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 who drives a Benz RAW novel - Chapter (45)
영구퇴갤마법
영구퇴갤마법
딸칵.
주차를 마친 영수는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
영수가 내린 곳은 이제는 익숙한 주공아파트의 주차장이었다.
저쪽 세계에서 해야 할 일들을 마치고 저녁해를 보면서 퇴근했더니, 어느덧 지구는 아침 시간.
‘12시간 시차라…’
오늘처럼 저쪽에서 아침저녁 동안 일을 하고 온다면, 이쪽은 저녁부터 아침까지의 시간이 날아가는 셈이었다.
손이 더 많이 가는 동네이기는 하지만, 영수가 소속감을 느끼는 곳은 바로 이곳 지구였다.
‘업무 시간을 조절해야겠군…’
수면 시간을 조정해 이쪽 시간으로 새벽에만 일한다든가, 아니면 어플로 보고 있다가 저녁에 한두 시간 들러서 결재나 지시만 하고 온다든가 하는 방식도 있고…
톡.
어플이 생각난 김에 영수는 나의 영지 어플을 켰다.
“우리 엘프 노예는 일 잘하고 있으신가?”
계약서에는 목화 한 밭에 MSG 소포장 1봉지라는 거래 조건과, 세 달에 한 번씩 최소 한 밭 이상 분량을 준다는 조건, 앞으로는 대가 없이 영지민들이 키운 작물을 건드리지 않는다는 조건이 쓰여있었다.
영수는 엘프가 계약서에 피로 지장을 찍고 방을 빠져나간 뒤에 마법을 발동시켰다.
마법을 걸고 나서, 느긋하게 걷고 있던 엘프가 갑자기 급하다면서 어디론가 빠르게 달려가는 소리를 들었었다.
-…
그런데 목화밭에는 아무도 없었다.
“뭐야? 농땡이?”
마법이 확실히 걸리지 않은 걸까?
“역시 그렇지…”
화면을 둘러보던 영수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잡초만 무성하던 밭이 황갈색으로 변해 있었다. 그 사이에 목화를 재배하기 위해 밭을 매두었다는 소리다.
‘저녁이라 퇴근했겠지, 아니면 어디서 씨앗 발아라도 미리 시켜두는 중이겠지…’
마법은 인간, 엘프를 가리지 않고 잘 작동하는 것 같았다.
영수는 엘프의 부재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면서 집으로 올라갔다.
크게 피곤하지는 않지만, 이젠 잘 시간이다.
숙면을 취하고 회사에 출근했더니 오후 1시가 조금 넘었다.
“압구정 갈라리아 백화점이죠? 아, 네. 독립매장은 힘들고, 유럽에서처럼 펜할리곤스 매장과 같이 가라고요? 펜할리곤스 한국 지사와 이야기가… 아, 네. 알겠습니다.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코스메틱 박스 울산 성남점이라고요? 네. 네네. 진열대는 저희가 보내드립니다. 아, 예예. 그럼 그렇게 하겠습니다. 샘플이요? 아, 향수는 몰라도 화장품은… 네. 네… 그럼, 천연 진주 반지 이벤트 포스터와 함께. 그렇게 하겠습니다.”
“화정역 문화광장거리에 있는 매직아트샵이라고요? 네. 40개 들어갑니다. 아, 그걸로 우선 2박스씩이요? 네. 감사합니다. 혹시 이벤트 포스터나 샘플은… 네, 네네. 알아서 챙겨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점심이 조금 지난 시간, 사무실에 남아있는 영업직원들은 전화를 받느라 바빠 보였다.
전날까지만 해도 다들 발품을 팔아가며 뛰어다니던 영업팀이었다.
하지만, 론칭을 기점으로 위상이 확 달라졌다.
특히나, 간간이 걸려오는 백화점의 전화를 받는 직원들의 입가에는 환한 미소가 어렸다.
엄선된 제품만을 팔기에, 가장 뚫기 어려운 곳이 백화점이라고 했다.
비록 단일 매장에 대한 이야기는 아직 안 나오는 것 같지만, 백화점을 뚫었다는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었다.
그들은 이제야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고 있었다.
마케팅팀과 총괄팀은 큰일을 하나 넘겼는데도 여전히 바쁜 일과를 보내고 있었다. 론칭 한 번 했다고 회사 일이 끝나는 것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마케팅팀은 천연 진주 반지 추첨 관련 이벤트나, 제품 광고, 기업 광고, 언론사, 방송사 협찬 등 등… 다음번 빅 이벤트를 구상하고 있었다.
총괄팀은 이름에 총괄이 들어가는 만큼, 재정이나 경영업무 지원 등 다방면으로 도와야 했다.
그렇게 다들 바빠서인지, 영수가 사무실에 들어와서 멈춰서 두리번거리고 있는데도 누구 하나 멈춰 서서 아는척하는 사람이 없었다.
영수는 만족스럽다는 듯이 피식 웃었다.
아부보다는 업무가 최우선이라고, 자신이야 출퇴근이 자기 마음대로이니 결재할 것이 없으면 자신과 눈 마주치지 말라고 말을 해놨는데도, 한동안 자신만 오면 경직되고 미어캣처럼 쳐다보던 사람들이었다.
