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zard who drives a Benz RAW novel - Chapter (49)
발록을 소환하다.
발록을 소환하다.
파타피시가 회의실로 들어오자 라무레스가 발끈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흑마력이라니… 정말 흑마법사가 아닌가? 저런 흑마법사를 영지에 숨겨두고 있다니, 대체 무슨 목적으로!”
“우리는 가만히 있었는데 지가 먼저 키메라들이랑 쳐들어 왔다가 나한테 잡혀서 이렇게 되었어.”
“무슨…”
영수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하며 귀찮다는 듯이 손짓만으로 파타피시를 가까이 불렀다.
“부르셨습니까. 주인님. 와, 근데 엘프를 처음 봤는데 참 아름답네요. 키메라로 합성해도 됩니까?”
파타피시가 전속력으로 달려와 영수의 발 앞에 무릎을 꿇었다.
“혹시 마족이라는 거 소환 가능해?”
“가능합니다. 하지만, 마족이 만족할만한 대가가 없으면 부르지 못하죠. 마족을 부르기 위해서는 피나 목숨, 생명력, 동물의 생명력, 아니면 마족이 좋아할 만한 아주 귀중한 재료를 댓가로 바꿔야 합니다. 아, 그래도 여기 있는 엘프를 대가로 바치면 아주 좋은 마족을 부를 수 있겠네요.”
파타피시의 말에 라무레스가 기분 나쁜 벌레를 쳐다보는 표정으로 몸을 부르르 떨었다.
“대가가 필요하다는 말이지…”
“뿐만아니라 계약을 위해서는 마력도 상당히 필요합니다. 제가 가진 마력으로는 귀족이라 불릴 정도로 높은 등급의 마족은 어림도 없습니다. 하지만 마나석이 있다면 귀족 등급의 마족도 소환하는 것이 가능할 것입니다.”
“마나석?”
‘그러고 보니 지난번에 리자드맨에게 받은 마나석이 세 개나 있었는데…’
“그럼, 마나석이 두세 개 정도 있다고 치면, 귀족 등급의 마족들을 부를 수 있다는 건가?”
“네. 부를 수는 있습니다. 제가 아는 소환식 중 가장 높은 등급의 마족은 발록 경인데, 마나석 한 개만 있으면 부를 수 있습니다.”
“발록은 강한가? 날아다닐 수는 있고?”
두 사람은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 하고 있었지만,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는 라무레스의 얼굴은 시시각각으로 창백해져 가고 있었다.
“고급 마족들은 다 날아다닐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발록은 강합니다. 기사 계급의 마족인데 마계 서열에서 2천 위 안에 드는 강자 중의 강자로, 개인 영지가 없는 마족 중에서는 최강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 발록이 드래곤하고 싸우면 발록이 이길 수 있나?”
“그건 힘들 겁니다. 드래곤과 싸워 이기려면 최소한 자작급의 마족을 소환해야 할 텐데, 저는 아직 거기까지 소환하는 주문을 배우지 못했습니다.”
“그럼 곤란한데…”
영수는 턱을 괴며 생각에 빠져들었다.
“설마, 정말로 발록을 소환하기라도 할 생각이었단 말인가?”
라무레스의 질문에 영수는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만일 발록이 날아다니는 드래곤을 땅으로 끄집어 내려줄 수 있을 정도만 되면 소환할까도 생각하고 있어.”
땅으로 끄집어내리면, 트레일러를 돌진시켜서 드래곤을 들이받을 생각이다.
지난번 바다의 최강 생명체라는 터틀 드레이크도 끝냈는데, 드래곤이라고 괜찮을까?
‘물론, 그것도 땅에 내려와 줄 때나 가능한 이야기겠지만…’
“어때? 발록이 드래곤을 싸워서 이기지는 못하더라도, 지상으로 끌고 내려올 정도는 되나?”
“어쩌면 그 정도는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다른건 몰라도 발록의 채찍은 드래곤도 끊기 어려울 정도라고 유명하니… 이기지는 못하더라도 날개를 묶는 정도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마침 제물로 쓸 엘프도 있고. 소환할까요?”
“그래? 그럼 소환하자.”
영수의 얼굴이 화색이 돌았고, 라무레스의 얼굴은 사색이 되었다.
“나, 나를 제물로 쓰겠다고? 미, 미친!”
“누가 제물로 쓰겠데?”
영수는 심드렁하게 손짓하며 라무레스를 무시했다.
“주인님, 저 엘프 정도가 아니면 발록은 소환되도 계약을 해주지 않을 겁니다.”
“마족은 귀중한 재료도 받는다고 했잖아. 혹시 마나석도 받나?”
“마나석은 중간계에서는 귀하지만, 마계에는 널려있는 것들입니다. 마계에 없는 재료가 아니라면 아마 재료로 소환하는 힘들 겁니다. 하지만, 엘프를 바친다면 필시!”
파타피시는 눈을 희번덕거리며 라무레스를 탐욕스러운 눈길로 바라봤다.
