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 who drives a Benz RAW novel - Chapter (42)
분신술을 썼나…
분신술을 썼나…
번개를 사람을 향해 쐈다면 모두 즉사했을 것이다.
영수는 천장으로 번개를 쐈고 건물은 순식간에 무너졌다.
하지만 건물 안에 있는 이들은 인간의 신체 능력을 벗어난 기사들, 그리고 몬스터인 오크들이었다.
“도망쳐!”
기사들은 빠른 몸놀림으로 건물 밖으로 빠져나갔다.
“취췻! 위대한 전사 화났다. 피한다.”
퍼퍽, 퍽!
오크들은 맷집을 이용해 무너져내리는 통나무를 그대로 맞으면서 건물에서 탈출했다.
타닥, 타닥, 타닥… 화르륵!
이윽고 번개에 지져진 통나무들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불타오르는 오두막을 배경으로 서있는 영수.
그 앞에 기사들이 서둘러 달려와 정렬했다.
“췻…”
오크들도 슬쩍 눈치를 보며 기사들처럼 옆으로 다가와 정렬했다.
“하아…”
영수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지구에서 마지막으로 확인한 나의 영지 어플 내에서는 떨어져 나가는 팔다리와 선혈이 날아다니는 모습만 보였다.
포션의 존재를 깜빡했지만, 그런 건 누가 봐도 죽고 죽이는 싸움이었다.
대화 내용도 인간으로서 몬스터를 용서할 수 없다는 둥, 강하니 싸우고 싶다느니 그동안 불만이 쌓였다는 둥…
영수는 그들을 말리기 위해 오는 길에 강화 포인트를 하나 사용해 신체를 강화하기까지 했었다.
오감이 예민해져서일까? 고통도 더욱 선명했다.
오죽했으면 강화 후에 정신이 날아가 버려서 무려 10분 정도 차에서 멍하니 있었겠는가?
그리고 뭔가가 본질적으로 변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런 고통을 참고 희생을 감내하면서까지 싸움을 말리려고 왔더니…
“나이트 파티?”
“치, 친목을 위한 훈련이라고 생각하시면…”
영수는 고개를 확 돌려 이사이온을 노려봤다.
“죄, 죄송합니다.”
“췻. 멍청이…”
이사이온이 혼나는 사이, 오크들은 눈치가 빨라서 아무 말도 없이 조용히 영수의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
“죽은 사람이나 오크 있습니까?”
“힐링 포션이 충분히 있었기 때문에…”
“취췻, 오크 이런 일로 쉽게 죽지 않는다. 트롤 피도 있었다.”
“힐링 포션은 어디서 난 겁니까?”
“기사의 전술 훈련을 겸하는 행사였기 때문에 전쟁물자로 보관하고 있던 오래된 포션을 가져와서…”
“어디서요?”
“영주부에 있는…”
어쩐지 기사부에 하메르가 보이더라니, 포션을 가져다주느라 들렸던 것 같았다.
‘기사단장인 크히모스가 부탁하니 거절하지 못했겠지…’
영수는 고개를 저으며 크히모스를 바라봤다.
“그래서, 전쟁물자용으로 보관 중인 포션이 몇 개나 남아있다고요?”
“원래 항상 100개씩을 두는데, 이번에 좀 많이 써서…”
“그래서 몇 개 남은 겁니까?”
“10개가…”
크히모스, 이사이온 뿐만 아니라 하메르에게도 이번 사태에 대해 해줄 말이 생겼다.
“후우… 앞으로 힐링포션이 필요할 정도로 과격한 훈련은 금지하도록 하겠습니다.”
영수는 화를 가라앉히며 기사들과 오크들을 타이르기 시작했다.
“친목을 위한 훈련인 나이트 파티? 하아…”
그런데 생각할수록 화가 더 났다.
울컥하고 가슴이 답답해졌다.
뭔가 속에 들어앉은 것 같아, 치밀어오르는 화를 참을 수가 없었다.
“아니! 훈련도 정도라는 것이 있는 법 아닙니까!”
영수는 갑자기 발을 구르며 분노를 터트렸다.
쿠웅.
생각보다 더 크게 발 구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드드…
기사들과 오크들의 몸이 떨려오기 시작했다.
너무 강하게 땅을 굴러 지진이 났다거나 그런 건 아니었다.
영수를 중심으로 붉은색 파장 같은 것이 뿜어져 나와 사방으로 퍼지고 있었다.
거기에서 느껴지는 힘이 기사들과 오크들의 본능을 압박했다.
