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 who drives a Benz RAW novel - Chapter (41)
나이트 파티
나이트 파티
공식적으로 행사가 끝나고 호텔에서 론칭 기념 파티가 시작되었다.
파티 자리에서는 취재가 금지되어 기자들은 대부분 돌아갔다.
물론, 식사나 파티 참가까지 금지된 것은 아니었기에 일부 기자들은 남아서 심라 호텔의 뷔페를 마음껏 즐겼고 식사에 집중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이 부류였다.
가장 많이 참석한 덕에 연예인들 중 천연진주 반지를 받은 사람이 세 명이나 나왔다.
남아있는 연예인의 이슈는 이벤트에서 받은 천연진주 반지로, 그들은 삼삼오오 모여 반지에서 나오는 신비한 바다 향기를 맡느라 정신이 없었다.
‘으윽…’
물론 그 모습은 누군가의 입맛을 매우 떨어트렸다.
그들 말고도 이번 론칭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은 업계의 사람들로 가장 적게 왔지만, 최후에 가장 많이 남은 부류의 사람들이기도 했다.
그들은 같은 이해관계에 있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파벌을 형성했고 서로를 견제했다.
때로는 지나다니는 만향당의 직원들을 붙잡고 질문 공세를 퍼부었고 나가서 연락을 하는 등, 바쁜 모습을 보였다.
그런 와중에 누구에게도 섞이지 않고 혼자 돌아다니는 약 서른 정도로 보이는 남자가 하나 있었다.
그는 누구의 관심도 받지 않고 휴대폰으로 게임 같은 것을 하면서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업계 관계자용 게스트 명찰을 달고 있었기에 간혹 몇몇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어느 회사 사람인지 궁금해했지만, 다른 회사의 대리급인가 하여 다들 크게 관심 갖지는 않았다.
만향당 직원들은 그가 이 파티를 주관한 그들의 이사 한영수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인터뷰가 들어온 시점에서 직원들에게 앞으로 회사 내에서도, 밖에서도 자신의 정체를 아는척하지 말라고 특명을 내렸기에 다들 모르는 척하며 그냥 넘어갔다.
“그래서, 뭔지 알아낸 사람 있습니까?”
“입들을 다물고 있어서 알아내기가 어렵습니다.”
“뭔가 거래가 있긴 하다는 것 같은데…”
RG화학, 이니프리스 등 한국계 회사의 임원들이 모아온 소문을 취합하고 있을 때, 귀 기울여 듣고 있던 영수는 휴대폰을 들고 전화하는 척 슬쩍 그들의 옆을 지나갔다.
“네. 과장님, 마침 저랑 입사 동기가 하나 있어서 넌지시 물어보니까 용연향 공급은 오히려 펜할리곤스 쪽이고, 만향당은 핵심 정제 비법을 제공한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영수의 목소리는 크지도 작지도 않았지만, 영수가 지나친 사람들의 귀에 들어가기에는 충분했다.
“들었습니까?”
영수가 지나가자 뒤에 남은 이들이 머리를 맞대고 수근거렸다.
“정제 비법이라… 그럴 수도 있겠는데요?”
“설마, 최근에 펜할리곤스에서 찾았다고 발표했던 용연향이, 원래는 실존하는 것이 아니라 만향당에서 얻은 정제 기술로 지금의 용연향을 정제한 걸까요?”
“그러고 보니, 그들이 가진 용연향 정제기술은 원래도 알아준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향수 질도 제법 높았죠.”
“동양식 고전 방식 정제법을 사용했을까요? 하긴, 조선 시대부터 대대로 가업을 이어오던 곳이고 예전만 해도 고급품 업계에서는 은근히 알아주던 것이 만향당의 향수이니…”
전화하는 척하며 귀를 기울이고 있던 영수는 업계 사람들의 말에 피식 웃으며 휴대폰을 귀에서 뗐다.
‘귀들도 얇군.’
영수는 이런식으로 계속해서 헛소문들을 흘리고 다니고 있었다.
만향당에 다니는 직원들도 대부분 이런식이었다.
다들 최근에 스카우트 되어 들어온 사람들이었기에, 아는 사람이 접근해 물으면 자신들이 퍼트리기로 한 소문을 퍼트리고 있었다.
소문의 갈래가 종잡을 수 없이 돌고 있었기에, 그들은 진위 파악을 하느라 정신없었다.
