이상해졌다고요? 그럼 이성을 잃지 않았을 때는 온순한 편입니까?”
“쉬쉿… 원래 터틀 드레이크는 용의 피를 받은 거북이입니다. 거북이들이 그렇듯 온순한데 다가, 말만 알아 듣는 게 아니라 용의 후손답게 똑똑하고 얼굴 표정이나 몸으로 의사 표현도 확실하게 했다고 합니다.”
‘역시 그놈이 그때…’
영수는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때 떠북이의 비웃음 같은 게 착각이 아니었다.
“혹시, 어린 터틀 드레이크가 성체로 자라는데 얼마 정도 걸리는지 아십니까?”
“쉬쉿… 글쎄요. 자라난다고요? 분명히 태어날 때는 작지만, 물이 닿자마자 바로…”
부아아아앙!
영수의 벤츠 마이바흐 S600 가드가 빠른 속도로 평택 시내를 질주했다.
단속 카메라가 있다는 내비의 경고음도 모두 무시했다.
‘태어날 때는 작지만, 물이 닿자마자 바로 성체가 되어버립니다. 바닷물이든 그냥 물이든…’
리자드맨의 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끼이이익!
주차장에 있는 빈자리에 다이렉트로 주차한 넣은 영수는 차에서 내려 계단을 향해 뛰어갔다.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빠른 속도로 단숨에 계단을 오른 영수는 바로 305호의 벨을 눌렀다.
띵동.
‘부디…’
띵동, 띵동.
“네. 잠시만요.”
철컥.
문이 열리고 다희씨가 나왔다.
“어머, 영수씨.”
“다희씨 괜찮으십…”
문을 열고 나온 다희씨의 얼굴을 본 영수는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며 굳어버리고 말았다. 지금까지 다희씨는 계속 화장하지 않은 수수한 얼굴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처음으로 화장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화장하시니까 더 예쁘시네요…”
미소가 지어지고 자연스럽게 칭찬이 나왔다.
화장을 안 했을 때도 좋았는데, 화장한 얼굴은 너무 예뻤다.
‘아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자신이 온 이유는 두 사람이 무사한지, 떠북이를 물에 넣지 않았는지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앗, 아찌다! 아찌 안녕?”
그때 다희씨의 뒤로 화장실에 있던 가희가 빼끔 얼굴을 내밀었다.
“어 가희도 안녕?”
다행히 가희도 무사했다.
“혹시, 떠북이는 잘 있니?”
“웅! 조금 전까지 나랑 같이 물놀이했어!”
‘물놀이라니…’
떠어…
가희의 뒤로 떠북이가 엉금엉금 기어 나와 곁눈질로 힐끔 하고 이쪽을 바라봤다.
여전히 작았다. 그런데 얼굴 표정은 뭔가, ‘나는 네가 띠껍다’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푸우웃.
놈은 입으로 바람을 내뱉더니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그대로 돌아서 화장실로 돌아갔다.
‘어떻게 된 거야? 물이 닿았는데도 안 변하잖아?’
“그런데 생각보다 일찍 오셔서 아직 준비가 안 되었는데 어떻게 하죠? 가희도 아직 씻는 중이고… 어머? 근데 영수씨 바지가 왜 이래요?”
“다리는 종로에서 만난 강도가… 그게 아니고요. 그냥, 다희 씨가 걱정돼서 무사한가 보려고, 아니, 저는 괜찮습니다. 그냥 조금 있다가 데이트에서 뵙자고 말씀드리려고 온 겁니다.”
영수는 중언부언했다.
“네…”
다희 씨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강도를 당해서 목숨을 위협당했는데, 가장 먼저 자신이 생각나서 이렇게 헐레벌떡 달려왔다고 생각한 것이다.
영수도 다시 말을 되짚다가, 자신의 말이 그녀에게 어떻게 들렸을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그녀의 얼굴은 붉어져 있었다.
귀가 빨개졌다.
예민해진 영수의 귀에, 12기통 유로 엔진을 장착한 것처럼 펌프질하는 심장의 두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
이것이 자신의 심장인지, 아니면 다희씨의 심장인 건지…
“에효. 둘 다 답다패.”
그때였다.
뒤에 있던 가희가 도도도도 달려와 점프하며 다희씨의 등을 밀어버렸다.
“어머?”
앞으로 기울어지며, 자연스럽게 영수의 가슴팍에 안기게 된 다희씨.
“히힛.”
가희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두 사람을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