‘이제 좀 익숙해졌나 보네.’
론칭이라는 큰일을 겪으면서 사원들도 회사 분위기에 익숙해진 것 같았다.
영수는 계속 사무실을 두리번거리다가 이사실로 들어갔다.
‘영업팀에 하나, 총괄팀에 하나, 마케팅에 둘…’
영수는 자신의 자리에 있는 캐비넷을 열어 사원 인명부를 꺼내 들었다.
“보자, 영업팀의 성 차장님은 정도가 가볍고, 총괄팀 오 계장님은 끌어모아서 잘 숨기셨구나? 아, 마케팅팀에 둘이 아니었구나. 오성무 대리… 나이도 젊은데 가발이었다니…”
영수는 오늘 회사에 일하러 나온 것이 아니었다.
실험해볼 것이 있어서 온 것이었다.
그것은 바로 마법이 지구에서도, 지구인에게도 통하느냐 하는 것이었다.
특히나 오늘 실험해볼 마법은 라브카브라슴, 지정된 부위에 털이 자라나게 한다는 저주였다.
삐입
-마케팅팀입니다.
“오성무 대리 있나요? 하고 있는 일 마무리되면 잠시만 이사실에서 보자고 전해주세요.”
-알겠습니다.
마케팅팀에 전화하고서 10분 정도 지났을 때였다.
똑똑.
“들어오세요.”
“이사님께서 찾으셨다고 들었습니다.”
“아, 거기 잠시만 앉으세요.”
영수는 오성무 대리에게 앞에 있는 의자를 가리키고는 냉장고에 있는 음료를 따라 그에게 권했다.
“어떤 용무인지 여쭤볼 수 있겠습니까?”
“별거 아닙니다. 오성무 대리님게서 대리면서도 마케팅팀의 막내 아닙니까? 막내로서, 고생이 많으신 것 같은데, 혹시나 힘든 일이 없는지, 마케팅팀의 신규 사원은 어느 정도에 모집하는 것이 좋을까… 그런 것들을 물어보려고 불렀습니다.”
“음… 확실히 이번 론칭 때 많이 고생하긴 했습니다. 하지만, 저만 막내라 특별히 고생한 것도 아닙니다. 아직 회사가 하는 일이 정착되지 않고 알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힘든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신입들도 뽑긴 해야할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호오, 그래서요.”
“일단 일이 정착되고 나서…”
오성무 대리는 이사 앞이라고 쫄지 않고 소신껏 자신의 의견을 밝혀갔다.
영수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음료수를 가져오려는 것처럼 오성무 대리의 뒤쪽에 있는 냉장고 앞으로 다가가 작게 중얼거렸다.
“마신 람차 슐름마의 바람을 담아 5. 분. 간. 수면의 저주를 내린다. 슐름마플루크.”
“해도 3달 뒤인 십… 음… 크음… 크으음… 쿠와아!”
몸속에서 예의 검은 기운이 빠져나가 오성무 대리의 몸을 파고들었고, 그는 곧바로 잠에 빠져들었다.
“저쪽에서 쓸 때랑 뭔가 다른데…”
마법을 쓴 직후, 영수는 이상한 느낌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마법을 쓰면 마나라는 것의 움직임이 느껴졌었다.
특히나, 쓰고 나면 몸속에 있던 마나 덩어리가 빠져나가고 다시 가슴 부위로 마나가 들어와 채워지는 느낌이 나야 하는데…
그게 느껴지지 않았다.
‘지구에는 마나가 없다는 건가?’
행성 자체가 다르고 환경이 다르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그래도 남은 마나로도 상당한 양이다.”
좀 전에 마법을 거느라 빠져나간 마나의 양이 1이라면, 가슴속에서 느껴지는 마나의 양은 한 9999 정도?
원래 가지고 있는 마나만으로도 충분했고, 자신이 앞으로 지구에서 마법을 직접 써서 장사할 것도 아니기 때문에 지구에 마나가 없다고 해서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었다.
코오오… 쿠와아!
영수는 코를 골며 자고 있는 오성무 대리에게 다가가 그의 머리 위에 손을 얹었다.
머리카락을 살짝 잡아당기자 뚜껑이 열리듯 벗겨지며 반짝거리는 맨살이 드러났다.
‘젊은 나이에 딱하게도…’
오성무 대리가 이제 막 스물여덟이라는 사실을 떠올리자, 자신의 일도 아닌데 살짝 눈가가 촉촉해지는 영수였다.
“남쪽의 마신 찬 하 라브카의 더러운 권능과…”
영수는 바로 주문을 외기 시작했다.
마지막 시동어가 남았을 때, 영수는 한 손으로 오성무 대리의 머리를 덮었다.
“라브카브라슴!”
스스스…
가슴속에서 마나가 빠져나와 손을 관통하며 빠져나갔다.
어두운 기운이 오성무 대리의 머리를 감쌌다가 사라졌다.
“음… 반쯤 성공인가?”
