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 who drives a Benz RAW novel - Chapter (44)
흑마법사보다 더 사악한 마법사.
흑마법사보다 더 사악한 마법사.
흑마법사의 심문으로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그의 이름은 파타피시로 현재 나이 스물아홉, 이곳으로부터 북쪽으로 다섯 개 정도의 성을 지나면 있는 랑한 백작령 출신이라고 한다.
그는 20년 전에 생긴 전쟁에서 유랑민이 되어 떠돌다가 흑마법사에게 납치되어 그를 스승으로 두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말만 스승이지, 거의 노예에 가깝던 생활을 하며 키메라 합성과 스크롤 제작을 돕는 일만을 해왔다고 한다.
그러다 5년 전 스승이 죽은 이후 스승의 던전에서 도망 나와 이곳 몬스터 로드로 숨어들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활용하여 키메라로 군대를 만들어 자신을 비참하게 만든 랑한 백작에게 복수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를 위해 마족과 거래를 통해 키메라 합성과 관련된 지식을 얻었고, 지금 영수가 가지고 있는 마족을 위한 고급 마계 마법서를 얻었다고 한다.
하지만, 마계어를 완벽히 익히지 못했기에 고급 마계 마법서는 뜨문뜨문 주문의 이름만 외우는 정도였다고.
그 외로 그가 알고 있는 흑마법이 무엇인지,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할 수 없는지에 대해 알게 되었다.
심문을 마친 영수는 마법서에 있는 주문 중 하나인 ‘운버딘트베타그’를 통해서 흑마법사 파타피시와 하나의 계약서를 작성하기로 했다.
“크윽! 놔! 이거 놔! 이런 말도 안 되는 계약이 어딨어?”
“여깄지. 마계어 대충 알지 않아? 원래 이 마법 이름이 운버딘트베타그야.”
“부, 불공정 계약서라는 뜻이잖아!”
“그러게 누가 우리 기사들을 공격하래?”
영수는 카르헤인을 보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스릉…
그는 품속에서 단검을 꺼내 천천히 카르헤인에게 다가갔다.
“크왁! 기사는 무섭다! 하지만 나는 마법을 써서 너를 공격할 수 있는 척을 할 거다! 비록 이 구속구 때문에 몸속에 있는 음차원의 마나를 움직일 수는 없다고 해도!”
거짓말을 할 수 없는 상태인 파타피시는 발버둥을 쳤다.
하지만 카르헤인은 파타피시가 거짓말을 할 수 없는 상태가 아니라고 해도, 더 이상 그를 무서워하지 않았다.
그보다 더 무서운 사람이 뒤에서 버티고 있었으니까.
“따끔할 거요.”
핏!
“크악! 엄청 아프다! 아픈 척을 하지 않고 미친 듯이 웃어야 강해보이겠지! 하하하하하하! 하지만 나는 아픔을 잘 못 참는다. 엄청 아프다!”
파타피시의 손에서 피가 나오고 있었다.
카르헤인은 그의 피가 나고 있는 엄지손가락을 들어 영수가 내민 계약서에 그의 엄지를 가져다 데었다.
건조한 계약서는 빠르게 그의 피를 빨아들였다.
“으아아아아! 피가 빨려서 죽을 거야!”
별로 많은 양의 피가 나는 것도 아니었지만, 엄청난 호들갑을 떠는 파타피시를 바라보며 영수는 고개를 저으며 마법서에 있는 주문을 외웠다.
“탐욕의 마신 차 함므 운버딘트의 이름을 빌려 피를 매개물 삼아 영혼을 담보로 잡는 어쩌면 강압일지도 모르는 계약을 진행하려고 한다. 진실의 석판 베타그의 이름을 따와 어둠으로 더럽혀진 계약을 진행하노니… 운버딘트베타그!”
스하아아!
음산한 소리와 함께, 계약서가 어둠으로 물들었다.
“끝난 건가?”
이펙트가 더 이상 이어지지 않자, 영수가 허탈하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대체 뭐야? 마신이야? 마왕이야? 분명 아까 마나 웨이브는 백마법사의 마나 웨이브였잖아! 당신 뭐야? 정체가 뭐야?”
“흑마법사인지, 백마법사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고… 그런데 이 계약상으로 앞으로 내가 너의 주인님인데 너라고 반말하는 것은 좀 그렇군.”
“이런 불공정 계약은 인정할 수 없어!”
“파타피시. 앞으로는 나에게 반말을 쓰지 말아라.”
“으아! 이런 계약은 인정할 수 없습니다!”
“좋군.”
영수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족을 위한 고급 마계 마법서의 마법은 정말로 마음에 들었다.
계약서에는 고작 ‘파타피시는 주인님인 한영수님의 명령을 절대적으로 따른다.’라는 말 한마디만 쓰여있었을 뿐이었다.
마법서에는 피계약자는 계약자와의 계약을 무조건 이행하게 된다는 설명만 쓰여있었다.
내용을 어기거나 하면 뭔가 페널티를 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었는데, 그런게 아니었다.