그래서 그들은 본능적으로 몸을 떤 것이다.
마법 왕국 마다르시아에서 용병을 하다가 이번에 기사가 되어 한국령에 정착한 기사 카르헤인은 이 상황이 정확하게 어떤 상황인지를 알고 있었다.
“대, 대마법사나 가능하다는 마나 웨이브…”
드드드드…
붉은색 마나 웨이브는 빠르게 숲으로 번졌다.
푸드드득! 푸드득! 푸득.
새들이 날아 도망가려다 기절하며 땅으로 떨어지고.
뀌에엑! 뀌에에에!
몬스터들이 비명을 지르며 웨이브의 반대 방향으로 달려나갔다.
꾸워어억!
영수의 바로 앞에 있던 오크가 겁에 질려 돼지 멱따는 소리를 내질렀다.
‘이게 무슨 소리…’
멱따는 소리를 인지하는 순간, 영수는 이 모든 혼란이 자기 자신에게서부터 기인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신체 3강 이후 뭔가가 변했다고 느껴지긴 했는데, 설마 이게…’
거짓말처럼 공기를 가득 메우고 있던 붉은 파장이 사라졌다.
파장들이 모두 영수 몸으로 다시 들어가 버린 것이다.
“허… 이런 넓은 범위를 덮는 마나웨이브라니, 들어본 적 없어…”
영수는 멍하니 중얼거리고 있는 카르헤인과 눈을 마주쳤다.
“마법사에 대해서 뭘 좀 아는가 보지요?”
“죄, 죄송합니다.”
“나중에 따로 보도록 하죠.”
따로 보겠다는 말에 카르헤인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후우… 말씀드렸지만 모든 일에는 적당히 라는 것이 있는 법입니다. 알겠습니까?”
“네엣!”
“취췻!”
잔뜩 얼어버린 기사들과 오크들이 우렁차게 대답했다.
“오늘 소동에 대한 벌입니다. 지금 여기 있는 인원들이 오두막을 다시 지으십시오. 앞으로 여행객이 대기해야 할 곳도 필요하니 오두막은 다섯 개가 필요합니다. 기한은 하루. 불.만. 있습니까?”
“없습니다!”
불만이 있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평생 지어본 적도 없는 오두막집을 어떻게 하루 만에 지어야 할지 고민들은 있었다.
“그럼 아까 따로 보자던 기사, 크히모스, 이사이온은 저를 따르도록 하십쇼.”
영수는 차를 몰고 다시 영주부로 돌아왔다.
“크히모스, 이사이온.”
“죄송합니다!”
“절대 하지 않겠습니다!”
두 기사는 고개를 숙이며 소리쳤다.
“기사들과 오크들의 거리감을 없애고 같이 싸우면서 친목을 도모한다는 생각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시키지 않은 일이었지만, 먼저 나서서 일했다는 것에 높은 점수를 드리겠습니다.”
의외의 칭찬에 두 사람은 천천히 고개를 들고 영수의 눈치를 살폈다.
“하지만, 다음부터는 무기 없이 하십시오. 개인이 가지고 있는 힐링 포션을 사용하던가요.”
“감사합니다!”
“다음에는 조심하겠습니다!”
불호령이 떨어질 줄 알았던 두 사람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우렁차게 대답을 해왔다.
“좋아할 것 없습니다. 사용된 힐링 포션 비용은 이번 사태에 참여한 기사들의 봉급에서 다섯 달간 1골드씩 나눠서 차감할 테니까요.”
하지만, 이어지는 영수의 말에 다시 얼굴을 와락 일그러트렸다.
한 달에 4골드인 기사 봉급이다 보니, 1골드면 큰돈이었다.
대마법사니까 다들 말을 못하고 넘어가겠지만, 불만을 갖는 자들도 있을 것이다.
“대신 앞으로는 야간에 근무에 10일 이상 참여하는 기사들에게는 1골드씩 더 지급할 예정입니다. 이번 징벌 기간뿐만이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이요.”
다행히도 영수는 그들에게 빠져나갈 구멍을 주었다.
이번에 뽑은 기사가 30명인데, 야간 근무에는 경비 인원이 10명이 필요하다.
30명이 3일에 한 번씩만 야간 근무에 참여하면 월급을 그대로 받을 수 있었다.
거기다 앞으로는 야간 근무에 참여하면 돈을 더 벌 수 있으니, 징벌 기간이 끝나면 자발적으로 야간 근무에 참여하려는 기사들이 나올 것이다.