드러난 오성무 대리의 머리는 더 이상 반짝거리지 않았다. 5cm에 달하는 털, 즉 머리카락이 자라나 있던 것이다.
다만, 생각지도 못하던 부분이 있었다.
자라난 털이 금발이라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그쪽 사람들 대부분이 금발이었지…’
영수는 머리를 긁적였다.
대머리인 채로, 가발로 가리고 사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자신의 머릿색과 다른 금발이라도 머리카락이 있는 것이 좋을까?
아무래도 후자 쪽이지 않을까?
시계를 보니 거의 5분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영수는 오성무 대리의 가발을 살짝 눌러 다시 덮어주고 냉장고 쪽으로 다가가 음료수를 꺼냈다.
코오오… 킁, 킁…
“음… 그… 으음… 하아아암… 음?”
잠에서 깬 오성무는 눈을 똥그랗게 뜨고 두리번거렸다.
여기가 어딘지, 확인하려는 모양이었다.
콸콸…
음료수 따르는 소리에 오성무 대리가 뒤를 돌아봤다.
“엇! 죄, 죄송합니다. 이사님 가, 갑자기…”
“하하하. 괜찮습니다. 식사 끝나고 얼마 되지 않은 시간입니다. 인간은 다 그렇습니다. 이사 앞이라도 하품하실 수도 있죠. 우리 기업이 그렇게 하품 하나 못할 정도로 빡빡한 곳입니까?”
계속 하품이라고 하자, 오성무 대리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이내 그거려니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음… 그러니까 제가 조금 전까지…”
“12월이나, 2월 졸업시즌 경에 신규 직원을 채용하자는 말을 하셨죠? 저도 동의합니다. 그때면 확실히 업무가 익숙해지겠네요.”
“아, 네. 맞습니다. 그리고 그쯤이면 총괄팀에서 만드는 교육용 매뉴얼도 완성될 겁니다.”
“좋은 의견 감사했습니다. 이만 나가보셔도 좋습니다.”
“네.”
오성무 대리가 나가고, 영수는 남아있는 잔존 마나량을 체크했다.
‘마법마다 필요한 마나의 양이 다르군…’
재울 때 1이 들어갔다면, 털이 나는 저주를 했을 때는 20 정도 되는 마나가 소모되었다.
각각의 마법마다 마나 소모량이 다르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
이 부분은 나중에 가서 파타피시에게 알아봐야 할 것 같았다.
“왁! 이게 뭐야!”
그때 밖에서 오성무 대리의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일인가?”
“무슨 일이야? 오 대리?”
“와! 이게 무슨 일이야! 하하! 와하하! 와하하하하하!”
오성무 대리는 미친 사람처럼 크게 웃어 재꼈다.
“여러분! 기뻐해 주십시오! 저 오늘부로 탈모갤 영구 퇴갤합니다!”
‘성공이네.’
기뻐하는 오성무의 목소리를 들으며 영수는 미소를 지었다.
확실히, 털나는 저주마법은 지구에서 많은 돈이 될 것 같았다.
‘하지만 굳이 내가 나서서 할 필요는 없겠지…’
“마법을 저장하는 스크롤을 만드는 전문이라고 했지? 스크롤을 만드는 방법은 뭐지?”
회사에서 퇴근한 영수는 차원을 넘어와 집무실의 옆방, 파타피시의 방에 와있었다.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한 가지는 고전적인 방식으로 지정된 재료들로 스크롤을 만들어서 마법 수식을 새겨서 만드는 연금술 제작법입니다. 방법만 알고 있다면, 낮은 단계의 마법사들도 사용할 수 있죠. 나머지 하나는 저장용 스크롤을 만들어 저장하는 겁니다.”
“저장용 스크롤?”
“이 방법은 마법을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과 5번이나 중첩시켜 사용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렇군… 혹시 파타피시 라브카브라슴이라는 마법으로 스크롤을 만들 수 있어?”
“공식은 모릅니다. 그리고 저는 주인님이 가지신 책에 있는 마법은 한두 개 밖에는 배우지 못했습니다.”
“책을 주면 공부할 수 있나?”
“마족들을 불러서 배우면 모르겠으나, 혼자서는 배울 수 없습니다.”
“그래? 흠… 그럼 일단, 저장용 스크롤을 만들어두도록 해. 하루에 얼마나 만들 수 있지?”
“양피지와 닭 피 한 사발, 은화 하나가 있으면 하루에 100장까지는 만들 수 있습니다.”
“그래, 그럼 하메르에게 말해서 재료를 받아오도록 하고. 앞으로 하루에 100장씩 저장용 스크롤을 만들도록.”
“네.”
그때 누가 다급히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똑똑똑똑똑똑!
달려온 사람은 옆에 있는 집무실의 문을 다급하게 두들겼다.
“영주님! 안에 계십니까?”
최근 영수에게 익숙한 카르헤인의 목소리였다.
영수는 파타피시의 옆방에서 빠져나왔다.
“카르헤인 경. 무슨 일이십니까?”
“아! 거기 계셨군요. 영주님, 큰일입니다! 엘프들이 무장을 하고 영주부에 침입했습니다.”
“들… 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