파타피시는 마치 뭔가가 강제로 덮어 씌워진 사람처럼 명령을 따랐다.
“그리고 앞으로는 나의 명령이 있기 전까지는 흑마법을 쓰지 말아라. 사람들에게 위해를 가해서도 안 되고, 흑마법사인 티를 내지 말고, 싫어하는 기색을 대놓고 보이지도 말아라. 또…”
“크으악…”
긴 명령에 파타피시는 괴로워했다.
이글이글거리는 눈으로 노려보며 뭔가를 말하려고 했지만, 주인에게 위해를 가할 생각을 하지 말라는 명령을 내리자 눈빛이 강제로 순해졌다.
“그리고 내가 명령하면 알겠습니다 라고 대답하고.”
“알겠습니다.”
파타피시는 순순히 대답하며 불쌍한 표정으로 영수를 바라봤다.
“그런데 주인님, 제발 이 속마음을 말하게 되는 마법이라도 풀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그건 어떻게 해야 하지?”
안타깝게도, 마법 초보인 영수에게는 능력 밖의 일이었다.
“…”
그리고 파타피시의 수준보다 너무 위에 있는 마법이라, 그 또한 주문의 해주 방법을 몰랐다.
그렇게, 거짓말하지 않는 흑마법사 파타피시는 영수의 노예가 되었다.
‘주문을 읽으면 마법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여기서도 특이한 체질이라는 건데…’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 흑마법에 한해서인지 실험을 해보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백마법 관련 마법서는 가지고 있지 않았다.
“크윽… 힘들고 치욕적이다. 하지만 주인님을 위해서 하는 일이기 때문에 기쁘다. 하지만 머리로는 기쁜데, 가슴이 답답하다. 나는 이상해졌다. 거짓말을 못 하겠고, 속으로 생각하는 것이 계속 입 밖으로 나온다. 멈춰야 하는데, 멈춰. 제발 멈춰, 이러다 주인님이 다시 돌아올 수도 있어. 멈춰!”
귀를 기울이면 집무실 옆방에서 파타피시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왔다.
그는 마치 명령어를 잘못 넣어 버그에 걸린 프로그램처럼 망가져 있었다.
원래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것과 가지고 있는 본능들이 내려진 명령과 충돌을 하는 데다가, 속마음을 그대로 이야기하도록 하는 마법까지 걸려 있어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닐까 생각됐다.
파타피시에게는 다행히도 그에게 앞서 걸었던 머릿속에 있는 말을 다 불어버리게 만드는 마법을 상쇄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속마음을 들키지 않게 하는 반대 효과를 가진 방어 주문을 걸어주거나, 주인으로서 앞의 마법을 잊으라고 하는 것도 방법이 될 것 같았다.
하지만, 징벌 차원에서 당분간은 그를 그대로 두기로 했다.
‘그나저나, 계약서는 쓸만하군. 기사들과 가신들에게도 쓰라고 해야겠어…’
파타피시를 보면 광범위한 주종 계약을 맺는 것은 꺼림칙했다.
하지만, 적어도 ‘배신하지 말 것.’이라든가 자신이 ‘자신이 하기로 되어있는 일을 제대로 처리할 것.’ 이라는 계약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특히나 ‘자신이 하기로 되어있는 일을 제대로 처리할 것.’이라는 계약은 지금 당장에 누구에게 써먹어야 할 것 같았다.
똑똑.
“영주님의 명령으로 엘프를… 모셔왔습니다.”
“들어오십시오.”
끼이익…
문이 열리고 예의 그 남자 엘프가 걸어들어왔다.
그를 데려오랬더니 ‘모셔온’ 병사는 황홀한 표정을 지으며 엘프의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만 나가보십시오.”
영수의 명령에 병사는 아쉬운 표정으로 인사하며 문을 닫고 집무실을 빠져나갔다.
“사람 홀리는 짓은 여전하군.”
엘프는 영수의 말을 무시하며 들어오자마자 코를 가리며 인상을 찌푸렸다.
“가까이에 마의 종자를 두고 있는 건가? 어딘가에서 불쾌한 냄새가 나는군.”
“그나저나, 그동안 목화는 많이 키웠나?”
“잘 자라나고 있다.”
엘프는 슬쩍 고개를 돌리며 딴청을 피웠다.
영수는 나의 영지 어플로 [농가]의 [목화밭] 메뉴를 통해 목화밭이 얼마나 자라고 있는지를 이미 확인해둔 터였다.
씨앗도 안 뿌리고 세월아 네월아…
“분명, 계약 조건은 밭 한 개 분 당 소포장 하나였어. 급하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럼, 급하지. 성인식을 하지 않으면 5년 안에 죽을 엘프가 우리 마을에 다섯이나 있고, 그들 말고도 100년 안에 죽을 엘프들이 수십, 수백 명이나 있으니까 말이야.”
“전혀 급하지 않아 보이는데? 지금까지 한 게 뭐지?”
