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 who drives a Benz RAW novel - Chapter (38)
혹시, 아니세요?
혹시, 아니세요?
차가 부드럽게 나아갔다.
“우와 TV도 나온다! 히히, 푹신푹신해요! 냄새도 좋아요. 아찌!”
넓은 실내와 포근하게 안아주는 것 같은 시트, 발 받침과 개인용 DMB와 그 아래 거치대에 장착된 사과 패드까지, 풀옵션 S600가드는 영수의 어깨에 힘이 들어가게 해주었다.
‘그럼, 거기다가 매우 안전하단다.’
“차가 정말 좋네요. 정말 편안해요.”
“안전하게 모시려고 신경 좀 썼습니다.”
영수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마음에 들어 해주니 다행이었다.
그런데 두 사람은 이 차가 얼마나 비싼지는 잘 모르는 것 같았다. 다희 씨만 해도 문을 열고 안에 들어오고 나서야 놀란 눈을 했었으니까.
‘귀여웠지…’
토끼처럼 동그랗게 뜬 눈으로 놀라는 게 어찌나 귀엽던지, 눈에 담아 머릿속에 영구 저장했다.
운전하는 것은 편했다.
예전에 외제차를 타고 다니면 사람들이 속도를 늦추거나 비켜나 준다는 속설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워낙 외제차들이 흔해서 외제차라고 해서 특히 우대해준다거나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차는 아니었다.
영수의 차가 어떤지 알아본 사람들은 슬쩍 앞에서 자리를 비키거나, 뒤에서 일부러 안전거리를 벌렸다.
간혹 신호에 걸려서 신호등 앞에 설 때면, 운전자들이 문을 열고 휘둥그런 눈으로 차를 쳐다봤다.
‘택배 트럭 몰 때만 해도, 칼치기로 끼어들고 꼬리물기 하듯 따라오는 차들이 많았는데…’
바뀐 것은 차의 가격일 뿐이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간사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자신이라도 이런 비싼 차와는 박고 싶지 않으니까 말이다.
오히려 영수는 괜히 다른 사람들이 곤란해지지 않게, 안에 타고 있는 두 사람이 편하도록 주의해서 더욱 긴장해서 안전하게 차를 몰았다.
[멍뭉이 냥냥, 야옹이 왈왈, 열대어는 추위가 싫어요. 펫샵]어느새 데이트의 1차 코스인 펫샵이 보였다.
강아지와 고양이뿐만 아니라, 파충류, 열대어 등 여러 종류의 펫들과 관련된 물품을 파는 평택에서 가장 큰 펫샵이었다.
주차장에 차를 댄 영수는 먼저 내려서 가희를 에스코트 해주었다.
“가희 안아줄까?”
“괜차나. 보는 사람들도 많고, 내가 어린앤가?”
가희는 가슴을 쫙 펴면서 어른스러운 척을 하더니 세침하게 영수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는 성큼성큼 걸어 자신을 혼자 내리는 다희씨의 앞으로 데려다주더니, 잡고 있던 손을 그녀를 향해 내밀었다.
“자바. 나는 내 친구랑 놀게.”
“으음?”
다희씨가 살짝 당황해했다.
영수는 입가에 미소를 띄우며 가희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가시죠. 다희씨.”
그리고 다희 씨의 손을 붙잡았다.
“…”
다희 씨는 거절하지 않았다.
“떠북아 내가 비행기 해줄게. 부아아아앙.”
뾱뾱.
차를 잠근 영수는 그녀의 손을 잡고 떠북이를 앞세우며 뛰어가는 가희의 뒤를 조용히 쫓았다.
“이잇… 손이 안 닿아.”
가희가 막, 문 열림 버튼을 누르기 위해 점프하고 있을 때였다.
부와아아앙!
멀리서부터 터질 것 같은 엔진음이 들려와 세 사람은 모두 멈칫했다.
끼이이익!
끼익!
빠아앙!
