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 who drives a Benz RAW novel - Chapter (4)
휴대성 甲 귀한 물건
휴대성 甲 귀한 물건
“흐읏! 차!”
땅에 굴러다니는 용연향 바윗덩이를 차에 두 개나 실었다.
“저거 그거 아니야? 고래 똥 덩어리 마른 거?”
“그러게, 근데 저 고래 똥 덩어리를 가져가서 뭐에 쓴데? 미친 거 아닌가?”
수군거리는 어민의 말은 영수의 귀에도 꽂혀 들어왔다.
하지만 영수의 입가에는 미소가 어렸다.
‘가치는 모르는 사람이 많을수록 좋은 법이지…’
용연향은 향유고래의 특별한 똥이 굳은 것으로 고급 향수의 보향제 등으로 쓰이는 아주 비싼 놈이었다. 하지만, 이곳 사람들은 아무도 그 가치를 모르는 것 같았다.
“조용히들 하게, 우리가 마법사님 생각을 어떻게 알겠나?”
‘마법사?’
이쪽을 지칭하는 말이다. 그런데 슬슬 거슬렸다.
쾅!
마저 용연향을 화물칸에 실은 영수는 배달용으로 실려있던 생수를 찢어서 물을 마셨다.
평소라면 배달용이 아니라 운전석에 놔둔 물을 마셨겠지만, 지금은 배달용을 건드려도 하나도 걱정이 들지 않았다.
나중에 다시 한국에 가서 새로 사줘도 되고, 몇 배로 물어도 좋다.
이쪽은 용연향을 얻었다.
‘이거면, 부자가 되는 건 일도 아니야. 다시… 내 사업을 할 수도 있어!’
벌컥벌컥 물을 들이켠 영수는 생각지도 못했던 인생역전에 함박웃음을 지으며 기뻐했다.
‘복이 이렇게 굴러올 줄이야…’
이곳은 지구가 아닌 것으로 결론을 냈다.
용연향은 고대 중국에서부터 사용되었다. 거기다 향수에는 환장하는 서양 사람들이 아주 예전부터 용연향을 수집했으니, 지구였다면 용연향의 가치는 누구보다 어민들이 더 잘 알았을 거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몇 개 있었다.
좀 전에 오크인가 뭔가 하는 초록 인간 둘을 쳤는데도 트럭이 멀쩡한 것이 첫 번째고.
내비 때문에 이곳으로 왔다는 것이 두 번째였다.
다행인 것은 그 내비 덕분에 이곳에서 다시 지구로도 갈 수 있는 모양이다.
대신, 미션을 깨야 한다는 단서가 달려있었는데…
‘지구로 갔다가 다시 돌아올 수도 있는 건가? 거기서도 미션을 깨서?’
만일 그렇게만 된다면 지금보다 더한 대박이다.
이곳에서 가치가 없는 것을 찾아서 가지고 가는 것만으로도 한국에서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거다. 한국에서는 이곳에서 가치 있을 것을 들고 오고 말이다.
‘그런데 어떤 걸?’
영수는 어망을 손질하고 있는 어부들을 바라봤다.
이곳에 지구에서 쓰는 어망을 들고 오면 분명 어부들에게는 대환영일 거다.
하지만…
‘딱 보기에도 돈은 많이 못 벌 것 같군…’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정도지, 많은 구매력이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간만에 사업가적인 마인드로 머리를 굴려봤다.
‘하지만, 모터보트와 그물을 세트로 가져와서 선주 사업을 한다면 다르겠지. 모터보트야 파트별로 분리해서 들고 오면 되니까…’
하지만 그 또한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다.
우선은 어민들이 이쪽을 ‘마법사’라는 이름으로 부르며 쉬쉬하고 피한다는 거다.
거기다, 과연 저들로 사업을 하는 것이 이곳의 법 내에서 허용이 되는 것일까?
애초에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니 이곳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다.
‘이래서야 제대로 된 사업은 무리겠군…’
거기다 지금 당장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라, 저렇게 거리를 두고 꺼려하는 사람들과 뭔가를 거래해서 미션을 깨야 한다는 거다.
지금도 어민들은 트럭에서 멀리 떨어져 이쪽을 훔쳐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쪽으로 눈길을 주면 얼른 숨어버렸다.
‘그래도 이왕 할 거면 제대로 하는 게 좋겠지.’