“물론, 이건 두 분께는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영수의 말에 이사이온과 크히모스는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물러났다.
영수는 고개를 돌려 같이 차를 타고 온 카르헤인을 바라봤다.
“그쪽 기사님은 이번에 새로 오신 것 같은데 이름이 어떻게 됩니까?”
“루, 루커스 카르헤인이라고 하, 합니다!”
카르헤인은 잔뜩 긴장해 말을 더듬고 말았다.
얼굴이 붉어졌지만, 영수는 탓하지 않았다.
“조금 전에 제 몸에서 퍼져나간 붉은 파장에 대해 알고 있는 것 같던데요. 혹시, 마법에 대해 잘 아십니까?”
“잘 알다니 당치도 않은 말씀이십니다. 하지만, 기사가 되기 전까지 마법 왕국 마다르시아에서 용병생활을 하고 있어서 어깨너머로 조금 알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주변 정세에 관해 물었을 때 마법 왕국이라 부르는 마다르시아라는 곳이 있다고 들었다.
‘마법사들이 만들었고, 가장 강한 마법사가 왕이 되는 마법 왕국이라고 했던가…’
“아까보니, 그걸 마나 웨이브라고 하던데… 대체 뭔지 설명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질문에 카르헤인은 자기보다는 마법사이신 영주님께서 더 잘 아실 텐데 하는 표정으로 자신을 놀리냐는 듯한 눈으로 쳐다봤다.
“마법사는 전공 분야라는 것이 따로 있습니다. 영주님이 모르실 수도 있고요. 하지만, 아시면서 카르헤인의 지식을 시험해보시려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어서 대답하시지요.”
크히모스가 옆에서 거들며 카르헤인의 대답을 종용했다.
영수는 만족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죄송합니다. 음… 제가 아는 마나 웨이브는 마법사가 가지고 있는 마나를 유형화시켜서 주변으로 퍼트리는 것으로… 대마법사 경지에 이른 마법사들 밖에는 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신체를 강화하고 이곳으로 넘어왔을 때, 가슴 속으로 뭔가가 들어차는 느낌을 들었었다.
숲에서 답답해서 뭔가를 터트릴 때, 가슴에서 뿜어져 나가는 기운이 있었는데 그게 마법사들이라면 기필코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마나였다고 한다.
‘마법사라고 오해를 받다 못해, 이제 완전히 빼도 박도 못하게 마법사가 된건가?’
하지만 자신은 마법에 대해서는 하나도 모르고 있었다.
“후우…”
영수는 이번 기회에 카르헤인에게 다른 궁금한 것들도 물어봤다.
마다르시아 출신이라 그런지 그는 다른 이들보다 마법에 대해 많은 지식이 있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마다르시아의 마법사들은 마탑에 들어가 마법을 배운다고 한다. 그 외로도 도제시스템처럼 마법사 하나를 마스터로 섬기고 배운다든가, 마법서를 통해 배우는 방법도 있다고 하는데…
문제는 아무리 낮은 등급의 마법서라고 해도 비용이 플레티넘을 훨씬 넘을 정도로 비싸다는 것이었다.
그 외로도 마법사나 마다르시아에 대한 것들을 물어본 영수는 그들을 대기하라고 하고 람찬을 집무실로 들어오라고 했다.
“대체 왜 라이트딜레이 후작령으로는 상단을 안 보내는 겁니까?”
“아직 검증이 되지 않아서 그럽니다.”
“제 말을 못 믿습니까?”
“그건 아닙니다. 하지만…”
“하지만?”
“일하는 사람들이 오크들에 대해 거부감이 있습니다. 정말로 안전이 지켜질지, 오크들이 잡아먹지나 않을지, 오크들과 같이 오는 것을 보고 라이트딜레이 후작이 공격하는 것은 아닐지에 대한 걱정도 있고요.”
“그 부분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기사들이 충원되었으니, 둘 정도 동행시켜드리겠습니다. 여기 있는 카르헤인과, 나머지 한 명은 크히모스가 선정하도록 하십시오.”
“넵!”
기사들이 이구동성으로 대답했다.
“깃발을 높이 세우고 가십시오. 라이트딜레이 후작도 건들지 못할 것입니다. 건든다면 말하십시오. 제가 다시 방. 문. 할 테니까요.”
“알겠습니다.”
“그런데 람찬이 없을 때 간트레이그 자작령 방면 상단을 이끌 사람은 있습니까?”