빵! 빠앙!
뒤이어지는 다른 차들이 급하게 서는 소리와 클락션 소리.
점점 가까워지는 소리에 영수는 슬며시 두 사람의 앞을 가렸다.
“어머?”
“저거 봐! 급발진인가 봐!”
“거기 피해요!”
지나가던 행인들이 외쳤다.
부와아아앙!
사거리에 모습을 드러낸 한 대의 자동차.
중형이나 대형차가 낼 것 같은 터질 것 같은 엔진 소리를 내던 차는 기현 그룹에서 만든 소형차 스파트였다.
좌로 우로 피하는 차들과 휘청거리는 스파트 차량.
영수는 절망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던 스파트 차주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불안하게 한 번 뒤를 바라본 스파트 차주가 전봇대를 힐끔거렸다.
그리고 이내.
콰쾅!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엄마 아빠…”
가희가 몸을 부르르 떨더니 그대로 선 채로 기절하고 말았다.
“이런.”
영수가 다급히 가희를 끌어안았다.
영수는 놀라서 가희의 몸을 흔들었다.
“가희야! 괜찮니? 다희씨, 병원으로 가죠!”
“트라우마성… 실신이라고 해요. 놀라셨죠? 조금 전 사고 장면 때문에, 어렸을 때 일이 생각났나 봐요.”
다희 씨는 차분하게 다가와 천천히 가방에서 물과 약을 꺼냈다.
“잠시 쉬다가, 약을 먹으면 괜찮아질 거에요.”
하지만 말과 다르게 얼굴에는 잔뜩 걱정스러움이 묻어나고 있었다.
두근, 두근, 두근…
침착하려고 하는 것뿐이지 떨려오는 그녀의 심장은 많은 말을 해주고 있었다.
“자주… 있는 일입니까?”
“예전에는 차만 봐도 놀랐고, TV에서 차 사고 나는 장면만 나와도… 그래도 지금은 많이 나아졌는데 하필, 진짜 사고가 눈앞에서…”
“하아… 죄송합니다. 괜히 제가 거북이를 선물하는 탓에…”
“아니에요. 죄송하시긴요. 저야말로 죄송해요. 택배 업무 때문에 힘겹게 시간 내주신 거일 텐데, 데이트를 망쳐서 죄송해요. 역시 전…”
“아닙니다. 저 이제 택배 그만두고 회사 다닙니다. 자유직이라 시간도 많고요. 전혀, 저언혀 죄송하실 필요 없습니다. 아침이나 점심이나 저녁이나 언제든 시간 됩니다. 전혀 부담스러워 하실 필요 없습니다. 전 그냥 다희씨를 보고 같이 있기만 해도 기분이 좋은걸요.”
영수는 그녀를 향해 듬직한 미소를 발사했다.
살짝,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맺히려고 했다.
“우선, 차로 가죠.”
“아, 네…”
영수는 그녀와 함께 가희를 조심스럽게 차로 옮겼다.
차가 넓고 뒷좌석도 움직이고 발 받침까지 펼 수 있어서 가희가 눕는 데는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그런데, 병원에 정말 안 가도 되겠습니까?”
“가희 부모님이 교통사고로 죽고 나서 자주 있던 일이에요. 나중엔 익숙해서인지 깨어나면 곧장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평소로 돌아와요. 안타깝게도…”
“음…”
기절해서 누워있는 가희가 가여운 영수였다.
자신의 부모님도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 나이 들어서도 견디기 힘들었는데, 어린 나이에 자기 눈앞에서 돌아가신 것을 봤다니 아주 큰 충격이 있었을 것이다.
영수는 겉옷을 벗어 가희에게 덮어주었다.
“야, 119 불러야 하는 거 아니야?”
“저 사람 피 좀 봐. 죽은 것 같은데?”
“아기가 있어요. 스티커가 붙어있잖아. 안에 애라도 있는 거 아니야?”