“이놈이!”
라무레스가 정령을 소환했다.
손에 정령이 머물며,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크크큭, 엘프놈. 누가 두려워할 줄 알고? 크으, 아름답구나! 바람에 머릿결이 날리니 더. 마족에게 바치긴 아까워, 키메라로 만들고 싶다.”
파타피시는 욕망과 공격욕구를 스스럼없이 드러내며 흑마력을 끌어올려 손에 마나탄을 만들었다.
바로 공격이라도 할 것 같은 험상궂은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허락 없이 인간을 공격하지 말라고 했는데, 얘가 왜 그러지? 잠깐, 그러고 보니 명령이 다…’
다시 생각해 보니 파타피시에게 내렸던 명령들은 다 ‘인간들’을 건드리지 말라는 것들이었다.
엘프는 인간이 아니다.
‘파타피시가 라무레스에게 이를 드러내는 것도 당연한가?’
“그만해라. 둘 다.”
“예. 주인님.”
“하지만, 저놈이 먼저 자극했다고.”
영수는 라무레스의 억울하다는 변명을 무시하며 파타피시를 돌아봤다.
“그럼 말이야. 혹시, 소환의 제물로… 페어리 더스트는 어때?”
영주부의 마당.
<크크크, 페어리 더스트라고? 이야! 이거 거의 천 년 만인가? 오오, 페어리 더스트의 맛을 잊을 수가 없었다. 디오디몬 발락 마왕을 역소환 하는 것은 세계수만 희생해도 되었을 것을 페어리 퀸은 왜 괜히 의리 지킨다면서 희생해가지고는.>
7미터가 넘는 거대한 근육질의 신체, 말의 발과 여섯 개의 손가락을 가지고 불타고 있는 파충류의 날개를 가진 마족 발록.
그는 마법진 안에서 샘플로 놔둔 페어리 더스트(MSG)를 맛보며 흉측한 어금니를 환하게 꽃피우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띄우고 있었다.
“헉, 헉… 만족하십니까?”
<크크크, 하다마다! 그래 내가 무엇을 해주면 되겠는가?>
파타피시는 굵은 땀을 흘리며 영수를 돌아봤다.
“드래곤이 깨어났다.”
<드래곤? 음… 마계의 기사인 나에게는 무척이나 자존심 상하는 일이지만, 마계에서 본체로 싸우는 게 아닌 이상 중간계의 아바타 상태로는 어린 드래곤도 이길 수 없다.>
발록은 분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건 나도 알고 있다. 그런데 혹시, 드래곤하고 싸울 때 날개를 묶어서 땅에 떨어트리는 정도는 해줄 수 있나? 설마, 마계에서 소문이 자자한 발록이라면, 그 정도는 할 수 있겠지?”
<크크큭. 내 소문이 여기까지 퍼졌군. 날개를 잠시 묶어주는 정도라면 가능하다. 한 1분 정도? 그것이 원하는 것이냐?>
“들었지? 파타피시 계약해.”
“그럼… 나 중간계의 파타피시, 마계의 기사 라샤 드 발록과 계약을 맺으려 한다. 계약 내용은 드래곤과의 싸움에서 날개를 묶어 땅에 떨어트려 주는 것. 계약 조건은 눈앞에 있는 페어리 더스트. 계약 조건과 내용에 만족하고 계약을 해주겠는지 묻는다.”
<나 마계의 기사 라샤 드 발록, 중간계의 파타피시의 계약 조건과 계약 내용에 만족하고 계약을 해주겠다.>
파타피시는 계약 조건인 1Kg짜리 MSG봉지를 마법진 위의 보이지 않는 벽에 가져다 데었다.
발록도 맞음편에서 마법진 위의 보이지 않는 벽에 손을 가져다 데며 입을 열었다.
“이로써 계약은 끝났다.”
<이로써 계약은 끝났다.>
화륵!
“크윽!”
땅바닥에 그려진 마법진이 활활 불타기 시작했고, 파타피시가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이내 불꽃이 사라지고 검은 연기가 거둬지자, 발록이 존재감을 드러냈다.
드드드드…
공기가 떨리며 사방으로 발록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흑마력의 마나 웨이브가 퍼져나갔다.
“크윽…”
드드드드…
기사들이 힘들어하자 영수는 가슴 속에 있는 다른 속성의 마력을 꺼내 마나 웨이브로 마나 웨이브를 상쇄시켰다.
“호오. 제법이군?”
발록은 굵은 목소리를 하며 불타는 마법진에서 걸어나오더니 영수의 앞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런데, 마법진에서 걸어나온 발록을 본 영수의 이마가 와락 찌푸려졌다.
“파타피시 이거 사기 아니야? 갑자기 반쪽으로 줄었잖아?”
“사기는 아닙니다. 주인님. 조금 전 보신 것은 본신이고, 중간계에서는 그 절반 정도인 아바타 신체를 사용합니다. 힘도 반으로 줄고요.”
