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 who drives a Benz RAW novel - Chapter (39)
방송국에서 연락 왔던데요?
방송국에서 연락 왔던데요?
세교동에 있는 평택 병원 응급실.
드르르르륵…
구급 대원들과 환자가 쉴새 없이 들어오고 있었다.
대기 중인 응급 의사들과 간호사들은 밀려드는 환자와 취객들을 상대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중에 강건우라는 명찰을 달고 있는 한 젊은 의사가 침상 이곳저곳을 누비며 환자를 돌보고 있었다.
카트에 있는 도구를 사용해 쑤시고 찌르고 바르고, 차트 위에 뱀 기어가는 글씨로 뭔가를 적고 던지고.
“오케이! 여기 처리 끝났습니다! 환자 봉합부에 거즈 해주세요!”
다른 환자에게 붙어있던 간호사들이 달려왔다.
강건우는 땀을 닦으며 비어있는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며 털썩 주저앉았다.
“후우… 배고프다…”
한숨을 쉬며 주린 배를 문지르고 있는데, 한 사내가 뚜벅뚜벅 다가와 강건우에게 음료수를 내밀었다.
“한잔하시겠습니까?”
“감사합니다.”
“저는 한영수라고 합니다. 혹시, 같이 오신 분이 괜찮으신지 알 수 있을까요? 교통… 6… 여라고 등록되었습니다.”
영수는 원무과에서 받은 입원 등록증을 더듬거리며 읽었다.
“이름 모를 응급환자라는 건데, 교통 6 여면 교통사고로 여섯 번째, 여자… 조회를 해봐야… 아! 설마?”
조회를 위해 일어나서 컴퓨터를 향해 가려던 강건우 의사는 눈을 초롱초롱하게 빛내며 영수를 돌아봤다.
“이분이 그 환자분 그분이시죠? 표지판에 의한 절단 외상에 출혈 과다로 쇼크 오셨다고, 외과의들 전부 대기시켰다가, 올 때 돼서 기적적으로 다 나았다고 해버린?”
“네. 그분입니다.”
바쁜 응급실 내에서도 그 사이 소문이 돌았나 보다.
“그 이상한 분은 현재 회복실에 있습니다. 피를 너무 많이 흘려서 수혈 중인데… 이해하기 힘든 영양실조 현상이 있어서 깨질 못하신다네요. 포도당과 아미노산, 전해질 주사를 동시에 놨습니다. 영양 상태 개선되면 얼마 있다가 깨어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영양실조?’
“제가 아는 분이 맞나요? 분명 그 환자분은 조금 통통한 여자분이었는데요.”
“그분 맞습니다. 분명 그 정도 체급이신 분이 영양 불균형도 아니고 영양실조까지 가는 경우는 별로 없거든요? 쌍둥이를 막 낳은 산모나, 거식증에 걸려 며칠 안 먹은 젊은 여자보다 더 몸이 지쳐있고 영양분이 없어요. 마치 급격히 영양소를 어디에 빨리기라도 한 것처럼… 그래서 지금 의사들이 다 거기 있습니다.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요. 저도 가고 싶긴 하지만, 당직이다 보니…”
드르르르륵…
그사이 또 응급실로 환자가 들어왔다.
딸칵.
꿀꺽, 꿀꺽…
“잘 마셨습니다. 그럼 전 이만.”
강건우라는 의사는 단숨에 음료수를 비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급성 복통으로 실려 왔습니다. 맹장염 같습니다.”
“보호자분이십니까? 식사는 언제 했죠? 간호사님, 환자 복부에 초음파 쏠 준비 해주시고요 외과에 바로 수술실 어레인지 해주세요.”
다시 응급실은 혼란에 빠졌다.
혼자 남은 영수는 젊은 의사가 해주었던 말을 속으로 곱씹었다.
‘영양실조라…’
분명 힐링포션 때문에 영양실조가 왔을 것이다.
하긴, 그런 비정상적인 회복이 아무런 대가도 없이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영지에 침입했던 괴한도 힐링포션을 사용하고 나서 속으로 생각해야 할 말을 입 밖으로 꺼냈었다.
상처의 재생 이후 영양실조가 와서 혼란스러운 상태가 와서 그랬다고 생각하니 바로 이해가 갔다.