꿀꺽, 꿀꺽…
영수는 물을 들이켜며 눈을 빛냈다.
저벅, 저벅, 저벅…
영수가 거래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사이 밖에서 사람들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발소리는 점점 가까워지자 영수는 긴장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목푠가?’
영수가 일어나자 거짓말처럼 가까운 곳에서 발소리가 뚝 끊겼다.
화물칸 아래로는 여러 명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지고 있었다.
그 중 하나의 그림자가 무리에서 튀어나와 점점 화물칸을 향해 가까이 다가왔다.
“크흠…”
한 사내가 헛기침을 하며 화물칸에 타고 있는 영수를 바라봤다.
연배는 자신과 비슷해 보였는데, 지금까지 봐왔던 사람들의 복장과는 확연히 다른 옷을 입고 있었다.
색도 화려하고 레이스가 풍성하다고 해야 하나? 딱 보기에도 다른 사람들보다 신분이 높거나 부자인 사람인 것 같았다.
“영지에 마법사님께서 방문하셨다고 해서 와봤는데, 혹시 그쪽이…”
‘마법사? 아까부터 계속 나에게 마법사라고 하던데, 혹시 마법사가 이곳에서 높은 신분인 건가?’
섣불리 아니다 대답하기가 꺼려졌다. 저쪽이 마법사라고 오해해주고 있는데 굳이… 거짓말을 하는 것도 그렇고.
이럴 때는 모호하게 나가는 게 최고다.
“그러는 그쪽은 누구십니까?”
긍정도 부정도 아닌, 또 다른 질문에 사내는 왠지 납득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프라시아 영지의 주인인 설리반 간트레이그입니다. 간트레이그 남작이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간트레이그 남작은 어색하게 웃으며 영수에게 손을 내밀었다.
영수는 여유 있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화물칸에서 빠져나와 그의 손을 맞잡았다.
“저는 영수 한입니다. 영수라고 불러주십시오.”
“오호, 그렇군요…”
간트레이그 남작은 수긍한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성이 아닌 이름으로 알아달라고 하는 것은 마법사놈들의 특징이지…’
‘옛날에도 성이 있는 사람은 귀족이나 높은 신분이었지. 거기다 자신이 영지의 주인이라고 하니까, 이 사람 분명 높은 신분이다.’
서로 다른 생각.
영수는 악수를 끝내고 간트레이그 남작의 어깨너머 뒤에 있는 사람들을 힐끔 쳐다봤다.
“뒤는…”
영수는 눈짓으로 뒤를 가리켰다.
“오해하지 마십시오. 저들은 저의 호위기사들입니다. 제가 마법사님과 다르게 무력을 갖추지 못하여…”
간트레이그 남작은 살짝 이쪽의 눈치를 살폈다.
아무래도 마법사라는 위치가 애매하게 남작보다는 신분 우위에 있는 것 같았다.
‘적당히 권위적이면서, 적당히 정중하게 가야겠군.’
“그래, 용건이 무엇입니까?”
“용건은 없… 없는 게 아니라 마법사님이 오셨다기에 인사나 나눌까 해서 왔습니다. 프라시아는 바다를 낀 작은 어촌 영지라 마법사님들이 방문하는 것은 매우 드문 경우거든요.”
“그렇군요…”
영수는 뜸을 들이며 간트레이그 남작을 자세하게 관찰했다.
“하하… 실례가 안 된다면, 마법사님의 방문 목적을 알 수 있을까요? 혹시나 잡음이 나오지 않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제가 먼저 도움을 드릴까 하여…”
뜸을 들이자 간트레이그 남작이 이쪽을 방문한 이유를 먼저 공개했다.
돈 냄새가 나는 상대다.
협상에서는 자신이 가진 정보나 패를 먼저 까면 불리하다.
간트레이그 남작이라는 사람이 일부러 가짜 정보를 먼저 까고 상대의 실수를 유발하는 류의 협상 고수도 아닌 것 같고…
‘호구군.’
“대중없이 떠돌면서 이것저것 하는 게 목적입니다.”
“아, 하하… 하긴 마법사님들이야 평소에 워낙 연구실과 던전에만 처박혀…”
간트레이그 남작이 뜨악하며 입을 멈췄다.
그의 뒤에 있던 호위기사라는 사람들의 표정도 급격하게 굳어 들어갔다.