거기다 일부러 영국에 용연향을 보냈다가 다시 받는 식으로 하면서 용연향이 어디서 먼저 나온 건지를 숨길 것이기 때문에 펜할리곤스의 핵심 관계자가 아니라면 용연향이 어디서 나오는지도 잘 모를 것이다.
영수가 용연향을 직접 공급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만향당에서도 아는 사람이 얼마 없었다.
깊게 관여하고 있는 사람이 호운덕 사장 정도인데, 뜬금없이 영수가 불러서 ‘용연향 가져가세요.’라고 하면 창고에 한 무더기로 쌓여 있다는 것만 알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조선 황실 이야기도 그럴싸하고, 선사시대 무덤 이야기도 그럴싸하고…”
“불법포경이나 항만을 통한 밀반입 흔적은 찾지 못했다고 하니…”
관계자들의 고민이 깊어지는 모양이었다.
영수는 피식 웃으며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나의 영지 어플을 조작했다.
처음에는 자주 봤지만, 너무 시간이 빨리 가서 최근에는 가끔만 보고 있었다.
하지만 조금만 봐도 저쪽 세계의 개선해야 할 문제점들이 많이 보였다.
톡.
[병영]을 클릭하자, [기사부], [병부], [호위부], [교육훈련부], [순찰부] 총 다섯 개의 부서 메뉴가 떴다.영수는 그 중 [기사부] 메뉴를 눌렀다.
-이로써 여러분은 한국령의 기사가 되었습니다.
마침 기사부에는 하메르와 크히모스가 모습을 비추고 있었다.
기특하게도 자신이 시켰던 기사 계약을 미루지 않고 바로 진행했던 모양이었다.
-그런데, 여기 있는 기사만 해도 서른이 넘는 것 같은데 괜찮겠습니까? 왕법상 남작령의 기사는 직접계승 영주가 아니라면 30명밖에는…
-아,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아시고 오셨을 것이라 생각했는데요. 아시다시피 영주님은 엄청 사, 아니 아주 엄청난 마법사입니다. 라이트딜레이 후작의 영지를 어떻게 했는지 아시나요?
-영주님이 무서운 분이라는 말만 들었습니다. 저는 라이트딜레이 후작 영지에 대해서는 금시초문이라…
-그건 제가 알고 있습니다. 마법으로 후작령 성벽의 거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부분을 밀어버리고, 그대로 후작의 영주부에 가서 후작을 협박하고 당당하게 돌아갔다고 하더군요.
-오오, 국방상서인 라이트딜레이 후작을…
-그 정도로 강력한 마법사란 말인가?
-소문으로 아주 무서운 마법사라는 말은 들었지만…
-마법사가 이렇게나 깊숙이 귀족 사회에 관여할 줄은… 사악한 마법사라는 소문이 사실이었던 건가?
기사들의 말을 듣고 있던 크히모스나 하메르는 기사들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자신도 모르게 끄덕였다.
‘이것들이…’
소문을 잠재워도 모자란 판국에 소문을 키우다니…
영수가 불만을 품으려는 찰라.
-그만! 이제 영주님은 그대들의 주군이오! 실례되는 말을 삼가시오!
크히모스가 정색하며 기사들을 다그쳤다.
‘그래! 그렇지!’
영수가 고개를 끄덕이는데.
-개구리로 변해 죽기 싫으면!
영수가 인상을 와락 구겼다.
크히모스의 말에 수군거리던 기사들이 모두 입을 다물었다.
-다들 명심하시오. 영주님은 엄청난 마법사요. 지금도 우리의 말을 듣고 있으실지도 모르오. 심지어 오크를 수족으로 부리시기까지 하는데, 다들 개구리 되기는 싫겠지요? 그럼, 앞으로 입조심들 하십시다. 알겠습니까?
-네!
영수는 휴대폰의 화면을 꺼버리며 손으로 이마를 붙잡았다.
신체를 2강하고 나서 한 번도 아파본 적 없었는데, 어플을 들여다보니 머리가 지끈하고 아파 오는 것 같았다.
물론 직장상사를 욕하면서 우애를 다지고 그룹에 속한 사람들끼리 소속감을 갖는데 희생된다는 것 때문에 크히모스를 탓하는 것은 아니었다.
문제는 왜 하필이면 계속 자신에 대한 소문이 이상하게 돌게 저런 식으로 가공해서 소속감을 갖냐는 거다.
그것도 영주 직속이라고 할 수 있는 기사들이 말이다.