‘그러고 보니 지금 가지고 있는 건 5골드짜리 가장 싼 힐링 포션이다. 7골드짜리나 10골드짜리가 있다는 것은 가격에 따라 효과가 다르다는 뜻인데…’
힐링포션이 저쪽에서와 같은 효과를 낸다는 것은 알게 되어 다행이었지만, 위험할 뻔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용하지 않을 수도 없었다.
구급대원들조차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했었고, 상처를 치료하지 않았다면 분명 환자는 죽었을 것이다.
하지만, 다음부터는 저쪽에만 있는 것들을 가져왔을 때는 철저한 조사를 하기 전에는 사용을 자제해야 할 것 같았다.
‘그래도 다행이다…’
영양실조만 회복되면 깨어날 거라니, 어린아이가 어머니와 생이별하는 경우는 면하지 않았는가?
의사가 직접 괜찮다고 확인도 해줬고, 다른 의사들이 특이한 케이스라면서 붙어서 관찰하고 있다고 하니 별일 없을 거다.
이제 한숨 돌렸다.
‘데이트는 나중으로 미뤄야겠군…’
하지 못한 데이트가 조금 아쉬운 영수였다.
끼이익.
“이사님, 정말 반응 좋은데요?”
마케팅 팀장 김상현이 웃으면서 이사실로 들어왔다.
“공문에 반지의 가격을 적었더니 갑자기 방문희망자가 늘었습니다. 벌써 50석밖에 안 남았어요. 이제 사람을 가려서 받아야 할 것 같습니다.”
“사람들 대부분은 양식 진주 반지와 천연진주 반지의 차이를 모릅니다. 속 보이는 일이지만, 가격을 적시해주는 것만큼 확실한 것이 없죠.”
“사실 저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요새 주먹만 한 천연진주가 도난당했다고, 뉴스에서 떠들던데… 진주가 왜 이렇게 비싸지? 했더니 천연진주와 양식진주 가격은 천양지차군요.”
김상현은 계속해서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어제 아침까지만 해도 준비해둔 오백 석의 3%도 채우지 못했다고 울상이던 그였다.
그런데 그는 지금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섭외하려던 MC들도 처음에는 시간 없다고 하더니, 둘 다 하겠다고 연락 왔습니다.”
“누구죠?”
“임성주와 강수홍입니다. 그런데 두분 다 특별히 부탁을 해왔습니다.”
“뭐죠?”
“임성주 씨는 이벤트로 주기로 한 반지를 행사비 대신 자신에게도 주면 안 되겠냐고 하고, 강수홍 씨는 어머니가 이벤트에 참가하는 것이 가능하냐고…”
한쪽은 행사비 대신 실물로 챙겨 달라는 말이고, 한쪽은 그냥 어머니와 같이 와서 추첨할 기회를 달라는 말이었다.
“누가 좋겠습니까?”
“인지도는 임성주가 강수홍보다 조금 위에 있긴 한데, 아무래도 강수홍 씨 플러스 원으로 오겠다는 어머니가 인지도가 높으니… 강수홍 씨로 하는 게 어떨까요?”
최종적으로 이쪽의 의견을 물어는 보는 형태였지만, 이미 결정한 일을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형태였다.
하지만 이는 의도하던 바라, 망설임이 없이 결정 내리는 김상현을 보는 것이 오히려 보기 좋은 영수였다.
“그렇게 하죠. 그리고 강수홍 씨는 어머님께는 나중에 제대로 가공된 천연진주 반지가 나오면 따로 드린다고 하십시오.”
“협찬인 겁니까? 그럼 얄미운 우리 자식에서 자연스럽게 노출되겠군요.”
“저도 방송을 조금 봤더니, 어머니 성격상 협찬이라고 하면 부담스러워 하겠더군요. 그냥 아들을 통해 선물이라고 전달하십시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게 더 자연스럽겠네요.”
김상현은 바로 휴대폰을 들어 메신저로 지시사항을 팀원들에게 전달했다.
그가 사용하는 것은 휴대폰은 회사에서 나눠준 개인용 단말기였다.
개인 생활과 구분 짓기 위해, 회사에 비치해두고 출근해서 퇴근 전까지만 쓰도록 했다.
따로 개인 연락처를 주고받는 것은 금지하지 않았지만, 그것은 엄밀히 개인 영역으로 직원들의 사생활을 최대한 존중해주었다.
“그런데, 방송국은 어떻습니까?”