영수의 귓가에, 스파트 차량으로 몰려든 사람들이 몰려서 우르르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직, 누구 하나 119에 신고하지 않았다.
조용히 분노가 일었다.
“다희씨, 그럼 저 잠시 저쪽에 갔다 오겠습니다. 차 안에 아이가 있습니다.”
아까 봤던 차주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리고 떠들고 있는 사람들의 사이에서 작게 들려오는 두 개의 숨소리가 신경 쓰였다.
끄륵…….. 끅…… 끄륵……..
쌔액… 쌔액…
“가희는 제가 볼게요. 얼른 가세요.”
“그럼…”
벌컥.
영수는 글러브 박스에서 나무 병을 챙기고 차에서 급히 내렸다.
타타타탁…
영수는 차를 향해 달려가면서 전화 버튼을 눌렀다.
뚜루루루…
-119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지금 여기 멍뭉이 냥냥, 야옹이 왈왈, 열대어는 추위가 싫어요. 펫샵 앞 사거리입니다. 자동차가 전봇대를 들이박았습니다. 차주의 숨소리가 가래 끓는 듯이 거의 들리지 않고요. 아이가 있는 것 같은데 숨소리가 약합니다.”
-접수되었습니다. 혹시 위치 추적을 위해 계속 휴대폰을 켜주실 수 있겠나요?
“네.”
그사이 영수는 사거리에 도착했다.
전봇대를 들이박은 스파트 차량은 가운데가 거의 운전석까지 움푹 들어가 있었고 유리창은 산산 조각나 있었다.
전봇대는 멀쩡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옆에 있던 교통표지판이었다.
‘이런…’
교통표지판이 충격에 꺾이며 운전석을 내리쳤다.
둥근 원판이 운전자 여성의 어깨에 깊숙이 박혀있었다.
여성이 힘겹게 이쪽에 눈을 맞춰왔다.
“급발진인 것 같습니다. 운전자가 차를 멈추기 위해 전봇대를 들이박았는데, 교통표지판이 꺾여서 오른쪽 어깨를 파고들었습니다. 그리고…”
“끄륵… 울… 액… 끅… 억…”
그녀는 영수에게 마지막 힘을 쥐어짜며 뭔가를 전달하려고 했다.
-상황은 어떤가요?
“… 안에 아이가 있습니다. 잠시, 저기요!”
“네?”
“119입니다. 이것 좀 받아주세요.”
영수는 옆에 서 있던 사람 중, 유일하게 휴대폰을 꺼내 촬영하고 있지 않고 발을 동동 구르고 있던 젊은 청년에게 전화기를 넘겼다.
“아이부터 꺼내겠다고 말해주세요.”
운전자 여성의 눈에서 한 방울 눈물이 떨어져 내렸다.
-상황이 어떤가요?
멍하니 서 있던 청년은 구조대원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아… 그러니까 아이를 꺼내겠답니다.”
딸칵!
영수는 뒷좌석 손잡이를 잡고 강하게 당겼다.
하지만, 안에서 문이 잠겼는지 열리지 않았다.
쨍그랑!
영수는 주먹으로 유리창을 깨고 잠금을 풀었다.
딸칵!
그럼에도 열리지 않았다.
사고로 차가 찌그러지면서 잠금장치가 고장 난 모양이었다.
“흐읍!”
뜨드드드드…
영수가 힘을 주자 차가 서서히 찌그러졌다.
“오오. 저 사람 힘 엄청나다.”
“대박, 찍어서 올려야겠다. 제목 뭘로 하지? 기현차 내구도 인정?”
도와주지는 않고 보고만 있는 사람들, 하지만 그들에게 화를 낼 시간도 아까웠다.
“흐읍!”
드득!
영수는 조금 더 문짝을 뜯어내고 거기서 멈췄다.
문을 열려는 것은 아이를 구출하기 위함이다.
아이가 나올 수 있을 정도의 구멍만 있으면 되는 것이다.