하지만, 답답한 것은 비단 기사부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다른 부분을 클릭해서 진행 상황을 지켜보다가 의사를 전달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소리친 적이 여러 번 있었다.
그들은 자신이 맡은 일에 익숙하지 않았고, 거기다 교육 수준도 자신이 원하던 것에 비하면 한참 낮았다.
나름 거기다 저쪽의 가치관에 따라 일을 진행하는데…
마음에 안 드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앞으로는 출근을 저쪽으로 해야겠어…’
지구에서는 자신이 없어도 일을 대신해줄 사람들이 많았다.
아니, 오히려 자신이 없으면 더욱 일을 잘할 것이다.
하지만, 저쪽은 아니었다.
현재 기억지점이 저쪽에 두 개, 이쪽에 세 개로 설정된 경로는 총 여섯 개였다.
경로당 초기화되는 데 72시간이 걸리니, 추가로 경로를 설정하지 않아도 출퇴근할 수 있었다.
만일 긴급한 일이 있다면 남아있는 기억지점 포인트로 이쪽이나 저쪽에 경로를 하나 더 추가하면 된다.
“내일 당장 설계도면과 방적기를 가지고 가봐야겠군.”
영수는 그 외로 필요한 것이 있을까 확인할 겸 다시 전원을 키고 나의 영지 어플을 들여다봤다.
그런데 좀 전까지만 해도 기사들이 가득했던 기사부 화면이 그 사이에 텅텅 비어있었다.
영지대리인인 하메르와 기사단장인 크히모스가 같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임명하자마자 바로 일을 시켰을 리도 없었고…
‘이거 어디서 사고 치고 다니는 거 아니야?’
영수는 영지의 이곳저곳을 클릭해봤다.
하지만 어디론가 이동 중인 건지, 기사들의 모습은 잡히지 않았다.
갑작스럽게 불안한 기운이 드는 영수였다.
호운덕 사장에게 고생했다는 말과 함께 앞으로 자신이 없어도 계속 잘 부탁한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내고 파티장에서 빠져나왔다.
평택으로 가면서 영수는 틈틈이 나의 영지 어플 이곳저곳을 눌러서 기사들을 찾았다.
차가 평택에 도착했을 즈음이었다.
톡.
영수가 [호위부]를 누르자 처음으로 기사들의 모습이 잡혔다.
-하하하. 드디어 오셨군요! 다들 환영합니다. 잘 오셨습니다. 놀라셨겠지만, 보는 그대로입니다.
이사이온이 호위기지의 문을 활짝 열어 기사들을 맞이해주었다.
-허… 오크를 부린다는 말이 정말 사실이었다니…
-대단하다고 해야 할지, 한편으로는 사악한 마법사를 주군으로 둬서 슬프다고 해야 할지…
-오크라니 허허…
호위부 담당인 이사이온의 집무실에는 기사들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대기 중인 오크들도 잔뜩 있었다.
-취췻. 인간, 기사다. 크륵…
-췻… 강해 보인다.
-취췻. 강자와 싸우고 싶다.
오크들은 기사들을 보자 식식거렸다.
그들은 이사이온을 사이에 두고 서서 서로를 노려봤다.
대치하고 있는 두 집단의 사이에는 화면으로만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그런데 뭐라는 겁니까? 저 오크들이.
-어차피 저는 못 알아듣습니다. 간단한 의사 소통을 위한 펫말이 있긴 한데… 어쨌든 뭐라고 하는 게 중요합니까? 어차피 오크들입니다. 몬스터는 역시 인간의 적이죠.
이사이온은 돌아서서 오크들을 바라보더니 띠꺼운 표정을 지으며 손짓으로 그들을 자극했다.
-취췻, 나 저놈 눈빛 마음에 안 든다.
-취익! 저놈은 내가 죽인다. 다들 다른 놈들과 싸워라.
-췻! 그럴 순 없다. 인간 말 못 알아 듣지만 저놈 계속 우리 깔본다. 저놈은 내 차지다. 포기 못 한다.
투닥거리던 오크들은 바디랭귀지를 적극 활용하여, 엉덩이를 두들기는 등 기사들을 자극하는 행동을 했다.
서로가 서로의 말을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분위기는 점점 험상궂게 변해가고 있었다.
마치 당장에라도 싸움이 벌어질 것 같이 말이다.
-스르릉.
그때, 이사이온이 허리춤에 차고 있던 검을 뽑아 들며 기사들을 돌아봤다.
-칩시다!
