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 who drives a Benz RAW novel - Chapter (43)
저주 마법을 맞았다.
저주 마법을 맞았다.
부웅, 부웅, 부우웅!
반짝이는 검은 광택을 앞세운 투박하면서도 네모난 범퍼, 전체적으로 네모난 모양의 오프로드 차량 G바겐이 굉음을 내뱉으며 길을 달리고 있었다.
“거, 거의 다 온 것 같습니다.”
길을 안내하던 기사가 아니더라도 알 수 있었다.
한 번 다녀간 적이 있어 내비에 맵이 찍히고 있었고, 영수의 집중하고 있는 귀로 기사들과 오크들이 싸우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온다! 오크들 뒤로 숨어!”
“취췻! 모자 방패 들어!”
콰콰콰쾅!
한 키메라가 내뱉는 돌무더기의 총알을 안전모를 든 오크들이 모여서 막아냈다.
“다시 흩어져! 가장 성가신 저놈부터 잡는다!”
돌무더기 공격이 끝나자 기사들이 다시 키메라들에게 달려들었다.
“오크 부상자는 뒤로 물려! 느려서 방해만 된다!”
기사들은 오크들보다 빨랐고 공격도 날카로웠다.
오크는 기사들보다 느리지만, 맷집이 좋았고 힘은 기사들에게도 뒤지지 않았다.
“취췻! 오크 형제들이어! 저 약한 인간을 대신해 몸으로 공격을 받아주자!”
빠각! 빠각!
“취취취! 봤느냐? 이 모자 방패만 있으면 다 막을 수 있다!”
오크들은 계속해서 한 박자 느리게 공격하려는 기사들의 사이에 끼어들었다.
퍽!
“취엑…”
그리고 모자만 가지고는 막아낼 수 있는 범위가 한정적이었다.
“야 이 멍청한 오크들아! 그건 투구라고, 방패가 아니야! 온몸을 가리기에는 너무 작다고!”
기사들이 답답하다는 듯이 소리쳤지만, 참고로 오크들과 인간들은 말이 통하지 않는다.
‘그나마 안전모를 지급한 덕에 버티고 있었군…’
오크들에게 안전모를 공급하기를 잘한 것 같았다.
“크히모스, 아직 기사들에게 투구를 지급하지 않았죠?”
“우선 친목을 다지고 나서 믿을만하다고 생각되면 그때부터 지급할 생각이었습니다.”
혹시 모를 배신자가 나오는 것을 걱정하는 것 같은데, 그런 걱정은 기우였다.
“바로 지급하세요.”
배신하면 다 받아버리면 되니까.
“오! 영주님의 마차다!”
빵빵!
영수는 클락션을 울리며 더욱 강하게 액셀을 밟았다.
부아아앙!
쩌적!
가까이 있던 이상한 몬스터가 G바겐의 네모난 모서리에 받혀 찢어지면서 날아가 버렸다.
“즉시 다들 이탈하십시오!”
“넵!”
바위를 씹어 날리는 놈, 네 개의 팔을 가지고 하나하나가 뱀의 입인 놈, 오크 몸에 사자의 얼굴 곰의 발을 한 놈 등등…
여기저기 기워 붙인 자국이 있고 세포가 이상하게 자라나 촉수처럼 삐져나오기까지 한, 이쪽 세계에서도 보기 드물 정도로 이상한 모습의 몬스터들이 한가득이었다.
이들은 바로 키메라였다.
‘어디서 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왜인지 영수와 이사이온에게는 몇 마리 정도가 익숙하게 느껴졌다.
부웅, 부웅, 부우우우우웅!
퍼퍽! 퍽! 퍼버버벅! 퍽!
일단 영수는 키메라들을 G바겐으로 쓸어버렸다.
받히면 부서지고 터지고 찢어진다.
아무리 단단하다고 해도 말이다.
“뭐야? 미스릴보다 단단하다는 키락스의 머리를 몇 개나 붙여서 만든 키메란데, 그걸 무시하는 아티팩트가 어딨어?”
수풀 뒤쪽에 숨어있던 사내가 이건 반칙이라는 듯이 소리 질렀다.
‘거기냐!’
영수가 핸들을 틀어 사내의 목소리가 들려온 수풀을 향해 G바겐을 몰아갔다.
“뭣들 하고 있어? 저놈을 노려라!”
사내가 남은 키메라들에게 지시를 내려 앞을 막아서게 했다.
퍽!
달려오는 놈들은 즉시 사망.
퉤퉤퉤퉤!
콰콰콰콰직!