“아이야, 괜찮니?”
쌔액… 쌔액…
아이를 불러봤지만, 고른 숨소리만 들려왔다.
충격 때문에 기절한 것 같았다.
영수는 손을 집어넣어 조심스럽게 어린이 시트를 풀고 아이를 꺼냈다.
혹시 목이나 뼈를 다쳤을 수 있으니 조심스럽게.
-상황은 어떻게 되었나요?
“아이를 먼저 꺼냈다고 해주십시오.”
“아이를 먼저 꺼냈어요.”
-뼈가 다쳤을 수 있으니 조심해주세요. 목이 움직이지 않게 가급적이면 고정된 상태로, 옷 같은 것을 깔아서 머리를 위로 하게 눕혀주시고요.
귀를 열고 있던 영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아이를 조심스럽게 전화를 잡고 있는 사내에게 넘겼다.
“협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잠시만 받아주세요. 머리 움직이지 않게…”
영수는 그대로 입고 있던 셔츠를 벗어 바닥에 깔았다.
그리고 안에 입고 있던 쫄쫄이 방검복 상의를 벗어 간이 베개를 만들었다.
“여기 눕히죠.”
-상황이 어떤가요?
“자, 잠시만요. 아, 아이는 숨을 쉬고 있어요. 기절한 것 같은데 눕히고 있어요.”
-아이 말고, 운전자의 상황은 어떤가요? 피를 많이 흘리나요? 숨은 쉬고 있나요? 심장은요?
“아이는 부탁하겠습니다.”
영수는 청년에게 아이를 맡기며 운전자에게 달려갔다.
끄륵…… 그윽……
숨소리가 거칠게 간간이 들려왔다.
두근…… 두근……..
그리고 천천히 심장이 뛰는 소리가 들려왔다.
-위치까지 가는 데 2분 정도 소요됩니다. 최대한 지혈해주고, 기도 확보해주세요.
“저기요. 숨은 쉬는지, 심장은 뛰는… 아니 2분 뒤에 온다고…”
“아직 숨은 쉽니다. 심장도 느리지만 뛰고 있고… 문제는 출혈과 박혀있는 표지판입니다. 지금도 심장이 느린데, 표지판을 빼면 과다출혈 아니면 심장 마비가 올 것 같습니다.”
“아, 숨 쉬고 있고 심장도 느리지만 뛰고 있다고 하네요. 그런데 표지판이 박혀있는데 출혈이 많다고 합니다. 운전석에서 빼내면 과다출혈이나 심장 마비가 올 것 같다는데요. 어떻게 하죠?”
-구급차가 올 때까지, 심장이 뛰는지만 봐달라고 하세요. 절대 표지판을 떼시면 안 됩니다. 운전자를 차 밖으로 빼내지 마세요.
“저기요. 운전자를…”
“네. 저도 들었습니다.”
영수는 알겠다고 손을 들어 청년에게 답하고 운전자의 바로 옆에 서서 피가 많이 빠져나오고 있는 부위를 손으로 강하게 눌렀다.
주변에 피가 너무 많이 묻어있었다.
끄그…
거기다, 환자는 제대로 숨을 쉬지 못해 괴로워했다.
영수는 몸을 창틀 안에 집어넣었다.
“후읍…”
영수는 환자의 입 안에서 피를 빨아냈다.
끄륵…
계속해서 피 가래가 끌었다.
“후읍… 퇴, 후읍…”
영수는 한 시도 쉬지 않고 계속 피가래를 빨아냈다.
간신히 환자의 호흡이 유지되었다.
삐보삐보삐보삐보…
그 사이 사이렌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끼익! 끼익!
벌컥! 벌컥!
구급차 한 대와 소방 밴 한 대가 현장에 도착했다.
“서둘러!”
“환자는 어딨습니까?”
멈추자마자 차에서 뛰어 내린 119 대원들이 자동차를 향해 다가왔다.