“지금은 우선 밭의 지력이 회복되도록 가만히 두고 있다.”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는 말이었다.
700살이나 사는 탓에 느긋해진 걸까? 아니면, 계약을 무시하고 어딘가에 있던 자신의 동족들을 불러서 MSG를 훔쳐가려는 계획이 있는 것일까?
어쩌면, 둘 다일지도 몰랐다.
영, 엘프의 태도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우리 확실하게 하기 위해서 계약서를 하나 쓰는 게 어때?”
“계약서? 나는 엘프다. 설마, 거짓말을 하겠는가?”
엘프의 입가에 슬쩍 미소가 스쳐 지나갔다.
“거짓말하겠지. 넌 그러고도 남을 놈이니까.”
하지만, 영수에게 엘프의 신뢰도는 바닥이었다.
“대체, 그대는 우리 엘프에 대해 뭐라고 생각하는가?”
이쪽 세계의 사람들은 엘프를 아름답고 신비하고 마족에게서 중간계를 지키기 위해 희생당한 종족으로서 아주 고귀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영수에게는…
“기생오라비에 한량? 아니, 양아치가 맞나?”
“흥! 고귀한 엘프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군.”
“그러게 일을 했어야지. 당장에 내일 목화솜으로 실을 짜는 기계를 들여올 거다. 그런데 아직도 목화가 준비되어 있지 않더군.”
목화가 싹이라도 나고 있었으면 이런 말을 하지도 않았을 거다.
그는 아예 할당된 밭을 그대로 놀리고 있었다.
지력이 회복되기는커녕 잡초만 자라고 있으니, 이대로면 옆에 있는 밭에도 피해를 줄 것이었다.
“정령을 사용하면 밭 갈아엎는 것은 시간 문제라니까?”
“그런데 왜 안 하는 거지?”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정령이 피곤하다잖아.”
“하…”
영수는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
“거기다, 배고프면 아무 밭에나 가서 농작물이나 과일을 따 먹더군, 밭의 주인에게 돈은 내는가?”
“엘프는 식물들의 친구다. 우리 식물 친구들은 엘프에게 그런 저급한 돈이라는 것을 받지 않는다.”
“그건 네 입장에서나 친구고, 그 식물들은 인간들이 땀 흘려가며 일해서 키우고 있다는 것을 아는가?”
“그러니까. 나는 항상 인간들은 그게 잘못됐다고 생각해. 자고로 식물이란 그냥 자기가 자라나는 거야. 키우는 게 아니고. 자신들이 자발적으로 친구들에게 모든 것을 나눠주는 고귀한 식물 친구들의 과실을 돈을 주고 거래한다고? 말도 안되는 말이야.”
“먹고 싶은 과일이 있으면 키워서 먹든가, 돈으로 사 먹어. 도둑질 하는 모습이 내 눈에 한 번만 더 발각되거나, 사람들을 통해 네가 무전취식 한다는 소리가 들리면, 앞으로 도적으로 취급하도록 하겠다. 알았어?”
“챗… 먹을 거 가지고 너무 쩨쩨하게 구는 거 아니야?”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
영수는 단호하게 말했다.
“빡빡하군.”
엘프는 입술을 삐죽이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후우… 어쨌든 언제까지 해야 한다 하고 확답을 해줘야겠다. 계약 조건은 한 밭에 한 봉투였다. 수확까지도 그쪽이 해줘야 하는 것은 알고 있지?”
“그건 쉬운 일이라니까?”
엘프는 어깨를 으쓱이며 허세를 부렸다.
“못 믿겠다. 제대로 된 계약서를 쓰도록 하지.”
“계약서? 굳이 그런 계약서를 쓸 필요가 있나? 나 엘프야. 엘프 못 믿어?”
“이걸 거부한다면, 그동안 훔친 과일에 대한 죄과를 물어 도둑으로 간주하고 당장 영지 법에 따라 지하 감방에 가둬주도록 하지. 밖에 누구 있습니까?”
끼이이익…
“부르셨습니까?”
문이 열리며 집무실 밖에서 대기 중이던 기사, 카르헤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허허… 알았어. 계약서 쓰면 되잖아. 쓰면…”
엘프의 항복에 영수는 됐다면서 카르헤인에게 나가보라고 손짓했다.
“형식적인 것이긴 하지만, 우리 영지에서는 계약서를 쓸 때 손에서 피를 내 계약서에 묻힌다.”
“그거 너무 마족스러운 거 아니야? 우리 엘프는 고결해서, 피도 마법 재료라고. 설마 피를 모으려고 하는 건 아니겠지?”
“그래서, 계약할 생각이 없다는 거야? 아니면, 엘프님께서는 너무 연약해서 피 살짝 내는 게 두렵다는 건가?”
“누가 연약하다고? 허… 그래 하자. 그까짓 거 뭐가 두렵다고.”
엘프는 어깨를 으쓱이며 엄지를 들어 올렸다.
계약서를 꺼내는 영수의 입가에 씨익하고 미소가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