“몇몇 후보는 있습니다.”
“잘됐군요. 그럼 라이트딜레이 후작령행 상단은 람찬이 직접 이끌고 가십시오.”
“후훗, 제게 맡겨만 주십시오. 안 그래도 라이트딜레이 후작령이 어떻게 생겼나 가보고 싶었습니다.”
람찬은 기다렸다는 듯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이 서한을 라이트딜레이 후작에게 전해주십시오. 그럼 후작이 람찬에게 주는 것이 있을 겁니다.”
영수는 미리 써둔 서신을 람찬에게 건넸다.
“어떤 것을 받아와야 합니까?”
“가지고 오는 게 아닙니다. 건물을 하나 달라고 했으니, 앞으로 그곳을 기점으로 장사하십시오. 만일 건물을 안 주거나 장사를 방해하면… 아, 그리고 2주일이 지나도 상단이 안 돌아오면 제가 직접 찾아가겠다는 말도 꼭 하시고요.”
영수는 웃으면서 람찬을 안심시켰다.
서신에는 ‘생각해 보니 지난번에 준 투구의 값이 모자란 것 같은데, 잔금 대신 상업지구에 있는 쓸만한 건물을 하나 줬으면 좋겠다.’ 라고 쓰여있었다.
“하하… 이거 위험한 일인 것 같은데요?”
“그래서 안 하실 겁니까?”
“아니요? 큭큭큭, 제가 언제 어디서 라이트딜레이 후작 같은 사람 앞에서 당당하게 건물 내놓으라고 하겠습니까? 영주님을 등에 업었으니 할 수 있는 일이겠지요. 크크큭…”
람찬은 어깨를 들썩이며 웃었다.
그에게는 괴짜 기질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위험한 일을 즐기는 성향이 있었고, 이번 명령들은 그의 성미에 딱 맞아 떨어졌다.
“그런데, 지금 간트레이그 자작령에서 페어리 더스트를 소 포장당 5골드에 파시고 있죠?”
“엇, 그걸 어떻게 아십니까?”
“마법사입니다. 잊었습니까?”
“아…”
람찬은 역시나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편하군.’
“앞으로는 정가 20골드에 파십시오. 간트레이그 자작령에서 팔고 있는 페어리 더스트는 이런 것이 있다 하고 알리는 판촉용 상품이라고 생각하겠습니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비싸면…”
“비싸면 귀하다고 느껴지죠. 평민들은 몰라도, 귀족들이라면 비쌀수록 더 사려고 할 겁니다. 그리고 정말 안 팔리면, 그때 가서 가격을 낮추면 되는 일이니까요.”
“오호… 하긴, 그렇겠군요. 조치하겠습니다.”
“람찬에게 할 말은 이제 끝났으니, 이제 농사지으라고 했더니 농땡이만 피우고 있는 그 빌어먹는 엘프를…”
엘프를 불러오라고 하려던 영수는 말을 멈추고 귀를 기울였다.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영주부 안에서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다.
정말 급한 일이 아니면, 영주부 안에서는 누구도 말을 타서는 안 된다고 알고 있는데 말이다.
히히힝!
타타타탁.
다급한 발소리가 들렸다.
스릉, 스릉…
기사들이 검을 뽑아 들고 영수의 앞을 가로막았다.
벌컥!
“영주님 큰일입니다!”
문이 열리고 이번에 뽑혀서 들어온 기사 한 명이 집무실로 달려 들어왔다.
“무슨 일입니까?”
“오두막을 짓고 있는데, 사악한 마법사가…”
사악한 마법사라는 말에 앞을 가로막고 있던 기사들이 슬쩍 고개를 돌려 영수를 바라봤다.
람찬도 슬쩍 영수를 바라봤다.
마치, ‘사악한 마법사는 여기 있는데?’라며 궁금해하는 얼굴이었다.
“영주님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나는 당연히 사악한 마법사 취급인 건가…’
“그 마법사는 혼자가 아닙니다. 이상한 몬스터를 데리고 와서 우리들을 공격했습니다.”
“몬스터요? 어떤 몬스터죠?”
“처음 보는 몬스터들은 아닌데, 여러 종류가 섞인 듯하여 어떤 몬스터라고 하기에는…”
“설마.., 키메라?”
카르헤인이 뭔가를 아는 것 같았다.
“아시는 것이 있습니까?”
“키메라를 사용하다니… 놈은 분명히 흑마법사입니다!”
순간, 집무실은 정적에 휩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