영수는 계속해서 피를 빨아내고 있었다.
“저기에요!”
“신고하신 분입니까?”
“신고는 저분이 하셨는데, 통화는 제가…”
한 사람이 전화기를 들고 있는 사람에게 상황을 묻고 다른 사람들이 달려와 영수의 주변으로 다가왔다.
“이런, 큰일이야. 절단기 가져와!”
“수혈팩 다 가져와! 수혈부터다! 누구 이분 혈액형? 아니, 야! 검사 시약부터 가져와!”
구급대원들은 다급했다.
콰직! 콰직!
“거기 잠시만 더 잡고 있으세요! 지금 떼면 피 세어 나옵니다!”
영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절단기를 가져온 구급대원들이 차체 이곳저곳을 잘라 차 문을 뜯어내고 지붕을 벗겨냈다.
“이거 떨어지지 않게 붙잡아! 표지판도 잡아! 뽑으면 안 되고 환자랑 같이 빼야 해!”
한 구급대원이 잔뜩 뭉친 거즈 솜에 반찬고를 발라 지혈을 위해 누르고 있는 영수의 손 위에 붙였다.
“엑스레이 클리어, 아이는 무사합니다! 단순 충격 기절이에요!”
그 사이 혈액형 검사를 마쳤는지, 구급대원들이 달려와 환자에게 혈액 팩을 꽂았다.
“심박은 어떻습니까?”
“얕습니다.”
“지혈대 준비하고! AED 팩 준비해!”
카르르륵…
환자를 태울 준비가 끝난 카트가 바로 옆으로 다가왔다.
콰직! 콰직!
“잡아!”
표지판이 완전히 잘리자 구급대원 둘이 달려들어 표지판을 고정시켰다.
“복잡한 상황입니다. 잘 들으십시오. 셋을 외치면 이대로 환자와 표지판을 들어 올릴 겁니다. 그대로 같이 움직이셨다가, 카트에 눕는 순간 빠져나오십시오. 알겠습니까?”
“하시죠.”
“갑니다. 하나, 둘, 셋!”
“들어!”
환자가 들어 올려졌다.
영수는 지혈을 계속하는 상태로 그들의 틈바구니에서 같이 움직였다.
앞에서는 환자의 몸에 박힌 표지판을 든 구급대원들이 따라오고, 뒤에서는 환자를 들어 올린 구급대원들이 따라왔다.
“카트!”
트르르륵.
“내립니다. 지금!”
영수는 손을 떼며 뒤로 물러났다.
동시에 표지판이 뽑혔다.
피가 튀어나왔지만, 대기하던 이들이 거대한 지혈대를 가져다 몸에 붙였다.
“심장 체크 해!”
“숨소리 약합니다!”
부욱! 부욱!
환자의 옷이 찢겨나가고, 그 위에 전선이 달린 동그란 것들이 붙고 산소호흡기가 씌워졌다.
띠…
하지만, 전선 끝에 달린 작은 모니터에는 파형이 아닌 일자형 그래프가 그려지고 있었다.
“산소랑 피 빼! 다들 물러나!”
일사불란하게 대원들이 빠지자 한 구급대원이 단추를 눌렀다.
부르르…
제세동기의 전기 충격에 환자가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띠이… 띠이…
미약하게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돌아왔다. 수혈 시작! 혈압 제!”
“혈압이 너무 낮습니다. 출혈을 수혈이 따라갈 수 없습니다. 이대로면 피가 부족해서 다시 코마에 빠집니다. 빨리 병원에 가야 합니다!”
드르르륵!
카트가 움직였다.
영수도 카트를 따라갔다.
“보호자십니까?”
영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타세요!”
영수는 구급대원들을 따라갔다.
드르르르르륵…
탕!
삐보삐보삐보삐보…
“최대한 벌어지지 않게 누르고 있어!”
“젠장! 상처가 너무 큽니다!”