돌을 뱉어봐도 무(無) 쓸모.
퍽!
돌을 뱉던 키메라는 가볍게 로드킬을 당했다.
크롸!
그때 거대한 키메라 하나가 땅바닥에 손을 집어넣고 장판 뒤집기를 시도했다.
딸칵.
빠르게 버튼을 눌러 저단 기어로 전환.
부웅!
경사가 거의 80도에 가까운 길을 그대로 타고 넘어가 하늘로 붕 떠버리는 G바겐.
“으와아아아악!”
안에 탄 기사들이 호들갑을 떨었다.
“차체가 수평 되게 균형 잡앗!”
“넵!”
기사들이 우렁차게 대답하며 앉은 채로 움직였다.
기사의 신체 능력은 인간을 뛰어넘었다.
절정의 균형감각이 빙글 돌아버리려는 G바겐의 균형을 그대로 잡아버렸다.
콰직!
착지하면서 키메라 한 마리의 머리까지 박살 낸 G바겐.
차 안으로 충격이 전해졌지만, 서스펜션이 충격을 완화해준 덕에 운전하는 데는 지장이 없었다.
부우우웅!
“마, 막아!”
쿼어어!
앞에서 옆에서 뒤에서까지 사방을 점하고 달려드는 키메라.
끼이이이…
영수는 브레이크를 밟았다 떼며 핸들을 한쪽으로 확 틀어버렸다.
드리프트하며 옆면으로 앞에서 달려오던 키메라를 튕겨내고, 한 바퀴 돌며 나머지 사방에서 달려오는 키메라들과 부딪쳤다.
콰직! 콰직! 콰직!
몸통에 벤츠 마크를 아로새기며 날아가는 키메라들.
끼이이익!
영수가 차를 멈췄다.
어느덧 모든 키메라들이 전멸해 있었다.
철컥.
영수는 문을 열고 차에서 내리며 수풀에 숨어있는 흑마법사를 향해 전기 충격기를 들이밀었다.
“순순히 항복하면 목숨만은 살려주겠다.”
“흥! 나에게는 아직…”
따닥! 따닥!
파직! 파직!
번개가 흑마법사의 몸을 스치듯 하며 뒤로 날아갔다.
콰쾅! 펑!
흑마법사의 그림자에 숨어있던 키메라들이 번개에 적중되어 그대로 타죽었다.
“무슨… 번개 내성이 있는 영체식 키메라까지 어떻게…”
“아, 최고 전압이라서.”
영수는 전기 충격기를 흔들며 흑마법사를 향해 웃어주었다.
“크윽… 이번에는 준비가 부족했지만, 다음번에 만날 때는 두고 보자!”
흑마법사의 주변에 검은색 기운이 일렁거렸다.
“어딜 가려고!”
쿵!
영수는 전기 충격기로 흑마법사를 조준하며 발을 굴러 가슴속에 들어 차있는 힘을 개방시켰다.
푸른색의 마나 웨이브가 발생해 사방으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지난번 감정으로 인해 우발적으로 발산했던 마나 웨이브와는 달랐다.
마나는 마치 영수의 새로 생긴 수족 같았다.
영수는 머릿속으로 마나 웨이브로 흑마법사를 붙잡는 생각을 했다.
그러자, 밀도 높은 마나 웨이브가 흑마법사를 타겟으로 하고 날아갔다.
흑마법사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던 검은색 기운은 주변을 둘러싼 농도 짙은 마나 웨이브에 밀려서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푸읍…”
흑마법사의 입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음차원의 마나가 몸으로 역류한 것이다.
“크윽… 좀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이런 거대한, 유형화된 마나 웨이브라니… 설마, 초월급 대마법사라고는, 이건 계산 착오다… 크윽, 가만 보니 지난번에 몬스터 로드에 있던 내 키메라들을 죽인 것도 너였구나.”
‘지난번?’
그러고 보니 지난번 몬스터 로드를 왕복했을 때 이사이온이 생전 처음 보는 몬스터들이 있다는 말을 하긴 했었다.
오늘 들이받아 죽인 키메라들을 생각하니, 그때 들이받았던 놈들 중에도 몇 마리는 키메라였던 모양이다.
“대체, 내가 숨어있다는 것을 어떻게 안 것이지? 키메라는 부렸지만, 흑마법의 기운만은 절대로 숨겼는데…”
영수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흑마법사를 향해 다가갔다.
자신이 뭘 알아서 흑마법사가 숲에 사는지 알았겠는가?