“잠시만요…”
김상현은 단말기를 두들겨 메일을 읽어나갔다.
“그새 연락이 왔나 했더니, 확실히 뷰티 채널은 쉽게 안 움직이네요. 연예계 소식 전문 방송국에서는 연락이 왔는데…”
“뷰티 채널은 광고주들이나, 방송국을 소유한 그룹의 구미에 따라 움직인다고 들었습니다.”
“쩝, 그 말을 직접 말씀드리긴 했지만, 씁쓸하네요. 이게 우리 상품에 인지도가 없다는 거기 때문에…”
“광고를 하고 나면 나아지겠지요.”
“그래도 천연진주 때문에 S급 연예인들이 움직여줘서 다행입니다. 아니었으면 연예 채널에서도 안 움직였을 테니까요…”
김상현은 메일을 확인하다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영수를 바라봤다.
“근데 그건 그렇고요. 이사님 앞으로 인터뷰가 두 개나 와있는데요?”
“인터뷰요? 그런 것은 호운덕 사장님이 담당하시기로 되어있지 않습니까?”
겉으로는 호운덕 사장이 회사의 얼굴 마담이다.
그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활용하기 위해, 회사도 일부러 돈을 더 들여서 사들였고 그를 경영에 참여시켰다.
이사라는 것 정도는 알려질 수 있지만, 자신이 노출되어서는 앞으로 활동이 제약될 수도 있다.
특히나, 저쪽 세계의 설정된 경로를 통해 움직인다면 특히나 더.
“아니요. 그게 아니고요… 이게 론칭 때문에 온 게 아닌 것 같습니다. 세상에 저런 일이와 BJ 특공대에서… 취재하고 싶다는데요?”
‘그 일 때문인가? 아니면, 사람을 구했던 것?’
사람들은 기적이라고 알고 있겠지만, 언젠가는 그 기적을 행사한 힐링포션도 이곳에서 팔게 될 거다.
하지만, 제대로 된 연구와 공급 및 판매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벌써 힐링포션을 대중에 공개시킬 수는 없다.
그리고 사람을 구했다는 것 때문에 개인정보가 공개된다든가 해서 사생활을 침해받고 싶지도 않았다.
일단 언론 담당을 통해 인터뷰할 내용이나 질문들을 미리 알아볼 수 있는지 문의했다.
거기에 추가로 개인정보 보호 차원에서 얼굴이나 음성에 모자이크 처리가 가능한지, 회사 이름은 사용하되 대리인을 내세워도 되는지, 방송을 통해 간접 광고해도 되는지, 회사의 역사에 대해서 방송시간을 할애해 줄 수 있는지 같은 질문들도 같이 첨부했다.
“이사님. 그런데 정말, 이런 무리한 부탁을 들어줄 거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언론 담당에게 전달한 내용을 확인한 마케팅 팀장 김상현이 담당이 황당한 얼굴을 하며 이사실로 들어왔다.
물론, 당연히 무리한 부탁들이었다.
영수에게는 그들과 인터뷰할 생각이 원래부터 없었다.
“당연히 들어주지 않겠지요. 인터뷰는 굳이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거기다 회사를 홍보하기에는 좋은 프로도 아니고 생성되는 이슈도 작을 겁니다.”
“물론 그렇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작은 이슈라고 해도, 우리 회사에는 이슈가 필요합니다. 광고 메인 모델 섭외가 전혀 안 됩니다. 생각 같아선 종로 한복판에 트럭을 전복시키고 싶을 정도라고요.”
영수는 흥분하고 있는 김상현에게 조금 전 프린트된 A4용지를 넘겼다.
“이슈는 굳이 그곳이 아니더라도 다른 곳에서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안 그래도 아는 사람이게 메일 한 통 보냈습니다.”
“아는 사람이요?”
영수는 김상현에게 건넨 A4용지를 가리켰다.
그는 A4용지에 쓰여있는 글들을 읽기 시작했다.
어디론가 보낸 이메일이었다.
영어로 쓰여있는.
“어? 여기 분명… 이사님 이 회사에 아는 사람이 있으셨습니까? 그리고 이 제안이라면 분명히 저쪽에서도…”
“그럼 우린, 이슈가 터져 나올지 아닐지는 저쪽에서 결정하게 맡겨볼까요?”
영수의 입가에는 미소가 맺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