밖에서도 긴박했지만, 구급차 안에서도 긴박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수혈팩이 몇 개나 꽂혔는데도 혈압이 떨어지고, 지혈대에서 빠져나와 피가 바닥으로 뚝뚝 떨어졌다.
심장박동을 나타내는 모니터는 멈춘 듯 멈추지 않고 느리게 움직였다.
절망적인 분위기의 구급대원들.
그 틈바구니에서 영수는 조용히, 주머니에서 나무 병을 꺼내 들었다.
딸칵.
‘마시게 하거나, 몸에 뿌리라고 했지…’
상황을 보니, 기도가 막혀있고 산소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마실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젠장! 이래선 안 되겠어! 지혈대 걷어! 일단 스테이플러로 최대한 고정한다!”
찌이익!
환자를 덮고 있던 천이 벗겨졌다.
‘지금이다!’
그 순간 영수는 환부를 향해 병에 있던 내용물을 쏟아부었다.
붉은 액체라 피로 범벅된 환부에 떨어졌을 때 티도 안 났다.
모두 환자에 정신이 팔려있었기에 영수의 빠른 손놀림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치이이…
“음?”
“뭐해? 찍어!”
“잠시만요. 상처가…”
치이이…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그들이 보고 있는데 상처가 저절로 아물고 있었다.
“기… 기적이야…”
구급대원의 놀람은 그야말로 잠시였다.
“피, 피 닦아! 환부 확보하고! 수혈 멈추지 마!”
“뼈는 붙은 건가? 엑스레이 비춰봐!”
“심장박동 살아납니다! 혈압도 소폭 상승!”
그들은 프로답게 변화된 상태에서 멈추지 않고 환자의 상태를 살폈다.
“끄륵… 컥! 콜록! 콜록!”
그때였다.
누워있던 환자가 입안에 고인 피를 뱉어내기 시작했다.
“호흡 돌아왔다! 마스크 떼!”
구급대원이 환자의 마스크를 벝겼다.
“콜록, 콜록, 커흑…”
한참을 기침하며 기도를 막고 있던 피를 토하던 환자.
그녀가 갑자기 눈을 번쩍 떴다.
“희수야! 희수! 우리! 우리 애는요!”
그녀는 정신이 돌아오자마자 자신의 아이를 찾았다.
머리맡에 앉아있던 영수가 그녀를 향해 다가갔다.
“아이는 괜찮아요. 기절만 한 거랍니다. 다른 차에 타서 같이 병원으로 가는 중이에요.”
“아아… 아까 봤던 그분… 역시… 천사인가…”
그녀가 힘겹게 입꼬리를 들어 올리며 손을 들며 영수를 가리켰다.
그러더니 갑자기 그대로 눈을 감았다.
손이 추욱 늘어졌다.
“엇?”
영수는 당황했다.
“괜찮습니다. 아주머니께서는 빈혈과 탈수 현상 때문에 쓰러지신 겁니다.”
“호흡, 심장박동, 혈압 모두 정상 범위로 돌아왔습니다.”
구급대원들은 환자를 카트 위에 제대로 눕히고 마지막까지 그녀의 상태를 점검했다.
“병원까지… 아니 이대로면 병원 가서도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다들 수고했습니다.”
“후우…”
다리가 풀린 구급대원이 하나둘 뒤로 털썩 쓰러졌다.
“고비는 완전히 넘긴 건가…”
“영락없이 오늘도 신께서 먼저 데려가시나 했는데…”
긴박했던 상황이 거짓말인 것처럼 평화가 찾아왔다.
어떤 이들은 품속에서 가족사진을 꺼내 멍하니 바라봤고, 어떤 이는 자신이 믿는 신에게 감사의 기도를 올렸다.
그중 신에게 기도를 올리던 사람이, 기도를 마치고는 조용히 영수에게 다가와 귓가에 데고 속삭였다.
“그런데… 정말 천사신 겁니까?”
그 말에 영수는 슬쩍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