‘그냥 지가 나와서 난동을 부리니 잡으려는 거지…’
“크으으으…”
흑마법사는 떨리는 손을 품속으로 집어넣었다.
영수는 그 자리에 서서 그가 뭘 하는지 지켜봤다.
마법사를 직접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고 여차하면 지져버릴 전기 충격기나, 마나 웨이브라고 하는 대인 봉쇄기, 쫄쫄이 방검복까지 입고 있었으니 자신은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탓이다.
“크큭… 초월급 대마법사라 이건가? 마법사를 상대하면서 상대에게 준비할 시간을 주다니… 그것이 너의 패인이다!”
찌익! 찌익!
흑마법사는 품속에서 손을 꺼냄과 동시에 바로 꺼낸 스크롤들을 빠르게 찢었다.
“가라! 커즈 인스파이제이션(수분증발 저주)! 페랄라이즈 하트(심장 마비)!”
스크롤에 미리 저장되어있던 마법은 마나 웨이브의 간섭을 받지 않고 발동되었다.
영수는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검은색 기운을 볼 수 있었다.
“느려…”
영수가 땅을 박찼다.
스윽, 스윽…
영수를 향해 날아오던 저주는 그대로 영수를 맞추지도 못하고 뒤로 날아가 버렸다.
“이런… 내 마지막 희망이…”
흑마법사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절망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 느린 걸 누가 맞을까?”
“크크큭큭큭. 크하하하하!”
그런데 갑자기 흑마법사가 태도를 바꾸며 미친 듯이 웃어 재꼈다.
“웃어?”
화르륵!
사아아아!
순간, 뒤로 날아간 줄로 알았던 저주의 기운이 영수의 등을 덮쳤다.
“이건…”
방심했다.
‘유도기능이 있을 줄이야…’
“크크큭! 타올라라 저주의 기운이여!”
흑마법사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훅.
스윽.
“…”
“…”
음차원 마나의 힘과 저주의 기운은 소멸되었고, 흔적으로 재만 남았다.
‘멀쩡하네?’
그리고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니, 완전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재가 되어 사라져버린 흑마법의 기운이 하얀 와이셔츠 이곳저곳에 묻어 때를 남겼으니까.
“이봐… 이런 건… 너무 더러운 공격이잖아? 그냥 순순히 항복하는 것이 어때?”
영수는 소매를 털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검은 때가 더 번졌다.
이 와이셔츠는 영수도 처음 입어보는 아주 비싼 거였다.
돈이 없는 건 아닌데, 행사를 위해 특별히 준비한 거라 장당 70만 원짜리다.
“아, 열받네…”
뚜둑, 뚜둑.
영수는 좌우로 목을 꺾으며 흑마법사를 향해 걸어갔다.
“이런… 말도 안 되는… 다시!”
찌익! 찌익! 찌익!
흑마법사는 품속에서 스크롤 세 장을 꺼내 빠르게 찢었다.
세 개나 되는 각기 다른 저주의 기운이 영수를 향해 날아갔다.
“썩어 문드러지고, 내장이 꼬인 상태로 석화되어라!”
사락…
“크크크큭, 넌 이제 썩어 문드러… 응?”
“음…”
여전히 아무 일도 안 벌어졌다.
영수에 닿자마자, 마법이 소리 없이 사라지고 또다시 재만 남은 것이다.
그리고 그 재는 영수의 와이셔츠를 완전히 검은색으로 물들이기에 충분했다.
“이, 이럴 수가 없는데. 다시!”
찌이익!
흑마법사는 가지고 있던 스크롤 중 가장 강한 마법 스크롤인 ‘절대 시간의 저주’를 찢었다.
이름 앞에 ‘절대’라는 수식어가 붙는 것은 그것이 마왕의 기운을 담은 저주 마법으로, 그의 학파에도 단 하나밖에 없는 것이었다.
적중당한 사람의 시간을 절대적으로 500년 빠르게 돌리는 마법으로, 천계의 천사라고 해도 피할 수 없었다.
후욱!
그런데 그 저주마저 그냥 재가 되어 사라졌다.
“…”
“아 진짜… 아까부터 더럽게 뭐하시는 거야?”
영수는 재를 털면서 어느새 흑마법사의 코앞에 도달했다.
“이, 이게 뭐야… 어떻게 그 저주를, 신급 가호나 절대 이뮨이 아니고서야…”
흑마법사는 혼란스러워 했지만, 영수는 자신에게 마법이 통하지 않는 이유를 왠지 알 것 같았다.
‘데미지 입지 않는 것은 차만이 아니었구나…’
영수의 입가에는 미소가 그려졌다.