“… 들어가 있으셔서 자유롭게 방랑을 하시는 시기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하… 하…”
간트레이그 남작이 어색하게 웃으며 이쪽의 눈치를 봤다.
“연구실과 던전에만 처, 박, 혀 있다 보면 좀이 쑤실 수밖에 없겠죠. 가끔 바람도 쐬고, 뭐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아, 하하… 바람 좋지요.”
간트레이그 남작은 어색하게 웃으며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땀을 닦았다.
그의 손수건 끝이 파르르 떨려왔다.
이 사람, 말실수로 완전히 호구 잡히고 말았다.
그에게 강매할만한 괜찮은 물건이 떠올랐다.
“덥지도 않은데 땀을 흘리는 것을 보니, 몸이 좋지 않으신가 봅니다?”
“아, 하하하… 아무래도 가풍이 문관에서 시작하다 보니 운동을 멀리해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이럴 때 먹을만한 좋은 물건이 있습니다. 한 번 드셔 보시겠습니까?”
“네? 마, 마법사님이 주시는 것을 먹으라고요?”
간트레이그 남작이 화들짝 놀라며 눈알을 이리저리 굴렸다.
“왜요. 설마 제가 드시면 개구리로 변하는 약이라도 드릴 것 같습니까?”
영수는 자신이 해놓고도 어이없는 농담이라 피식 웃었다.
그러나 그 말이 사실이라도 되는지 간트레이그 남작의 얼굴은 사색이 되었다.
“아, 아닙니다. 설마요. 설마, 그런 것을… 있어도 제게 먹이진 않겠지요. 저는 남작이고, 작은 마을이지만 영주이고 라트 왕국의… 왕께서 직접 임명하신…”
간트레이그 남작이 중얼중얼거리며 변명 따위를 했다.
‘설마 진짜 믿는 건가?’
그의 뒤에 있는 호위기사라는 사람들은 심각한 표정으로 손을 무기에 가져다 대고 있었다. 마치 피해를 주면 바로 벤다는 듯이.
마법사가 뭐 하는 사람이기에 이런 농담을 믿는 건가?
이쪽이야 복장이 조금 특이하고 고작 트럭을 타고 있다는 것밖에는 다른 게 없는데…
‘아… 트럭이구나.’
오면서 사람들이 말 없는 마차라고 수군거리는 것을 심심치 않게 들어왔던 게 생각났다.
말이 모는 마차만을 타던 사람들에게 말 없이 가는 마차는 고정관념을 깨는 것이다.
그런 고정관념을 깨는 짓을 하는 사람이 마법사라면 알약을 먹여서 개구리로 변하게 만드는 것이 가능할지도…
아니 가능하지 않더라도 사람들은 그렇게 믿고 있는 것이다.
‘확실히, 이쪽 사람들 생각에는 마법사가 맞겠군. 그나저나, 홍삼정을 귀한 약이라고 말하면서 팔면 솔깃해서 사겠지?’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을 분위기였다. 뭐든 신기하겠지.
꿀꺽, 꿀꺽.
영수는 목이 탔는지 화물칸에 올려둔 생수를 들이켰다.
“영수 마법사님 그런데…”
“네. 말씀하시죠.”
“실례지만, 그 물통… 잠시만 봐도 되겠습니까?”
“…”
“호오, 유리도 아닌 것이 투명하면서 안에 있는 내용물이 보이고, 가벼워서 휴대도 간단할 것 같군요. 흠, 흠… 나무나 쇠에서 나는 재질 특유의 향도 하나도 나지 않고…”
통, 통.
“이거 탄력 있어서 잘 깨질 것 같지도 않은데, 병사들이 군장을 쌀 때도 무게 절감을 할 수 있을 것 같군요.”
“…”
“저기, 실례가 안 된다면 이 물통을 조금만 구할 수 없겠습니까? 정당한 대가를 치르겠습니다.”
간트레이그 남작은 호기심과 탐욕 어린 눈빛으로 영수의 등 뒤, 화물칸에 실려있는 생수통을 바라봤다.
‘하…’
전혀 예상치 못하던 포인트라서 살짝 놀랐다.
그러나 여전한 것은 하나 있었다.
간트레이그 남작이 협상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는 것.
“물통 말입니까? 이거, 생각보다 가격이 비쌀 텐데요?”
씨익.
영수의 입가에 짙은 미소가 맺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