“그래? 원래 마족은 중간계로 본신을 가져올 수 없다고 했던가?”
“크크큭. 왠 미친놈들이 드래곤을 노리나 했더니, 방금 전 마나 웨이브도 그렇고 나를 눈앞에 두고도 이렇게 태연한 것을 보니… 너는 확실히 인간치곤 드문 마법사인가 보군… 인정한다. 확실히 너라면 드래곤을 노릴 만해.”
발록은 영수를 인정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래서 드래곤은 어딨지?”
“아직 레어라는 곳에 있는 것 같다.”
“큭, 그럼 그 전까지는 내 마음대로군. 이번 계약의 파동을 드래곤 놈도 눈치챘을 테고, 놈과 싸우다 보면 얼마지 않아 역소환 될테니… 날아오기 전까지 잠시만 인간들을 죽이면서 즐겨보실까?”
펄럭!
발록이 날개를 활짝 펼치며 날아가려고 했다.
“멈춰!”
“크큭, 내가 그 말을 들어야 할까? 계약 내용에 네 말을 들어서 드래곤과 싸워야 한다는 조항도 없으니, 네놈이 나에게 명령할 수는 없지. 거기다 계약 당사자도 아니고 말이야.”
“그런… 식인가? 확실히 계약을 꼼꼼하게 하지 않은 것은 내 탓이군. 네 맘대로 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어…”
영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들과 엘프들이 흑마법사를, 특히 그들이 소환하는 마족을 왜 경계하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영수는 이런 식의 계약서의 허점을 이용한 땡깡에는 익숙한 지구인이었다.
“크크큭. 드래곤과의 싸움에서 날개를 묶어 땅에 떨어트려 주는 것이 계약 내용이었지? 그 계약은 꼭 지킨다. 하지만, 나머지는 내 자유시간이지. 크큭.”
펄럭! 펄럭!
발록이 날개를 홰치며 하늘로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아아. 진짜 힘이 있는지 없는지, 드래곤과 싸우기 전에 네가 얼마나 강한지 테스트 해보고 싶었는데… 그게 무서워서 도망치려는가 보군.”
하늘로 떠올랐던 발록이 고개를 돌려 영수를 바라봤다.
영수는 어깨를 으쓱이면서 그를 향해 비웃음을 날려주었다.
“큭, 조금 강하다고 해봐야 고작 인간인 주제에… 크크크큭. 크하하하하하! 정말 웃기군! 네가 나의 강함을 테스트 하고 싶다고? 킁!”
발록은 어이없다는 듯이 코웃음 치며 바닥에 내려섰다.
쿠웅!
3.5m의 체구에서 내는 것이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의 질량감에 땅이 흔들렸다.
삐삑.
영수는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 G바겐에 시동을 걸었다.
“정말 네가 강하다면, 잠깐만 여기 서서 있을 수 있겠어? 내가 이 마법 마차로 너에게 돌진할 거야. 물론 너는 무서우면 도망쳐도 되고.”
“크크크… 발상이 귀엽군. 뭘 하려는 건진 모르겠지만, 마음대로 해봐라. 인간.”
철컥, 탕!
영수는 G바겐에 올라 운전대를 잡았다.
부릉, 부릉!
G바겐이 거친 배기음을 토해냈다.
“준비됐지?”
“크크큭. 마법공학으로 만든 마차인가? 고작 그것으로는 미스릴 만큼이나 단단한 내 신체를 어떻게 하지 못한다.”
발록은 가슴을 넓게 펴고 허리를 낮추고 서서 G바겐을 맞을 준비를 했다.
영수는 사이드를 내리고 액셀을 밟았다.
부아아앙!
“와라!”
발록이 호기롭게 외쳤다.
쾅!
펑!
쿠쿵!
발록의 신체가 영주부 벽으로 날아가 박혔다.
미스릴만큼 단단하다는 신체에는 벤츠의 앰블럼이 아로새겨졌고, 신체 내부에 있어야 할 것들이 밖으로 튀어나와 험상궂은 장면을 연출했다.
“무…”
<슨…>
사아악…
발록의 신체가 머리 위부터 재가 되어 사라져버렸다.
“…”
“…”
발록을 소환한 파타피시도, 차로 쳐서 역소환 시킨 영수도 말이 없었다.
“크… 역시 영주님이시군.”
“이거면, 드래곤도 이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발록을 역소환 시키는 것을 지켜보고 있던 기사들의 사기가 대폭 올랐다.
“허어… 저 마차로 나를 치려고 했었단 말이야? 사악한 마법사놈…”
대신, 라무레스의 사기는 바닥까지 떨어졌다.
“크윽. 저분이 내 주인님이라 다행이다. 저런 분께 대들다니. 예전의 나는 정말 미친놈이었구나.”
파타피시는 진심으로 과거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영수에게 충성을 맹세했다.
끼이익… 탕!
영수는 차에서 내려 머리를 긁적이면서 파타피시에게 다가왔다.
“파타피시. 그런데 발록… 또 소환할 수 있는 거지?”