그때 흑마법사의 눈이 반짝였다.
“지금이다!”
샤악!
바닥에 누워있던 번개에 지져진 키메라의 꼬리, 꼬리라고 생각했던 뱀 머리가 영수를 향해 달려들었다.
독이 발라져 초록색을 띄는 이빨을 앞세우고, 마법의 힘으로 하늘을 나는 뱀.
흑마법사의 최후의 수단다웠다. 뱀의 속도는 영수의 반응할 수 있는 속도를 한참 뛰어넘었다.
콰직!
오른손을 물리고 말았다.
그것도 보호장비가 없는 맨손인 부분이었다.
뱀이 턱에 힘을 주었다.
파칭!
‘안 아픈데?’
“어?”
흑마법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영수는 천천히 팔을 들어 자신의 오른손에 매달린 뱀을 바라봤다.
뱀의 이빨은 이미 부서져 있었다.
놈은 지금 이빨 없이 턱 힘만 가지고 자신의 손에 매달려 있는 것이었다.
영수는 뱀의 모가지를 왼손으로 붙잡았다.
“뭐, 뭐야 저게! 매직 이뮨이 아니라 앱솔루트 이뮨 수준이잖아! 저건! 지, 지가 무슨 마왕, 아니 마신이야?”
흑마법사가 황당하다는 듯이 떠들어댔다.
이번 강화 때문인지 자신의 신체는 이곳의 물리적 원칙마저 무시하는 것 같았다.
아니 어쩌면 처음부터 무시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다만 계속 차 안에만 있다 보니 몰랐던 거다.
툭.
영수는 뱀을 바닥에 던지며 흑마법사에게로 다가가 눈가에 미소를 띠며 입을 열었다.
“이제 다 떠드셨습니까?”
영수의 주먹이 흑마법사의 시야를 가득 메웠다.
퍽!
영주부 지하에 있는 심문실.
책상에는 흑마법사의 소지품들이 늘어져 있었다.
책들과 각종 스크롤, 해골이 달린 지팡이나 용도를 알 수 없는 약품이 들어있는 약병들.
‘아무리 봐도 모르겠군.’
영수는 옆에 있는 카르헤인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촤악!
“어푸!”
차르르르…
카르헤인이 찬물을 뿌려 벽에 쇠사슬로 묶여있는 흑마법사를 깨웠다.
“으으…”
“이봐 당신, 흑마법사라고 했던가?”
“흥… 좀 전에 내가 보여준 마법들을 보고도 모르나 보지?”
흑마법사는 자신의 전신이 묶여있음에도 전혀 위축되지 않고 허세를 부렸다.
“흑마법사니까 마법에 대해 잘 알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흑마법이 대체 뭐지? 그리고 다른 마법들과의 차이점은 뭔가? 무사히 살아서 나가고 싶다면… 내 마음에 들게 설명해라.”
“흥, 나는 흑마법 밖에는 모른다.”
“그래. 그렇다면 흑마법은 뭐지?”
“후후후후. 흑마법은 흑마법이다. 나에게 당하고 절규하라! 그러다 보면 절로 알게 될 것이다! 크하하하하!”
미친 듯 웃던 흑마법사는 정색하고 눈을 부릅뜨며 영수와 카르헤인을 노려봤다.
카르헤인은 조금 위축되었지만, 영수는 전혀 안 그랬다.
그는 자신에게 위해를 줄 수 없다.
거기다 사지는 구속당했지, 눈가에 시퍼런 멍자국을 달고 있지…
저런 말을 해봤자 전혀 설득력이 전혀 없었다.
영수는 반항하는 흑마법사를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봤다.
“자기 전공인 흑마법도 모른다니, 그럼 대체 너는 할 줄 아는 게 뭐냐? 잘 묶여있기?”
“크윽…”
철그럭!
흑마법사가 분하다는 듯이 영수를 향해 달려들려고 했지만, 쇠사슬은 그를 놔주지 않았다.
“으으으! 제발 움직여라!”
흑마법사는 몸속의 마나를 움직여 마법을 써보려고 했지만, 그또한 움직이지 않았다.
이곳은 남작령이었지만, 심문실은 프라시아 후작 때 만들어진 곳이었다.
영수는 물론 영지 내의 아무도 몰랐지만, 모든 구속 장비들은 마법사들의 마나 이동을 구속하고 기사들의 파워를 억누르는 마법 광물들로 만들어져 있었다.
“에이, 설마… 정말 몰라서 말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겠지?”