-취췻! 죽이자!
그것이 신호가 되어 오크들과 기사들이 격돌했다.
“이게 무슨!”
부아아아앙!
지구에서 넘어온 영수는 빠르게 차를 몰아 성문을 빠져나갔다.
구 몬스터로드, 신 라이트딜레이 후작령으로 가는 길을 달리던 영수는 수풀 사이에 있는 거대한 통나무집에 도착했다.
여기가, 이사이온의 출근지인 오크들의 호위기지였다.
“야야! 저놈 죽여! 저놈 죽여!”
“취췻! 대가리를 도끼로 찍어버려! 계속 움직이잖아!”
“아악! 이 자식! 머리! 아악! 피나잖아!”
“취췻! 내 팔! 크악!”
호위기지 밖으로 부산스럽게 서로의 고함, 비명, 병장기 부딪치는 소리들이 새어 나왔다.
영수는 차에서 내려 다급히 호위기지의 문을 열었다.
벌컥!
퍽퍽!
콰직!
챙! 챙! 챙!
청소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인지 건물 안은 먼지가 가득했다.
각종 부러진 집기들이 날아다니고, 피가 튀고 있질 않나, 시뻘건 피가 새어 나오는 팔다리가 굴러다니지 않나…
난장판이 따로 없었다.
영수는 품속에서 전기 충격기를 꺼내 들었다.
치직! 치직!
펑! 펑!
번개가 지붕을 꿰뚫었고, 순간 모두의 이목이 영수에게 집중되었다.
“지금, 뭐하는 겁니까! 이사이온 경! 관리를 하라고 했지 누가 서로 죽고 죽이라고 했습니까?”
꿀꺽…
이사이온의 목구멍을 따라 침 넘어가는 소리가 모두의 귀에 들릴 정도로, 호위기지 안에는 바로 정적이 찾아왔다.
이사이온과 크히모스가 다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 저기 이건… 신입기사들의 환영회입니다.”
“여… 영주님의 말씀대로 이종간의 문화 교류와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서… 팔다리 잘린 사람은 있지만 죽은 사람은 없습니다. 포션도 하나씩 가지고 있고요.”
“취췻. 오크 남자! 인간 남자! 싸운다!”
“취릭! 우리는 전사! 기사도 전사! 싸운다!”
“췩! 싸우면서 친해진다! 이사이온도 친하다! 지난번에 이빨 다섯 개 날렸다!”
우우우!
오크들은 이사이온에게 야유를 날리더니 해맑게 웃으면서 영수를 바라봤다.
“…”
구석에서는 전투 불능 상태에 빠진 오크들이나 기사들이 자신의 팔다리를 주워서 가져다 붙이고 뭔가를 마시고 있었다.
힐링포션이었다.
“크음… 기운 빠진다. 하지만 땀을 흘렸고, 나의 팔이 떨어져 나갔지만 후회는 없었고, 하지만 사악한 마법사님께 들켰으니 나는 찍혔을 거야.”
“으으… 검은 머리라니 역시 사악한 마법사라는 소문이 그냥 도는 것이 아니었군…”
기사들은 포션으로 인한 급성 영양실조 때문인지 헛소리를 해댔고…
“취췻… 트롤의 피맛 구수하다.”
“췻! 여기 트롤 피! 하나 더! 난 더 싸울 수 있다!”
오크들은 회복하자마자 호전적으로 벌떡 일어났다.
이사이온과 크히모스가 다급히 달려와 앞에 섰다.
“형식은 과격하지만, 이건 기사 아카데미의 전통인 나이트 파티라고 해서, 서로 어색한 사이가 친해지기 위해 벌이는 파티로…”
“급히 모인 이들끼리 친분을 다지는 한편, 오크와의 거부감을 줄이고자…”
영수가 고개를 돌려 이사이온과 크히모스의 얼굴을 바라봤다.
“나이트 파티라고 하셨습니까?”
“네…”
“아주 좋아보이는데… 저도 여기에 한 번 끼어볼까요?”
영수가 품속에서 전기 충격기를 꺼내며 이사이온을 노려봤다.
“아, 아닙니다! 그, 그것만은…”
이사이온과 크히모스는 황송해 하며 고개를 숙였다.
“취췻! 오오! 최고의 전사! 환영한다!”
하지만 철없는 아이처럼 들떠서 소리치는 오크들은 막을 수가 없었다.
“아, 그래요?”
파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직!
콰콰콰쾅! 쾅! 콰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