“…”
자신만만해 하던 흑마법사가 이번만은 입을 다물었다.
“하? 흑마법사가 나타났다고 해서 잔뜩 기대했는데…”
영수가 맥빠진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너, 정말 무능력하고 무식한 놈이구나.”
“이익! 나는 키메라 전문이라 그런 거다! 저주 스크롤을 제조하고 마물들을 소환하고, 그걸 합쳐서 뭔가를 만들고… 만드는 것과 소환하는 게 내 전문이란 말이다!”
쩔그럭!
“그렇다고 해서 흑마법이 뭔지 그런 것도 설명하지 못하는 게 말이 되냐?”
“이익, 아직 마족에게 배운 게 얼마 없어서 그런다! 백마법과 다르게 마족에게 흑마법을 배우는 것은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다! 잘못하면 마족에게 빙의되거나, 이성을 잃을 수도 있단 말이다! 그리고 원래 백마법사만 그러는 게 아니라 흑마법사라고 해도 다 전문 분야가 다르단 말이다!”
“그런가?”
‘역시, 그랬군.’
영수는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뒤쪽에 있는 책상에서 무언가를 가지고 돌아왔다.
“이건 네 거냐?”
영수가 가져온 것은 검은색 책이었다.
“흥! 말할 수 없다.”
“네 품에서 나왔는데?”
“…”
사락, 사락…
영수는 책자를 넘기며 거기에 쓰여있는 글들을 읽었다.
처음 보는 글씨였다.
그러나 이곳의 글씨들을 보자마자 바로 알 수 있었듯이, 이번 글들도 그냥 알 수 있게 되었다.
표지에는 [마족을 위한 고급 마계 마법서]라고 쓰여있었다.
“그런데, 흑마법은 어떻게 해야 쓸 수 있는 거지?”
“흥! 그건 말할 수 없다!”
“그래? 야… 근데 흑마법 중에는 재밌는 게 많은 것 같다. 사용하면 상대의 지정된 부분에서 털이 나오게 할 수 있는 마법이라고? 라브카브라슴? 이거 한국 가져가서 대머리 클리닉 열면 대박치겠는데?”
영수가 책에 나온 내용을 태연하게 읽자 흑마법사가 깜짝 놀란 눈으로 쳐다봤다.
“아, 아니 네놈이 어떻게 마계어를 읽을 수 있는 거지?”
“마계어? 그건 또 뭐야?”
“크흠… 유도심문이구나? 흥…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흑마법사는 고개를 돌려 영수의 눈을 피해버렸다.
사락, 사락…
“오? 이런 마법도 있는데, 머릿속에 있는 말을 다 불어버리게 하는 마법 암브로카히브라고?”
“…”
흑마법사는 영수의 말에 미동도 하지 않았다.
‘이쯤해야겠군…’
영수는 책을 덮고 돌아섰다.
“어차피 시간은 많으니까, 천천히 알아가자고. 다음번 만날 때까지 이 책을 공부해둘 테니까.”
“어차피 백마법사는 음차원 마나를 다룰 수가 없으니 소용이 없을 것이다.”
심문실을 빠져나가려는데, 흑마법사의 말이 영수의 발을 붙잡았다.
“그래?”
“후후후. 그 마법을 사용하려면 마족과 계약해서 음차원 마나를 빌려오는 수밖에는 없지. 하지만, 그렇게 하려면 네놈이 가지고 있는 초월 대마법사급의 거대 마나를 모두 포기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할 수 있는가?”
“그래? 마족하고 계약은 어떻게 하는 건데?”
영수의 질문에 흑마법사는 뜨악한 표정을 지으며 영수를 바라봤다.
“진담인가?”
영수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마족을 위한 고급 마계 마법서의 좀 전에 펼쳤던 부분을 다시 펼쳐들었다.
“혹시, 마법은 여기 쓰여있는 주문이라고 쓰여있는 것을 그냥 외우기만 하면 마법이 나가는 거 아니야? 암브로시아 열매의 과즙에서 나온 생명의 향기를 빌어 거짓을 관장하는 마신 카히브의 힘을 빌리노니…”
“크하하하! 해봐라. 그런다고 해서 백마법사가 흑마법을 사용할 리는 절대 없을 테니. 음차원 마나를 다룬다고 해도 고작 주문을 외우는 것으로는 어떤 마법도…”
스스스스…
흑마법사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영수의 발 앞으로 검은색의 기운이 모여들었다.
“어?”
“… 나의 앞에서 거짓을 말하지 말지어다! 암브로카히브!”
어둠이 흑마법사를 덮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